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고양이의 제자-62화 (62/154)

〈 62화 〉 61화 ­ GTA(그레이트 티처 아서) (13)

* * *

“어째서이렇게까지자세하게알려주시나요?”

민철은조금날카롭게말했다.그렇게까지말할필요가없음에도.

경기가시작하기전.아서는민철에게이것저것부탁했다.내용은대부분간단한행동들이었지만,왜그러한일을해야하는가와더불어,자신이앞으로어떠한행동들을할지같이설명하면서말이다.

쓸데없이세세했다.하물며그는클라이언트였으니,그렇게까지말하지않아도수긍하고따랐을터였다.

“제가신뢰가가지않으시면.”

“아뇨.그런건아닙니다.”

아서는딱잘라말했다.그리고잠시뜸을들였다.뒤이어어떻게말해야할까잠시고민한다음입을열었다.

“제가누군가에게의뢰나부탁을해본적이없어서혹시실례되는말이나행동을했다면죄송합니다.”

아서는짧게고개를숙여사과했다.그것도진심으로말이다.

민철은곧바로당황했다.그녀는단지,아서의본심이듣고싶어서그랬던것뿐이었으니까.

조금더그에대해알려고했던호기심이오해를자초한것만같았다.민철이재빨리입을열어진심을얘기하려할때,아서는계속말을이어나갔다.

“무엇보다···.”

말끝을흐리며쓴웃음을지었다.

“같이일하는게이번일로끝이아닐것같아 신뢰를쌓기위해 했던 말들이었는데···오히려 사족이었던것같네요.다음부터는이런일이없도록하겠습니다.”

아서는그말을끝으로몸을돌려서경기장쪽으로걸어나갔다.민철은오해가커진것같아마음이급해져허둥지둥되기시작했다.이내생각이끝나기도전에입을열었다.

“아뇨!”

일단은아서를불러세웠다.그리고그가몸을살짝틀고고개를돌리는것을지켜보았다.

“그···.”

머리가새하얘졌다.평소대로타인을알아보기위해조금날카롭게질문했을뿐이었다.

보이는대답에서진실인지아닌지를분간하기도하고,그반응에서나타나는행동으로상대를판단하며분석하는습관이있었는데,그것으로인해그가꾸밈없이진심을담아사과할줄은몰랐다.

심지어자신의잘못이일절없음에도불구하고!

“다음에도···네! 다음에도자세하게알려주셔도괜찮습니다!”

민철은급하게어설픈웃음을지어보였다.그에아서는빙긋웃어보이더니다시몸을돌려그대로걸어나갔다.

***

“후.”

연기에서커피향이났다.갑작스럽게그리움이느껴졌다.곧바로마법을사용해불을끄고비닐팩을꺼내재를툭툭털어넣었다.

이것저것약초를조합해서피는경우제각기다른향이났다.원하는맛이나오면한동안그맛을느끼기위해그대로그조합을사용했다.

하지만원하는것과는거리가멀었을때,혹은지금처럼커피향이나맛이날경우에는곧바로조합식을바꿨다.

하루에두번이나스승님을떠올리고싶지않았으니까.그리움이계속되면결국향수병에걸린사람처럼간절해지기마련이었으니말이다.

그렇다고완전히커피를단절하면스승님에대한마음이단절될것만같았으니,커피는하루에단한잔이면족했다.

“...”

슬슬시간이된것같아상념을깨고고개를들어주변을둘러보았다.조명이경기장위에있는나에게모여져있는것과더불어,수많은학생들이나를지켜보고있었다.

관심없다는듯이자기들끼리얘기를나누는학생도있었고,내얼굴이나실력을평하는학생들도있었다.

그것을한두명이아니라천여명의학생들이경기장을빙둘러싸앉아그러고있으니,장내는시끄러울정도로웅성거렸다.

첫경기를보고나서다음경기는커다란화면으로보고싶었는지,보이지않던교수들도나타났다.

다들하퍼교수가그렇게쉽게패할지몰랐다는듯이눈을동그랗게뜨여있었다.그만큼전경기가너무압도적이었던탓이리라.

이따금씩터지는플래시를받으며휴대폰을꺼내시간을확인하였을때였다.

“승자의기쁨에도취되어있었는가.”

호랑이와같이으르렁거리는목소리로누군가말을걸어왔다.나는그곳으로고개를살짝돌렸다.

빈틈없이온몸을두르고있는가죽갑옷.강한몬스터의소재로만들었는지꽤나튼튼하고질겨보였다.

이번사건으로연루되어있는또다른교수,알렉스가허리에검한자루만을허리에찬채로경기장위에올라왔다.

“와아아!!”

갑자기시끄러운함성이귀청을때렸다.주변을감싸고있던공기가달구어져후끈후끈해지고,학생은물론교수들까지흥분에가득찬얼굴로바뀌었다.

전경기를애피타이저라고생각하고지금경기를메인이라고생각하고있던것일까.

[1학년학생여러분!드디어기대하시던알렉스교수님께서등장하셨습니다!!]

진행을맡은여학생의목소리조차첫경기보다더힘차게울려퍼졌다.곧이어짧게알렉스에대한소개를진행했다.

“하퍼에게무슨수를썼나.”

진행을듣고있던아서에게난데없이알렉스교수가말을걸어왔다.듣기좋지않은굵직한남성의목소리에아서는인상을살짝찡그렸다.

