〈 27화 〉 26화 악당 영애는 패배하고 싶어 (2)
* * *
“그분은누구입니까?”
네네에게끌려가듯이걷던아서가입을열었다.
아서의질문을들은네네는그제서야걸음을늦추며 대답했다.
“으,응?아.오,오빠는몰라도되는사람이야.응.알필요가없는.”
“오르시니후작의딸,리체르카오르시니.학생의회의임원중한사람입니다.”
“언니!!”
대체왜그걸말하냐고크게소리치는네네.
피네는담담하게아서만을쳐다보았다.
아서는피네의말을듣고떠올렸다.
오르시니후작에대해서.
그의명성은자국에서드높았다.
하지만아서는그의좋지않은뒷모습을알고있었으니,그의수하들도꽤많이죽였던걸로기억한다.
또한그는꽤나치밀했다.
그를죽이려고했다면꽤나번거로울정도로.
오르시니후작이거대한범죄조직을운영하고있었지만,죽이지않은이유는단하나뿐이었으니.
그가일정한선을넘지는않는다는것이었다.
겉으로는후작의지위를유지해야했으니까말이다.
그가죽으면또다시누군가가그조직을이어받거나,다른범죄조직이생겨나기도하고.
그 후작의딸이라면···.
분명정상은아닐터.
아서가검지를턱에대고골똘히생각하고있으니,네네가불안하다는듯이입을열었다.
“오빠.혹시나해서하는말인데···.관여할생각은아니지?그년은조금···아니,많이악질이라고?”
“흠···.”
네네는아서의답을듣기위해올려다보았다.피네또한아서가리체르카와연관되지않았으면하는마음에그를지긋이바라보았다.
“네,뭐.굳이학생들사이의일이라면제가끼어들이유는없습니다.만약그녀가커다란소동을일으키더라도그것은이사장님께서해결하실문제고요.”
오르시니후작의딸이라고해도아직은어린애.
적당한세력을만들어놓았기는커녕,악인이라고치기에도미성숙할터.저지른행위도얼마없을것이다.
무엇보다이곳은‘성역’이였다.
문제가일어나면처리하는것은이사장님이고,자신은손님에불과했으니.
내버려두어도괜찮지않을까.
지금은.
***
쌍둥이의훈련을봐준후,아서는도서관에서마법진을연구했다.
그리고해가슬슬질때쯤,오토바이로드래곤들과함께사는집으로돌아왔다.
주차장에서시동을끄고주차하고있을때.
“아서,어서와.”
엠마가기다리고있었다는듯이웃으면서말을걸어왔다.그에아서는고개를돌리며입을열었다.
“다녀왔습니다.오늘도별일없으셨나요?”
한집에같이사는사람으로서,아서는먼저안부를물어보았다.엠마는짧게생각하고 대답했다.
“응,별일없었어.그것보다아서.지금교화빌라앞에서학생들이랑바비큐를하고있거든.같이가지않을래?”
“바비큐말씀이십니까?”
아서의질문에엠마는아서에게쪼르르다가와,얼른가자는듯이손을붙잡고앞으로끌었다.
아서는일단양복부터벗고싶었지만,엠마가기다릴수없다는듯이끌어당겨서입을다물었다.
“아,조교님오셨다.”
“안녕하세요!조교님!”
엠마에의해강제로교화빌라앞으로온아서.
바비큐를즐기고있던학생들이아서에게말을걸었다.모두손에고기꼬치를한두개씩들고서말이다.
불판위에서는고기꼬치들과해산물들이지글지글구워지며연기가피어오르고있었다.
숯불에고기가구워지는냄새가식욕을자극했고,이미바비큐파티가어느정도진행된모양인지얼굴이달아오른학생들이몇명보였다.
술몇잔마시고기분이좋아서아서가오자마자두팔벌려환영하는학생부터,아서가오든말든무시하고얌전히고기를먹는학생까지.
각양각색으로모인이아이들이교화부소속학생들이었다.
정확히는‘해피해피교화빌라’라는교화부소속건물의거주민들이었고.
아서는이이름을처음들었을때,너무독창적인나머지궁금함을참지못하여엠마에게질문했다.
이정상적이지않은이름은대체누가지었냐고.
