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1화 〉 60화 GTA(그레이트 티처 아서) (12)
* * *
웅성웅성거리는관람석.빈좌석이없을정도로학생들이가득차있었다.교수와교수가맞붙는싸움을볼경우는얼마없었기때문이다.
양측의자존심을건대결.
패배하는교수들은대부분그대로명예가추락하여수강생들이확줄어들었다.그리고그것은그들의직급이나권한,돈과명예에크게연관되어 있었으니, 굳이모험을나서는교수는드물었다.
경기장정중앙에는가상공간을여러측면으로볼수있도록전광판들이설치되어있었다.현재모든화면에서는아서가여유롭게파이프를물고있는장면이 나왔다.
릴리또한그것을바라보며레모네이드를한번쭈욱빨아들였다.그리고푸하하고숨을내뱉으며입을열었다.
“응응!우리교수님엄청강하네!현장학습에서안전걱정은하지않아도되겠는걸!그치벨라?”
재미난구경을했다는듯이다리를교차로흔들면서벨라를쳐다보는릴리.벨라는방금전에있었던경기를곰곰이생각하고있었기에대답하지않았다.
“벨라.”
“...”
“벨라벨라벨라벨라!”
“시끄러워,조용히좀해.”
벨라는날카롭게말하며눈썹을찡그렸다.그리고그대로고개를돌려릴리를확째려보았다.릴리는생글생글웃기만할뿐겁먹은기색이일절보이지않았다.
“후···.”
벨라는어제처럼입을틀어막거나엉덩이를때릴까생각했다.하지만그런것들로는릴리를입을막을수없다는생각이들었다.무엇보다약자를괴롭히는것은자신의심성에어긋나는일이었기에그대로한숨을내쉬었다.
벨라가반응하자릴리는다시말을이었다.
“너는어떻게생각해?”
“뭐가.”
“방금싸움말이야.언뜻보면하퍼교수가굉장히허접했기때문에쉽게끝난것처럼보일 수 있는데,난그렇게생각하지않아.그래서!너의의견을듣고싶어!”
릴리는벨라에게단도직입적으로물었다.그녀는1학년학생들중에서가장강한편에속했으니,자신이미처이해하지못한부분을쉽게설명해줄수있을거라는기대감을가지며말이다.
“몰라.알아서생각해.”
벨라는냉정하게거절했다.귀찮을뿐더러,자신은누구에게일일이설명해줄만큼착한성격이아니라고생각했기때문에.
하지만이대로수긍하고넘어갈릴리가아니었으니.그녀는곧바로벨라에게대답을듣기위해음흉한생각을하며미소를지었다.
그리고그때.
꾸욱.
누군가가릴리의머리를오른손으로눌렀다.
“으엑!대체누구야!”
릴리는바로몸을앞으로숙이며손길에서빠져나왔다.그리고고개를뒤로획돌렸다.
“릴리,가만히좀있으면안되겠니.”
머리를누른사람은한스였다.가만히내버려두었다가는릴리가또엉뚱한일을저지를것같아미리나선것이다.
“한스!”
“선배.”
“선배.”
좌석때문에떨어져앉아있던한스.잠시쉬는시간을이용해단둘이앉아있던그녀들의상태를확인하기위해서찾아왔다.
“선배는어떻게생각해?”
릴리는대뜸한스에게질문했다.그에한스는대체무엇에대한질문을한것인지생각했다.
“···방금시합말하는거지?”
차분하게생각해서나온결론.한스의말을들은릴리가고개를세차게끄덕였다.
“응응!일방적이었다는건둘째치고이상한점이많았잖아.”
릴리는계속말을이었다.
“첫시합에서기습할수있는순간은넘쳐났는데계속미행만하고있던거라든가,두번째시합때어느순간상대방의생각을꿰뚫어본듯,갑자기와이어로외벽을타옥상까지올라간거라든가.”
꽤나핵심적인질문에한스는눈을크게떴다.그리고어떻게잘설명해줄까잠시손에턱을괴었다.
단순히장난기만있고복잡한생각은전혀없을것같아보였던천진난만한그녀가꽤나기특한질문을해왔으니,그는선배로서잘대답해주어야겠다는마음이들었다.
그렇게약1분간가만히있던한스가마침내입을열었다.
“첫경기에서아서교수님이미행만하고있었던이유는아마관찰하고있었기 때문인 것같아.”
