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0화 〉 29화 악당 영애는 패배하고 싶어 (5)
* * *
수증기가모락모락올라오는욕실.
은발의미인이욕조에우아하게앉아있었다.
따듯하게데워진물에허브잎이몇개둥둥떠다니고,천장에서는수증기가모여생긴물방울이뚝뚝떨어지고있었다.
욕조에앉아있던미인은몸을뒤로젖히며,수면위로오른쪽다리를쭉편다음,첨벙하는소리와함께몸을푹담갔다.
그녀의육체는애지중지키워진듯상처하나없이깨끗하여성(?)에관해서는무지해보였다.
하지만그녀의머릿속에는그와반대되게성(?)적인생각만이맴돌고있었으니.
아까경매장에서보았던그림.흡혈귀가목을졸리며겁탈당하는그그림을리체르카는한눈에알아보았다.
단죄자님께서그린그림이라는것을말이다.
망설임이없는붓터치자국.
그림속에있는대상의감정이전달될정도의풍부한표현력.
무자비한행태.
아아.
지금생각해봐도너무나도황홀했다.
천박하게실외에서몸이멋대로반응하여애액이흘러내렸지만,그것을보고흥분하지않으면 오히려 단죄자님에대한모독이었다.
무엇보다로렌스의빠른대처가있었으니아무도눈치채지못했을터.
가장주의해야할옆사람.
아서도그림에만집중한듯해보였고.
하지만오늘본그그림에는평소와다른점이몇개보였다.
단죄자님의핏줄이보일정도로근육이꽉차있고거친손이었는데,목을조르고있던손은얇고소년과같은손이었다.
배경속에도알수없는검은색액체가이곳저곳뚝뚝떨어져있는것은 단죄자님의마법인것일까.
흡혈귀의피도인간과다를바가없는붉은색이었으니까말이다.
“...”
영문모를일이었다.
소문에의하면,단죄자님은어떠한문제를해결할때,언제나주먹질한번으로해결하면서스스로마법사라고말하는괴짜라고했다.
“음.”
아무리생각해보아도검은색액체에대해서는알수있을것같지않았다.
하지만손에대한의문은그가그린몇몇그림들을생각해보니금방해소되었다.
단죄자님의그림을수집하다보면,가끔두터운손뿐만아니라미인의손이나아이의손도보였으니까.
그가몸을변환시키는마법을가지고있거나,그러한지인을둔것은명백했다.
뭐,대부분유추일뿐이고정확한것은단죄자님본인에게물어보기전까지알수없는것들뿐이었으니.
대체그는어떤사람일까.
“후훗.”
그래도···.
이번에그와의연관점이될수도있는것이생겼다.
단죄자님의그림을경매장에올린사람.
그사람이누군지밝혀내면연관점을찾을수 있을 것이다.
생각만해도가슴이콩닥이고얼굴에홍조가생겨났다.
첨벙.
리체르카는욕조에담그고있던몸을일으켰다.
그와함께아름답게굴곡지고새하얀나신이드러났으니.
욕조밖에서목욕수건을들고대기하고있던메이드두명이,곧바로리체르카에게다가와몸을어루만지며물기를닦기시작했다.
***
똑똑.
“들어오세요.”
리체르카의대답에따라문이끼이익열리며,묵묵한거구의기사,로렌스가들어왔다.
“...”
그가들어오자마자그의눈에들어온것은,4명의메이드와아가씨의맨살결이었다.
찰랑거리는머리의물기를세심하게닦아주고있는메이드.
아기를어루만지듯이몸을툭툭건드리며,수건으로물기를흡수하는메이드.
손가락사이사이와손톱을손질하고있는메이드.
그리고물기를닦은곳에보습제를조심히바르고있는메이드가보였다.
메이드들의외모는리체르카의 취향에따라고용했기에굉장히아름다웠으나,어떠한미인이나조각품도아가씨의옆에있으면빛을잃고가치가떨어져보였으니.
매끄럽고부드러워보이며잔털이라고는하나없는피부,순수함을지키며 곱게다물어져있는새하얀음부,아름다운꽃망울처럼옅은분홍색을띠고있는유두를보면어떠한남자라도성욕을참기힘들터.
