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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의 제자-71화 (71/154)

〈 71화 〉 70화 ­ GTA(그레이트 티처 아서) (22)

* * *

어느덧짧은시곗바늘이두시를가리키고있었다.일직선으로내리쬐는햇볕이오두막과마당을감싸안는다.따듯했다.나른히앉아서하품이나하면되었으니까더더욱.

멀찍이떨어져있는마당한가운데에서는아이들이장비를착용하고있는것을바라보았다.다음해야할스케줄을위해서부산스럽게움직이는그들을.

“···그러니까.최전선에서벗어나지않을거란말이니?”

“그렇다.”

민철의질문에맥이크게고개를끄덕였다.

“적에게등을보이는것은전사의수치다.목숨을잃을때까지나는최전선을벗어나지않는다.”

바바리안특유의고집이었다.전장에서는누구보다듬직한존재가되지만,그전에가끔이상한신념때문에타인과문제가발생하는.

마음을바꿀생각이없다는듯이맥은팔짱을꼈다.그에민철은턱에손등을대고끙끙앓았다.처음부터문제가생겼으니까.

곤란했다.앞으로있을협동훈련을하면여러의견이오고갈텐데,가장중요한포지션잡는것부터문제가생겼으니.

협회소속인헌터들과길드소속인헌터들,그리고프리랜서헌터들모두포지션을잡는방법이달랐다.각자의개성이뚜렷한사람들끼리뭉치는업계인만큼말이다.

명확하게규정이정해져있는것은당연히아니었다.같이합을맞추어가면서차츰알맞은포지션을만들어가는것이제일좋았으니까.

‘그래,계속관찰하면서조금씩수정해가면되겠지.’

첫술에배부를수는없는법이었다.민철은맥이나중에라도고집을내세우지않기를바라며다른방안을고민했다.

“민철선생님.서브가드가필요하신거면제가하겠습니다.”

“아···한스!”

너무고민하고있었던것일까.한스가답답함을느낀것인지말을걸어왔다.

하지만.

“으음.아쉽게도그건안돼.교수님께서한스군에게는앵커역할을시키라했거든.”

“앵커말입니까?”

“응.”

앵커란말그대로팀에닻과같은역할이었다.한가운데서팀을조율하고갑작스러운위험에대처하는.

민철의말을들은한스는생각했다.

‘앵커···앵커라.대여섯명있는팀에는잘넣지않는포지션인데교수님께서직접언급하신거면무슨의미가있으려나.’

“알겠습니다.그럼메리한테서브가드역할을시켜보는게어떻습니까?”

한스는민철의말을받아들이는것과동시에다른방안을제시했다.

“메리말이니?”

“방패를든그녀라면서브가드역할을충분히해낼수있겠지요.”

한스의말에민철이고개를돌려메리를쳐다보았다.메리는가볍게스트레칭을하며몸을풀고있었다.그리고그옆에는그녀의것으로보이는한손검과방패가놓여있었다.

‘분명서류상에는양손검이라고적혀있었는데?’

무엇보다처음배에서내리고여기로올때까지만해도검하나만들고있었다.지금은어떠한말도없이스트레칭만하고있어신경쓰지않고있었고.

민철은손깍지를껴고쭉팔을뻗는메리에게다가갔다.그러자눈을감고있던메리가서서히눈을떴다.

“메리.”

“하겠습니다.”

“응?”

“서브가드.하겠습니다.”

방금까지의대화를듣고있었는지메리는곧바로대답했다.

“그래?방패사용한지는얼마나됐니?”

“한달되었습니다.”

“한달이면···.”

민철은고민했다.현장학습동안학생수준에맞는지역만돌아볼계획이긴했는데그래도한달이면너무짧지않은가.대체무슨심경변화가있었기에갑작스럽게방패를든걸까.

이문제는도저히혼자서고민할문제가아닌것같았다.민철은아서에게조언을구하듯이눈짓했다.그에아서는민철과시선을맞추고고개를주억거렸다.

‘맡겨도된다는뜻인가.’

민철은곧바로알겠다고메리에게말했다.그리고다른것을생각하려고했는데문뜩이상한점이떠올랐다.

‘···잠시만.저기까지들릴정도로크게말하진않았는데?’

민철이흠칫놀라며고개를돌렸을때,아서는웃으면서손을가볍게흔들었다.

‘청력이무슨!보다보면신기하신분이라니까···.’

민철은이제아서가어떠한일을하더라도별로놀랍지않을것같았다.

그렇게다시아이들을둘러보고있을때였다.이중에서정보가가장적은학생.클레멘스가검은색쇠로된지팡이만달랑들고멍하니서있는게보였다.

‘고대포교골렘이라고했던가···.그럼포교용으로만들어진만큼전투기능은없으려나.’

민철은클레멘스가말을하는것을단한번도본적이없었다.기록또한거의없었고.이현장학습에참여하는것이전에교화부에있는것또한그가잘못을저질러서가아닌,그가그것을희망했기때문이라고했다.

