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9화 〉 38화 악당 영애는 패배하고 싶어 (14)
* * *
조용히의자에앉아있으니수많은소리가들렸다.
끊이질않는기관총소리.
포탄이폭발하는소리.
그리고수많은사람들의비명소리.
리체르카는잔을기울였다.
그는단죄자님과어떻게친구가 될 수 있었을까.
그리고이사장과어떤관계를맺었길래그의비서까지이용할수있었을까.
돈도.
명예도.
권력도,모두관심없어보였는데.
소탈하게그림이나배우고도서관과단련실만을다니던일상.만약그에게천천히접근했으면자연스럽게단죄자님의정보에대해서얻을수있었을까.
···아니.
분명그럴수없었겠지.
내인생의목표는단죄자님에게패배한다음황홀한쾌락을느끼고죽임을당하는일이지,그와혹은단죄자님과친하게지내는일이아니었으니까.
리체르카는잔을지그시쳐다보며생각하다가,깔끔하게술을입에털어넣었다.
어차피그또한이사장의체스말중하나였다.
그가이곳에당도해서벌을내린답시고할수있는일은 학생재판정도였다.
내뒤에는오르시니가의후광이있었으니.이일에대해직접적으로관여하지못할터.여기서패배하는일따위없었다.
리체르카는그렇게생각하며아서를기다렸다.
***
타타타타당!!
빗발치는탄환.
아서는그사이를여유롭게파이프를물며걷고있었다.로한의능력에의해단한발의총알도자신에게닿지않았으니까.
콰아아앙!!
로한이주먹을뻗자우렁찬천둥소리가났다.
그리고거대한바람이일어나수많은사람들이비명을지르며하늘위로붕떠오른다.
그것을본아서는크게웃었다.
그광경이마치영화의한장면처럼보였으니까.
조직원들이미친듯이기관총을갈겨도.
날붙이를들고달려들어도.
멀리서마법을일으켜서자신을덮치려고해도.
로한의주먹한방.
능력한번이면그들의노력은모두헛수고가되었다.
이것이이사장님의비서.
이사장님의주먹,로한이었다.
경호와파괴,그리고으름장을넣기위해서채용된만큼,이학교에서로한을확실하게이길수있는상대는이사장님뿐이었다.
대등하다고말할수있거나,결과를모르겠을존재또한한손안에꼽혔다.
“네놈!!지금여기가어디인지알고왔느냐!!”
쌓아놓은바리케이드하고검은옷의조직원들이박살이나고있자,교수로보이는아저씨가눈뜨고볼수없다는것처럼앞으로나왔다.
저자신감과마력의흐름으로만보면그또한어디가서숙이고다니지않을정도였으나.
아서는그것을신경쓰지않고입가를올리며미소지었다.
콰앙!!
“크아아아아악!!”
교수라고박살나지않는것은아니었으니까.
“으으···.”
“크흐윽.”
몇초도지나지않았을때는벌써정원에있던모든조직원들이땅을기고있었다.
그들은모두비참한신음소리를내며지렁이같이움직였기에,아서는그냥내버려둔채커다란저택의문을열었다.
끼이익.
“...”
싸늘한침묵.
정원에서와는달리모두가아서와로한에게총을겨눈채대기하고있었다.그리고그들모두 응시하기만할뿐별다른행동을먼저하지않았다.
아서는그들의태도를보고 손을뻗어로한을잠시멈춰세웠다.그러자그중에서가장강해보이는노인이앞으로걸어나와입을열었다.
“···젊은친구.이학원도시에어두운뒷면에대해서알고있는가?”
점잖게입을여는노인.
탐색해본결과그또한마법사였다.
현대마법사들이말하는기준으로는5서클정도될것이었다.
아서는그말에굳이대답하지않고어깨를으쓱여보였다.그러자노인은아서가자신의얘기를들어줄것같아입을열었다.
“자네도알다시피오르시니의조직은그중에서굉장히신사적이라네.마약을몰래유통하지도않고,학생의약점을잡아서노예처럼부리지도않아.그녀는자신의아버지처럼···.”
“뭔헛소리를하는겁니까.”
갑자기아서가노인의말을끊었다. 그는 조직에대해대화하려고온것이아니었으니까말이다.
그에노인은빈정이상한듯인상을찡그리며입을다물었다.아서는그것을보고계속입을열었다.
“저는여러분의정치싸움에휘말려서온게아닙니다. 그저 제주변사람들이 납치당해 온겁니다.”
