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6화 〉 35화 악당 영애는 패배하고 싶어 (11)
* * *
마른하늘,나무가울창한숲에토드교수가저무는석양을등지고서있었다.
뭉게구름이두둥실떠다니다가석양의빛을머금고붉게변했을때.
아서는교섭결렬이라는말을내뱉고교수에게달려들었다.
여타다른마법사들과다를바없는느린속도.그에토드교수는의문을가졌다.
왜 마법사인아서가 자신의쪽으로달려들까 하고.
하지만방심할 수는 없었으니.
아서가자신의사정거리내로들어왔을때.
그는아서의몸을두동강낼기세로대검을거칠게휘둘렀다.
부웅.
“!!”
허공을가르는대검.
순식간에아서가교수의시야에서사라졌다.교수의 눈은 깜짝놀라 확 뜨여졌다.
그리고그순간.
빡!
갑자기사라졌던아서가다시나타나교수의얼굴에주먹을박아넣었다.교수는이빨이몇개빠지는것과동시에몸을주춤거렸다.
기회를놓치지않고두번째주먹을날리려는아서.하지만교수는 노련했다.
그는 곧바로 카운터를각오하며기척이있는곳에발을뻗어걷어찼다.
아서는무리하게주먹을맞추려하지않고 몸을돌려발길질을피했다.
그리고그간격에있어봤자연달아기회가올것같지않아서뒤로한번뛰어 거리를벌렸다.
한번의격돌로얼굴이엉망진창이된교수.
아서는웃으며조롱하듯이말했다.
“등껍질을입고있어서그런가.느리시네요.”
토드교수는아서의말에휘둘리지않고피를퉤내뱉으며,방금전의일을되짚어보듯이입을열었다.
“시간차공격인가.”
아서는어깨를으쓱였다.
그리고이번에는천천히걸어서교수에게접근했다.
분명한번에끝낼생각으로 마력을담아서얼굴에박아넣었는데그것을흘려내다니.붉게달아오른얼굴에비하여교수는아직멀쩡해보였다.
맷집도그렇고두번째주먹에대한대처도그렇고,역시만만히볼상대는아니었다.
그또한이사장님이직접뽑은교수였으니까.
두번째로아서가접근했을때.
교수는아까와같이다짜고짜대검을먼저휘두르지않았다.
침착하게아서가어떻게움직이는지보면서 시시각각반응했다.
아서는두주먹을턱쪽으로올린채,몸을낮게숙이고파고들었다.그리고섬광처럼주먹을빠르게뻗었다.
교수는아서의주먹을눈으로좇으며,대검을잡지않고있는왼손으로쳐내거나,상체만을움직여피해냈다.
그는마법처리가되어있는두터운가죽갑옷을입고있던지라,주먹을날릴수있는곳은한정되어있었다.
결국아서의공격에피해가거의없었으니.
교수는안정적으로대검을휘두를수있게되자,곧바로대검을휘둘렀다.
아서는거리를크게벌려몸을뒤로쭉뺐다.
교수의능력이무엇인지확실히몰랐으니까.
굳이검을아슬아슬하게피해내며모험을하고 싶지 않았다.
계속야금야금.
갉아먹듯이.
이득을취할수있을때만주먹을휘두르고빠지는것을반복했다.
보통사람이었으면굉장히화낼법도했지만,교수의표정은한없이여유로워 보였다.
지금이렇게시간이 흐르는동안에도오르시니영애의수작질을하고 있는 것을 알았으니까.
급한것은아서쪽이라는것을 알았다.
아서또한그것을알고점차 몸을 빠르게 움직였다.
한두번이었던타격은이제질풍과도같이연속으로주먹을뻗었고,치고빠지는타이밍조차아슬아슬하게바뀌어갔다.
마법이걸린 가죽갑옷을 입어도 피해를완전히무시할수없었기에,교수의피해는점차누적되어 갔을 것이다.
하지만몇대를맞든교수의얼굴빛은변하지않았다.
처음얼굴에주먹을맞았을때를빼고 말이다.
마치성벽과도같은맷집과반응.
마음이 조금씩 조급해졌다.
