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8화 〉 37화 악당 영애는 패배하고 싶어 (13)
* * *
아서의울음섞인목소리로설명을들은미츠키는전화를끊자마자곧바로식탁에서일어섰다.
그리고의자옆에놓여있던칼을왼손으로잡고자신의방으로천천히걸어갔다.
그때.
“미츠키!!”
엠마가다급하게큰소리로외치며들어왔다.
“너,너너!!힘의제한풀었지지금!!”
교화부학생들하고어울리고있던엠마는,주변이심각하게일그러질정도로요동치는마력을느꼈던것이다.
엠마는아무일도아니라고대답해달라는듯이간절하게미츠키를쳐다보았다.이사장이알면또엄청귀찮아질테니까.
하지만 미츠키는엠마의모습을신경쓰지않고입을열었다.
“엠마,텔레포트쓸준비해라.”
“···뭐?”
갑작스러운말에엠마의얼빠진표정을지었다.대뜸텔레포트를준비하라니.초저녁에무슨엉뚱한소리인가.
“···어디로갈건데?”
하지만엠마는딱히말꼬리를잡지않고,웃옷을걸치고있는미츠키를보며질문했다.
그녀가평소와 다르게심각한분위기를풍기고있었으니까.
눈빛은평소보다훨씬날카로워져있었고,대답도제때제때하지않았으니, 굉장히화나있다는 것은 누가봐도 알 수 있으리라.
엠마는 지레겁을먹고침을꿀꺽삼켰다.미츠키는준비를끝내고담담하게말했다.
“친구,아서가부탁했다.도와달라고.”
“어?아서가···?”
엠마는불쑥등장한이름에당황했다.
그아이는아침까지만해도아무문제없이집에서잘나가지않았는가.
“...”
하지만미츠키의말은허언이아닐터.
엠마는곧바로마력을집중시켜서텔레포트를사용하기위한사전준비를했다.
“그래서.어디로가야하는지는알아?”
정확한사정은모르겠지만,아서가사건에섞여있다면반드시움직여야했다.
그아이에게는‘그 분’이관여되어있었으니.만약 그를 그대로 방치할경우세계의질서가어떻게될지모르는일이었다.
“모른다.”
“뭐?”
“지금부터감으로찾을생각이다.5분내로.”
무슨말도안되는소리를.
어디로가야할지도모르면서텔레포트부터준비 시킨 것인가.
엠마는미친년아!! 하고소리치고싶었지만입을꾹다물었다.
미츠키의표정은어느때보다진지해보였으니까.지금은집중한다는듯이잠시눈을감고있었다.
띠링!
갑자기 미츠키의핸드폰이울렸다.
미츠키는곧바로눈을떠서핸드폰을확인했다.
[단죄자님의긴급의뢰로인질들의위치를알려줄요나에요.(´▽`)]
발신자가뜨지않는수상한메시지.
단죄자의의뢰라는문자와함께몇개의정확한위치가지도위에찍혀있었다.
미츠키는문자의좌표를곧바로엠마에게전달했다.미리 준비하고있었던엠마는 텔레포트를 사용하였고드래곤들은그자리에서사라졌다.
*
미츠키에게감정을토해내듯이울먹이며부탁할일을말했다.굉장히꼴사나웠겠지만지금은한시가급한상황이었으니어쩔수없었다.
그리고전화를끝자마자사이버탐지전문가디텍토맨서(Dectectomancer)에게의뢰를넣었다.
꽤나먼과거부터함께한그녀는이런일에대해서누구보다믿음직한사람이었으니,순식간에인질들의모든위치를미츠키에게전달해줄터였다.
시간제한을넣은만큼굉장히많은금액이청구되겠지만말이다.
“하아.”
한껏감정을쏟아내고나니마음이가라앉았다.거기다가미츠키의차분한목소리를들어서일까.
아니면미츠키가그들을반드시구해줄거라는확신이마음속에자리잡아서일까.
무엇이되었던미츠키의존재가나에게커다란도움이되어,내상태또한침착해지고차분해졌다.
자물쇠가흔들리지않고멈추어가고있을정도로말이다.
물론기억을풀어버리고정화하면저번과같이마력이더욱정순해지겠지.스승님이내린과제해결에도더가까워질수있을테고 말이다.
하지만 지금 결정한 선택을후회하지는 않았다. 붙잡혀있는그들의목숨보다소중한것은없었으니.앞으로자물쇠를풀기회따위는 언제든지있을 것이었다.
