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9화 〉 68화 GTA(그레이트 티처 아서） (20）
* * *
아서의앞에시커먼숯과같은무언가가접시위에놓여있었다.
“...”
그것은릴리가태워먹은고기였다.한스가오두막으로들어간사이,몰래아서와민철의상황을구경하려고떠날려다미쳐보지못했던고기말이다.
“···교수님화났어?”
아서가다타버린고기에서시선을떼지않고있자,릴리가쪼르르아서에게다가와속삭이듯이조그마한목소리로말했다.그리고잘못을인지한것처럼아르마딜로처럼몸을웅크렸다.
그에아서는시선을떼며별거아니라는듯이어깨를으쓱였다.
“화날이유가뭐가있겠습니까.음식이조금탔을뿐인데.”
“그으래?”
평소와다를바없는태도로돌아온아서.릴리가눈치를본다음바로몸을쭉펴며헤실헤실웃었다.
눈깜짝할새에이루어진태세전환이었다.역시그녀는고기조금태운것가지고는잘못했다고생각하지않으리라.
웅크리고있던것도단지눈앞에닥친조그마한위기를넘어가기위한연기였을뿐.
“흠.”
아서는짧게숨을내쉬었다.
물론고기를조금태운것은가볍게머리를쥐어박고끝낼수있는정도의애교였다.
하지만아서는릴리가음식의소중함을알기를바랐다.그래서좋은아이디어를떠올리기위해머리를굴렸다.몇초가지나고나서야아서는다시입을열었다.
“그래도.”
아서는말을내뱉으며릴리의어깨에손을올렸다.릴리는변함없이헤실헤실웃었다.아서의목소리가여전히부드러웠고눈가는살짝반달을이루었으니까.
“귀중한식재료를낭비한것은변함이없는만큼,간단한벌칙을드리겠습니다.”
“으엑.”
갑자기치고들어오는아서의벌칙선언.쉽게넘어갈줄알았던릴리의입에서얼빠진소리가나왔다.
*
밖에서웅성웅성하는소리가들렸다.
단번에소란스러워진게느껴졌다.
‘교수님께서돌아오신건가.’
귀를쫑긋세운한스가쪼그려앉았던다리를쭉펴며일어섰다.
“흠···.”
그리고지금까지하고있었던욕실청소에대한결과를확인했다.전보다확연하게번쩍번쩍해진욕조.군데군데있었던타일의물때와곰팡이마저혼을담아제거했으니,욕실은더할나위없이깨끗해져있었다.마치바닥에이불깔고그대로자도될정도로.
“후.”
만족한한스는머리에땀을훔쳤다.이어서청소도구들을원래있었던곳에가지런히배치하고욕실을나왔다.
‘짐정리는끝냈고···침대시트는햇빛에잘말리고있고···.마력제품들다검사했고···.’
한스는곰곰이생각을정리했다.아서교수님에게곧바로보고하기위해서말이다.
보고는조직생활에서의필수덕목이다.
안그래도문제아들을뭉쳐놓은이집단에서자신이라도빠짐없이꼼꼼하게보고를드리면,교수님께서한결마음이편해지시리라.
끼이익.
오두막문을여는한스.
“···!!”
곧이어소리없이입을벌리며믿을수없는광경을눈에담았다.
탁!탁!탁!탁!탁!
한치의오차도없이일정한리듬이들렸다.아서가든식칼이도마에부딪히며나는소리였다.양파는그리듬에맞추어일정한간격으로썰려나갔다.
“릴리.정확히1분10초때뒤집었습니까?”
“응!”
“그럼앞으로50초후에접시위에올려주세요.”
“예썰!”
아서의말에따라릴리가고기를구웠다.릴리는입으로열하나···열둘···거리며계속숫자를세었다.
“한붕군.저기있는접시좀오븐에넣어주시길바랍니다.치즈를듬뿍올려서10분정도돌려주세요.”
“크큭.그렇게하도록하지.”
대답후에곧바로접시를드는한붕.아서또한지시를내리면서도계속바쁘게움직였다.
치이이익!!
아서는프라이팬에버터를녹였다.마당에고소한버터의냄새가은은하게퍼져나갔다.
간단한것들은학생들에게부탁하고중요한것들은직접움직인다.머릿속에타이머가있는것마냥정확하고,군더더기없이움직이는것은마치머릿속에바로바로다음은무엇을할지아는것처럼보였다.
팔팔끓는스튜를접시에조금올려살짝맛을봤을때는사뭇우아해보였으며,학생들에게지시를내릴때는노련한주방장의뒷모습이보였다.
“저기···한스?거기서있지말고좀비켜줄래?”