처음부터연기를사용해마법진을그렸으면 몇번이고그를찢어발길수있었을터인데.
이런싸움이이후에또몇번이나있을지를몰랐으니.
아서는시간보다마력을아끼는것을선택한것이다.
답답한마음에후하고긴호흡을내뱉었을때.이번에는교수가농담하듯이입을열었다.
“젊은친구.힘좀더써보게.오늘오르시니가의영애가몰락한다고하지않았나.”
아까의대화를마음에두고있었던것일까.
아서는 굳이 반응해 주지 않았다.
이제는상정했던것보다마력을더쓸생각이었다.
아서는몇번의심호흡끝에 천천히 흐르는 구름처럼 교수에게다가갔다.
그순간.
교수는심상치않음을느꼈다.
처음있었던격돌과는 다르게, 달려오는것조차아니라 느긋하게걸어왔으니까.
교수는눈에마력을불어넣어서아서를 쳐다 보았다.
그리고그의전신이마력을덮어씌어있는것을확인했다.
아까보다더빠른가속을보여주려는것일까.
‘그렇게는안되지.’
교수는아서가자신에게거의다다가왔을때.
그에게눈을떼지않고자신이휘두를수있는가장빠른속도로대검을휘둘렀다.
그는아서가이번에얼마나빠르게움직이든지눈으로좇으려고했다.
하지만아서는그의공격을 피하지 않았다.
그에 그대로아서의몸이대검으로갈라졌다.
후웅.
그런데이번에도들리는것은허공을가르는 소리였으니.
분명대검으로갈랐을터인아서가.
구름이흩어지듯이사라졌다.
귀운(?雲)
그 순간 교수의시야밖에서 아서가 확나타나 그의얼굴에주먹을꽃아넣었다.
콰드득하는소리와함께교수의 모든 이빨이우수수떨어져나갔다.
아서는주먹에서뼈가 제대로 부딪히는느낌을 받았다.
제대로 들어갔으니.
이제곧그가쓰러질···.
“여윽시.을굴을노릴줄알았드.”
일그러진발음.
교수는이빨이다털린바람에발음이세어나왔다.
무엇보다 놀란 것은 그가 기절하지않았다는 사실이었다.
코피를줄줄흘리며눈에 핏발이 선채로,어느새대검을들던 오른손으로아서의주먹을잡아챘다.
아서는교수의끈질김에짜증이나서눈썹을찡그리고무릎으로그의복부를걷어찼다.
퍽!
“흡!!”
교수는헛바람을들이키며고통을호소했다.
하지만 놓칠생각이없다는듯 아서의손을더꽉잡았다.
대체왜.
지금손을잡아봤자무슨이득이있다고.
그때.
탕!
갑자기멀리서들리는총소리.
슉하는소리와함께아서에게 총알이날라왔다.
아서는계속주변의마력을감지하고있었기에몸을틀어서마탄을피해냈다.
하지만땅에부딪혀야하는마탄이한번직각으로꺾이며아서의몸쪽으로파고들었으니.
“큭!!”
아서의팔에적중한마탄.
단번에근육이파열되어너덜너덜해지며 축처졌다.
지금까지이것을노리고있던것일까.
교수는작전이성공했다는듯이다뽑혀진잇몸을드러내며크게입가를올렸다.
아서는고통에비명을지를새도없이곧바로교수의안면에박치기를박아넣었다.
“크학!!”
쿵소리가날정도로강하게들어간박치기.
드디어교수가얼굴이짓뭉개지면서아서의손을놓쳤다.
아니,이제자신의얼굴이엉망진창이되었어도,팔한짝못쓰는상대보다는유리하다고생각해서일부러놓은것이다.
교수가서서히눈을뜨며다시대검을들었을때,아서는이미몸을감춘지오래였다.
그는입가에피를줄줄흘리며미소를띤채주변을탐색했다.아서는마법으로자신의덜렁거리는팔이떨어져나가지않게응급처치했다.
그리고처음부터연기로마법을사용했어야되었다고후회했다.마력을아끼려고했다가팔도잃고시간도잃지않았는가.
너저분한팔에의해오토바이를다시타는것은고사하고,정각이지나기전까지이일을끝내지못할거라는생각이머릿속에들어왔다.
