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고양이의 제자-60화 (60/154)

〈 60화 〉 59화 ­ GTA(그레이트 티처 아서) (11)

* * *

“흠. 흠.”

눈을 뜨자마자 미세먼지가 폐로 들어와 목을 가다듬었다. 앞이 잘 보이지 않을 정도로 뿌연 먼지들이 대기를 떠다녔다.

깨어진 유리 외벽 밖으로 매캐한 연기가 안개와 섞여 자욱한 스모그를 만들고 있는 듯 했다.

그에 아서는 인상을 찡그렸다. 그들이 문자로 통보했던 내용과는 달랐으니까.

분명 문자에는 원형경기장이라고 표기되어잇었을뿐만아니라 단판승부라고 적혀있었는데, 오른쪽 위에 보이는 인터페이스에는 5판 3선승제라는 것과 붕괴된 건물이라는 맵 이름이 적혀있었다.

“...”

뭐, 그들이 정정당당하지 않을 거라는 사실은 예상하고 있던 바였다. 침착하게 마음을 가라앉히고 깨져 있는 외벽 유리쪽으로 다가갔다. 구석으로 다가갈수록 곰팡이 냄새가 더 진하게 났다.

한걸음만 더 내밀면 떨어질 것 같은 건물의 끄트머리. 고개를 내밀고 아래를 쳐다보았다. 건물 아래쪽은 나가면 탈락이라는 것을 보여주듯이 새빨간 적외선이 거미줄처럼 쳐져 있었다.

건물의 층수는 12층. 적외선은 6층까지 쳐져있었으니, 나머지 상위 6층이라는 한정된 공간에서 싸워야하는 것 같았다.

고개를 돌려 뒤를 바라보았다. 부숴져 있는 문 안쪽에는 빛이 일절 들어오지 않아 굉장히 깜깜해 보였다.

그리고 분위기를 연출하려는 것일까. 가끔식 쥐가 찍찍 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틱. 틱.

아서는 여유롭게 주머니에서 파이프를 꺼내들고 입에 문다음 불을 붙이며 생각했다.

이기기만 하면 된다는 건가 하고.

정해져있던것과 달랐다는 사실은 이미 사전에 합의를 본 것이었다며 모두에게 거짓말을 하고, 내가 졌을 경우 불공평하다며 입을 열었을 경우에는, 패배자의 구차한 변명이라고 단정지어버릴 생각이라는게 노골적으로 느껴졌다.

“흐, 흐흣.”

아서는 웃음을 흘렸다.

이 상황이 꽤 즐거웠으니까.

마법사여도, 권법가여도 불리한 맵 선정.

5판 3선으로 설정해서 어떠한 대처를 하든 파훼해버리겠다는 얄팍함.

그리고 자신을 온실 속 화초라고 착각해서 통각수치를 현실과 다를바 없게 설정한 것 까지.

하퍼교수가 마지막에 보여주었던 비릿한 웃음까지합쳐져 자연스럽게 감정이 흘러나왔다. 상대가 쓰레기일수록 패는맛이 좋다는 생각과 함께.

“후.”

아서는 푸른색 연기를 내뱉었다. 연기들은 혀 끝에서 전해진 의지에 의해 서서히 그의 몸을 휘감았다.

달빛이 없는 밤과 같이 까마득한 건물 내부. 그들의 생각대로 일반적인 마법사나 권법가였으면 애먹었겠지만 아서는 아니었다.

망설이지 않고 그림자에 몸을 집어넣었다. 빛같은 건 필요없었다. 이런 상황은 예전부터 익숙했으니까.

그렇게 어둠속을 걷기 시작한 아서의 몸은, 어느순간부터 소리가 끊기더니 완벽하게 사라졌다.

* * *

“고프 교수. 우리가 어떻게 하면 좋겠는가?”

긴급회의가 끝난 직후, 고프교수의 객실에 알렉스와 하퍼 교수가 찾아왔다.

다른 교수들과는 격이 다를정도로 호화스러운 객실. 천장에는 샹들리에가 붙어있었고 테이블 위에는 값비싼 와인이 놓여져있었으며 소파의 가죽에는 한층 더 윤기가 흘렀다.

상석에 앉아 있던 고프는 와인으로 목을 적신다음 입을 열었다.

“답은 간단하지 않습니까?”

짙게 웃으며.