“관찰?”
“응,관찰.”
한스는헛기침을몇번한다음말을이었다.
“다전제에서유리한상황이찾아올경우,그대로밀어붙이는게아니라여러시도를해보며다음경기를위해상대의정보를파악하기도하거든.”
한스의설명에릴리는이해하지못하겠다는듯이혀를내밀었다.
“으에···모르겠어.교수님은어떠한행위도하지않고,그저상대가트랩깔면서조심히나아가는걸지켜보고만있었잖아.거기서대체무엇을알수있다는거야?”
“···그건.”
한스는고민했다.생각하는바가없는것은아니었지만,정답이아닐수도있는말을그대로전해주기는부담스러웠다.
“아서교수님이어떤것을파악했는지는나도잘몰라.하지만두번째시합이나세번째시합때하퍼교수님의생각을읽은듯이행동하셨잖아.분명많은것을 파악하셨을거야.나중에같이교수님에게여쭤보자.”
릴리는한스의대답에살짝고개를끄덕인다음,질문을계속했다.
“그럼두번째시합에서미행하다가갑자기외벽으로확올라간거는?”
“그건당연히미리대기해서기습하는게유리하기때문이지.”
“하지만첫시합이나마지막시합을보면굳이그렇게까지싸울필요는없었잖아.그냥단순하게건물내에서붙어싸워도이길것처럼보였는데?”
또쉽게대답해줄수없는질문이나왔다.
“음···.”
한스또한릴리의말에공감했기에침음을흘렸다.그만큼마지막아서가보여준퍼포먼스는굉장했으니까.
빛이번쩍이는것처럼보이지않을정도로빠르게뻗은다리. 그것을 보니 더더욱 아서교수님의격투술실력이가늠이되지않았다.
굳이번거롭게상대의대처에따라일일이행동하지않아도,또상대를파악할필요도없이,그대로쉽게쉽게끝낼수있는일이었다.
‘교수님은대체왜그렇게행동했을까.’
한스도호기심에가슴이뛰기시작했다.
“···그것도있다가교수님에게같이물어보자.”
“응!”
결국모든질문은교수님에게하는걸로되어버렸지만.의미없는시간은아니었다.2주동안같이지낼그녀의성격에대해한층더알수있었으니까.
그렇게한스는몇번이나말한주의사항을또계속반복해서말한다음떠나갔다.
“...”
벨라는혹시나하는마음에귀를쫑긋세우고같이듣고있었다.자신도비슷한내용이 궁금했기때문이다.
하지만 그들도 결국 자신과 비슷한 곳에서막혀버렸으니.그녀는다시잠자코전광판을올려다보았다.
여유롭게다음경기를기다리면서연기를내뱉는아서.
그녀는이시간을허투루보낼생각이없었다.
첫날받았던치욕을리벤지하기위해.
어느새벨라의두손이꽉움켜쥐어있었다.
***
“허억!!”
가상공간에서돌아오자마자하퍼는눈을크게떴다.앞에는아서가보였다.그것도자신을차갑게노려보고있는모습으로말이다.
하퍼는심장이쿵쾅쿵쾅뛰는것이느껴졌다.마치사나운포식자의먹잇감이된것처럼.몸이벌벌떨리기도했다.
곧바로그자리에서도망치고싶었다.하지만지금해야하는것은그게아니었으니.그는그대로헐레벌떡아서에게다가가서허리를숙였다.
“허허.내아서교수의실력을못알아봐서미안하네.젊은친구답게아주패기가있더군!”
져서분하지않다면거짓말일것이다.전장에서살아온만큼투쟁심은언제나가슴속에있었으니까.
무섭지않다면거짓말일것이다.가상현실이었다고한들,죽음을3번이나연속으로경험한것이었으니까.
하지만이것은꼭해야하는일이었다.
교수로서살아남기위해.
학원도시에서쫓겨나지않기위해.
“아주좋은싸움이었네.다시한번붙고싶지는않을정도로말이야.으하하!”
비굴하게허리를숙였다.
눈치를보며손을싹싹비볐다.
무해하다는것을알리기위해최대한바보같은표정을지었다.
용병이었던삶에의해강자를보면기는것은습관이되어버렸다.
이렇게형편없는대련의보여준대가로서찾아올결말은단순히수강생이몇명줄어드는정도가아니었다.
이사장님으로부터의해고통지.