게다가 그녀의곁에서는언제나감미로운라벤더향기가났다.주변사람을홀리듯이.
“흠.”
하지만그녀가자신에게나신을당당히보여주고있는것은,어렸을때부터쌓은신뢰에있었다.
로렌스는그녀를어렸을때부터곁에서 보았기에, 반즈음 그녀를 자신의 딸처럼 여겼다.
그럼에도그녀의몸을보면자연스럽게흥분되는것은여태껏사라지지않으니,로렌스는부끄러운생각을한자신을지탄하며눈을지그시감고입을열 뿐이었다.
“그림을출품한자를알아왔습니다.”
리체르카는로렌스의모습을보고후훗하고웃었다.
매사에감정없는기계처럼보이는그가,자신의알몸을볼때마다저런태도를취하는것을보는것은그녀의사소한취미중하나였다.
“말씀하세요.”
리체르카는그말과함께기대감을가지고눈을살짝뜨며로렌스를쳐다보았다.로렌스는언제와같이고저가없는담담한목소리로입을열었다.
“현재아가씨의사냥감아서입니다.그가이번경매에아가씨께서말씀하신그림을출품했습니다.”
“아서···말인가요?”
리체르카는대답을듣자마자,아까까지보았던아서가떠올랐다.
모든것에관심이없다는듯이자신의눈길조차받아주려하지않았던사내.
자신이옆에있는데도계속파이프를입에물고시답잖은거짓말만입에담던사내.
양복점에서직접오더메이드한양복을입고있었으며,고풍스러운보석이박혀있는파이프를가지고있는수상하게돈이많아보이는사내.
그럼에도양아치같은얼굴이바뀌지는않았으니,옷이날개라는말이거짓말이라는것을알려주는사내였다.
“...”
잠시.
자신이옆에있을때에는계속파이프를입에물고있었으면서,정작탄네르자매가곁에다가갔을때는얼른불을끄고재를털지않았는가.
설마.
차별당한건가?
탄네르자매를소중하니까담배연기를맡지않게배려해주고,자신은상관없으니그대로계속담배를피우던거라고···?
“···후훗.”
방금까지냉정했던리체르카의머리에살짝짜증이차올랐다.그녀가초면의누군가에게소중한대접을받지못한것은오랜만이었으니.
하지만중요한것은아서라는사람에대해서가아니었다.
왜그가 그 그림을 이번경매에출품했을까.
이것이가장중요했다.
그녀는수많은가능성들을머릿속에떠올렸다.
우연히그림을얻게되어바로출품하게된경우.
돈이급해져서,혹은단죄자의그림이마음에들지않게돼서출품하게된경우.
단죄자와직접적인친분이있기에,그에게직접그림을받아서출품하게된경우.
마지막으로.
본인이단죄자일경우.
“·...”
리체르카는마지막에떠오른경우를떠올리며옅게웃음을흘렸다.
악인이살아있는것을눈뜨고볼수없다는듯이세계를휘젓던사내가왜여기있다는말인가.
그것도어린애들의훈련을도와주고도서관에서박혀있거나,단련실에서몸을단련하다니.
제일말도안되는경우였다.
뭐,어떠한이유든지그를직접만나서물어보면될터.하지만그전에해야하는게있었으니.
“로렌스.당신이보기에그는어땠죠?”
자신의기사이자이해자인로렌스의의견을듣는것.그것은리체르카가중요하다고생각하는일에서항상하는것이었다.
리체르카에질문에로렌스도눈을감고그에대해서떠올리기시작했다.그리고몇분간생각을정리한이후눈을뜨며입을열었다.
“···아가씨께서신경쓸만한재목은아닌것같습니다.”
“어째서그렇게생각하시죠?”
리체르카는로렌스의눈을마주보며질문했다.
로렌스는검지를턱에대고신중히말을이어갔다.
“숨기고있는것이많고이사장의비호를받고있으나,그리강해보이지않을뿐더러,진정으로조심해야하는상대에게너무나도오만한태도를취했기때문입니다.”
