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9화 〉 48화 현장 학습을 가는 이유 (3）
* * *
은은한커피향이감도는카페에따듯한햇살이들어왔다.나는서걱서걱소리와함께만년필을움직였다.현장학습에서위험한상황이 발생하지않게,미리미리머리를굴릴필요가있었으니까.
근처의학생들은웃으며수다스럽게담소를나누고있었다.어제무엇을했는지,혹은자신들만의관심사를공유하면서친목을다졌다.
역시카페는조용한곳보다편하게사람들이대화를나누는곳이좋았다.잔잔한고요함은도서관이나자신의방에서즐기면충분했으니.
홍차의향을즐기며입에다가져다대었을때,밖이서서히시끌벅적해지는게느껴졌다.
한남자를필두로이루어진학생무리.집단의대부분여학생들로구성되어있었다.
그리고내머릿속에는설마이사장님께서말씀하신조교가저필두의남자인가하는생각이들어왔다.
“...”
···아니겠지.
분명아닐것이다.이사장님은내성격을잘알고있었으니까.
복잡해지는것을싫어하는것도,주변이시끄러워지는것을싫어하는것도.저남자와붙어있으면그런것들을피할수없을것같은예감이강하게들었다.
안그래도이번일은문제아들을케어한다는쉽지않은일이었다.현명한이사장님은나를배려한인선을준비했을게분명했다.
그렇게슬슬약속시간이다가와,대화를준비할겸파이프에불을붙였다.
딸랑거리는방울소리와함게열리는문.선글라스를낀훤칠한그사내가나에게곧장다가왔다.
“후···.”
연기를내뱉으면서생각했다.
일그만둘까하고.
나를알고있다는듯이건너편에당연하게앉은사내는바로말을꺼냈다.
“안녕하세요.이사장님의부탁을받고아서‘임시’교수님을서포트할장민철입니다.”
임시를강조할때내가취하는행동으로성격을보려는걸까.묘하게웃음이나올뻔했다.성격이나쁜것도그렇고,나와하는짓거리가비슷했니까.
“쟁민츠얼?”
“...”
정작자신은당해본적이드문듯바로표정을구겼으니,재미난사람이서포트로온것같았다.귀찮아질것같은것을물론,제대로된도움이될지는둘째치고.
***
“이사장님은학생들이위험한돌발행동을했을시,체벌에대한판단을교수님에게맡기신다고말씀하셨습니다.”
“그런가요?”
“그리고이것은이사장님께서전달해달라고부탁하신현장학습에관한상세정보입니다.저는이미다읽어보았습니다.”
민철은서류가방을딸칵열고철심으로묶여진종이뭉치를아서에게전달했다.아서는그것을받아들고몇장을훑어본후입을열었다.
“그런데민철씨.”
“네.교수님.”
“혹시조금더상세한자기소개를부탁드려도되겠습니까?”
아서의말에시끌벅적했던주변이일순간얼어붙었다.그들의대화를엿듣고있던학생들은물론장민철본인까지.아서는그반응에어깨를으쓱였다.
민철을따라온여학생들은카페에서떠나가지고않고,그들의주위에서계속웅성웅성대고있었다.
민철이대단히유명한사람인것은누구라도짐작할수있을터.하지만아서는티비를즐겨보지않았으니,그에대해서정확히몰랐다.
민철은당연히자신을알거라는듯이이야기를진행했는데,그가좀민망하더라도어쩔수없이해야했던질문이었다.그에대해자세히알지못하면,각자의역할을정할수없었으니까.
“···저오징어가방금뭐라고그랬냐.”
“와,민철오빠를모른대."
“진짜못생긴것들이눈치도없어요.”
악담은기본이고,심지어여학생하나는욱하는마음으로아서에게달려들려고했다.그들의눈에, 아서는자신들의우상이자빛인S급헌터를모르는오징어빌런이었다.
“···진짜저를모르십니까?”
S급헌터에대한자부심이있었던민철또한살짝당황한채질문했다.아서는감정을숨기지않고담담히대답했다.
“네.”
“...”
주변에서와아거리며의도치않게담합된음성이흘러나왔다.민철은얼굴이새빨개진채크흠흠거리며목소리를가다듬었다.
“길드에들어가지않고솔로로활동하고있는S급헌터장민철입니다.다시한번잘부탁드립니다.”
“아···네.”
“...”
미적지근한반응.아서는짧게대답하며고개를끄덕였다.확실히S급이면자부심을가질만하지하고.
하지만장민철이나주변의여학생들은서서히입을벌렸다.S급헌터임을알았음에도,별로놀라지도않고자신들은이해불가능한반응을보였기때문에.
곧바로아서가일어나서‘몰라봬서죄송합니다!’같은것을말을할리는없었다.그또한과거에S급헌터였으니.결국지켜보고있던여학생들이원하는사이다같은미래는없을예정이었다.
“뭐,일에대해서계속얘기나진행하죠.”
아서는핸드폰으로그의프로필을대충훑고,다시이번일에관한말을꺼냈다.S급헌터면무력은보증되어있겠지만,더중요한사실은따로있었으니까.
“민철씨는혹시누군가를가르쳐본경험이있습니까?”
민철은곧바로대답했다.
“없습니다.S급헌터가되기위해수련을하거나,결과를쌓는삶을살았거든요.애초에이사장님은이일에대해처음부터말씀하셨습니다.제가하는일은학생들이난동부리지않게교수님을돕던것이라고."
