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2화 〉 71화 GTA(그레이트 티처 아서） (23）
* * *
멀리서나지막한올빼미울음소리가들렸다.사냥을알리는전조일까.아니면이미먹이를잡아서즐거움을표하는것일까.
다들잠에빠져있을시간이었다.야행성생물들을제외하고.
새벽에2시쯤일어난아서는그야행성몬스터와동물들이이곳주변을돌아다니는지확인하기위해순찰을나섰다.새벽인만큼바람은차갑고습했다.
달빛또한가끔씩구름에가려앞이보이지않을때도있었다.빛을사용하지않는만큼시야는어두컴컴하기그지없었다.
하지만순찰을도는데에는전혀문제없었다.그미약한달빛으로도이것저것을확인하는데는충분했으니까.
발자국부터부자연스럽게꺾인나뭇가지들이있나확인했다.마력으로주변을훑기도했다.
“...”
다행히위험할정도로커다란생물은없었다.이사장님께서좋은곳에터를잡으신것도있었지만,설치해놓으신결계의영향도꽤나크기때문이었다.
어느정도마음을놓고흙의냄새나여러소리를주의깊게들은이후완전히안전하다고생각되었을때였다.아서는다시오두막을향해걸어갔다.
발자국소리조차남기지않으며.
*
“으으···.”
벨라의신음소리가들렸다.좋은꿈을꾸지못한 것일까.이마에서땀을흘리며몸을얕게떨었다.
아서는민철이적어준보고서를훑어보다가고개를들었다.벨라가그신음소리가끝나면잠에서깨어날것같았으니까.
벨라를눕혀놓은곳은오두막1층에놓여있던소파였다.다른학생들은물론민철은2층에있는침실에서편히잠을취하고있었다.
“!!”
그순간이었다.
벨라가벌떡몸을일으키며거칠게호흡했다.
“하아···하악···.”
“정신이드셨습니까?”
아서는놀라지않고보고서를옆에두었다.그리고벨라의감정을알아내기위해눈을쳐다보았다.벨라또한일어나자마자들리는목소리에고개를돌려아서의눈을마주쳐왔다.
“···내가···진거야?”
벨라는믿을수없다는듯이중얼거렸다.
“네.”
아서는당연하다는듯이대답했다.
“마족의힘을완전히꺼낸당신을제가제압했습니다.”
“···웃기지마.내몸에지금상처하나없는데주먹이나칼을사용하지않고어떻게.”
“벨라.”
횡설수설해질것같았기에아서는말을딱잘랐다.그러자벨라가약속이나한것마냥입을꾹다물었다.이어서몸은얼음이된것처럼미동도하지않았다.
한순간흐르는정적.
아서는스탠드옆에올려놓은물병을잡았다.그리고컵에알맞게따른다음벨라에게건네주면서정적을깼다.
“알지않습니까.당신의머릿속은이미패배를받아들였다는사실을.”
“...”
아서의말을들은벨라는살짝입을벌렸다.다시무엇인가말하려는것처럼입을달싹였지만,결국그녀는아무말도하지않았다.이내복잡해진표정을짓더니어깨에힘을뺄뿐.
패배한것을인지했기에적개심이한풀꺾인것이다.그녀또한한번의패배에목숨을잃는삶을살았을터였으니,목숨을살려준것만으로도언짢은자비를느낀것이다.
아서는벨라를훑어보고품에서파이프를꺼내들었다.곧바로불을붙인후연기를한번입에머금은다음말을이었다.
“그러니,제가당신을이긴만큼.”
아서는여유로운미소를지었다.
“저와대화를나눠주시겠습니까?”
그리고벨라에대해알기위해말을건넸다.
꿀꺽.
그것을본벨라는침을삼켰다.벨라를편안하게해주려고지은그미소가사나운얼굴에의해굉장히살벌해보였기때문이다.
*
“제가아는벨라양의얘기를말씀드리겠습니다.”
아서는흠흠거리며목을다듬은다음말을이었다.
“당신은부모님에게버려진후그릿츠라는시골마을에서자란것으로알고있습니다.그것도자그마한수도원에서요.수도원에는수녀님이한분계셨으나,그마저도어떠한이유에의해돌아가셨고말입니다.”
아서는어제무엇을먹었는지얘기하는사람처럼대수롭지않게말을늘여놓았다.그에떠올리고싶지않은과거가생각나는것과더불어아서의태도에짜증난벨라가날카롭게말했다.
“하,씨발···그딴걸왜처얘기하는거지?날화나게하려고?”
“그야벨라양에대해서정확히알지못하면효율적인지도방식이나오지않으니까요.”
“지도?이제와서지도?!”
쾅!
“좆같은소리그만해!!이젖비린내나는도시에온지4년이다되어갈때까지방치시켜놓고이제와서.”
“쉿.”
아서는검지를세우며조용히하라는제스처를보냈다.
“조용히하세요.아직애들이자고있습니다.”
“흣···.”
“물론이렇게될줄알고방음마법진을이미설치해두었지만요.”
