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1화 〉 30화 악당 영애는 패배하고 싶어 (6)
* * *
빡!!
“크학!”
퍽!!
“커헉!”
난투가일어났다.
아니,난투라기도하기뭐했다.
내가일방적으로14명을두들겨패고있는상황이었으니까.
“그,그만.”
퍽!!
마투술을쓸필요도없었다.
전체적인수준으로보았을때.
헌터시험을치면C급이나D급으로바로편성받을수있는우수한학생들이었지만,학생은학생이었으니.
누구를죽여보거나,진심으로무기를휘두른경험이너무나도부족했다.
“크,크흑.”
하지만가끔한방에눕힐기세로때렸건만,미련하게다시일어나는학생들도있었다.
그들이죽지않게힘조절을하니그런걸까.
나는곧바로비틀거리며일어나는학생에게다가가얼굴을걷어찼다.
“케헥!”
발길질을맞은학생은눈알이뒤집히더니,거품을물고쓰러졌다.
“히,히익.”
이무리의대장이자,처음에말을걸었던양아치가어느새깨어났는지꼴사나운소리를내었다.
그는이미도망가지못하도록다리를분질러놓았기에,엉금엉금기어서자리를벗어나려하고있었다.
몇명은싸우지도않고도망갔고,나머지는바닥을기거나기절해있었으니,이제용건을물어보아도괜찮을 것 같았다.
“저기···학생.”
“오···오지마!!”
빠악!!
“크아아악!!”
“그,이유를좀알려주실수있으십니까?저를납치하려던이유말입니다.”
일단알고있을거라고는생각도안했지만,혹시라도알고있을수도있었으니질문해보았다.
“크허헝,모,몰라요.모릅니다.모른다고요."
“그럼어디로납치하려고했던건지···.”
“몰라요!!허윽죄,죄송합니다.진짜.”
빡!!
털썩.
“아.”
사내새끼가질질짜는것을보고싶지않은내본능이자연스럽게주먹을뻗었다.
어차피패닉상태였으니더질문해봤자,답을들으려면시간도더걸렸을 터.
“으윽···.”
“어,엄마···.”
고통을호소하며기어가는학생들.
마력을흘려서혹시라도죽은학생이있는지확인했는데다행히아무도죽지않았다.
이정도면잘마무리한게아닐까.
그때였다.
삐익!!삐익!!
“거기!!폭력멈추세요!!”
멀리서학생경찰이달려오고있었다.
유동인구가적은곳이었지만,아무리그래도15명이되는인원이싸움을벌이고있었으니,경찰이안오는게이상한것이리라.
“어···.”
탄네르자매와함께점심을먹기로약속했으니,경찰서에잡혀갈수는없는노릇.
나는자리를뜨기위해급하게서류가방을주워들었다.
“아.”
생각해보니이대로떠나면예의가아니었다.
나를초대하기위해이만큼많은사람들을보내주었으니까말이다.
나를초대하고싶은사람은대충누군지예상이갔으니,곧바로품에서수첩과볼펜을꺼내들어필기체를휘갈겨적었다.
촤악!
그다음적혀있는메모를찢어서리더인학생의몸위에던져놓고.
“그래요!!얌전히두손을머리뒤에···”
학생경찰에게서도망치기위해냅다땅을걷어찼다.
***
쨍그랑!
리체르카가던진유리잔.
그것이 날아가 누런이를가진사내,거트에게부딪혔다.
“죄,죄송함다!!”
거트는무릎을꿇고리체르카에게고개를조아렸다.그리고스스로외칠수있는최대의목소리로사죄했다.
“...”
리체르카는겉으로화난기색을드러내지않았다.
평소와같이실눈을뜨고차분하게의자에앉아서,손목의스냅만을이용해유리잔을던졌을뿐.
분개하며벌떡일어나지도.
인상을찡그리지도않는다.
하지만마음에들지않는다는듯이,두눈이살짝보일정도로뜬다음싸늘하게아래를내려다보았으니.
“흐읍!”
거트는심장에쇠사슬이확조이는느낌을받았다.
그와더불어집무실에한기가들어선것같았다.
그는몸을벌벌떨면서리체르카가자신의지배자이고,자신은피지배자라는것을머릿속에다시한번새겨넣었다.