“이기기만 하면 됩니다.”

바보라도 알 수 있는 대답에 알렉스가 욱하는 마음을 참았다.

“하지만 그는 이사장님의 손님일세. 그가 누군지는커녕 어떠한 전투방식을 가졌는지 우리는 일절 모르지 않은가.”

참고있는 알렉스를 대신에 하퍼가 차분하게 입을 열었다.

“그는 무투가 일겁니다.”

“어째서 그렇게 생각하나?”

고프의 대답에 하퍼가 곧바로 반문했다. 그에 고프는 옆에 있던 알렉스가 흥분을 가라앉히고 같이 들을 수 있도록 기다렸다가 입을 열었다.

“그가 마법을 구현할 때 마력이 한치의 흔들림도 없었습니다. ”

고프 교수는 상황을 떠올리며 말을 이었다.

“아마도 마법도구를 이용했기 때문이겠지요. 저 조차도 알 수 없는 고대 마법도구를 말입니다.”

“흠···.”

고프교수의 말을 들으니 알렉스와 하퍼는 어느정도 납득했다. 확실히 그는 세계에서 몇 없는 5서클 마법사였으니. 그가 마법에 대해 그렇게 말하면 모두 맞는 것 같았다.

“뭐, 경기 조건이야 최적의 상황을 만들어 드릴테니, 여러분들은 마음놓고 싸우시기만 하면됩니다. 전장을 휘저었던 노련함을 이용해서요.”

알렉스와 하퍼교수는 이 젊은 천재마법사가 자신들이 이길거라고 확신하듯이 말해주자, 반쯤은 절로 수긍하게 되었다.

그래도 불안이라는 것은 끝이없었으니, 하퍼 교수가 고프 교수에게 질문했다.

“하지만 미리 알려주면 대처할 방법을 찾아오지 않겠는가.”

그에 고프교수는 와인을 한번 흔들며 빙긋 웃고는 대답했다.

“괜찮습니다. 그 부분도 다 생각해둔게 있으니까요.”

*

터벅터벅.

하퍼는 깜깜한 건물안의 어둠을 헤쳐걸으며 히죽 웃었다.

고프교수의 말대로 되었다고 생각하며.

이런 어둠속에서 아무런 장비없이 다닐 수 있는 사람이 있을리 없었다. 그가 마법사라면 표적이 되기 쉽게 환하게 불빛을 비추고 있을테고, 무투가여도 시야를 포기하고 돌아다닐 수 밖에 없었다.

“크···크크.”

하퍼는 아까 검은색 양복만 덜렁입고 나온 그 건방진 모습이 떠올라 계속 웃음이 나올 것만 같았다.

그는 야간투시경으로 주변을 둘러보며 조심히 앞으로 걸어나갔다. 그리고 지나온 자리에 덫과 발각 센서를 설치하였다. 혹시라도 뒤를 잡히지 않기 위해.

그렇게 소총을 파지 한 채 조심히 계단을 내려가고 있을 때였다.

“···흡!”

순간 자신의 몸을 휘감는 마력이 느껴졌다. 하퍼는 감을 곤두세우고 고개를 재빠르게 움직였다.

하지만 그 마력의 흐름이 어디서부터 흘러나왔는지 알 수 없었다. 다른 마법사들의 탐지마법들과는 다르게.

“...”

하퍼는 더더욱 방심해서는 안된다고 마음 먹었다. 그리고 바짝 긴장하며 소총을 꽉 움켜쥐었다.

빠각!

“컥···.”

그러나 갑자기 뒤통수를 망치로 맞은 듯한 고통이 느껴졌다.

털썩.

뒤이어 몸이 균형을 잃고 앞으로 쓰러지며 저절로 눈이 감기고 의식을 잃었다.

*

“허억···허억···.”

‘뭐지? 대체 무슨일이 일어난거지?’

하퍼는 숨을 몰아쉬면서 혼란에 빠져 들었다. 맞고 기절할때까지 기척이라고는 전혀 느껴지지 않았으니까.

이 경기장에 버그가 있다고 느껴져 이의를 제기하고 싶었다. 하지만 이 가상공간에 심판같은게 있을리 없었다. 오른쪽 위에 인터페이스에는 벌써 1패라고 적혀있었다.

이것으로 확신했다.

그가 마법사라는 사실을.