엠마는그말을듣자마자바로대답해주었다.
‘···내가지었는데?혹시이상해?’
‘다시들어보니좋은것같습니다.’
그후로아서는엠마에게작명을시키면안되겠다고마음먹었다.
뭐,그래도지금행복하게웃으면서바비큐를즐기는학생들을보면,해피해피한게맞지않을까.
“아서,어서와라.”
뭉개진 발음.
누군가가아서에게말을걸었다.
아서가고개를돌려서쳐다보니,그곳에는입에먹을것을가득담고있는미츠키가있었다.
우물우물거리면서말하는미츠키.
아서는한숨을쉰다음입을열었다.
“···미츠키씨?입에있는것은다삼키고인사해주시면안되겠습니까?”
“안된다.”
그녀는그대답과동시에고개를돌려다시고기를 집어 먹기위해 떠나갔다.
“...”
아서는그모습을잠시쳐다보다가,알아서하겠거니하고어깨를으쓱인다음주변의자에앉았다.
왁자지껄시끄럽게떠드는학생.
술과고기를입에넣고있느라입도벌리지못하는학생.
조용히요리하고있는학생까지.
여기서지낸지한달도되지않았지만그들이친숙하게느껴졌다.
“아서.”
의자에기대어그들을잠시상념에빠져있던아서에게엠마가말을걸어왔다.
그녀의손에는맥주하고잔이들려있었는데,아서가고개를돌리자곧바로잔을들으라는듯이내밀었다.
“오늘하루도고생많았어.”
엠마는아서가잔을잡자조용히맥주를따라주며말했다.아서는그녀의배려에웃으며대답했다.
“감사합니다.별로고생한건없지만요.”
몸을단련하고,쌍둥이를봐주고,마법진을연구한것밖에없는데고생할 게어디있다는말인가.
하지만엠마는그말을듣고같이웃어주며조용히아서의머리를쓰다듬었다.
그리고그녀는고기까지가져다줄까하고질문했지만,아서가괜찮다고말하니,조용히다른학생도챙겨주기위해떠나갔다.
아서는그후로조용히맥주를들이켰다.
본래시끌벅적한것은별로좋아하지않지만,하늘에서반짝이는별과타닥타닥타들어가고있는장작이그들의목소리와함께하니,오늘은그리나쁘지않게느껴졌다.
그때,조용히고기를굽고있는학생이아서앞에자신이구운고기를슥놓고갔다.
“...”
고맙다고인사를할시간도없이사라지는학생.
그녀의이름은로라미셸이었다.
두건을머리에쓰고말이얼마없는그녀는,타인이자신의음식을먹는것을큰행복으로느끼는듯했다.
감정을알아보는마법을쓸필요도없이,힐끔힐끔내가먹나안먹나보고있으니확실했다.
그런마음씨어여쁜그녀가교화부에오게된이유를처음들었을때는충격적이었다.
자신의내놓은음식에대해계속트집을잡은조교를칼로쑤셨다고했던가.
처음에는모두로라가말을안하니로라의잘못으로알았다고한다.
하지만점차쌓여가는학생들의진술내용이밝혀졌고,거기에는조교가행한폐습이밝혀졌다.
자신의기분에맞추어서맛을평가를하는것은물론,편애는기본이고,뒷돈까지받아서교수에게자신이밀어주는학생몇명을더관심가지게도했다고.
이사장님이교수들만제대로뽑고 조교는어영부영관리했으니일어난일이었지만,그녀가사람을칼로찔렀다는사실은변함이없었다.
조교는그날로아카데미에서해고당하고쫓겨났으며,로라는교화부에오는것을선택했다고한다.
여담이지만,로라가 그때만든음식또한굉장히맛있었다고한다.
“형제여,오늘도 내근육을 봐줄수있는가.”
조용히맥주를들이켜며상념에빠져있던아서에게,상의를벗고있는근육질남학생이다가왔다.
그의이름은맥.
근육과싸움밖에관심이 없는남학생이었다.
“좋네요.투핸드엑스를위한근육이발달되어가는게눈에보입니다.”
그남학생은아서의말을듣고콧김을내뿜었다.
그는자신 앞에서근육을자랑하던학생의안면을박살내었다고한다.
