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5화 〉 54화 GTA(그레이트 티처 아서) (6)
* * *
“아니,그래서그냥왔단말이야?”
“그렇습니다!!”
“그렇습니다?”
“아닙니다!!”
“흠···.”
알렉스는침음을흘렸다.아까심부름보낼때까지만해도어영부영한녀석이,돌아오고나서빠릿빠릿해져있었으니.명백하게느껴지는그차이가어색하기짝이없었다.
뻣뻣하게세워진목.
각이잡혀있는태도.
한마디한마디할때마다힘찬목소리까지.
이모든것은아서에게‘얼차려’라는기합을받았기때문이었다.
아서가헌터생활을할당시,군인이었던전지인에게전수받은극한의정신가혹행위.
내용만들으면헌터일경우쉽게할수있을정도로간단한몸동작들이었지만,정신이쏙빠질정도로타이트하게명령하는것은물론,반복되는지옥의질문세례는조교를저절로공손해지게만들었다.
‘학원도시생활좀하니교수가만만해보입니까?’
‘이사장님에게보고해도괜찮겠습니까?’
‘표정은또왜그렇습니까?불만있습니까?’
“크흑···.”
현장학습을가는날부터모든학생이쳐다보는가운데기합을받다니···너무나도치욕스러웠다.
“그런데,아서?그런교수가있었나?게다가학원도시에돌아다녔던아이돌이그교수옆에붙어있었다고?”
“그렇습니다!!”
알렉스는말을내뱉은후에곰곰이생각하기시작했다.
“아서····아서····.”
몇초후,알렉스는생각이난듯손뼉을쳤다.
“아아,기억났다.현장학습회의가있는데도건방지게안왔던놈이름이었네."
“···어떻게하실생각이십니까?”
조심히물어보는조교의질문에알렉스는피식웃으며대답했다.
“어떻게하긴뭘어떻게해.고프교수님이우리뒤에계시는데.”
“하지만잘못은저희애들이하지않았습니까?”
생각하면서쩔쩔매는조교.사실대로밝혀져도문제였지만,감추려고했다가밝혀지면더문제였다.
“뭐.그러면이대로까발려진다음내명성에금이가는꼴을보고만있을까?”
“아닙니다!!”
“오히려과거자신에게피해줬던범죄자새끼두들겨팼던건데잘한거지.그럼.”
알렉스교수는자신의학생들이총기난사사건때한붕의총알에맞았던애들이라는사실을알고있었다.
“우리는고프교수님이하라는대로만하면된다이말이야.”
그는미소를지으며휴대폰을꺼냈다.
***
“교수님,문자받으셨나요?”
식사를끝마치고습관처럼파이프를입에물고있던아서에게민철이다가와말을걸었다.
“네,폭력으로인한긴급회의.저와한붕군얘기겠죠.”
아무문제도아니라는듯이말을내뱉는아서.하지만민철은그사실을알고있음에도어떻게저렇게속편한얼굴을할수있는지의문을품었다.
“걱정되십니까?”
민철의표정을본아서는웃으며파이프에불을껐다.
“네,뭐···.”
“괜찮습니다.저와한붕군은잘못한게없으니쉽게해결될일입니다.”
“···진짜그렇게생각하시나요?”
민철은살짝인상을찡그리며물어보았다.그가알기로학원도시내부의복잡함은가끔씩이사장님을도우며알고있었으니까.
“그렇습니다.”
그러나민철과는다르게아서는별다른일이아니라생각하고대답했다.이사장님은교수를뽑는기준은까탈스러웠으니,자신들의교육에잘못한부분이있으면인정할줄아는유능한사람들일터라생각했다.
하지만.
아서의생각은긴급회의시간이시작되는것과동시에박살났다.
***
“교수로서학생들에게손찌검한사실이부끄럽지않은가!”
“···그게대체무슨말씀이십니까?”
아서는회의가시작되자마자난데없이자신에게꽂히는외침에인상을찡그렸다.
“나와하퍼교수가담당하는학생들이네놈에게가격당했다고진술했다.문제를일으킬행동을하지도않았는데말이야.”
알렉스교수는당당하게가슴을펴고들고있던진술서를툭툭쳤다.굉장히뻔뻔한얼굴이었다.자신들의학생들은아무잘못도없다는듯이당당하기까지보였다.
아서는그들이왜그런자세를취하는지대충예상했다.믿는구석은아마도세개.
하지만아서는만약이런분위기가조성될경우하려던것이있었으니,잠시동안그들의생각에어울려주기로마음먹었다.
“제가왜학생들에게손찌검을했다고생각하십니까?”
아서가눈썹을찡그리며연기하자,이번에는알렉스대신옆에있던하퍼교수가비릿하게웃으며대답했다.
“그거야우리야모르는일이지.범죄자의범행동기따위우리가어찌알겠는가.”
자신들과같은교수가타인을멋대로범죄자라단정지으며힐난해도,다른교수들은침묵했다.
