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고양이의 제자-29화 (29/154)

〈 29화 〉 28화 ­ 악당 영애는 패배하고 싶어 (4)

* * *

“아서.”

마법진을연구하고도서관에서나가는도중, 미츠키씨가기다리고있었다는듯이말을걸어왔다.

순찰을끝내고바로온것일까.

“아,미츠키씨.여기는어쩐일로오셨습니까?”

아서는미츠키에게웃으면서다가갔다.

“집에같이돌아가려고왔다.”

미츠키는아서가자신을바라보자,양소매에손을넣은채팔짱을끼고먼저앞으로걸어나갔다.

도서관의출구는하나뿐이었으니,아서도미츠키의옆에서같이걸으며입을열었다.

“저는 오늘 좀 늦게 들어갈 것 같습니다. 가봐야 할 곳이 있거든요. 생각해보니 엠마씨에게도아직연락을못드렸네요.”

아서는방금떠올랐다는듯이손뼉을가볍게부딪혔다.

“실례가되지않는다면엠마씨에게도전해주시겠어요?”

아서는살짝고개를돌려서미츠키를쳐다보았다.미츠키는아서의눈을담담히바라보더니,고개를살짝끄덕였다.그리고도서관에서나오자마자아서와는반대방향으로발을옮기다가.

“아서.”

갑자기뒤로돌아서서아서를불렀다.

파이프를꺼내서불을붙이고있던아서는미츠키를쳐다보았다.

“혹시라도내도움이필요하게되면바로말해라.”

난데없이생뚱맞은소리를내뱉는미츠키.

“···네?”

아서는의아한나머지살짝인상을찡그리며그녀를쳐다보았으나,미츠키는그말을하고유유히자기갈길을가기시작했다.

“...”

지극히자기멋대로인드래곤.

직접찾아온이유도사실저말을하기위해서가아니었을까.

미츠키씨는힘의제한을풀지않으면살짝멍청하고고집쟁이였지만,저런말을허투루내뱉을사람은 아니었다.

그녀의감이.

나에게서좋지않은낌새를느낀건가.

“후­.”

아서는연기를내뱉으면서미츠키가눈에보이지않을때까지쳐다보았다.

***

오후7시34분.

학원도시동쪽끝에있는모하네스경매장.

8시에있을예술품경매에참여하기위해사람들이곳곳에서모여들기시작했다.

단정하게차려입은턱시도부터,고풍스러운드레스까지.어떠한학생이라도깔끔하게차려입고있었으니.

자유롭고개성있게옷을갖추어입는예술가들과는다르게,그것들을사는고객들은이러한사람들입니다하고보여주는예시였다.

이곳에모인예술가들과구매하는고객층에공통점이있다면,그들의신분은모두학생과조교,그리고교수였다는점이고.

그사이로들어가는아서.

그는누가봐도예술품을 사는고객층이었다.

그는평소와같은검은양복과구두를신고있었으니, 위화감이라고는전혀없었다.

다른사람들과다른점이있다면,파이프를물고연기를뻐끔뻐끔내뱉고있었으며,왼손에는연구하고있는마법진이적혀있는종이가든서류가방이들려있다는정도였다.

아서는경매장안으로들어가는학생들을쳐다보았다.드레스코드를어느정도맞추어야하는암묵적인룰을제외하면재밌는사실도 하나있었다.

그것은바로모두가면을쓰거나분장을하고있다는것이었다.

물론분장하는것과가면을쓰는것은자유였기에,아서는딱히변장하지않았다.어차피이학원도시에서자신을알아보는사람은얼마없었으니까.

그때.

적당히몰려있는인파사이로누군가가아서에게걸어왔다.

그에따라다른사람들은그사람을위해뒷걸음질을치거나자리를열어주었으니.

“안녕하세요아서씨.”

잔잔한여성의목소리가아서의귀에들렸다.

아서는그것을듣고무시하고싶었다.

목소리의주인하고는어울리고싶지않았으니까.

제발.

동명이인으로주변에또다른아서가있기를.

