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고양이의 제자-48화 (48/154)

〈 48화 〉 47화 ­ 현장 학습을 가는 이유 (2)

* * *

“엠마.”

“...”

“엠마!”

“아,아서구나···.”

아서의외침에엠마는혼이쏙들어간듯이화들짝어깨를펴며대답했다.

“괜찮습니까?”

이질문을최근에몇번이나했을까.입에달라붙었는지자연스럽게혀가움직였다.

“응.물론괜찮아.”

엠마는헤헤웃으며괜찮다는듯이손을흔들었다.변함없는질문과대답.하지만그녀의셔츠는단추가제대로잠겨있지않았을뿐더러,눈은초점도잡혀있지않았다.

아서는답답함을느껴,속으로한숨을내뱉고는말했다.

“주말인데고생하셨습니다.저녁은제가요리하겠습니다.”

“아니야.잠시씻고다시가봐야해.”

아서가말을하며다가가코트를벗겨주려할때,엠마는고개를도리도리젓고는말을끊었다.

그녀는분명괜찮다는듯이입가는올리고있었으나,발걸음은계속쿵쿵소리를내고있었다.몸이무거워서움직이는게버겁다는듯이.

···엠마는드래곤이었다.나같은인간과는다르게체력과정신력이뛰어나고영리하기까지했으니,작업도굉장히효율적으로처리하고있을터였다.

그런데···대체얼마나많은업무가쌓여잇길래저런모습이되어버린것일까.피폐한모습을보여준지도일주일이다되어갔다.걱정을하고싶지않아도그럴수가없었다.

게다가누군가에게강제로떠밀려서업무를하는스타일이아닌,스스로찾아서하는성격과도같아보였으니.기절시키지않는이상업무를그만두지않을것이었다.

“···아서?”

잠시동안휴식을가지게하는것정도는괜찮겠지.아서는엠마의코트를거의뺏다시피벗겼다.

“잠시거실테이블에앉아서쉬고가시는게어떻습니까.30분정도는아무문제없겠죠.”

“...”

엠마는입술을살짝짓이겼다.그럴시간이없다는듯이.그리고아서를올려다보며인상을찡그렸다.하지만아서는고집을굽히지않고고개를숙여,키가작은그녀를무표정으로내려다보았다.

그렇게자리를비키지않고몇초간서있자,엠마는하는수없다는듯이짧게한숨을내쉬고는인상을풀며조용히발걸음을옮겼다.

*

“마시세요.”

시나몬스틱과레몬이담겨있는따듯한와인음료,아서가엠마에게내민것은뱅쇼(VinChaud)였다.

“고마워,잘마실게···.”

그녀는아서의눈치를보고음료에살짝입을가져다대었다.곧바로한모금을목으로넘긴다음,흐물흐물녹아내리듯이어깨에힘을빼며감탄사를내뱉었다.

“···맛있어.달고따듯하니마음이치유되는것같아.예전에스승님께서해주신것과맛이비슷한것같기도하고.”

아서는그녀의말에답하듯짧게고개를끄덕이며입을열었다.

“엠마씨는어째서학원도시일에열심히신가요?당신에게이런일은간단한놀이에불과할텐데.”

그녀는드래곤이자,세계에몇없는마법도구장인이었다.그사이에서도실력이빼어났고,마법도구제작만해도다른드래곤들에비해훨씬부유한삶을살수도있을터.

그것뿐만아니라,다른드래곤들은타종족과어울리는것을‘유희’라고언급하면서역할을즐겼지 이렇게까지몰입하지않았다.무엇인가에쫓기듯이일하지않는단말이다.

“...”

짧은침묵.엠마는생각해본적이없는듯잠시입을다물고곰곰이생각했다.아서는그녀의맞은편에조용히앉았다.

그녀를잠시쉬게하고싶다고강제로마법을사용해재울수있는능력은되지않았다.하지만자신에대해이야기하면서휴식을취하게할수는있었으니.속마음을꺼낼수있고,말하면서개운해질수도있는주제를언급했다.

“아서···.”

그녀는대답하기에앞서잠시나마아서의이름을불렀다.

“이거대답하면나,가봐도될까···?”

그리고허락을맡듯이조용히물어보았다.