그것도 어두운 곳에서 상대와 싸우는 것에 굉장히 능숙한 전투 마법사였다. 마지막에 뒤통수에 느껴진 고통은 분명 충격마법이리라.

하퍼는 이를 꽉 깨물었다. 첫 경기로 정보를 하나도 가져오지 못했기 때문에. 그나마 다행인 점은 5판 3선 승제라 아직 완전히 지지 않았다는 점 밖에 없었다.

그는 심장이 미친 듯이 뛰는 것을 참고 애써 머리를 쥐어짜내 파훼법을 구상했다. 그리고 그것을 떠올린 직후에는, 옥상으로 조심히 이동했다.

“후···.”

인정하자.

상대는 강자라는 사실을.

죽기직전 몸을 한차례 훑고 지나간 그 마력은, 포식자가 먹이를 사냥하기전 마킹한 것 같았으니 땀이 미친듯이 흘러나왔다.

긴장이 온몸에 잔뜩 들어가 계속 침을 삼켜저서 몇 번을 심호흡을 하고 마음을 다스린 이후에야 하퍼는 발을 내딛었다.

덜컹.

그리고 옥상문을 열었을 때.

퍽!!

“크학!”

또 다시 육중한 충격에 의해 앞으로 몸이 쓰러졌다. 그리고 아까와 같이 눈 앞이 깜깜해졌다.

*

“씨발···씨발.”

연달아서 2연패.

도저히 믿을 수 가 없었다.

대체 얼마나 숙련이 되어있길레 눈치채지 못할정도로 기습을 할 수 있는걸까.

“크윽···.”

그가 기습을 이용해서 벌써 2승이나 따갔으니, 앞으로 한번만 더지면 패배는 확정이었다.

무엇보다 고프 교수의 맵 선정이 최고의 패착이었다. 이 맵은 기습하기에 턱없이 좋은 맵이었으니까.

처음부터 상대의 손에 놀아나고 있었던 건가?

설마 씨발 고프교수가 그 검은 양복새끼랑 처음부터 짜고 치고 있는걸까?

다양한 생각이 머릿속에 들어왔지만 이러고 있을 틈이 없었다.

하퍼 교수는 파훼법이고 뭐고 그 옥상에 무엇인가 있다고 생각했다. 곧바로 총을 꽉 쥐고 바로 발을 움직였다. 주변이 시끄러운 소리가 나든지 말든지 말이다.

콰앙!

발로 박차고 옥상문을 열었을 때.

짝. 짝. 짝. 짝.

검은 양복의 사내, 아서가 녹슨 난간에 엉덩이를 붙이고 앉은채로 박수를 치고 있었다.

하퍼는 망설임 없이 아서에게 총을 겨누었다. 하지만 함정일 수도 있다는 생각에 곧바로 방아쇠를 당기지는 않았다.

아서는 박수를 멈추고 입을 열었다.

“하퍼교수님을 상대하는 것은 마치 운전하는 것 같았습니다.”

“...”

“제 생각대로 움직여서요.”

타다당!

아서의 말이 끝나기 전, 하퍼는 난간에 있던 아서가 진짜라고 확신하며 방아쇠를 당겼다. 순간 우레와 같은 소리가 옥상에 울려퍼지며 총알이 아서를 꿰뚫었다.

그러나 총알이 꿰뚫고간 아서의 몸이 흐릿해지더니 사라졌다. 구름처럼 말이다.

하퍼는 당황하지 않고 마력을 사용해 감각을 넓혔다. 보이는 것에 의존하지 않고 들리는 것과 육감에 의존해서 아서의 위치를 찾아내기 위해.

그리고 등 뒤에서 기척이 느껴졌을 때, 그는 재빨리 몸을 돌렸다.

하지만.

축뢰(?雪)

하퍼가 돌리는 총구보다 아서의 다리가 더 빠르게 움직였다. 아서는 번개가 번쩍이듯이 다리를 올려찼다. 순식간에 하퍼교수의 턱이 박살났다.

"커헉!"

그것으로 끝나지 않고 하퍼 교수의 몸이 허공으로 붕 떠올라 몇 초동안 체공했다. 그리고 바닥에 쿵 하고 떨어지며 경기는 시시하게 끝이 났다.

틱. 틱.

"후."

아서는 스테이지가 사라질 때까지 파이프를 입에 물고 연기를 내뱉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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