입다물고감탄하던한스에게누군가가말을걸었다.고개를돌려확인해보니민철선생님이었다.
민철은한스가눈을마주쳐오자조그맣게미소지었다.등에는누군가가업혀있었는데머리카락색으로보아벨라이리라.
“죄송합니다.”
한스는재빨리몸을비켰다.
“괜찮아~괜찮아.”
민철은가볍게끄덕인다음거실에있는소파쪽으로걸어갔다.민철의등에업혀있는벨라의몸상태가영좋아보였다.그것이굉장히걱정되었지만더걱정되는것은아서교수님이었다.
노련하게요리를하는모습에잠시넋을놓고있었으나,교수님의몸또한상처투성이었으니까!
셔츠곳곳이찢겨있고피가물들어있는데도,그는요리를하고있었다.심지어여유롭게!
정신을차린한스는헐레벌떡아서에게다가가물었다.
“교수님!몸은괜찮으십니까?!”
아서는손을쉬지않으며대답했다.
“네,괜찮습니다.”
한스가자신에게맡기고치료부터받는게어떻겠냐고질문하려던찰나에아서는다시입을열었다.
“한스.하려던요리가있었을텐데제마음대로레시피를바꿔서죄송합니다.”
“아닙니다.교수님.”
짧게사과하는아서.
한스는곧장대답했다.자신이학생들하고만들려고했던레시피보다더다채롭고맛있어보였기때문이다.오히려휴대폰으로공유한레시피에있던재료들을그대로사용해다른요리를만들어가는게신기하게까지느껴졌다.
“그럼 한스.테이블에식탁보좀올리고접시와포크좀놓아주시겠어요?”
한스는그말을듣고원래말하려던것을떠올렸다.잠시쉬는게어떻겠냐는그말말이다.
“···그렇게하겠습니다.”
그러나한스는그말을꺼낼수없었다.요리에대한교수님의눈빛이정말진심처럼느껴졌으니까.
***
새하얀식탁보가올려져있는원형테이블.아서가만든요리들이접시위에놓여있었다.
토마토의시큼한맛과육즙이가득한비프스튜.겉부분을버터로살짝구운바게트.큼직하게구워진닭을넣은샐러드부터,메인이라말할수있는치즈를듬뿍넣은키슈까지무엇하나맛없어보이는게없어보였다.
아서는학생들이이쁘게접시위에음식을옮기는동안옷을갈아입었다.머리는헝클어진그대로였지만,피묻은셔츠를벗으니전보다훨씬나아보였다.
“음!굉장한맛이군!”
맥은샐러드를닭가슴살과함께한움큼입에넣었다.그는닭가슴살도닭가슴살이지만아서가만든특제오리엔탈드레싱이마음에든모양이었다.
“와···정말맛있어요교수님.요리는또언제배우신거예요?"
민철도비프스튜를한입떠먹은다음감탄을내뱉었다.
“과거에이곳저곳여행하면서조금씩배웠습니다.원안에자신의생각을그려넣는마법진처럼접시위에여러가지의재료들로자신이원하는맛을내는것이꽤나재밌더군요.”
아서는적당히생각나는대로대답했다.
사실은같이여행을다니던스승님의까다로운입맛때문이었지만말이다.
처음요리를내어드렸을때는혀만살짝내밀어맛을본다음한숨을내쉬던스승님.두번째부터는밥생각이없다는듯이고개를절레절레저으셨다.
그러나아서는보았다.혼자몰래디저트가게에가서케이크를산후얼굴을박고계시던모습을···!
그후피나는연습을거친아서.어느순간스승님은물론많은사람들이맛있다고말할만한요리사가되어있었다.
“그렇군요!”
그러거나말거나민철은가볍게대답한다음다시입안에스튜를넣었다.토마토의감칠맛하고고기의육즙이그대로몸안으로스며들어느껴지는황홀한기분에의해아서의말이귀에들어오지않아적당히대답한것이다.
“...”
민철뿐만아니라학생들또한먹는것에집중하고있었다.여객선에서먹었던고급음식들과비교해도큰손색이없을정도였으니.
하지만이중에서도행복하지못한학생이있었다.
“교수님···나이거진짜먹어야해···?”
릴리는아서를쳐다보며기어가는목소리로말했다.그녀의접시에는그녀가태워먹은고기가떡하니한가운데자리잡고있었다.
“물론입니다.자신이직접한요리인만큼맛있게드셔주시길바랍니다.”
"그치만···."
“자자.저도반씩이나같이먹어주지않습니까.용기를내서후딱끝내면되는일입니다.”
말그대로였다.아서의접시에도타들어간고기가놓여있었다.그고기는자로잰듯정확하게반으로나누어져말이다.