그들중에아서를아는사람은아무도없었으니까.대부분교수들은이런명예스럽지못한사건에굳이나서서얽히고싶지않았다.
아서는고개를들고회의실을둘러보았다.구국의영웅이라고불렸던교수부터,저번스승님의마법강의를찾아왔던마법사교수들까지.
모여있는교수들의절반이상은확실히유명하고실력있는자들이었다.그저나머지절반에해당되는교수들이이사건에걸렸을뿐.
저교수들은어떻게이렇게까지당당해질수있을까.
그이유는,그들이말을할때마다동조하거나지지해주는교수집단,파벌에있었다.
“아서교수.더할말이있다면계속해보게.”
이현장학습을책임지는대표교수,제럴드웨인라이트는계속중립을유지하면서아서에게발언기회를주었다.
이미알렉스와하퍼교수쪽으로의견이몰려있는상황임에도불구하고말이다.
“저는피해자인한붕학생이집단폭행을당하고있었기에개입했습니다.”
아서의말에곧바로알렉스가입을열었다.
“하지만한붕학생의몸에는그어떠한피해도남아있지않은가.”
“그렇게따지면열두명의학생들몸에도폭행당했다는사실이없지않습니까?”
“그건네놈이전기능력자이기에그렇고!”
“한붕학생도사제에게치유받았기때문입니다.”
알렉스는입을벌릴때마다큰소리를냈다.다른교수들에게자신들의생각이맞는다는것을강하게인식시키기위해서.
그쩌렁쩌렁한목소리에아서는슬슬구역질이나올것같았다.
아서는귀에울리도록소리치는사람이엄청난미녀여도참을수가없었다.하물며사오십먹은아저씨가저러니혐오스럽기까지했다.
온몸을낙서장처럼문신으로도배하고,얼굴곳곳에는지우지않은흉터가있었으며,가끔상황에도맞지않는단어선택과욕설,툭하면큰소리를내기까지.
그들은누가봐도용병출신이었다.
“후···.”
용병에대한편견을가지고싶지않아도,항상이런일때문에생각은쉽게변하질않았다.
물론제일실망스러운사람은이사장님이었다.이사장님이라면분명저들보다더실력있고배울게있는사람들을고용할수있었을터인데.
“당사자의말을들어보죠.”
아서는짧게말을하며자신의옆에있던한붕에게고개를돌렸다.
“한붕학생.제가지금까지말했던사실에동의하십니까?”
“···저는.”
순간다양한시선이한붕에게집중되었다.한붕은선뜻말을하지못하고침을꿀꺽삼켰다.쉽게말을할수없을정도로수많은교수들이자신을쳐다보고있었으니까.
무거운분위기.게다가이회의실에서아서를지지해주는사람은없어보였다.만약에여기서사실대로얘기해도그들이받아들여줄것같지않았다.
“...”
올바른말을해도.
진실을말해도.
상황이제대로흘러갈것같지않았다.
“거답답하게빨리좀말해라.”
“거짓말하지말고신중히대답해라.”
하퍼교수와알렉스교수가한붕의생각을흔들었다.아서는별다른말을하지않고차분히기다렸다.
머릿속에서끊임없이부정적인생각이흘러나왔다.그리고그생각들이자신에게거짓말을하라고명령하는것같았다.
하지만.
하지만한붕은아서를믿기로결정했다.
옆으로고개를돌려살짝올려다본아서의표정은절대비굴해보이지않았으니까.
그또한수많은교수들에게지지받지못함에도불구하고당당하게자신의편에서있었다.
무엇보다이렇게까지자신을도와주려했던교수는아서가처음이었다.
겉으로만번지르르하던위선자들사이에서,처음으로끝까지자신을도와주려했기에.
“···아서교수님의말씀이다맞습니다.”
한붕은힘겹게입을열었다.그러나그말직후,분위기는한층더어수선해졌다.
“쯧.과거범죄를저질렀던학생의말을믿을수있나?”
“그러게나말일세.”
알렉스와하퍼는다들릴정도로대화를나누었다.그것을들은한붕은입을꾹다물었다.
그는이미자신의말따위믿어줄교수가없다는사실을알고있었다.과거에조금이나마남아있었던교수들의신뢰또한‘그사건’이후모두잃어버렸다.
“잘말해주었습니다.한붕군.”
하지만옆에있던아서는여유있게웃으며말했다.그는사실이답을듣기위해지금까지가만히있던것이었으니까.
픽!
그 순간, 회의실에있던커다란스크린에불이들어왔다.
“아서교수님,준비해두었습니다.”
“고맙습니다,민철씨.”
갑작스러운민철의등장과아서의대답.교수들이한층더들썩였다.어떠한말을해도신뢰성이있는S급헌터가아서에게직접교수님이라부르고있었으니까.
만약처음부터민철에게부탁해서사건해결에도움을달라요청했으면,정확한증거가없더라도팽팽한상황이유지되었을터였다.
···하지만그래서는안되었다.