“씨발.”
순간인상을쓰면서압박을넣길래잠깐몸을굳힌벨라는장난이었다는것을깨닫고욕지거리를내뱉었다.
“다시얘기시작하겠습니다.”
아서는가벼운장난에화를가라앉힌벨라를다시쳐다보며말을계속했다.
“이사장님이벨라양을발견했을당시에는이미마을이쑥대밭이되어있었다더군요.당신은실이끊어진인형처럼재의잔재한가운데서앉아있었고.”
“제가궁금한것은이1년입니다.수녀님께서돌아가신이후부터벨라양이마을을쑥대밭을만들기까지의.”
아서는마지막연기를내뱉고옆에있던재떨이에탁탁파이프를쳤다.그리고이야기가길어질것같아다시연소통에마른약초를욱여넣고불을붙였다.
“그릿츠시를기웃거리던범죄집단에들아가서벨라양이청부살인을했다는사실을알고있습니다.”
“단순히그범죄집단에적대적인다른범죄집단말고도정치인이나헌터들까지죽인것또한알고있습니다.”
“하지만왜그런일을하셨습니까?”
“도망치려고하면충분히도망칠수있고,역으로그들을몰살시킬생각이었으면1년후에그러셨던것처럼마족의힘을해방시키면되는일아니었습니까?”
“하지만왜1년동안가만히있으셨습니까?”
아서는소리를낮춰말했다.하지만그목소리는벨라의귀에한마디한마디박혀들어갔다.
“돈이필요해서?”
“지금처럼더커다란힘을갈망해서?”
“아니면.”
“···그들에게인질이있어서?”
여러가지를추측해본후가장자신의생각에맞는것을뒤에배치했다.그리고그게맞았는지벨라가몸을움찔떨었다.
“무슨일이있었습니까?”
“그리고무엇을느꼈습니까?”
“저는이것을알고싶습니다.”
“...”
지금이자리에평소처럼나른한아서는없었다.대신속마음을꿰뚫기위해벼르고있던아서가있었다.
어느순간기세가달라져있는아서에의해벨라는꽉쥐고있던손을풀었다.그리고처음으로내면의약한소리를내뱉었다.
“···떠올리고싶지않아.”
“그런가요.”
“얘기하고싶지도않고.”
“그렇군요.”
벨라의힘없는목소리에아서는시큰둥하게대답했다.마치못들어도상관없다는듯.
“듣고싶다면서왜그따위로반응하는거야···?”
“음.강제로얘기시켜봤자별로의미가없으니까요.좀더얘기하기쉽게협박이라도해드릴까요?”
아서는잠시선반위에파이프를올려놓았다.그리고양손을오므리면서눈썹을찡그린후연기톤으로외쳤다.
“크아악!벨라!어서얘기하지않으면네가내일아침에먹을빵을주지않겠다!”
“케흑!”
갑작스러운아서의유머에벨라는콜록거리며웃었다.벨라는나름이상한유머를좋아하는모양이었다.조금웃고나자긴장이풀렸는지벨라가조용히입을열었다.
“···약속해.내이야기를듣고웃지않겠다고.”
“알겠습니다.”
미리질문을알고있는것처럼즉답하는아서.벨라는그게못마땅했는지인상을쓰고아서를한번훑었다.이어서거의들리지않는목소리로말을이어갔다.
“애들을버리고떠날수없었어.”
“네?”
“애들을버리고떠날수는없었다고···!”
아서는한번못들은척했다.그러자애써힘겹게말했는데아서가못알아먹은게짜증났는지벨라가큰소리로외쳤다.
그게방아쇠를당긴것일까.
“그래.그쓰레기새끼들!1년동안그새끼들몸값을벌어오기위해좆같은일을했어!”
“몇명이나죽였는지몰라.몇명의비명을들었는지몰라.”
“잘때마다눈에아른거려.살려달라고울부짖으면서도망가는그모습들이아른거려.”
“그렇게조직에서제시한터무니없는금액을다채웠을때개들이결국하는말이뭔줄알아?”
'누나는 좋겠다. 마족이어서.'
“자신들도나처럼마족이었으면좋겠데.”
“마족이었으면좋겠다 말했다고씨발!!”
순간방안에벨라의목소리가가득채워졌다.커다란비명같은목소리였다.그말을내뱉은후벨라는크게심호흡을했다.그리고다시잠잠해진상태로말을이었다.
“그리고개들은나를죽이려고했어.”
“조직에서그쓰레기새끼들한테시킨거겠지.”
“재밌는 건나도처음에는병신같이죽어주려했다는거야.”
“그런데웃기지?마족이누군가에게져준다는게.”
“내몸도그게웃겼는지죽음을감지한순간몸안에서처음느껴지는힘이끌어오르더라고.”
“분노?삶에대한집착?아니면그쓰레기새끼들에대한원망?”
“그게전부다일수도있지.”
봇물이터지듯이계속말을꺼내는벨라.지금그녀가하는말이지금까지마음에담아왔던누군가에게하고싶은얘기일터였다.