아까자를때느낀것인데,고기특유의매끄럽게잘리는것이아닌,바삭바삭한크런키같은느낌이났다.속도겉부분과다를바없이완전히타들어갔으리라.
“히잉.”
릴리는볼멘소리를냈다.하기야다타들어간숯검댕이고기를먹어본사람이얼마나있겠는가.
영양가도없고건강에도좋지않다.탄음식을먹는것은말그대로체벌에불과했다.
“이건학대야···.”
“릴리양은고기를학대했습니다.”
“그건무슨바보같은소리야!”
릴리의말에아서는가볍게농담했다.주변에있던학생들도그말을듣고피식웃었다.
“이렇게된이상나에게도방법이있어!”
“그러신가요?”
릴리의당찬발언에아서는릴리를바라보았다.릴리는버터로구운바게트중가장큰것들만두개집어왔다.
“참깨빵위에순쇠고기패티두장~.”
그리고티비에서자주들리는햄버거CM송을부르며사이에음식들을끼어넣었다.
“특별한소스양상추~.”
“치즈피클양파까~지.”
“빠빠빠라빠!완성!”
물론급조해서만들어진햄버거는참깨빵도없었고패티도없었다.햄버거 아닌 햄버거가완성된것이다.
“릴리···그게대체무슨노래니?”
릴리가요란하게입을열자바로옆에있는한스가그녀에게질문했다.그는티비를잘보지않는모양이었다.
“뭐든지맛있어지게하는주문이야!”
릴리는자신감있게말했다.
"이름하야!맛있는거와맛없는게더해지면평범한음식이된다작전이야!”
그리고가슴을펴고양손으로급조한햄버거를들어올렸다.
“맛있겠지?!”
“으음···잘모르겠네요.”
“달라고해도안줄거야!”
“아···네.”
아서와가벼운실랑이를벌인릴리는끝부분부터크게한입베어물었다.
“읍!!”
릴리는눈을부릅떴다.이내인상을찡그리더니꾹참고음식을식도로넘긴다음입을열었다.
“···으헤···맛없어···너무써···.인생의쓴맛을한번에다느낀기분이야···.”
“그런가요?”
릴리는목으로완전히넘기기까지아서의눈치를살살봤다.뱉어도되나안되나하고.
하지만평소릴리가생각하는대로아서는그녀가다먹나안먹나지켜봤다.릴리가음식을뱉으면다른조치를취하기위해.
결국울상을지으며릴리는남김없이태웠던고기를다먹어치웠다.그리고아서에대해생각했다.벌이라고말한만큼장난스럽게넘어가질않는게꽤나단호하고냉정하다고.겉으로는개심한금발태닝양아치같은얼굴을하고있는데도말이다.
“그럼저도먹겠습니다.”
이어서아서또한나이프와포크를들어올렸다.바스락거리는고기.한입정도로자른조각을포크로찍어입에넣었다.
우물우물.
“...”
“...”
“...”
그순간마당이정적에휩싸였다.
음식에집중하고있던학생들은물론민철또한 긴장해서 입을다물고아서를지켜보았다.혹시나지금까지보여주지않았던모습이나오나하고.
꿀꺽.
“먹을만하네요.”
“그러면그렇지.”
누군가말했는지몰라도대부분의학생들의생각과일치했다.그말을끝으로다들 맥이 풀리며 다시식사에집중했다.
“이건사기야!!!”
숯같은고기를직접느껴본릴리를제외한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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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서는식사가끝나고과일을썰어학생들에게나누어주었다.커피나음료수같이마실것도포함해서.
그리고손가락을튕겨파이프에불을붙였다.파이프에는담배와같이유해한것이아닌,맡으면오히려건강이좋아지는약초들이들어있었다.
“그럼지금부터앞으로무엇을할지간단하게얘기해드리겠습니다.”
양손을깎지끼고테이블에팔꿈치를기대려할때였다.
“그전에나질문하고싶은게있어!”
“무엇입니까?”
릴리의호기심가득한목소리에아서는개의치않는다는듯이대답했다.
“교수님은대체누구야?”
릴리는고개를까딱움직이며물었다.
그에아서는연기를옆으로후하고내뱉은다음대답했다.
“처음만났을때말씀드렸지않습니까.릴리양도잘알듯이이번에현장학습을위해임시교수직위를받은.”
“아니그런게아니야.”
릴리는아서의말을끊으며휴대폰을꺼내테이블위에올려놓았다.그러자휴대폰에서빛이쏟아져나와허공에홀로그램이만들어졌다.
“나는교수님이어떠한사람인지더정확히알고싶어.”
릴리는그말과함께호기심이가득찬아이의눈빛을띠었다.
평소보다더진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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