지금까지봐온가장드래곤같지않은드래곤.다른놈들이었으면건방지다고말하거나,무시하고나갔을터인데.

아서는짧게고개를끄덕였다.그에엠마는진지하게얘기하려는듯이,허리를앞으로숙이면서의자를끌어당겨테이블에붙였다.

“그럼,조금부끄럽지만얘기해볼게···.이런얘기누군가에게하는건처음이야.보통나와만나면다들마법도구얘기만하거든.”

“···그런가요.”

아서는계속말해보라는듯이추임새를넣었다.엠마는긴얘기를하기에앞서뱅쇼로살짝목을적셨다.

*

“먼옛날,그러니까내가헤츌링이었던시절에있었던일이야.”

“다른친구들과는다르게나는마법을배우는속도가굉장히느렸단다.”

“조금웃기는일이지···?지금은마법도구와 관련된직업을가지고있는데.”

엠마는어렴풋이웃으며고개를살짝갸웃거렸다.

“아뇨.그럴수도있다고생각합니다.저도마법에대해재능있다는소리를들어본적은없었지만,마법사의길을계속걷고있으니까요.”

“헤헤···그렇구나.”

공감한다는듯이눈빛을마주치며대답하자,그녀는헤프게웃으며다시말을이었다.

“여하튼드래곤이라면마법을어느정도알아야해.강한브레스를뿜어낼수있어도,손톱이더날카롭고날갯짓을더힘차게할수있어도,마법을전혀모르면교양없는짐승소리를듣거든.”

“...”

드래곤사이에서저런문화가있었다니.처음알았다.그저오래산놈들이많았기에,할게없어서취미로배우고있는줄알았는데.

“그래서나는마법을싫어했단다.아무리열심히배워도다른애들에비해뒤처졌고,일으켰던마법은항상무시당했거든."

엠마는감정이복받쳐올랐는지, 어조가 높아지고 목소리가 살짝 젖어들었다.

“그때아버지는어머니에게주워온자식이아니냐고말했어,그말을들은어머니는화가나서아버지의뺨을쌔게할퀴었고.그때얼마나무서웠는지몰라···.”

“결국겁을먹고집을나와도망쳤어.하지만생각나는곳이라고는,마법을알려주시던스승님의거처밖에없었지.그래서염치불고하고그곳으로갔단다.”

“···아,그립네.그때도스승님께서이렇게뱅쇼를데워주셨는데.”

“혹시스승님의이름을말씀해주실수있으신가요?”

“응?”

엠마는내가여기서질문을할지몰랐다는듯이,동공을크게뜨고입을열었다.

“하워드라는이름을가지고계신데혹시알고있니?세계수의이야기꾼으로불리기도하고,용사파티였던궁정마법사의스승님이기도한데···.”

“...”

역시···엠마씨와는동문이었던건가.

예전에선생님께서드래곤들에게가르침을주었던때가있었다고언뜻얘기하신적이있었는데,엠마는그시절가르침을받은드래곤이었구나.

가끔씩알려져있지않은고대언어를사용하거나,파이프에다시그려져있던마법진의짜임새를보고예상한적은있었다.

하지만그사실을굳이지금얘기해서이야기의흐름을끊고싶지않았다.잘모르겠다는듯이어설프게눈가를움직여보이자,그녀는어깨를으쓱이고다시말을이어갔다.

“그때,스승님께서처음으로다정하게말씀하셨지.”

“마법은‘이야기’란다.자신을사랑하는상대에게는언젠가 행복한결말을보여주는이야기말이다.”

선생님의목소리를흉내내는엠마.그녀의말만듣는걸로도,선생님의하얀수염과함께외눈안경을슥올리시는모습이떠올랐다.

“···로맨틱하지않니?나는이말에감화돼서마법의길을포기하지않았던같아."

“그후,스승님은부모님의레어로가셔서무슨말씀을하셨는데,그때부터부모님은내걱정을하지않으셨단다.”

그녀는지금도모르겠다는듯이살짝눈을돌린다음짧게생각하다가,도저히생각이나지않는지어깨를으쓱였다.

“대체어떤말씀을하셨는지는지금생각해도잘모르겠어.나중에질문을드린적은있었는데.”