“인간은항상그래.”
“수녀님···.그래수녀님빼고다그랬어.모두가역겨워.쳐다보는그시선이역겹다고!!자기들은다르다는것마냥숭고한종족인것처럼차별시했던게역겨워죽겠다고!!”
“나도마음이있고귀가있고생각이있어.좆같은말을들으면마음이아프고누군가가때리면몸이아파.”
“다른마족새끼들은어떨지몰라도나는아니라고!!”
울분에찬목소리.아서는그것을들으며연기를내뱉었다.
“하지만그래···결국가장역겨웠던건”
“······사실 이마족의피야.”
“다른사람들과다를수밖에없었던이피.”
아서는알수있었다.방금그한마디가그녀가스스로마족이라는것을인정하며,인간이되고싶었던삶에선을그은것이라고.
“그래서···응.죽이려고···.날태어나게해놓고버린개새끼들을찾아죽이려고."
“그게내현재목표야.”
“이제됐지?”
벨라는마음속깊은곳에담아두었다는것을모조리꺼내서상쾌하다는듯이가볍게말했다.그러나얼굴은슬픈미소를짓고있었다.슬픔을감추려는것이었다.눈에서는이미눈물이한방울흘러내리고있었지만.
“...”
그모습은조울증환자처럼보였다.그러나웃기지는않았다.호소력짙은목소리가,그녀가시시때때로보여주는표정이,가슴속으로전달되었기에.
벨라는울먹이며아서를쳐다보았다.아서는아무말도하지않고그녀의시선을피하지않았다.
“흠.”
무엇보다아서는사실그녀에대해아는게더있었다.
이사장이그마을에관하여그리고벨라에관하여수소문을찾던도중수도원출신인행상인이있었다고한다.
그리고그가말하길.
‘벨라는착한아이였습니다.자신보다어린아이들을잘도와주고궂은일을시키더라도불평불만이없는.혹시벨라가살아있는겁니까···?’
그는걱정스레말했다고했다. 자기 여동생을 떠올리는 것처럼.
결국 그녀가어렸을때좋지못한경험을겪은것은 어른들의 문제였다.
누구에게나어렸을때의안좋은기억이있다.다른사람들과어울릴수밖에없는이상말이다.하지만그녀가말했던것들은어린애가겪기에는너무자극적이고부당했다.
나또한하고싶지않은경험들이많았으나,그것은내가틀에서벗어나기를희망했기에일어난자발적인것이었다.그녀는피하지못하고당할수밖에없는불행한일들이었던것이고.
지금부터라도누군가가노력하면그녀는행복해질수있을까?
지금부터라도그녀에게좋은기억들을새겨주면과거의일들을잊게할수있을까.
그리고그것들은과연내가,엠마를대신해서온임시교수인내가해야하는일일까.
생각하기에앞서입이먼저열렸다.
“네,잘들었습니다.”
“그런목표를가지고계시다면야···.”
“제가당신이마족의힘을잘다룰수있게될때까지도와드리겠습니다.”
아서의말에벨라가자신을놀리는건가싶어이를꽉깨물었다.
“···야.방금까지한말제대로못들었어?부모를죽이기위해서힘을기른다니까···?네놈도교수잖아.결국이익이나쫓으며귀찮은일은만들지않는그런.”
“저는정식교수가아닙니다.임시교수입니다.이번현장학습한정교수말입니다.”
아서는손사래를치며부정했다.
“그리고.”
“저,당신의부모님에대해서어느정도알고있습니다.”
“뭐···?”
충격적인발언이었다.벨라는눈을크게뜨며그게무슨말이라는듯입을벌렸다.아서는자신의물컵에도물을따른다음한모금마신다음말했다.
“마족의힘을잘다루는것과더불어학원도시내에서제가괜찮다싶을정도까지강해지면당신의부모님이있는위치까지안내해드리죠.”
아서의믿기지않는말에멍하니있던벨라가이내두손을꽉쥐었다.
“그말진짜야···?”
“네,이사장님과도얘기가끝난이야기입니다.”
이후미심쩍은눈빛으로쳐다보는벨라에게아서는살짝고개를끄덕이며대답했다.
“아그리고.”
무엇인가아직말할게남았다는듯이다시입을여는아서.
“앞으로‘야’나‘좆같은새끼’이런명칭으로저를부르지말아주세요.”
“그러면뭐라고해.”
“선생님이나교수님.혹은.음···당신의부모가해야할일을제가대신하고있으니 ‘아빠' 도 괜찮겠네요.”
“나가!!”
벨라는아서를향해베개를쌔게던졌다.하지만아서는얄밉게피했고결국애꿎은문짝이쿵하고베개를대신맞았다.
“앞으로시간이 얼마 없습니다. 얼른일어나서세수부터하세요.눈물에젖은얼굴이 진짜못생기셨으니까.”
아서는그말과함께밖으로나갔다.
“...”
벨라는떠나는아서의등을잠시동안응시했다.지금까지자신이봐왔던그어떠한사람들과도전혀달랐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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