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8화 〉 27화 악당 영애는 패배하고 싶어 (3)
* * *
스윽스윽
“하,하읏♡”
아서의부드러운손놀림.그행동과 동시에여자아이의신음소리가들렸다.깨끗한캔버스가아서의색으로물들어간다.
“흐으윽♡”
아서의인상은그가더집중하는것에 의해 저절로찡그려졌다.그는캔버스에고개를들이대어세심하게관찰한후,거칠게팔을휘둘렀다.
그리고그의거친팔에의해신음소리가점차커지더니.
“하아아아앙♡”
이윽고아서가마력을담았을때는,커다란절정에이른교성이울려퍼졌다.
“베로니카씨,좀조용히해주시면안되겠습니까?”
듣다 못한 아서는캔버스에서손을때고뒤를돌아서며입을열었다.
“네,넷!!죄송합니닷!!”
아서의말을들은 미인,베로니카는손을파닥파닥흔들면서큰소리로사과했다.아서는그것을보고한숨을내쉬었다.
그녀는흡혈귀 베로니카.
금발에붉은눈을가지고송곳니가살짝길게나있는미인이였다.
흡혈귀대부분은악인이었지만베로니카는아서가지금까지봐온흡혈귀중에서최고로성실하고친절했다.
자신이 오기전에받침대에새로운캔버스를걸어두는것은물론,창문을열고빗자루로화실을깨끗하게쓸어주었으니말이다.
네네의소개로그림그리는것을가르쳐줄사람과개인작업실을구했는데,그가르쳐줄사람인베로니카는살짝맛이간흡혈귀였던것이다.
붓질을할때마다계속신음소리를낼뿐더러,처음만났을때부터피보다물감을더좋아한다고말했던가.
섬세한붓질로그림이완성되어가는것을보면,흥분이되어서참을수가없다고한다.
평소에는이정도까지는아니라고하는데, 내가마력을담아서그려가지고더잘느껴지는 것 같다고.
방해는되지만그녀를쫓아낼수도없는노릇이었다.그녀가봐주어야나에게조언을해줄수있을테니까.
무엇보다제대로집중에들어가면,아무것도들리지않는경지에도달하지못한내잘못도 있지 않을까.
그녀를탓할 이유는 없었다.
그래도···조금주의해주길바라는마음에그녀에게말을전했다.
“···계속입에서원하지않는소리가나오면,차라리입을막아보는것은어떨까요?”
나의의견을들은베로니카는깨달았다는듯이황급히손수건을들어서입을막았다.
그리고읍읍소리를내면서이제되었다는듯이고개를끄덕이기에,나는다시작업에들어갔다.
그리고몇초후.
스윽스윽
“으,읍♡”
스윽스윽
“흐으읍♡흡힙♡”
스윽
“흐으으으으읍♡”
“...”
입을막은결과로소리가더야릇해질 뿐이었다.
***
샹들리에가걸려져있는식당안에대리석으로이루어진기다란테이블이있었다.
그테이블에는식탁보가깔려져있었으며,금으로만들어진촛대가 불이붙어진채놓여있었다.
그리고멋들어진의자에는비어있는좌석없이모두가앉아있었으니.
상석에있는것은리체르카오르시니.
나머지는그녀의파벌인리체르카패밀리였다.
학생은물론조교나교수까지각자의분야에서영향력을행사할수있는사람들이다양하게식사를즐기고있었다.
그리고그들의식사태도에서성격이드러났다.
커다란생선을포크로단숨에집어서으적으적씹어넣는거구의사내.
그것을못마땅하게바라보며조신하게스테이크를썰고있는여인.
포도주로목을적시면서입을재잘거리는사내와같이다양한사람이앉아있었으니.
이사람들은리체르카혼자서모은사람들이아니었어도,지금은그녀에게충성을다하고있는정예멤버였다.
리체르카가학원도시에다닐것을대비하여, 후작이학원도시에미리입학시켜둔학생 혹은취업시켜놓은교수나조교도있었다.
이것이그녀가학원도시에서일어나는일에크게개입할수있는이유였다.
물론,오르시니후작만이이러한행동을하는것은아니었다.
다른귀족학생들중에서도이러한형태로자식에게도움을주는경우는빈번했다.최대한공정한기회를주려는이사장의교육방침에반하는행위였지만.
“보고드리겠습니다.”
모두의식사가어느정도끝났을때.
정기회의의시작을알리듯,느긋이분위기를즐기고있던사내가조심히의자를뒤로빼며일어났다.
“오렌식자재유통회사와는완전한계약이체결되었습니다.이번에저희쪽에있는식당과식품들이인기를끌면서,공급량이많아지다보니그들도이것을기회라고생각한듯합니다.또한화식석(火??)이발굴되는티르엔광산채굴권을저희가따낼수있을것같습니다.”
화식석이란.
마석과관련된대장장이일을보조할때필요한돌이었다.
단순히고온으로녹이면성질을잃어버리는마석들에주로이용되었다.