그리고그런희망은지금까지어떤미친학생도한적없었다고한다.했다고하더라도이사장님이웬만해서는들어줄양반이아니었고말이다.

굉장히특이한경우였다.

“클레멘스.혹시권총이나샷건같은것은사용안하니?”

민철은클레멘스를훑어보고먼저말을붙였다.클레멘스는가볍게고개를끄덕였다.옅은미소를지으면서.

“그럼···.”

민철이다른방안을내려했을때,클레멘스가지팡이로쿵쿵바닥을찍었다.

민철은그소리를듣고클레멘스를쳐다보았다.무엇인가보여주려는것인가하고.클레멘스는민철과어느정도거리를벌렸다.그리고선민철의기대에응하듯지팡이를가볍게휘둘렀다.

붕붕­.

지팡이가허공을가르며바람을일으켰다.적당히신성력을담으면서도유연하게움직이는몸놀림이었다.그것은사제들이총을들기이전에필수덕목이라고불렸던것이었다.

지팡이호신술이라고.

곡예와같이화려하지도,거침없이파괴적인움직임도아니었다.다만움직임의연결에빈틈이없었고신성력의흐름또한굉장히매끄러웠다.

탁!

클레멘스는땅에지팡이의끝을부딪히며민철을쳐다보았다.어떠냐고물어보듯이말이다.

민철은이에생각하고있던것을그대로꺼내말했다.

“이번현장학습에서그정도면딱히호위가있을필요는없겠다.응.오히려한붕군 옆에붙어서조금도와줄래?”

민철의말에클레멘스는고개를두번끄덕였다.그리고그말을끝으로다시멍하니허공을바라보았다.

민철은클레멘스를끝으로아이들을장비를다시한번훑어보았다.

‘끝났다!’

그리고속으로작은쾌재를불렀다.

한붕하고릴리는정해줄필요가없었기때문이다.지정사수소총을쓰는한붕은팀의중심이니다른사람들이그에맞춰서움직이는게당연했고.릴리는프리롤(Pre­roll)이었으니까.

얼추포지션이정해졌을때,민철은오분후에출발한다고언급하고자신의장비를체크했다.

그때였다.

“교수님교수님!”

한시도가만히잊지도못하는릴리가심심했는지거리를두고있던아서에게접근했다.

“말씀하세요.릴리양.”

아서는눈을마주쳐주며대답했다.그러자릴리가재잘거리기시작했다.

“벨라는우리랑같이수업안받아?”

“그렇습니다.그녀가들어가는순간밸런스가흐트러져서훈련이되지않을테니까요.”

“그으래?”

릴리의질문에아서는당연하다는듯이대답했다.그만큼벨라와다른학생들의격차가엄청났으니까.

“자저한테얼른돌아가서민철씨의말씀을듣길바랍니다.

아서는손을휘적휘적저으며릴리를쫓아내려했다.하지만릴리는뭐가그리궁금한게많은지아서에게또질문했다.

“그런데교수님!”

아서는짧게한숨을내쉬고는말해보라는듯이고개를끄덕였다.

“교수님은이수업에관여안해?”

“흠.”

조금놀라웠다.갑자기꽤나핵심적인질문을던졌으니까.하지만머리굴릴만한질문은아니었으니가볍게대답했다.

“네그렇습니다.”

“왜?”

“저는다른사람과협동하는것을싫어하거든요.”

“응···?”

“타인이저의생각을맞춰주는것도,제가타인의생각을맞추는것도싫어합니다.”

“음···그럼나랑비슷하네!”

“아뇨,다릅니다.”

릴리의말에아서가딱끊듯이대답했다.

“릴리양은문제를해결할때다른사람을계산에넣지만,저는언제나혼자서하는것을전제로움직입니다.”

아서는릴리의시험영상이나과거임무보고서를떠올리며대답했다.평소에는천진난만한그녀는임무에나서면전형적으로남을이용해먹기좋아하는꾀쟁이였다.

“그럼교수님은다른사람과같이싸워본적없어?”

계속되는질문에아서는이제그러려니하고대답해주었다.

“없지는않습니다만,팀워크를맞추면서시너지를내본적은없습니다.뭐,팀플레이를많이봐왔기는했어도이수업은S급헌터인민철씨가더잘할겁니다.”

아서는일관적으로담담하게말했다.릴리는아서의말을듣고입을다물더니침음을흘리더니이내활짝웃었다.

“교수님은역시특이한것같아!"

“그런가요.”

“응!”

이후로도재잘거리는릴리는정확히민철이말한5분이지나자칼같이몸을돌렸다.

“그럼이따봐교수님~.”

***

협동훈련이시작되었다.

오늘부터그들은모르는지역을돌며서너시간동안손발을맞춰야할것이다.

처음에는한스가팀장으로서그들에게오더를내리겠지만,일주일후부터는그들만으로정해진위치를움직이게할계획이었다.