모두가그말을듣고의문을가졌으나,나중에알게된사실로는그근육을자랑하던학생이약물로근육을성장시켰다고한다.
아서는그말을듣고그의일을공감했다.아서또한로이더를보고는못참았으니까.
선생님중한분에게‘올바른육체에올바른정신이깃든다’는교훈을물려받은아서는,로이더를올바른육체로보지않았다.
그후,아서는맥한테몇가지조언을더해주었고,맥은아서의앞에서감사의프런트더블바이셉스와백더블바이셉스를취한다음사라졌다.
그리고그가사라지자마자곧바로또다른학생의목소리가뒤에서들렸다.
“리체르카씨랑만나셨더군요.”
맥이사라질때동안기다렸던걸까.
“역시정보가빠르시네요.”
하지만이제배고파진아서는고개도돌리지않고고기를먹으며답했다.
그의무관심에섭섭했던것일까.
그학생은아서의앞으로모습을드러냈다.
그녀의이름은마야.
보라색머리여학생으로기자였다.
그녀는인간의모습을하고있지만,정확히는인간이아닌무언가였다.아서는그녀를도플갱어로추측만하고있었다.
마야는자연스럽게아서의옆에의자를가져와서앉았다.아서는그녀가있든지말든지무심하게식사를했다.
“그래서,그녀랑만나셨을때의소감좀한마디부탁드려도될까요?”
그녀는이번일에흥미가많다는듯이입가를올리며말했다.
하지만아서는살짝눈만마주치며그녀가원하는답을해주지않았다.
“재밌었습니다.”
“네···?그것뿐?”
“네.”
차가운아서의단답.
마야는살짝인상을찡그렸다.
그리고더말해보라는듯이보채었지만,아서는더얘기하지않고음식을먹는것에집중할뿐이었다.
그러자마야가.
“이귀여운기자를위해조금더자세한보고를해주시면안될까요?”
허리를살짝숙이고두손가락을자신의얼굴에붙이며아서를바라보았다.
분명그녀의외모는꽤나귀엽고아름다운편에속했으나,배고픈아서는인상을찡그리며시큰둥하게대답했다.
“기사로쓸만한내용은없습니다.”
“쳇.”
연이은냉정한대답에그녀는뾰로통한표정을지었다.하지만곧바로무엇인가생각이떠오른듯표정을풀고그생각을실행에옮겼다.
탁!
“...”
아서의고기꼬치를하나낚아챈마야.
아서는그제서야고개를들어그녀를쳐다보았다.
“학교에아무정보도없는조교님을리체르카가가만히내버려둘것같지않네요.좋은기삿거리를기대하고있으니빨리만들어주세요.그아이한테안면펀치를날리든지,엉덩이를슬쩍만지든지······.”
기자가아니랄까봐마야는계속옆에서쫑알쫑알거리기시작했다.
아서는그녀를무시하고식사를계속했다.
***
“그에대한정보가이것밖에없다는말씀이신가요?”
“죄송합니다,아가씨.”
몇장안되는종이.
리체르카는그것을책상위에툭던지며말을이었다.
“실망이크네요.겨우한사람에대한정보도제대로파악하지못하다니.”
리체르카는로렌스에게나무라는듯이말했다.
탄네르자매가미소를보여주는사람인만큼꽤나대단한사람일거라고생각은했지만, 그래봤자 결국 사람이었다.
엘프,드래곤,마족이런종족이아니라별다른기운이느껴지지않던인간말이다.
그런데도정보하나제대로못찾다니.
리체르카는자신이손을뻗쳐놓은정보조직들에게실망이커져갔다.
하지만그때.
로렌스가조심스럽게입을열었다.
“아가씨. 이사장이뒤를 봐주고있다고합니다.”
그대답을들은리체르카는허리를곧추세웠다.
“···이사장말인가요?”
그리고몸이점차떨리기시작했으니.
입가에는미소가걸리고,손을깎지낀다음팔꿈치를책상에대었다.
“좋아요.아주좋아요.”
리체르카는그말과함께후후소리를내며웃기시작했다.
그리고.
그녀의실눈이점차뜨여졌다.
“사냥하는보람이있겠네요.”
그한마디를내뱉은 리체르카는로렌스에게다음지시를내리기시작했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