그대답을들은아서는잠시입을다물고생각했다.결국무엇을하느냐는온전히자신에게달려있다는걸까하며.
다치지않게케어한다.이부분이가장중요했지만이건현장학습이아닌가.그들이무엇인가배우고얻어가는게있어야의미가있는여행이란말이다.
하지만아서도민철과같이누구를가르쳐본적이없었다.살아오면서대부분의시간은마법을배우는데사용했으니까.
···무엇을학생들이이현장학습에서얻어가게해야할까.그리고어떻게그들이문제를일으키지않게해야할까.
“후···.”
폭력을사용하는것이가장쉬운방법이겠지만,좋은정답은아니라고생각했다.과거,가르침을내려주셨던선생님들은나에게폭력을사용하지않았으니.
“그러면민철씨.”
아서는양손에깎지를낀채몸을앞으로숙이며낮은목소리로입을열었다.
“이학생들을당신은어떻게생각하십니까?”
***
“언니!누구랑통화했어?”
흥얼거리며우유를데워마시고있던네네가발코니에서들어오던피네에게말했다.
“···아서선생님.”
피네는문을잠그며대답했다.네네는자신이좋아하는사람에대한얘기가나오자눈을빛내며계속질문했다.
“오빠가뭐래?지금나를만나고싶어서달려오겠데?!”
네네는말이끝나는것과동시에까르륵거리면서호들갑떨었다.하지만다음그녀의귀에들려올대답은전혀예상밖의말이었다.
“내일부터현장학습을가야한다고훈련을봐주는건이주후여야가능할것같데···.”
“뭐?”
피네는눈동자가순식간에싸늘해지는네네를바라보았다.그리고상황이이렇게될줄알았으니곧바로그녀를말릴준비를했다.
“아니···그···내가잘못들은거지?오빠는아까아침에아무말도안했잖아?응?왜갑자기?어째서?게다가2주나?아니,말이안되잖아.말을해봐언니.”
“...”
속사포처럼자신의심정을얘기하는네네.피네는조용히입을다물었다.
“그리고나에게연락안하고왜언니를통해전하는건데?응.나오빠에게가볼게.언니는먼저자고있어.”
“네네.”
피네는코트를입고있던네네를나지막이불러세웠다.그리고자신의생각을전했다.
“응?왜?”
“선생님의행동에우리가이래라저래라할권리같은건없어.”
피네의말에네네는우뚝멈춰섰다.그리고뒤돌아서며어설프게웃으며말했다.
“그럼내가오빠를따라가면되지.응.그럼되잖아?이사장님에게말씀드려서허락을.”
띠링.
그때그녀의말을끊듯네네의휴대폰이울렸다.네네는이밤중에누구지라고생각하며인상을찡그렸다.그리고곧바로화면을쳐다보았다.
“아···.”
짧은탄식을내뱉는네네.그녀는조용히입을다물고그자리에멈춰섰다.
그리고몇초가지나자.
“언니.”
“왜?”
“언니는오빠에게쿠폰같은거받았어?”
“···아니.”
“헤헤···그렇구나.”
네네의휴대폰으로전송된것은아서가보낸문자였다.그는자신이그녀들이랑자주갔던카페의디저트쿠폰을그녀에게보냈다.2주동안자리를비울것같다는고양이이모티콘과함께.
그리고다른문장을본네네는방금까지아서에게가려던마음이싹사라졌다.문자내용중에‘장민철조교님과함께’라는말이있었으니까.
장민철헌터님은세상에서모르는사람이없을정도로잘생긴사람이었다.바로옆에있는아서에게달라붙을여자는없을것이다하고생각했던것이다.
“헤헤.”
“...”
피네는속으로아서의행동에대해놀라움을표하고있었다.그가이상황을예견하고미리어떻게해야할지문자로알려주었으니까.
그녀또한같은쿠폰을받았다.네네에게는비밀로해달라는부탁과동시에.
***
일어나자마자따듯한커피를한잔마신다음여행가방을체크했다.옷가지,세면도구,지퍼백같은것들이잘들어가있는지.
혹시나하는마음에보존식품이나물도챙겼다.현장학습도중어떠한일이발생할지몰랐으니까.
덜컥.
문을열고나왔을때는날씨도좋았다.여행을시작하기에앞서더할나위없었으니,문제아들의뒤치다꺼리하러간다는사실만빼면완벽하다고느껴질정도였다.
“아서.”
곧바로주차장으로걸어가던나에게누군가가말을걸어왔다.고개를돌려확인해보니,그곳에는미츠키가있었다.
“아,미츠키씨.피곤하지않으세요?”
지금시간은오전5시였다.보통그녀도자고있을때였다.
“잘다녀와라.”
평소와같은담담하고조용한어조.피식웃음이흘러나왔다.어느시간대여도그녀의태도가일관적이었기에.
“네,다녀오겠습니다.”
그녀를쳐다보고웃어보이며고개를잠깐끄덕여인사를끝냈을때,제일중요한말을잊어버렸다는사실을깨닫고그녀를불렀다.
“미츠키!”
미츠키는나의말에뒤로돌아섰다.
“엠마를부탁해요!그리고거짓말해서미안하다고전해주세요!!”
큰소리로외치자그녀는입가에잔잔한미소를띤채대답했다.
“알겠다.너도조심해라.”
그 순간. 그녀의아름다운외모가싱그러운아침햇살과어우러져너무나도눈이부셨다. 사진으로 간직하고 싶을 정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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