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고양이의 제자-63화 (63/154)

〈 63화 〉 62화 ­ GTA(그레이트 티처 아서) (14)

* * *

[불! 불입니다!!]

[알렉스교수님의몸에불이붙었습니다!!]

진행을맡은여학생의커다란외침과함께학생들이모두입을벌리고전광판을쳐다보았다.

시합이시작되기전까지만해도노련한검사처럼보였던알렉스는어느새온몸이불이붙은채로광전사처럼검을휘두르고있었다.

새빨갛게타오르며시전되는그의검술을처음보았을때는광포하고,매섭고,절박해보여,모두가침을삼키며눈을떼지않고쳐다보았다.손에땀을쥐게만들정도로긴장되었기때문에.

하지만그것이계속반복되니어느새인가지루하기짝이없었다.그가검을휘두르는대상,아서가그눈먼검에베일기미조차보이지않았으니까.

요리조리피해다니면서이따금씩가볍게얼굴에잽을툭툭치고있었는데,학생대부분은그것이단순히장난치는걸로보였다.

결국온몸을불태우는전장의광전사는,서커스장에서링을제대로넘지못해불이붙은사자로전락했다.

보면볼수록우스꽝스러운광경.

그때어느학생이입을열어말했다.

“야,저불CG아니냐?”

“뭐···?무슨소리를하는···.”

관찰력이좋은학생의말을기점으로순식간에다들알렉스교수를자세하게지켜보았다.

“···진짜그런가?”

불길이붙었는데도알렉스는그을리지도,타들어가지도않았다.심지어머리카락도계속찰랑거렸으며,연기가나기는커녕주변공기가일렁거리지도않으니,학생들은전경기도그렇고이번경기도그렇고교수님들끼리승부를조작하고시뮬레이팅을한건가착각했다.

“푸흡크큭아,진짜리얼해서속을뻔했잖아."

아하하하하면서순식간에 웃음소리가 번졋다.이제그들중에고통에미쳐버릴것같은알렉스를공감하는학생은몇없었다.

학생들은더이상긴박함따위없는트릭을다들킨마술사공연을보는듯했다.유치하다고생각되었기에휘파람을불며반쯤조롱하는학생들도간간이나오기시작했다.

“...”

“...”

반면,똑같이전광판을보고있던교수들과실력있는몇몇학생들은아직도식은땀을흘리며입을다물고있었다.

그들은단순히눈으로만경기를보고있는것이아니라,세세한마력의흐름까지들여다보고있었으니까.

저꺼지지않는붙은그들이알지못하는심오한마법이라고그들은예상하고있었다.

무엇보다첫경기에서무투술만을사용해서저런상황을만든전략에몇몇은몸서리쳤다.

하나를숨길줄아는사람은두개까지쉽게숨기고있는법이었으니.저런무시무시한마법말고또어떤것들을숨기고있을까하는상상들이이사장님의손님이라는것과더불어,그들의마음속에아서는커다란존재로자리매김하게되었다.

“...”

벨라는 이렇게까지할필요가있을까 생각했다. 그녀는계속머리를싸매고끙끙앓았다.

그리고 입다물고있는벨라를흘깃쳐다본릴리는어느정도아서의생각을이해했기에어깨를으쓱이며 입맛을 다셨다.

“흐음.”

우리교수님,성격나쁘구나하고.

***

“커흐윽···커허억···흐억.”

호흡곤란에걸린사람처럼숨을내쉬는알렉스.그는경기가끝나자마자호흡을고르기에급급했다.

경기가끝났는데도전신이불타고있는감각이아직남아있어서온몸이가려웠고,정신은미쳐버릴것만같았다.

“이야보여주신춤사위,정말재밌었습니다.”

아서는무릎을꿇고바닥을손을짚고있던알렉스에게손뼉을치며다가갔다.

“그런데···.그렇게할거였으면경기장이아니라무도장으로가야하지않았을까요?”

비꼬면서말이다.

알렉스는숨을쉬느라고개를숙이고있어도,히죽히죽웃으면서조롱하는아서의얄미운얼굴이머릿속에그려졌다.

하지만곧바로일어서서그에게엄포를놓을생각이들지않았다.그에게졌다는마음이가슴속에깊이박혀버렸으니까.

그나마눈을치켜뜨며아서에게부라리려했지만.

“...”

아서는기계와같이 차갑고 무기질적인눈빛을보내왔다.장난기가득한말투와는다르게.

“큼···큼.”

적으로절대로만나고싶지않았던용병들이자주보여주던섬뜩한표정.알렉스는꼬리를내리고살포시일어나서그대로경기장밖으로나가려고했다.

“악수안하십니까?”

“...”

아서가손을뻗었지만알렉스는뒤를 돌아보지도 않고경기장을 휙 나가버렸다.이것이그가할수있는최대의저항이었다.

*

[지금부터!승리하신아서교수님의소감한마디를듣겠습니다!]

현실로돌아오자마자 분위기는 어수선했다.학생들은아서가어떠한말을해올까궁금했다.그가승부조작을했든,실제상대교수를압도했든범상치않은인물임은확실했다.

아서는그들의기대에맞추어행동하려했다.

마기아시네스티마톤,아네미타···.

[συναισθηματικμαγεα,αναμετ···.]

‘아.’

하지만곧바로마음을고쳐먹었다.그는현재마법사가아니라교수로서그들앞에서있었으니까.임시라도말이다.

자신의감정을그들에게강제로때려넣으면세뇌와 다를 바 없었다.

엠마라면이렇게하지않았을것이다.

아서가원하는교수의이상도이렇지않았다.

그에생각을고쳐먹고재빨리머리를굴렸다.민철에게말해준대로의상황을만들기위해.