“···젊은친구.그것또한이유가있지않겠는가.오르시니아가씨는꽤나영특한편이니서로대화를나누어서타협을하면.”
“그혹시···없으십니까?”
“뭐?”
아서의갑작스러운질문.
무엇이없는지구체적으로말하지는않았지만,여기저기서피식 거리거나폭소가터져나왔다.
교수는아서의말이정확히무슨뜻인지는몰랐으나,그들의반응을보고저것이좋지않은말임을깨닫으며인상을확찡그렸다.
아서는그것을보고미소지으며계속말을이었다.
“사람납치해서목자르겠다고협박하면누가타협을해줍니까?혹시그영특한오르시니아가씨에게제대로된얘기도듣지못한채,그냥‘해 줘’하면예하고움직이는꼭두각시입니까?”
“자,자네무슨!!”
아서의무례한말에교수의머리는빨갛게달아올랐다.하지만아서는더화나라는듯이킬킬되면서말을이어갔다.
“지금보니 교수님은오르시니후작의측근중한명인그리마니자작아닙니까?딸아이간수잘부탁한다는말에교수로들어왔으면예절교육부터똑바로시켜야지.일다벌어질때까지”
“이놈!!!!”
교수는못참겠다는듯이크게소리치며지팡이로마법을구현했다.
아서는상관없다는듯이팔짱을끼고입을열었다.
“로한.”
쾅!!
순식간에그들이있던로비는풍비박산나기시작했다.
***
쿵.
앞으로넘어지는문짝.
아서가한발자국을앞으로내밀며입을열었다.
“잘들있었냐.”
그리고짙게웃으며푸른연기를내뱉었다.이상황이너무나도즐거웠으니까.
리체르카는서서히눈을뜨며차가운목소리로입을열었다.
“당신은대체어떤삶을살아왔길래이사장님이비서까지빌려주는겁니까?”
수많은병사를배치했다.
수많은작전을생각했다.
하지만이사장의비서는그런것들로막을수없을정도로너무나도강력했다.애초에그는드래곤들과강함을견줄수있는발록이었으니까.
아서는그녀의말을듣고어깨를으쓱였다.대답하지않겠다는듯이.하지만로한이아서의앞으로걸어나오면입을열었다.
“이사장님의명령이아니다.”
“···네?”
갑작스러운말의내용에리체르카는의문을표했다.
로한은묵묵히말을계속이어갔다.
“아서는나의친구다.곤란할때도와주는건당연하다.”
“...”
리체르카의 로한의말이이해가가지않았다.이사장의저비서는발록이지않은가.
어떻게.
대체어떻게발록하고친구관계를맺는다는건지.
‘아.’
그때.
리체르카의 머릿속에전구에불이들어오듯생각이떠올랐다.
아서,그는이미단죄자의친구였을뿐더러친구관계를만드는데특출난사람이구나하고말이다.
리체르카는혼자서납득하고후훗하고웃으면서입을열었다.자신의패는이것으로끝난게아니었으니까.
“아서씨.그래봤자당신은저에게손끝하나댈수없지않나요?지금움직이시면인질들이.”
뚜루루루.
리체르카가말하는도중갑자기핸드폰이울렸다.아서는그녀의말이끊어지든지말든지상관없이통화버튼을누르고휴대폰을귀를가져다대었다.
[아서.사람들을모두구하는데성공했다.]
그곳에서는미츠키의담담한목소리가들렸다.
그리고그것을들은아서는가슴을쓸어내렸다.
미츠키가일을제대로해줄거라는확신은있었지만,역시직접듣는것과는달랐으니까말이다.
곧바로아서는좋은생각이떠올라통화를스피커모드로전화하고다시입을열었다.
“다시한번말씀해주실수있나요?”
아서의말에미츠키는무슨일인지몰라잠시침묵했지만,곧바로그의의견대로입을열었다.
[모든사람들을구하는데성공했다.사상자는한명도없다.]
스피커로울리는미츠키의목소리.
리체르카의동공이확장되어갔다.
분명세곳이나되는곳에인질들을나누어붙잡아놓았을뿐더러,아서에게인질얘기를꺼낸지삼십분도채지나지않았으니까.
리체르카는로렌스에게명령해서인질들을붙잡고있어야하는부하들에게연락해보았지만,그들모두전화를받지않았다.
그에리체르카는속으로굉장히당황했다.