간결하게요약한내용이었지만,사내가언급한내용들은수많은돈이오고가는중요한일이었다.
후에 자세히서류로정리해서보고해야 할 정도로.
리체르카는그사내를쳐다보았다.
그사내는안경을손가락으로슥올린채방긋방긋웃으며리체르카를마주보았다.
그의눈동자에는돈과관련된일이즐겁다는듯이금색으로빛나고있었다.처음부터그가리체르카를따르는이유는오직돈을벌기위해서였으니까.
“좋네요.누차말하지만학원도시내로유통되는회사와저희패밀리가,뒤에서커넥션이있었다는사실을의회쪽에서눈치챌수없게주의해주세요.”
“본부대로하겠습니다.”
리체르카의말이끝나는것과동시에그는가볍게고개를숙인다음자리에앉았다.
“다음은누가얘기를꺼낼건가요?”
리체르카는미소지으며의자에앉아있는멤버들을슥훑어보았다.
그러자생선을으적으적씹으면서야만적으로식사를하던사내가주먹을꽉쥐고팔을들어올렸다.
“제가말하겠슴다.”
조금예절과는거리가먼어투.
그는리체르카패밀리에서더러운일을주로맡는사내였다.
리체르카는그에게말해보라는듯이고개를 끄덕이자,그는킬킬거리며거친목소리로입을열기시작했다.
“저번에장도리로몇번찍어주어도반항하던그자석들있지않습니까?이번에시멘트칠좀몇번해주었더니제발팔게해달라고빌더이다.이것으로로테어일대가우리의것으로.”
“거트.”
그의말투를못듣겠다는듯이,우아하게식사를하던여성이그의이름을불렀다.
그러자거트라고불린사내가누런이를드러내면서인상을팍찡그렸다.
“보고중인거안보이냐?아가씨가뭐라말씀하시지도않았는데네년이뭔데말을끊냐?”
“품위는지키지못할지언정,말은가려서해라.네놈의말한마디한마디가회의의격을떨어트린다.”
“허,참.시시콜콜핀잔말고성과를말해라.정작저번주에제대로가져왔던것도없는주제에.”
일촉즉발의상황.
점차달아오르며입씨름이거세져갈때.
쿵.
로렌스가발을굴렀다.
그에말싸움을하던둘은동시에몸을움츠렸다.
로렌스의강함은여기있는전원이알고있었고,그의의견이곧아가씨의의견이었으니.
그는리체르카가태어났을때부터,오르시니후작의명령으로그녀를지키는기사였다.
이회의에서리체르카다음가는2인자라고할수있었다.
갑자기긴장되는분위기.
리체르카가후후웃으면서입을열었다.
“거트.당신은아직능력이있으니까그런태도를취해도된답니다.”
그말에거트가씨익웃으면서어떠냐는듯이우아한여성을쳐다보았다.
“하지만.”
리체르카는아직끝나지않았다는듯이말을이어갔다.
“그것이다른동료들을무시할 정도는 아니에요.내일모니카에게직접사과하세요.”
“···알겠슴다.”
눈에뵈는게없을것같던거트라는사내도리체르카의말에는조용히대답했다.
리체르카는또다시말을이어갔다.
“모니카.당신은어떤희소식을가져왔길래거트의말을끊었나요?한번들어보죠.”
리체르카가어디한번말해보라는듯이모니카를쳐다보았다.하지만모니카라고불린여인은곧바로자리에서일어나,리체르카를향해직각으로허리를숙이더니.
“···죄송합니다아가씨.저번에명령을내리셨던치아노백작과의거래가아직끝나지않았습니다.벌을달게받겠습니다.”
자신의불찰을받아들이겠다는듯이한참동안이나허리를펴지않는모니카.
그것을몇초간보고있던리체르카가입을열었다.
“괜찮아요.어차피아직잘되지않았을거라고생각했으니까.치아노백작은사생활은지저분한대신처세술이 뛰어난 사람이잖아요.우리와거래하지않는데는무엇인가이유가있겠죠.다음에올때는거래가성사되지는않더라도그이유를알아왔으면좋겠네요.”
그것을들은모니카는속으로안도하며숨을내뱉었다.리체르카가목소리를높이지도않았고화가난낌새도보이지않았으니까.
하지만 아직 리체르카의 말은 끝나지 않았으니.
“그래도···.제가내린명령을제대로수행하지못한것또한사실이니벌은내려야겠네요.회의가끝나고남으세요.”
그순간.
리체르카는조곤조곤말했으나,조금씩눈을떠가며분위기를압도했다.
그것을보고있던패밀리는몸이오싹해졌다.
헛바람을들이키는멤버는물론,등골에땀이흐르는멤버도있었다.
다들그녀의얼굴을똑바로쳐다볼수가 없었을뿐이었으니, 조용히 고개를 숙이기 시작했다.
어리다고하더라도오르시니가의혈통.
리체르카는 분위기를압도할 수 있는 능력과 냉철한 성격을 가지고 있었기에.
패밀리는다시그녀가입을열때까지침묵을유지했다.