이윽고몇초간입을다물고있던아서는 눈을 서서히 뜨며 침착하게입을열었다.

“여러분에게묻겠습니다.”

인사는필요없었다.조금전에있었던경기들로수많은사실이그들에게전달되었으니까.

말이란,어떠한말을하는가보다는누가하는가가훨씬중요했다.

“방금저와시합을벌였던두교수에게배우고싶은학생.있습니까?”

“...”

“...”

“...”

누구도예상치못한아서의질문.

모든학생들이각양각색의표정과시선을보내왔다.

“없을거라생각합니다.몇분간미행이나당하는데도눈치채지못한사수하고,상대가마법사인지도모른채꼼짝도하지않고있던검사에게누가배우고싶겠습니까.”

아서가어깨를으쓱이며위트있는어조로말하자학생들은자연스럽게웃음을터트렸다.

“하지만···모든것이평등했던중급학교와는달리,상급학교부터는성적에따라편성되었다는사실을여러분은알고있을겁니다.”

“모두가엘리트교수님들에게질좋은수업을받을수만은없겠죠.”

아서는안타깝다는듯이살짝한숨을내쉬는모습을보였다.

“그럼에도! 이사장님께서는여러분들이받을수있는수업수준을최대한평등하게해주려노력하십니다!”

분위기를한껏들뜨게하기위해목소리를키웠다.지루할것같아옆학생과장난치려던학생들도동공을크게뜨며아서의말에집중했다.

“때문에,과거에조금문제가있었거나인성에흠이있는사람이어도그가가르치려는마음만있다면,실력이출중하다면,고용하시기도합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여러분.”

아서는비밀을얘기하듯이목소리를확줄였다.

“방금두교수가여러분들을가르치기에걸맞다고생각하십니까?”

“...”

“...”

“...”

결국처음으로돌아온질문.하지만지금다시한질문은그들머릿속에조금더강하게전달되었다.

아서는재차말을이었다.

“처음학원도시에들어왔을때까지만해도두교수는실력이좋았을지모릅니다.”

“다만, 지금은아니라는게문제라는겁니다.”

아서는말을끝으로길게한숨을쉬었다.그모습은다양한의미로학생,그리고교수들에게전달되었다.

그리고다시진중하게입을여는아서.

“···지금까지여러분들은수많은것들을증명해왔습니다.그리고앞으로도계속증명해야할것입니다.”

“자신이더나아지기위해노력하고있다,어제보다더강해지려고발버둥치고있다는사실들을.”

“교수에게이사장에게그리고자기자신에게 말이죠"

아서는그말을끝으로객석을쭉훑어보았다.

주먹을꽉쥐고있는눈을번쩍뜨는 남학생.

호기심에가득차입맛을다시는 여학생.

안경을매만지면서무엇이든도전할각오가되어있는학생.

아직1학년이기에그들의마음속에실패란없었다. 그에 그들의 열의가 그대로 전해져왔다.

아서는천천히걸었다.

경기장끝부분에서원한바퀴를그리듯일정하게.

모든학생들과눈을마주쳐주려고, 그들이 하고싶은말에 일일이 답하듯이.그리고마법을사용하지않은지금, 자신의감정을그들에게그대로전하려고말이다.

“저는여러분들을가르치는교수라면더더욱자신을증명해야한다고생각합니다.”

“그러나그들이이학원도시에들어와서어떠한행동들을 해왔을까요.”

“함께 보시죠.”

***

“웨인라이트교수님.저거그대로내버려둬도되겠습니까?”

전광판에서는어느새알렉스와하퍼가학원도시로오고나서한일들이샅샅이공개되고있었다.

이른바부끄러운처형식이었다.

비리,뇌물,학생폭력,갑질등끝도없었다.물론아서의말대로그들이처음부터그렇게더럽지는않았을터였다.하지만결국그렇게된건그들이선택하고자초한일이었으니.

“내버려두게.그는이사장님의손님일뿐더러···.”

현장학습총책임자인웨인라이트교수는나직이말했다.

“이상을꿈꾸는건젊은이들의특권이지않은가.”

“···알겠습니다.”

두눈을전광판에주시한채로.

그또한지금은완전무결할정도로깨끗한사람은아니었다.허나아서가하고있는말에꽤공감하고있을뿐더러,젊었을때의자신또한저렇게당당하게되고싶었다.

하지만하지못했던일이다.무력했기에,젊었기에,세력이없었기에,같은수많은변명이있던탓에.

그러나젊었을때의자신보다훨씬어려보이는아서가입밖으로당당하게꺼내고있었다.

단순히그가이사장님의친구이기에저렇게말을할수있는걸까.같은생각보다는그가저렇게말할수있기에이사장님의친구가될수있었겠거니생각이들었다.

잠시뒤를돌아본웨인라이트교수의눈에입다물고 진지하게 전광판을 쳐다보고있는몇몇측근교수들이보였다.그들이하퍼나알렉스같이지저분하지는않겠지만,자신과같은생각을가진사람들이많으리라.

웨인라이트측의교수들은마음속수심이깊어졌다.

***

“이곳은여러분들의선배들이자유와자치의정신으로일궈낸도시.학원도시입니다.”

“이제여러분들도상급학교로진학한만큼,책임을가지고행동해주시길바랍니다.”

“그리고마지막으로.”

“현장학습마지막일정으로되어있는5서클마법사,케이든고프교수님과저의퇴직을건승부.”

“기대해주시길바랍니다.”

“이상입니다.”

아서는웃으면서허리를숙여인사한 후 경기장밖으로몸을돌렸다.수많은박수갈채와함성소리가장내에울려퍼졌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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