그것만큼은피해야했다.
“혹시내가서운하게했다면미안하네.앞으로한번싸워본 사이인 만큼, 전에있었던일은내사과할테니친하게지내보세.”
일단그에게잘보여서이상황을모면하는게최우선이었다.이수치는언젠가기회가찾아오면,빈틈이생길 시 그곳을찌르면되었으니까.
“네,좋은경기였습니다.다음에또시합할수있으면좋겠네요.”
“하하!좀봐주게!”
아서는강건하게대처하지않았다.
아직은때가아니었으니까.
더불어그는고프라는자에비하면잔챙이였기에,별다른감정이생기지도않았다.
또 몇분후,그가학원도시에서저지른일에대한대가를고스란히받을터였으니.아서는가볍게몸을돌려경기장밖으로걸어나갔다.
“...”
그것을모르는하퍼는어리둥절한표정을지은다음 안도의한숨을 내쉬었다. 등은 이미 땀에 푹 젖어 축축했다.
그는 꽤나가식적인웃음을 보였지만 적의가느껴지지는않았으니, 목이붙어있다는 사실이실감 나기 시작했다.
곧이어하퍼는아서의뒤통수를째려봤다.가식적이고예의바른태도에서, 어렸을때부터별다른고생을하지않고자랐다는게느껴졌기 때문에.
평생 용병으로치열하게살아왔던자신과는다르게,젊었을때부터 압도적으로 강대한힘을가진것이부럽기만했다.
···열등감이 느껴질 정도로.
하퍼는이를꽉깨물며방금전상황을 머릿속에 욱여넣었다.
***
“고프교수!하퍼가이길수있게세팅했다고하지않았는가!!”
알렉스는소파에다리를쭉뻗고앉아있던고프에게크게소리쳤다.
“어서말이라도해보게!”
곧자신의차례가다가오니 불안감이마음속깊이차올랐다.
“그가숨기고있던게꽤나많았네요.어차피예상할수없던것들아니었습니까?”
고프는담담하게대꾸했다.말그대로마법사나무투가라고생각했던아서가그만큼많은재주들을가졌을거라고누가알았겠는가.
연기를몸으로덮어서은신에가까운형태를한다던가,실처럼만들어서와이어처럼쓴다던가,보이지않을정도로빠른발차기를사용한다던가.
아무도예상하지못한바였다.
“크으···.”
알렉스또한무작정고프의탓이라고말할머저리는아니었다.또같은용병친구가화를입은건마음아픈일이었지만,자신이복수해서명예를살려주면되는일이었다.
고프는알렉스를쳐다보며차분하게입을열었다.
“이제윤곽이좀잡히지않습니까?”
“어떤점이말이지?”
곧있을전투에 예민해진 알렉스는날카롭게대답했다.고프는신경쓰지않고평소의톤으로계속말했다.
“뛰어난격투술.연기를다룰수있는기묘한특기.어두운곳을별다른장비없이볼수있고,고대마법도구까지가지고있다면.하나밖에없지않습니까?”
“...”
“네,에이전트출신이겠지요.저자는.”
고프는확신에찬목소리로말을이었다.
“여러나라들과커넥션이많은이사장의특성상,에이전트출신한명고용하는것은쉬운일입니다.실제유명한군인이나헌터들이교수로와있듯이.”
“아마도이번에사람이대거빠졌으니,평소에평가가좋지않은여러분들도같이해고시키면서사람을대거고용할속셈이겠죠.이사장은.”
“물갈이라는겁니다.물갈이.”
고프교수의직설적인말에알렉스는나지막이입을열었다.
“···하지만내가이긴다는사실을변함이없을거다.에이전트출신이든아니든,기습당하지않는이상무투가가검사를이기는경우는없었으니까.”
알렉스는고프보다는자기자신에게다짐하듯이말을한다음, 문을열고 나간 후 쾅 닫았다.
“...”
고프는그가끝까지나가는것을보다가,손을깎지끼고머리에댄채,푹신한소파에몸이파고들정도로누웠다.
고프는걱정하지않았다.
어차피그가이길정도의상대면자신이질리도없을터였고.그가져도그만큼정보가쌓여서아서를카운터칠방법을연구하면그만이었으니까.
지금은그저재미나게경기를지켜보면되었다.
고프는미소지으며테이블위에있던와인잔에손을뻗어 잡고는,한번흔들어 향을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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