“후훗,그런가요?”
리체르카에반문에로렌스는고개를묵묵히끄덕였다.
그리강해보이지않는다라.
로렌스는아버지의호위와비교해도손색이없는실력자였다.
범죄자전문A급헌터출신이었던그의말이라면사실일터.
무엇보다진정으로조심해야할상대라니.
언제나재미없게입다물고있는주제에,은근슬쩍자신을띄워주는것이듣기좋았다.
리체르가는입가를살짝올리며열었다.
“좋은답이에요로렌스.하지만저는아직도그가신경쓰인답니다.단죄자님과의조그마한연결고리가있을수도있으니까요.저는어떻게해서든지그를붙잡고말겠어요.”
리체르카가그말과동시에메이드들이동시에뒤로물러섰다.
그녀의몸관리가끝났다는뜻이었다.
리체르카는어느새잠옷으로갈아입혀진상태였고,로렌스는조용히문을열어주었다.
리체르카는문밖으로걸어나가며입을열었다.
“쉽게자를수있지만,수준이낮지않은자들로구성해서그를제앞으로데려와주세요.”
누가보냈는지정체도알수없는사람들을이용해서그를붙잡는다.
만약그가그들을쓰러트리더라도자신을알수없게말이다.
“명을받들겠습니다.”
로렌스는그말을듣고곧바로부하들에게지시를내렸다.
***
단련을마친후식당가를걸어다녔다.
배가너무나도고픈나머지,어떠한음식냄새를맡더라도허기가느껴지며배에서꼬르륵소리가났다.
그소리가날때마다생각한다.
오늘의단련도헛되지않았다고.
스승님이떠난첫날의그비루한육체는이제몰라볼정도로근육이붙었다.
키도한두달밖에지나지않았는데도 조금 커진 것이느껴지는게,진짜어렸을때의모습으로돌아왔다는것이실감되었다.
하지만몸을단련하는것보다더중요한것이있었으니.그것은바로몸에필요한영양소를균형있게먹는것이었다.
마투술선생님을만나기전까지는대충샌드위치와커피로점심을때우는일이많았다.
저녁에는보통분위기좋은레스토랑에들어가서스승님과와인한잔을즐기며육류를먹었지만,삼시세끼를따졌을때영양소밸런스가올바르지는않았다.
그식습관을마투술선생님앞에서그대로행했다가,얼마나많은설교를들었는지모른다.
진짜로기억나지않는것이,자물쇠로봉인된기억이라고해도믿을정도로고통스러운시간이었다.
마투술선생님.
그녀는지금어떻게지내고있을까.
그때였다.
“야,너.우리랑같이가줘야겠다.”
누군가가나를향해부르는목소리가들렸다.
이미몇명의학생들이나를쳐다보고있는것을느끼고있었는데.
그들이인기척이적은곳으로오자마자둘러싸기시작한것이다.
눈에들어온그들의손에는,검은물론쇠파이프같은것들이들려져있었다.
하나같이근육이옷표면으로보이는게,근접전을지향하는학생들인모양이었다.
“저···말입니까?”
“그래,너.지금까지뭘들었냐.”
“흠.”
“뭐,흠?분위기파악못하냐?”
곤란했다.
곧있으면탄네르자매와함께식사를해야하는데,양아치들이앞을막아섰으니.
게다가그들에게서악의가느껴졌다.
이런일은한두번해본것이아니라는듯이말이다.
“...”
“야,빨리빨리안오냐?진짜뒤지고싶어?”
뭐. 도망가봐야 나중에 또 쫓아올 것이고,여기서소동을일으켜도어차피스스로를지키려고했던것뿐이니, 이사장님이알아서하지않을까.
나는리더로보이는그에게다가갔다.
“그래그래···얌전한게얼마나좋.”
빡!!!!
“크학!”
털썩.
일단한명을가볍게눕혔다.
방금 쓰러진그가이무리에서가장강했으니까,나머지는알아서도망가주.
“저새끼죽여!!”
“씨발!달려들어!!”
“...”
모든일은생각처럼잘풀리지않는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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