나는꿇었던무릎을서서히일으켰다.
그리고다시파이프를입에물고앞으로천천히걸었다.
“후.”
연기를내뱉으며미츠키를친구로사귈수있었던게인생에서가장큰행운중하나가아니었을까생각했다.
이제.
마음놓고오르시니가의영애를벌하러가면되는일이었다.
팔한짝이없어도괜찮았다.이만한고비는수없이넘어왔으니까.
어떤과정을거치고결말을났는지기억에없는게있어도,몸과영혼은기억하고있었으니.분명괜찮을것이다.
그렇게몇걸음움직였을때.
뚜루루루루.
또휴대폰이울리기시작했다.
벌써15분이지난걸까.
나는혀를차고방금품에집어넣었던휴대폰을다시꺼내들었다.정확히몇분이지났는지도가늠이잘되지않았으니,오르시니가의영애가아닐수도있었다.
“...”
화면을쳐다보니전화를걸어온사람은네네였다.이사장님에게이야기를듣고걱정되어서전화하는것일까.
그렇게휴대폰통화버튼을눌렀을때.
[오빠!!!!]
“윽!”
귀청이떨어질정도로커다란네네의목소리가들렸다.무엇보다굉장히뿔이났는지아이에게잔소리를하시던아주머니와같은톤이었다.
“그렇게하지않아도다들립니다.”
[내가리체르카랑어울리지말라했지!!]
잔소리를하는네네.
나는솔직한심정으로말했다.
“저도어울리고싶지않았는데···일이그렇게됐습니다.”
[···그럴것같았어.지금바쁠것같으니무슨일때문에그렇게됐는지는나중에들을게.]
네네는선심쓴다는듯이말했다.
그리고이일에대해서어물쩍넘어가지않겠다는마음또한전해졌다.
하지만그녀들에게단죄자에대한이야기를해줄생각은없었으니.조금각색해서말해줘야겠다.
[그리고, 아!!언니!!내가끝까지얘기를 아앗!]
휴대폰너머로피네와무슨소동이있던걸까.둘이서몸이부딪히는소리가귀에들려왔다.
[아서선생님.]
그리고 전화의주인이피네로바뀌었다.
“네,듣고있습니다.”
내가대답했지만그녀는곧바로말을이어가지않았다.잠시머뭇거리고있는걸까.대체무슨말을하려고.
[믿고있어요.이번일도무사히끝마치고올거라는걸.]
얌전히조곤조곤말하는피네.
그말을듣고피식웃음이흘러나왔다.마치응원해주는것같아서말이다.
“아.”
갑자기머릿속에과거의일이떠올랐다.
스승님이떠나고감정제어반지가사라졌던일말이다.
그때분명감정제어반지가사라졌던순간이라혼란을겪어서그녀들에게조금차갑게대했었는데.
···언젠가사과해야겠다는생각이들었다.
“네,무사히해결하고오겠습니다.”
나는그렇게대답하며전화를끊으려했다.
하지만피네가아직할말이있는지말을이었다.
[그리고선생님.이사장님께서저희가가려는걸막으셔서선생님의친구분께대신부탁드렸어요.선생님을···도와달라고.]
“네?”
서로친구가되자하고친구관계를맺은것은분명미츠키씨와이사장님뿐일터인데.
“아서!!”
“악!!”
나는깜짝놀라서크게소리쳤다.
귀청이찢어질것같은외침.포탄이발포하는소리도이정도로시끄럽지는않으리라.
그리고두손으로황급히귀를막고소리가들리는하늘을쳐다보았다.그곳에는검은색날개를달고있는무언가가수직하강하고있었으니.
콰아아앙!!
속도를줄이지않고바닥에부딪히며주변은흙먼지로뿌옇게변했다.땅은포탄이떨어진듯움푹들어갔다.
나는켈록켈록거리면서연달아기침했다.
떨어진누군가는서서히내쪽으로다가왔다.
커다란덩치.
정장위로드러나는큼지막한근육.
새까만머리에벽돌보다커다란주먹을가진그는로한이었다.
“아서!괜찮은가!!피!!지금피가나오고있지않은가!!”
그는꽥꽥소리를지르며호들갑을떨었다.
그리고내몸을큼지막한두손으로번쩍들어올려서흔들었다.