점차분노가쌓여가는아서.
속으로계속씨발거리며거칠게욕설을내뱉었다.
지금이러고있는시간에도자신과연관되어있는사람들의목숨이어찌될지모르는상황이었으니까.
싸우기전에분명교수는자신의입으로오르시니영애의부탁으로움직이고있다고했으니,그녀가주모자인것은확실했다.
아서는이를빠드득빠드득갈며이상황을타개하려고머리를굴렸다.
하지만그때.
탕!!
또다시들리는총소리.
그탄환은자신이숨어있는곳으로날라오는게아니었다.
무슨 꿍꿍이가 있는 것일까.
펑!!
귀에무엇이가터지는굉음이들렸다.
설마하는마음이생긴아서는 빠르게 고개를돌려굉음이일어난곳을쳐다보았다.
“...”
굉음이일어난곳은주차해두었던오토바이가있던곳이었다.오토바이는 총알에의해폭발하는것과동시에부품이이곳저곳흩어져 있었다.그리고그자리는활활타오르고있었다.
아서는인상을확찡그리고주먹을꽉쥔다음자리에서일어섰다.
그와 더불어 나무뒤에서나와교수쪽으로다가갔다.
“드이으항보칼마으미드릈는가?”
어눌한교수의목소리.
그는아서가스스로항복해야한다는사실에못마땅해서인상을찡그린다고생각했다.
아서는대답하지않고자신이던져놓은양복과넥타이그리고파이프를주웠다.
교수는팔로얼굴을닦으며비릿하게웃었다.
서서히교수쪽으로다가가는아서.
“...”
아서가전혀항복하는사람처럼보이지않자,교수는자세를잡았다.
그리고.
팍!!
땅을박차며아서는교수쪽으로 뛰어들었다.교수는 그가 포기하지 않을 줄 알고 자세를잡았다.
하지만 정작 아서는교수를무시하고 뒤쪽으로 달려나갔으니.
탕!!
이상이발생한것 같자 곧바로총을쏘는저격수.
아서는그것을 쉽게피해냈다.
아까처럼붙잡혀있지 않았을뿐더러,총알이어디서날라오는지알고 있었으니까.
한번직각으로꺾이는효과가담긴마탄을부여해도아서를맞출수는없었다.
교수에게서점점멀어지는아서.
그는교수를상대하지않고곧바로저격수쪽으로달리고있었다.
교수는이제상대할가치도없다는듯이.
"허."
그에교수는아서를닭쫓던개처럼쳐다보았다.
이렇게노골적으로자신을무시할줄은몰랐으니까 말이다.
갑옷을벗어던지고대검을놓으면분명따라갈수는있을것이었다.
하지만그가몸을돌려기습하면자신이위험했다.
결국교수는허탈하게아서가멀어지는것을지켜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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퍽!!
“크아악!!”
아서는부비트랩이잔뜩깔려져있던건물로들어가저격수를찾아냈다.
그리고분을풀듯이그를기절시키지않고계속주먹으로두들겨팼다.
저격수는 온몸이피떡이되어기절해서야 아서의손길에서벗어날수있었다.
오토바이를잃은아서는더이상교수를상대할필요를느끼지못했다.
오토바이를타고 가는것을방해받을까봐그를쓰러트리려고했던것이니까.
“후.”
아서는 파이프를 입에 물고 저격수에게있던붕대를 사용해 자신의팔을감았다.
그리고다음상황을어떻게풀어나가야할지계속머리를굴렸다.
이대로다시도시로돌아갈까.
혹은어떻게하면오르시니가의저택에가서그녀를붙잡을수있을까같은것들말이다.
그때.
아서의정장속에서벨소리가울렸다.
아서는파이프를잠시바닥에 놓고 휴대폰을꺼내누가전화를걸었나확인했다.
“...”
모르는전화번호.
설마하는마음에아서는통화버튼을누른다음귀에전화기를조심히가져다댔다.
[아.아.들리시나요아서씨?]
오르시니가의영애.
리체르카오르시니의목소리.
그녀의목소리는어느때보다들떠있었다.
기분이굉장히좋다는듯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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