민철또한그날에있던일에대해피드백만할뿐,순찰도중에별다른터치를하지않는계획이었다.커다란위험이들이닥칠때를제외하고.

앞으로이사장님께서훈련용으로만들어둔던전부터,중형몬스터까지다양한경험을하게될터.

아이들이걱정되지는않았다.오늘은아무몬스터도없는안전한지역을순찰하라고말해두었으니까.

아,물론이얘기는학생들에게전달하지않았다.긴장감을조성하기위해서말이다.

내일부터는몰래몸을보호해줄장치를건네줄계획이었고.

아서는그들이떠난직후낚싯대를챙겨바다쪽으로떠났다.식재료보존박스에는정확히이주정도배불리먹을정도로식재료가들어있었지만,만일의상황을대비해야할수도있었기때문이다.

무엇보다저녁은생선이먹고싶기도했으니.

하염없이드넓은바다를쳐다보면서하품을몇번하니시간은정말잘갔다.계속누군가를마주쳐야하는배위에서한동안느끼지못했던마음속의평화를되찾은것같기도했다.

파이프로태울약초가다떨어졌을때였다.저녁에먹을생선을충분히마리잡은만큼아서는오두막으로돌아갔다.

어느덧시간이흘러요리를끝마칠때쯤이었다.

아이들이돌아왔다.

*

식사를끝마친후아서는벨라와투닥거리다생긴상처를치료받았다.

덜컹.

그리고끝나자마자곧바로문을열고나왔다.민철은핸드폰을만지작거리다가아서를보고화들짝놀랐다.클레멘스에게치료를받으러들어갔던아서가들어갈때와는다른사람처럼변했기때문이었다.

“교수님···?혹시치료받는동안무슨일있으셨나요.”

민철이걱정스레한질문에아서는억지로입가를올리며대답했다.

“별일아닙니다.네.”

별일이맞는것같았다.민철의눈에는아서의다크서클이한층더짙어진것으로보였기때문이다.얼굴은희멀겋게창백해져있었고.

하지만더물어보면표정이훨씬안좋아질것같은느낌을받았다.

틱.틱.

평소와같이핑거스냅을하는아서.

“후­.”

곧바로파이프에불을붙였다.방금까지있었던기억을흐릿하게만들기위해서.

사교도의치유행위가생각했던것이상이었다.피부에닿자마자끈적했던촉수와피폐함을자아내는듯한주문.과거에는별다른느낌을받지못했었는데,지금은감정제어반지가없는탓이리라.

애써방금전의기억을잊으며연기를내뿜고흔들의자에몸을기댔다.

하앗!!

소녀의외침이들렸다.

“밖에기합소리는···.”

“아.메리의목소리에요.”

메리···.

메리라···.

“메리말입니까···?”

“네.오늘순찰만으로체력이아직많이남았다고하면서한스에게대련을부탁했거든요.”

민철의의외의말에아서는눈을동그랗게떴다.이어서흔들의자에등을기대어몇번을흔들거리다가다시입을열었다.

“좋네요.”

변화하려고노력하는것은좋은징조였다.어제했던말이통한것이리라.

“아,교수님.”

“네.”

“오늘제수업에대해궁금하신점은없으신가요?”

“네,없습니다.”

아서의단답.

“에···.”

민철은말끝을살짝끌었다.

배위에올라타기전까지만해도S급인자신에게귀찮은것을떠맡기는구나라고생각했다.하지만지금은아서의실력을알고있었으니그때와는다르게생각되었다.

민철의머릿속에서아서는대부분의일을다수준급으로잘하는사람이되어있었으니.분명그의조언한두마디라도들으면훨씬나은수업을할수있을까떠올린것이다.

물론아서는그런민철의생각을알수없었다.결국적당히파이프를다태울때까지흔들의자에서흔들리는것을즐긴다음일어서며입을열었다.

“별로걱정안하셔도됩니다.굳이피드백을자세하게해주지않아도아이들스스로얻어가는게있으니까요.결국다치지만않으면됩니다.”

아서는일어서서재떨이에파이프를톡톡털었다.그리고한마디를덧붙였다.

“무엇보다저는민철씨를믿습니다.”

그말과동시에가볍게미소짓는아서.

“···네에.”

민철은아서의말을머릿속에서다시재생했다.

믿습니다.

심장을간질거리게하는말이었다.지금까지누군가에게수없이많이들었음에도불구하고,교수님이방금한그말과는달랐던것같았다.

아서는민철의동물꼬리가살랑거리는것을짧게지켜보았다.이어서몸을돌렸다.

“그럼전이만들어가서자보도록하겠습니다.”

“7시밖에안됐는데벌써주무시나요?”

민철은말하면서도창문을보았다.아까까지따스하던햇볕은벌써없었고창문밖은어두컴컴했다.

“새벽에할일이있거든요.”

아서는그말을끝으로계단위를올라갔다.민철은그일이라는게궁금하여질문할까했지만,아서는이미사라진뒤였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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