갑자기상하로몸을미친듯이흔들리는내몸.
“우욱.”
점심에먹었던것들이전부토로나오려했다.
“···씨발그만해!!”
빡!!
결국참지못해서전력을다해주먹을휘둘렀지만.
“흠.”
로한은고개가돌아가기는커녕동작을멈추고나를쳐다보았다.
“큭···.”
오히려피해를본것은내손이었으니.콘크리트를있는힘껏쳐서손의뼈가박살난기분이었다.
로한은멋쩍게미소지으며슬며시나를내려놓고머리를긁적였다.그리고품안에서무엇인가를꺼내들었다.
피와같아보이는새빨간액체가들어가있는유리병.꽤나비싸보이는회복포션이었다.저거하나면쓸만한차한대정도는쉽게구할수있을정도로말이다.
퐁!
로한은곧바로마개를열었다.
“야,너설마.”
그리고내팔에거침없이부었다.
나는그의비이성적인행동에저절로입이벌어졌다.
이런치료는사제에게받는게훨씬저렴했을뿐더러.과거에저지른온갖파괴행위에대한배상으로지갑사정이넉넉지않은것을알고있었으니까.
일말의망설임도없이귀한포션을부울수있는형편이아니라는말이다.
“아서.”
로한은크게입가를올리며말을꺼냈다.
“이걸로빚은얼마나사라졌지?”
“뭐?”
“자네가매일말하지않았나.빚이니까나중에갚으라고.”
“...”
정작언제어떠한도움을받았는지도기억하지도않는주제에.
그리고무엇보다그는과거에내가도와준만큼나를도와주었다.빚이라고는전혀없는깔끔한관계라고말할수있을정도로말이다.
하지만저말은···.
이해타산적인나를배려해서해준말같았다.
로한은멍청하지만때로는능청스러운재치를보여줬으니까.
“나중에이사장님에게말해서똑같은걸로구해줄게.그리고.”
“주절주절말할필요없다.술한번사주면된다.지금부터도울것까지쳐서.”
“너···.”
할말을잃었다.
시원스럽게말하는로한때문에.
그는금전적감각마저잃어버린것일까.
“...”
진심으로보이는로한의눈빛.
방금전의말에한치의거짓도담겨있지않는것을증명하는듯했다.
“그래.”
나는짤막하게대답했다.
어떤가게나어떤술같은구체적인얘기는꺼내지않았다.그런건별로중요하지않았으니까.같이마신다는것에의미가있었다.
내대답을들은로한은함박웃음을지었다.어느때보다기쁘다는듯이말이다.
나는순식간에치료된팔을몇번휘둘렀다.
그리고완전히회복된것처럼느껴지자,로한에게목적지까지데려다달라고부탁했다.
로한은흔쾌히끄덕이며나를바람을이용해하늘로띄워주었고,자신은날개를펼치고날아올랐다.
그리고목적지까지날아가면서생각했다.
과거에는단죄자와무차별파괴범이라는소리를들은우리는,이제단순히아서와로한일뿐이라고.
나는스승님의과제를 하느라 여유가없었고,그는이사장님에게묶여서수많은일을해야하는처지였지만.
몇년이지나도.
어떠한일이있더라도.
우리가서로변할지언정.
이친구관계는변하지않을것같았다.
***
깜빡거리는가로등.
적막한저택의정원.
검은양복을입은조직원들이곳곳에서기관총과대마물용포를설치한채대기하고있었다.
바리케이드와엄폐물도잔뜩깔려져있었으니,누가이방비를누가뚫을수있을까.초대형마물이와도순식간에걸레가되어버릴게분명했다.
하지만그때.
저벅저벅.
두개의발걸음소리가저택근처로다가왔다.
그리고.
쾅!!
주먹으로문을박살냈다.
한번에뿌옇게먼지로휩싸인정문.
두명이그밖으로당당히걸어나왔다.
커다란근육질사내하고,비쩍마른사내.
비쩍마른사내는정장을등에걸친채여유롭게연기를내뱉고있었고.
근육질거한은두주먹을꽉쥐고뭐든지박살낼것처럼쿵쿵발을내딛었으니.
모두가침을꿀꺽삼킨채긴장했다.
아서는그들의몸이바짝얼어붙는것을보고웃으며입을열었다.
“주인님왔다.개새끼들아.”
순식간에아서와로한에게기관총세례가펼쳐졌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