그런마음으로아서는고개를서서히돌렸다.

“...”

하지만 애석하게도 아서의기대는이루어지지않았다.

오르시니후작가의영애.

검은색 벨벳 드레스를 입은 리체르카오르시니가이미아서에게다가오고있었으니까.

리체르카는아서가자신을바라보자마자저번처럼기품있게인사했다.그녀도아무런가면도,분장도하지않았으니,자신이예술품을사는것을누군가가알아도별로상관없다는뜻일까.

아니.

그럴것같지는않지만,그녀가직접예술품을팔려고온것일수도있다.

아서는그녀의인사를받았기에,어쩔수없이고개를숙이고인사했다.

“안녕하세요.그···루체리카모르···.”

“리체르카오르시니입니다.”

“아­네.오르시니양.좋은저녁입니다.”

아서는그인사와함께리체르카를관찰했다.

그녀는마주보며웃어주었지만,입꼬리가조금더올라가고손이잠시떨리는 것이 보였다.

아서가그녀의이름을일부러잘못말한이유는,너같은건기억하지못한다는것을보여주면서,상대의반응을관찰하기위해서였다.

오르시니후작이었으면티가나지않았을터인데,역시아직어린애인가.

인사가끝난이후.

아서는그녀에게관심이없었기에,자신이배정받은자리로 먼저 걸음을옮겼다.

하지만리체르카가따라붙으면서먼저그에게말을걸었다.

“아서씨는학교에서의직책이어떻게되시나요?

아서는리체르카와더대화하고싶지않았지만,무시할수는없는노릇.

묵묵히걸어가며고개도돌리지않고연기를내뱉으며대답했다.

“임시조교입니다.이사장님과상담이아직끝난게아니라서요.”

“그렇군요.알려주셔서고마워요.”

아서가고개도들리지않고대답했음에도불구하고,리체르카는일행인것처럼끈덕지게들러붙었다.

그녀의수행원또한계속따라오고있었으니,아서는 그것이 신경에 거슬렸다.

“아서씨는어떠한일로경매장에들르시나요?”

시답잖은질문을하는리체르카.

이런질문을반복하다가,갑자기진심으로묻고싶은것을물어볼생각인건가.

아서는별생각없이머릿속에떠오르는대사를입에담았다.

“예술품경매장에들르는사람은다똑같지않겠습니까?저의마음을빼앗을수있는작품을찾기위해왔습니다.”

사실은,자신의그림이얼마에팔리는지보기위해서였지만.

“좋은말씀이네요.저도마찬가지랍니다.집안에걸어놓고매일아침일어나자마자 바라볼때, 행복한기분이드는예술품을찾기위해서 말이죠.”

사실은,물건의가치를알아보고되팔거나,자신의흥분시킬수있는그림을찾기위해서였지만.

“오르시니양은VIP석을예약하셨을것같은데,그쪽으로가야하지않나요?”

아서는넌지시빨리제갈길가라는의도를담아서리체르카에게전했다.

“아뇨,이번에는기분에따라갑작스럽게온거라···VIP좌석은예약하지않았답니다.”

어렴풋이웃으면서답하는리체르카.

그녀는아서가이번경매에참여한다는사실을알고있었기에,그의바로옆자리에좌석을예약해놓았다.

둘의대화는홀에들어갈때까지계속되었다.

하지만그곳에단하나의진실따위없었으니.

거짓말과거짓말이만나계속허상을만들어갔다.

물론아서는리체르카에말을믿지않았고.

리체르카또한아서의말을믿지않았다.

그저.

이대화를통해서로의모습을확인할뿐.

아서는 예약한 좌석을찾자마자재를지퍼팩에털고,파이프를품에집어넣으며앉았다.

리체르카도우아하게좌석에앉으며,로렌스에게출품목록을받아서읽었다.

서로대화를 나누지 않고3분이지났을때.

사회자가나타나요란하게입을열며경매의시작을알렸다.

*

“【밤까마귀의날개짓】제이스물레씨의작품입니다.시작가20만포인트부터5만포인트씩올라가도록하겠습니다.”