하지만그것을대놓고드러낼수는없는노릇.
겉으로는태연하게입을열었다.
“···아서씨여기서끝일것같나요?여기서당신이저에게어떻게하든지,저를적대하면당신의주변사람들은이제영원히안전을보장받지못할텐데말이죠.”
리체르카의어쭙잖은협박에아서는피식웃었다.감정마법을사용하지않아도그녀의말이거짓말인것은쉽게알았으니까.
“그때도친구들에게부탁하지뭐.”
“네?”
어떻게 들으면 무책임한발언.
하지만 아서는말을계속이었다.
“오늘에서야알았어.”
“지금의나는혼자가아니라는걸.그리고친구에게부탁 할수도 있다는걸말이야.”
아서는말을높이지않으면자신의생각을여과시키지않고그대로내뱉는습관을가지고있었다.그래서평소에는존댓말을하고다녔으나.
지금은계속이대로솔직하게말하고싶었기에계속말을놓는다.지난날혼자힘들어하던과거를돌이켜보듯이.
스승님에대한것과마법을배울생각밖에없었던그는이제제대로된인간관계에대해서알아가야했다.
과거에험난한일들을겪었을때,해결하면서성장했어야하는그는,결국해결하지못한채로안좋은기억들을그대로가지고인생을살아왔다.
지금까지는마법을배워야한다는생각으로겨우겨우버텨왔지만,인간성은거의망가지고 영혼은덜성숙해져있었으니.
중요한예절들이나처세술같은것을배웠기에,타인과대화를할때크게문제는없었지만,이대로가다가는결국고뇌하다가망가질게분명했다.
결국영혼을안정시키기위해서는 봉인된 기억들을풀어나가며,정신적인성장을끝맞추어야했다.
다양한인간관계와행복한기억들을차곡차곡쌓아야하는일은필수불가결이었다.
과거보다훨씬높은경지의마법을사용하기위해서는말이다.
아서는입에연기를내뱉으며지난날의회상을끝마친다음입을열었다.
“고맙다야.덕분에많은것을알아간다.”
“...”
하지만아서의사정따위모르는리체르카는입술을짓이겼다.그의말이자신을놀리는말로밖에들리지않았다.
그녀의머릿속에아서는별볼일없는,그저다양한친구를사귀고있는사람으로만인식했었으니.지금아서가하는말을이해할수가없었다.
결국머릿속이복잡해져서인상을찡그리는리체르카를보고아서는피식웃으며말했다.
“그래도마무리는내가할생각이니걱정마.”
“···그게무슨소리죠?”
오르시니가의영애.
그녀스스로가패배했다는기분을심어주려면,그녀가가장믿고있는자를직접쓰리트리는게좋았다.
아서는그말과함께로한을쳐다보았다.
“로한,이주변에있는사람들다쓰러트린거맞지?”
“그렇다.”
“그럼오랜만에지켜보고 있어라.내가싸우는걸.”
아서는어깨를풀면서앞으로걸어나갔다.
그것을본로한은살짝인상을찡그리고아서에게말을거는데.
“아서.”
“왜.”
“저앞에있는놈과지금의네가투닥거리는걸싸움이라고봐야하나?”
“...”
확실히아서와로렌스의싸움은,로한의눈에애들두명이서머리붙잡고싸우는수준이었다.
“···그냥나가라.”
아서는기분이살짝상해서로한에게짧게말했다.
로한은의도치않게아서를무시했지만,정작자신은아서가왜화난지몰랐기에조용히문밖으로나가서경계를섰다.
아서는가볍게먼저도발했다.
“복날이오려면한참남았는데,개새끼미리두들겨패서냉동이나시켜놓아볼까.”
“...”
하지만로렌스는어떠한대꾸도하지않고,리체르카의앞으로묵묵히걸어나와가만히서있었다.
그에아서는서서히로렌스에게다가갔다.
그렇게로렌스와딱부딪히게되었을때.
아서의몸이흩어지는구름처럼사라졌다.
귀운(?雲)
그리고갑자기확나타나는것과동시에리체르카의머리에주먹을날렸다.
쿵.
하지만로렌스는예상했다는듯이아서의주먹을막았다.
아서는공격이실패로돌아가자곧바로뒤로몸을뺏고,로렌스는방금까지자신의손바닥에있었던감각을되새기듯쳐다보는데.
“흠.”
겨우이정도인가하고그는생각했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