“제가뭐라고했죠?”
“그···그게.”
“제가보냈다는사실을들키지않게조심하라고하지않았나요?”
냉정하고싸늘한목소리.
“마,맞습니다.”
거트는억지로턱을벌려입을열었으나,영문을모르는일이었다.
이번에일처리하기로한그놈들은자신과아가씨의상관관계에대해서전혀모르는놈들이었으니까.
하지만그녀가그렇다하면맞다고대답할수밖에없는노릇.거트는그녀의다음지시가있을때까지고개를바닥에처박고있었다.
“흠.”
리체르카는답답하다는듯이옅은한숨을내뱉었다.
아서가놓고간쪽지.
거기에는오르시니후작가의문장이그려져있었다.
아서의머릿속에는알지못하는적에게습격받는다는생각이상시있었기에,어떤일이든확신은하지않았다.
하지만몸이변하고난이후,빈약한인간관계에자신을노릴사람이라고는오르시니후작의영애밖에없었기에가볍게떠보았으니.
쪽지에는간단한글귀도같이적혀있었다.
[vienidirettamente]
직접찾아오세요라고.
그녀의모국어로말이다.
리체르카는그것을보자마자아서가뻐끔뻐끔파이프를피우는것이 떠올랐다.
건방진녀석···.
자신인것을알면서도찾아오지않고,역으로자신보고오라고쪽지를남기다니.
“로렌스.오늘저녁약속취소하세요.”
“···알겠습니다아가씨.”
바란다면직접가줄수밖에.
리체르카는집무실의자에서일어서서밖으로나갔다.그리고그녀의뒤를로렌스가따라갔다.
걸어오는싸움은피하지않는다.
그것이오르시니후작가의영애.
리체르카오르시니였다.
덜컹!
“···후우.”
리체르카와로렌스가나간집무실에는손발이떨려서일어나지못하는거트만남아있었다.
***
예술학교에스테티카앞에있는술집.
트럼펫과베이스그리고틀에구애받지않는피아노소리가귀에울려퍼졌다.
달달하게허밍을하던여성이잔잔히가사를읊더니,트럼펫과맞추어점점목소리를높여갔다.
잔잔한것은바뀌지않지만즐거움이사라지지않는곡조.사람들은이런노래를듣기위해이곳을찾아왔다.
이곳은학원도시에서도가장인기있는재즈라이브바.수준있는재즈밴드만이무대위를오를수있었다.
“그래서,존이석양을등지고입을열었지.”
재즈바카운터에서는검은양복을입은사내,아서와저번사건에연관되어있는웰시코기,론이대화를나누고있었다.
“···술한잔하겠나?”
낮게목소리를깔은웰시코기.
아서는그의성대모사에입을살짝벌리고감탄했다.그의목소리에소설 속 장면이머릿속에단번에그려졌으니까말이다.
저번사건이후,아서는언제나처럼하루일과가끝난후호텔에가기전에술을한잔걸치고있을때였다.
드래곤들과같이사는집에들어가기전,조그마한웰시코기,론이뽈뽈뽈뽈와서아서에게카운터위에올려달라고부탁한것이다.
게이소설을혐오하는아서는인상을찡그렸으나,웰시코기론의얘기를듣다보니,그에대한생각은점차달라져갔다.
론은진정타인에게칭찬만을받기위해서글을썼던것임을 알게 되었다.
저번사건이후BL에B자만꺼내도이제미친듯이짖을정도로혐오한다고스스로도말했다.
무엇보다그와마음이통했던 이유는, 그가사나이라면좋아할수밖에없는요소들을 줄줄 꿰고있었기 때문이었다.
술얘기이며,여자얘기이며,심지어자신은운전하지도못하는자동차까지.
그이후로가끔연락이닿아서 같이 술을걸쳤는데,그와대화를나누면나눌수록재미가있었다.
언제한번‘그렇게글을잘쓰시면서학교에는왜다니시는겁니까?’라는질문에그는.
“나보다더잘쓰시는분들이이곳에있으니까.몇십살먹은드워프들이졸업하고도계속교수옆에있기위해서조교로취업하는데나라고못할게뭔가?”
라는재치있는비유까지보여주었다.
“자자.오늘도빠질수없지.잔을들게아서.”