진부했다.

“【기대받지못한천사의손길】요한알프레도씨의작품으로시작경매가30만포인트부터5만포인트씩올라가도록하겠습니다.”

너무나도진부했다.

“아!이번에는모두가기대하시던작품이나왔는데요!!릴스트레드씨의【광기】.스트레드씨가텔로스지방에있을때,살인귀를직접보고느낀것을표현하셨다고하는데,시작포인트는100만으로10만씩올라가도록하겠습니다!”

뭐가광기냐.

그저피를표현하기위해붉은색을잔뜩칠해놓은그림.경매에참가한학생들이나교수들은그것을좋다고가격을올리기시작했다.

리체르카는모두가좋아하는저그림이저급하게만보였다.

그그림에는아무감정도느껴지지않았고,스스로무엇을표현하고있는지모른다는듯이무책임하게붓을댄티가났다.

그저난잡하게.

그저알아보기힘들게물감을흩뿌려놓으면,사람들이사줄거라고생각하는걸까.

뭐,틀리지는않네.

이미백만포인트로시작하여천만을향해달려가고있었으니까.

하지만 자신이 원하는것은저런그림이아니었으니.

좀더절실한감정을.

좀더광포한분위기를.

그런 것을 담은 그림이나오기를.

“어···이번에는조금난해한작품이나왔는데요.제목도없고,물건을내놓으신분이작자도알수없다고말씀하셨는데,시작경매가는10만으로5만씩올라가도록하겠습니다.”

드디어경매관계자가아서의그림을들고나왔다.

“으···저게뭐야.”

“저질이다,진짜.”

“이번경매는수준이낮군.저런야만적인그림이예술품이라고올라오다니.”

사람들을그그림을보고인상을찡그렸다.

뒤에서목졸리고있는흡혈귀.

너무강하게졸리는나머지,그림에서헐떡이는것과동시에,목에피가쏠려있는것이표현되어있었다.

입을벌린채숨을꺽꺽대면서드러난송곳니가,그려져있는대상이흡혈귀라는사실을증명했다.

하반신에는노골적으로항문에성기가박혀져있는것이그려졌으니,사람들은왜예술작품이아니라춘화가올라왔는지의구심을가졌다.

하지만그때.

“아···.아아····.”

갑자기 리체르카의몸이달아오르기시작했다.

점차 흥분되어서 얼굴이붉어지고,저그림안에있는흡혈귀의감정에이입되어 숨도 가빠져갔다.

항문이 박히고 있는 하반신 또한 자신이 당하는 것마냥 욱신욱신되기시작했으니.

“하으응♡”

의도하지않게신음소리가흘러나왔다.

리체르카는곧바로 깜작놀라며, 두손을들어자신의입을 틀어막았다.

그리고자신의몸의변화에눈을크게뜨고당황했다.

다행히소리가크지않아서주변사람들은듣지못했을것이라고생각하는로렌스는,급하게침묵마법이걸려있는아티팩트를작동시켰다.

“...”

하지만옆에있던아서는똑똑히들었다.

리체르카가갑자기신음소리를흘리는것을.

아서는고개를돌리지않고예술품에만관심이있는척했다.

리체르카는 다급하게 로렌스의부추김을받으며일어나, 서서히경매장밖으로걸어갔다.

“흠.”

그녀가나간자리에서는달콤한애액의냄새가났다.

아서는인상을찡그리고,멀리서 홀을 나가고있는리체르카를쳐다보았다.

리체르카는다리가부들부들대며풀릴것같았지만,로렌스의부축덕분에가까스로몸을움직였다.

팬티는이미푹젖은지오래였고,허벅지에는애액이몇방울흘러내리는 것이느껴졌으니.

달뜬한숨과함께리체르카는입을열었다.

“저그림······무조건낙찰받으세요.그리고누가경매에올렸는지알아내세요.”

“알겠습니다,아가씨.”

로렌스는 리체르카의 명령을 받자마자 핸드폰으로 부하들한테 그 명령을 전달했다.

* * *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