***
“필치가과감한게그림을그리는도중에망설임이없으시네요.”
아서가다그림을다그리자,베로니카는지금까지봤던과정과그림을평가하기시작했다.
“색감도엄청독특하시고,안에그려넣은인물에게서엄청생동감도느껴져요.그녀의감정이저에게흘러들어올정도로요.”
“마법이니까요.”
아서는웃으면서붓을내려놓고파이프에불을붙였다.
“하지만비율이나형태는뚜렷하지않은게그림연습을많이하지는않으셨군요.”
“네.옛날에시간이날때마다했던취미로만했습니다.”
아서가연기를내뱉으며대답하자, 베로니카은잠시무엇인가생각하더니입을열었다.
“아서씨.그거아시나요?응용은제대로된기본기가밑바탕에있었을때빛을발한다는것을.색감이나필치는각자의스타일이고,개성과재능이라고할수있으나,여러형태를알고비율을정확하게그려나가는것은어떠한천재더라도노력이필요해요.”
“···맞는말씀입니다.”
방금까지교태부리듯신음소리를내던흡혈귀가맞는걸까?
그녀가두눈을번쩍뜨고전문적으로말하기시작하니,몇분이금방지나갔다.아서는그것을들으며고개를끄덕일뿐이었다.
베로니카가제대로된선생이었으니까.
“일단은정밀묘사와크로키부터같이해보죠.색감은뛰어나시고,표현하고자하는것을표현하는능력또한수준급이시니,기본기만조금더다지시면더훌륭한그림을그릴수있게될거예요.지금보다더아서씨의머릿속에있는것을꺼낼수있을정도로요.”
“...”
아서는고민했다.
친구를사귀기위해,취미였던그림을다시그리는것은물론,단순히자신의감정을표현하는것을연습하려던것뿐인데,어느새인가굉장히진지한일이되어버렸다.
베로니카의눈에는벌써불이붙어버렸으니···.
“음···.”
만약이과정을통해감정마법을더잘사용할수있다면해볼만하지않을까.
생각을마친아서는고개를숙이며말했다.
“그럼,잘부탁드리겠습니다.”
아서의답을들은베로니카가활짝웃으며대답했다.
“네,맡겨주세요!아,그런데이그림경매장에올려보실생각은없으신가요?중요한그림이아니면팔렸을때돈도들어오고좋잖아요!”
“경매장말입니까?”
연기나내뱉고있던아서에게갑자기과거가떠올랐다.
그렸던그림들을처분할곳도없고,가지거나선물하기에는마음에들지않았던것들을경매장에팔아넘긴기억이.
신기하게도몇개는꽤나비싸게팔렸었다.
지금와서돌이켜보면,꽤나가학적이고기괴했던그림들이었으니,아마사디스트놈들사이에서입소문을탄게아니었을까생각하지만.
여기는학원도시.
학생과조교,교수들중에이런그림을사갈사람이있을까?
“···팔릴것같습니까?”
아서는어깨를으쓱이며물어보았다.
베로니카는담담하게대답했다.
“확실히너무자극적이긴한데···보면볼수록흥분되는게,마니악한수집가가사가지않을까요?한번등록해보죠!”
오늘아침부터아서가그리고있던것은목을졸리며뒤에서강간당하는흡혈귀.
몇주전있었던사건을그림으로표현한결과물이었다.
베로니카는지금까지이런것을보고담담하게필치니형태니말했던것이었다.
“그런데이거···.뒷모습이어도흡혈귀인게느껴지는데···저를보고상상하면서그리신건가요?
“···네?”
베로니카는얼굴을조금붉혔고,아서는당황했다.
***
눈알이뒤집힌채헐떡이는여인.
옷이다벗겨진채애액으로범벅이된모니카를뒤로하고,로렌스와리체르카는밖으로나왔다.
그리고걸으면서리체르카가먼저말하기를.
“로렌스.레이첼영애는이제목줄을풀어주세요.가지고놀만큼놀았으니.”
“알겠습니다.”
다른패밀리멤버들에게는알릴수없는사적인대화.리체르카는로렌스를신뢰하기에계속입을열어갔다.
“그리고밀라양에게선물보내기로했던거취소해주세요.앞으로사냥할사냥감은 시간을 꽤나 쓸것같으니까요.”
“명하신대로하겠습니다.”
로렌스는그녀의의견을묵묵히대답하기만했다.
그는오르시니가의기사.어떠한명령이어도듣기만하면되었기에.
“아,그리고이번예술품경매도참석할예정이니,연락해놓으세요.”
리체르카는자신을흥분시킬만한그림이혹시라도발견될까봐,학원도시내의예술품경매를꽤나자주참석하는편이었다.
물론낙찰한것도얼마없을뿐더러,마음에드는그림하나없었으니.지금그녀의눈은단죄자의그림에맞추어져있었다.
로렌스는그녀의말에짧게대답했다.
그리고리체르카는몇가지를더명령한후에,오늘도방안으로들어가문을잠갔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