하지만답을해주지않자알렉스는계속귀찮게말을이었다.

“그친구는누가주시하는것조차모르는얼빠진녀석이아니야.같이일해본경험이있기에그친구의영민함은누구보다잘알고있다.”

그렇게하퍼의강함을넘어그가용병생활때어떤남자였는지까지.한사람의일대기를응축해서소설로만든것같은번지르르한얘기였다.

지루하기짝이없었으나대꾸하고싶지않아조용히입을다물었다.

[그럼경기시작하겠습니다!]

마침내경기를시작하는음성이들렸을때,눈을감았다떴다.

“...”

예정되어있던것과같은원형경기장이형성되어있었다.그리고단판이라고알리듯이오른쪽위에1/1라는표시가보였다. 고통 수치 또한 마찬가지로백퍼센트였다.

“다시한번묻겠다.”

경기는시작되었지만그는멀리서아직얘기가끝나지않았다는듯이검을비스듬히뽑은채로말을걸어왔다.

“하퍼에게무슨수를썼나.”

뒤이어처음했던말을앵무새처럼반복했다.PTSD를걸리게만들려는작전뭐그런걸까.아서는어깨를으쓱이며결국입을열어대답해주었다.

“헉! 어떻게 아셨습니까?"

“...”

갑작스러운아서의수긍. 알렉스는아서가그렇게 호들갑 떨며 대답할줄은몰라내심당황하며입을다물었다.

“사실···.”

아서는이다음에중요한얘기를할거라는듯이말을끌었다.그리고손을들어조그맣게속삭였다.

“몰래져달라고돈을살짝쥐여줬습니다."

눈꼬리와입가를동시에올리는아서.명백한비웃음과도발이었다.

“헛소리!”

알렉스는곧바로부정하듯경기장전체가울려퍼질정도로외쳤다.

“입에침도바르지않고뻔뻔한소리를하다니!불쾌하기짝이없군!”

그러고는인상을팍찡그렸다.참지못하겠다는듯이떨리는마력이허공을거쳐살기로전해졌다.

“왜헛소리라생각하십니까?”

아서는그것에겁먹기는커녕주머니에서다시파이프를꺼내틱틱불을붙였다.곧이어푸른연기를입에머금었다가내뱉었다.

“지금까지하퍼에대해서얘기해줄때뭘들었나!”

“안들었습니다.”

아서는담담하게대답했다.알렉스는화가머리끝까지찬듯얼굴이빨갛게달아올랐다.

입에서욕설을내뱉지않고있는것은스스로교수라고생각해품위를지키려는마지노선이리라.

“···자네,교수가된지얼마안된것같아서내충고하나해주.”

“아뇨아뇨아뇨아뇨.괜찮습니다.해주시지않아도.”

아서는웃으며말을끊었다.

“무슨종교를믿는것도아니면서,자랑이라도하듯이온몸에 낙서를남긴용병이무슨교수행세를하려는겁니까.”

아서는알렉스의문신들을눈으로한번훑으며얘기했다.

“이씹새끼가···.”

“돈만쥐여주면웃으면서사람가리지않고뱃때지에칼을쑤셔주는사람한테,똑같이돈쥐여주고경기한판져달라고했다는게그리안믿기십니까?"

“...”

이빨이빠드득빠드득갈리는소리가났다.그리고더이상대답해주지않겠다는듯이두주먹을불끈쥐었다.또한한발자국도움직이지않았다.무투가라고생각하고있는아서의속도에눈이익숙해지지않으면패배할게분명하다고생각하고있었으니까.

알렉스는머리가뜨거워도몸은습관처럼침착했다.그에아서는히죽히죽웃으며말을이었다.

“사실상용병이란,돈만쥐여준다면뭐든지하는개걸레좆물창년들과다를바없는사람들아닙니까?”

“아니,타인의목숨을갈취하며직업이랍시고당당히가슴펴고살다가교수로세탁해서남에게훈계질하려는것보다는,그래도지몸팔면서호의호식하는게오히려더건전하겠네요.”

아서는 낄낄거리며 용병들이 사용하는 특유의 볼썽사나운발음과맡투로 창녀와비유하며 그를 놀렸다. 제대로들었다면곧바로갈기갈기찢기위하여달려들지않고는못배길터.

하지만알렉스는어느순간집중상태에들어갔는지눈의초점이뚜렷했다.가슴으로부터사선으로검을들고아서의모습만을쳐다보았다.아서가발자국을한발자국옮기면그의눈도곧바로그것을따라갔다.

빛에비쳐서번쩍이는칼날.자세또한용병답지않게꽤나다부지고각이살아있었다.

아니,제대로된검술을익혔기에교수자리에앉을때까지살아있을수있었겠지.

“공격안하십니까?”

몇번이고연기를내뱉어서푸른연기가경기장위를넘실거리고있었을때,아서는미소를띤채질문했다.

알렉스는대답하지 않았다.

자신의간격내로들어올때까지굳은석상처럼그자리에서서있을예정같아보였다.

전경기에서보여준연기의쓰임새.

그리고마지막에보여준단한번의발길질.

그뿐만이아니라이것저것자신이보여준모습들을종합해서결론을내린결과가저형태일것이었다.

그에피식웃음이흘러나왔다.곧이어아서는알렉스교수의눈을똑바로마주보며입을열었다.

“피어라.피안화.”

그순간.

알렉스의몸에불꽃이붙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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