엠마는크흠흠거리면서목소리를몇번다듬고또다시선생님의흉내를내었다.

“마법을사용했단다.음···[엠마의행복을위하여]라는이름이좋겠구나.”

그녀는후훗하고웃으며행복한미소를지었다.그모습이폴리모프하고있는모습과어울려서꿈을꾸는소녀와같아보였다.

“이후는···예상하는대로란다.나는스승님의영향으로누군가의마음속기둥이될수있는사람을꿈꾸었고,여기이사장의제안으로일하고있는거야.”

“사족이지만이사장은누군가가성장하는것을볼때,예술품이완성되는듯한쾌감을느낀다고해.그래서반쯤은그짜릿함을느끼기위해서이학원도시를운영하는거라고말한적이있어.”

“···하지만나는아이들이그저잘자라줬으면좋겠다는마음으로그들을대한단다.그들이원하는삶을살수있게.성격이조금특이하더라도올곧게자랄수있게.”

“과거의나와같이포기하지않고.”

마지막말을했을때는,씁쓸한웃음을지으면서이야기가끝났음을알렸다.

“···이제그만가봐도되겠니?”

하지만이야기를끝마쳤을때는,처음보다조금홀가분해보였다.내가말을하지않고그녀의눈을계속바라보고있자,그녀는자리에서일어났다.

“뱅쇼잘마셨어.다음에또부탁해도될까?”

“···알겠습니다.”

덜컥.

거실의문이닫기는소리가들렸다.그녀가욕실에들어가서씻고있을때,나는휴대폰을꺼냈다.

뚜르르르. 딸칵.

[네,아서씨.]

“저번에말씀하셨던부탁,하겠습니다.”

[오오!좋습니다.바로신분증을만들도록하죠!]

“그리고이사장님할말이있습니다.”

이사장님에게대가를요구했다.이번일을맡아주는대신에.

***

월요일오전오후1시.

이사장님의말씀을듣고‘아서’라는사람을찾아가고있었다. 그는 학원도시의소속도아니고교수도아닌특이한사람이었다. 더불어그에대한정보는남겨놓지않는다고말했으니.

대체어떤사람일까.

“민철오빠!!여기봐주세요!!”

“민철오빠!팬이에요!!제발고개한번만돌려주세요!!”

선글라스를껴도,아무리변장해도사람들이알아본다.어쩔수없이내가고개를돌려서살짝선글라스를벗고고개를숙였을때는.

“꺄아아아앗!”

여자애들이 환호성을 질렀다.

다행히앞으로는나아갈수있게길을비켜주었지만,수많은셔터음과비명같은고함 소리는정신을어지럽게했다.

그래도여성의몸으로사는것보다는나았다.시기어린질투와살기,그리고남자들의음습한시선들을받지않아도되었으니까.

그렇게거리를걸어약속장소인카페로도착했다.딸랑거리는소리와함께문을열고들어갔을때는이미가게안 모든사람의이목이나에게로집중되고있었다.

“어떻게···!어떻게···!!”

"와···티비에서본것보다완전멋있어.나,숨이안쉬어져죽을것같에···."

그래도가게안이라고조용히속닥거리는소녀들.그리고재수없다는듯이얼굴을찡그리는남자애들과는다르게,혼자서여유롭게 홍차를마시는사내가보였다.

“후···.”

흡연석에앉아서여유롭게파이프를물었다가연기를내뿜는사내.금발에양아치같이생겼지만,태도하나하나가굉장히우아했다.예절교육을잘받은귀족처럼.

과열되어있는이공기속에서,혼자여유롭게무엇인가적고있는저사내가아서일터였다.

내직감이그렇게말하고있었으니까.

음료를주문하지도않고그의맞은편에앉았을때,그는고개를살짝들어올리며어깨를으쓱였다.

“안녕하세요.이사장님의부탁을받고아서‘임시’교수님을 서포트할 장민철입니다.”

일부러그의성격을알아볼겸임시라는말을강조해서말했다.헌터든높은직급에있는사람이든자신의직위를중요하게생각했으니.

곧바로그는펜을놓고정확히나와눈을마주치며입을열었다.

굉장히 진지한 표정으로.

“쟁­민츠얼?”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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