한붕이현장학습이끝날때까지자신을믿게하기위해서.그리고저쓰레기들을박살내기위해서도.
모든것은확실하게해야했다.
화면에서순식간에감시카메라에녹화되었던일들이흘러나왔다.
객실방밖에서대기타고있던학생들.
한붕이객실방으로부터조금이라도떨어지자우르르가서몰이를시작하고,붙잡자마자옥상까지어깨동무한채질질끌고가는상황까지.
하지만두교수는아직까지는괜찮다는듯이한숨을내쉬었다.그리고알렉스가입을열었다.
“아서교수.이게대체무엇이잘못되었다는거지?”
“단체로움직여서한명을따돌림하는이영상이증거이지않겠습니까?”
“내눈에는단순히현장학습을즐기는아이들의모습처럼보이는데.”
“그렇습니까?”
아서는알고있었다.이게그들이믿고있는구석중하나라는것을.
아서는민철을향해고개를돌려눈짓했다.민철은고개를한번끄덕이더니다음장면을재생했다.
화면에는 옥상에서몸을웅크리는한붕과발길질을하는열두명의학생들이 모습이 고스란히 담겨있었다.
아서가싸울의사가없다는듯이,두손을다가가서말을했음에도들은척도하지않는모습도 함께 말이다.
마지막으로아서에게먼저달려드는학생들을끝으로영상은끝이났다.
“허···세상에.”
“쯧쯧.”
“아니,현장학습이시작되자마자이게무슨일이란말인가!!”
확실한증거가나타나자마자중립을유지했던교수들이목소리를높였다.두용병교수의파벌은기세등등하다가갑자기입을꽉다물었다.
“아니,저게왜.”
“조작이야!!조작이라고!!”
입에서자연스럽게말이흘러나온하퍼와그걸뒤덮기위해크게소리치는알렉스.
현장학습의총책임자,웨인라이트교수는아서에게고개를돌려질문했다.
“아서교수.저영상을지금보여주는이유가뭔가?”
“그건이사장님의명령이었기때문입니다.”
웨인라이트교수의말에대답한것은아서가아니었다.카메라를실시간으로확인하고관리하던헌터가,기다리고있었다는듯이걸어나오며입을열었다.
“이사장님께서는아서교수에게저영상을넘겨줄것과누군가가삭제해달라는요청이들어오면그대로들어주라는명령을내리셨습니다.”
그는말을마치는것과동시에손가락으로알렉스를가리켰다.
“그리고저교수가삭제를요청했던교수입니다.
하퍼는숨을크게들이쉬었고,알렉스는몸을크게들썩였다.이사장의이름이나온순간,그들이도망갈길은없었다.
민철과만나서부터,혹시그들이감시카메라에간섭할수도있었으니,아서는알렉스가보안실에가서행동하는것보다훨씬빠르게조치해두었다.
“네놈!조작된영상에이사장님을들먹이기까지하다니!!마법을사용하면속여넘길수있을거라생각했느냐!”
얼굴이씨뻘개진채분노하는알렉스.이대로가만히있다가는자신들의잘못이확실시되었으니끝까지떼를쓸수 밖에없었다.
하지만아서는화내지않고그에게다가갔다.
“네,계속그렇게부정해주세요.”
한발자국.
“좀더추악하고비열하게행동해주세요.”
한발자국.
“쉽게인정할수있는일임에도불구하고,구태여진실을감추려고했던당신들을저는쉽게용서하지않으니까요.”
마지막으로알렉스와하퍼의앞에도달했을때는.아서가그들을내려다보았다.
하퍼는몸을웅크린채벌벌떨면서고개도들지못했고,알렉스는손에힘을꽉쥐고가까스로아서를노려보았다.
“이빌어먹을자식이···.”
아서가내뿜는위압과기세가 그들을 짓눌렀다.두교수는온몸에서땀이주룩주룩흐르고있었다.
“저도의견을 하나 말하고 싶은데괜찮을까요?”
하지만상황은아직끝나지않았다는듯이,두용병교수가속해있는파벌의수장이입을열었다.
“집단따돌림및폭행은문제가될만한사실이맞습니다.하지만그것을굳이관여할필요가있었을까요?”
“그게무슨말씀이십니까?”
사람좋아보이는인상.어떠한말을해도호감갈것같은말투를가진남자마법사.케이든고프.
어렸을때부터전국민의관심을한몸에받았던천재마법사가이대화에끼어들었다.
“이사장님께서는학생들의일은학생들끼리풀어나가기를원하셔서,재판도,치안도,심지어학원도시내의토지까지학생들에게일임하고있습니다.”
“집단폭행은문제가될만한사항이지만,그것을굳이교수가관여해야만했을까하는말입니다.”
“아이들의성장에방해되게말이죠."
“애초에이사건은아서교수님께서한붕학생을방치하셨기에일어난일이아닌지?”
일부러말도안되는궤변들을늘어놓는새끼의등장에아서는 정신이 아찔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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