그리고론과만나서대화를하다가,주제가끝나면항상하는게있었다.
그건바로.
“오늘도만족할만한하루였기에,잔을든다.”
"온더록으로."
쨍.
유명한소설에서나온대목중하나를따라하는거였다.
이대목은마투술선생님이가장좋아했던대목중하나였고,자신도영감을받은대목이었다.
그것을론도가장좋아하는대목중하나라고말했으니.
우리는같이술을마시면항상이대사를읊으며잔을부딪혔다.
나는잔이부딪히는것과동시에술을목에털어넣었다.
론도잔을입으로물고고개를들었으나.
“···케,케켁!!”
갑자기사례가들린듯캑캑거리기시작했다.
“론,무슨일입니까.”
나는성급히그의입에서잔을빼내주었다.
“케,케헥···아서,자네에게손님이온것같군.”
“손님말입니까?”
나는자신을쳐다보는시선을향해고개를돌렸다.그곳에는오르시니가의영애,리체르카오르시니가있었다.
“...”
오랜만에호텔에서묶는다고말하고론과술을걸치고있었는데,갑자기술기운이다날아가는것만같았다.
그야,직접찾아오라고쪽지를남겨놓기는했는데술을들이켜면서쉬고있는시간에 찾아오는것은선을넘는게아닌가.
옆에있는커다란덩치가묵묵히입을처닫고있는것을보니,속이올라오는것같기도했다.
나는눈을억지로찌푸려서웃음을짓고입을열었다.
“안녕하세요.모루시···.”
“오르시니,리체르카오르시니입니다.”
“아.죄송합니다.술에취해서···기억이잘안났습니다.”
아서가미안하다는듯이코웃음치며입을열었다.
리체르카는저번과는다르게 입을꾹다물고미소를유지했지만,옆에있던수행원의주먹이부들부들떨리는것이보였다.
“실례가되지않는다면시간좀내주시겠어요?”
“실례가맞으니까다음에오시는걸.”
“아서.”
론이조용히아서의말을끊듯이불렀다.
아서는그에따라바로론에게시선을옮겼고,론은아서가자신을바라보자조용히말을이었다.
“나도저아가씨가누군지아네.거스르려하지말고조용히응해주게나.”
“···론.”
론은그말과동시에지금까지자신이마신것과아서가마신것을한꺼번에계산하더니,카운터에서폴짝뛰어내린후조용히문밖으로걸어갔다.
“...”
아서는조용히떠나는사나이웰시코기론을쳐다보았다.씰룩이는앙증맞은엉덩이와는다르게그는수컷중에진짜수컷이었다.
게이소설을썼다는인생의오점만없었으면더좋았을텐데.
리체르카는론이나가자바로아서의옆자리에앉았다.그리고그녀뒤에서는커다란수행원이뒷짐을지고자리잡았다.
아서는이번에도그녀에게눈길을주지않았다.
그저조용히.
화를식히기위해품에서파이프를꺼내불을붙였다.
틱틱.
“후.”
맛깔나게연기를내뱉는아서.
그것을본리체르카는눈썹이 파르르 떨렸다.
저번과똑같이자신을무시하듯파이프를피고있었으니까.
하지만그것보다더중요한게있었으니.
리체르카는로렌스에게침묵마법을작동시키게한뒤곧바로입을열었다.
“저번에는인사도없이먼저가서죄송합니다.”
“괜찮습니다.지금바로문밖으로나가주시면풀릴것같으니까요.”
아서는비꼬듯이대답했다.
그는귀족의자식이라면서어깨에힘주고제멋대로행동하는어린애들을싫어했으니까말이다.
“네놈···.”
아서의태도에버릇이없다고생각한로렌스는,주먹을꽉쥐고그를교육하기위해발을한발자국내밀려고했으나.
“로렌스.”
그것을리체르카가차가운한마디로멈춰새웠다.
“...”
자신을무섭게내려다보는로렌스의시선을느끼며,아서는피식웃음을흘렸다.
그에맞추어로렌스의이마에핏줄이돋아난것도느껴졌다.
리체르카의다음대사가없었으면술한잔을더마시면서약올려주었을터인데.
“···혹시단죄자에대해서아시나요?”
그녀의한마디가분위기를망쳤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