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3화 〉 72화 GTA(그레이트 티처 아서) (24)
* * *
새의울음소리가들렸다.
그소리에맞춰민철은눈이자연스럽게뜨여졌다.가볍게기지개를켠후허리를일으킨후옆을보았다.나무가우거진숲과옅은하늘이눈에들어왔다.
해는아직뜨기직전이었다.
민철은일어나자마자세상에서가장중요한일을했다.바로반지가잘껴져있는지확인하는것이었다.이소중한반지는자신에게새로운삶을가져다준아티팩트였으니까.
몇번을매만지며잘작동하고있음을확인했다.그리고곧바로혹시나싶어고개를돌렸다.
“...”
반듯하게이불이개어져있는교수님의침대.교수님의성격답게다른부분도깔끔하게정리되어있었다.
역시어제말씀하셨던대로새벽에일어나셨던걸까.
“음.”
대체무엇을하셨을까.아무리생각해봐도교수님이새벽에어떠한일을하셨을지예상되지않았다.나중에한번물어보자.
그런생각을한민철은침대에서내려와창문을열었다.시원한아침바람이창문을통해들어왔다.
“아···”
순간뜻하지않게짧은탄식을흘러나왔다.소중한교수님의냄새가옅어졌기때문이다.씁쓸하면서도마음을가라앉혀주는따듯한냄새가.
그래도이별이있다면만남이있는법.숲의상쾌한공기가늦게나마들어와마음을달래주려고했다.하지만교수님의냄새보다더기분이좋게느껴지지않았다.
그에저절로한숨을내쉬어졌다.
‘아쉽지만오늘밤다시맡으면되지.’
어차피2주간교수님과함께같은방을사용할터였다.그뿐만아니었다.배를이용해다시학원도시로돌아갈때까지시간은많았으니,민철은그리생각하며조금이나마마음을달랬다.
옷을갈아입고가볍게씻으러가기전에도교수님의생각은계속되었다.교수님은계속볼때마다새롭게느껴지는분이셨으니.오늘은또어떠한모습을보여줄까기대가되었다.
신비한마법이며,멋진격투술,그리고완벽한요리실력까지.교수님은못하시는게전혀없는걸까?꿈에서나볼법한완벽초인같았다.
무엇보다다른사람들이보내는그불쾌한시선이나표정같은것도전혀없으셨고···.
아,단점이몇개있다면가끔짓궂은성격하고사나운외모가있었다.
“후훗.”
갑자기떠오른아서의장난스러운모습에민철은짧게웃음을흘렸다.그래도그짓궂은성격은마냥단점처럼느껴지지않았다.가끔은재밌게느껴졌기에.그왜나쁜남자라고한때유행했던성격도있지않은가?
가끔나쁜남자를넘어쌍놈의새끼로넘어가는남자들도있다고하지만,교수님이그럴것같지않았다.
사나운외모또한계속호감을가지고보다보니매력적으로느껴졌다.옛날에는이해할수없었던잘생기지않은남자들을좋아하게된친구들의기분을조금이나마이해할수있을것만같았다.
“아.”
안되지안돼!
잠깐헛된망상이머릿속에들어와고개를세차게흔들어생각을털어냈다.
자신은영원히남자로서살기로결정한몸이었다.그것을위해몇년간열심히훈련하지않았던가.
여자가내는특유의억양을버리고몸짓또한남자답게보이기위해갈고닦았다.가끔씩뜻하지않게나오는여성다운모습이나올때도있었지만,그것은 매스컴에서는매력이자캐릭터성이라고좋게비치고있었으니나쁘지않았다.
민철은마음을가다듬었다.
‘그래도···.’
그래도.
좋아하는여자취향정도는물어볼수있지않을까.
그래,그···남자만의토크라는게있으니까.
어떤여자좋아하시나요?같은.가볍게물어볼수있는소재말이다.
지금까지봐왔던대부분의남자들은이때단순히이쁜여자라고대답을하는경우가많았다.하지만교수님은꽤나섬세한성격이셨으니그들과는다를것만같았다.오히려꽤나자세하게답해주시지않을까?
“흠···.”
그렇다고뜬금없이질문하기에는교수님께서도부담스러우실터였다.
언제가좋을까···.
고개를잠깐숙이고턱에손등을괸채곰곰이생각했다.그리고그때뇌리에번개가치면서좋은타이밍이떠올랐다.
‘그래!같이목욕탕에들어가는시간이있었지!’
욕탕이하나있었지만꽤나작았던만큼어제아이들과정했었다.첫날은여학생들이.둘째날은남학생들이.셋째날은자신과교수님이사용하기로.
분명뜨거운물에몸을담그고있으면,긴장도풀어지고기분도좋아져어떠한질문도흔쾌히대답해주실터였다.
민철은그렇게마음을다잡고방문을열었다.그러자밖에서맛있는냄새가코로솔솔들어왔다.
이냄새는분명어제와같이교수님께서요리를하고계신것이리라.민철은어제먹었던요리를생각하며입맛을다셨다.이어서도울게있으면돕기위해빠르게주방쪽으로걸음을옮겼다.
“아빠,이접시들가져다놓으면돼?”
“네,그렇게해주시면감사하겠습니다.”
‘아빠?!’
민철은조금이나마남아있던잠기운이확!달아났다.아빠라니?!교수님이그정도나이는아닐뿐더러,그렇게부를만한학생은없지않았는가!
“···교수님?”
“아,민철씨.일어나셨군요.”
나의부름에교수님은아침인사를건네주시며살짝입가를올리셨다.언제와같은살인적인미소였다.진짜사람하나담그고온것같은무서운미소말이다.
민철은어느학생이그를아빠라고물렀나고개를요리조리돌렸다.그러자접시를옮기고있던벨라가눈에들어왔다.
“벨라입에서나오는아빠라는말은도대체···?”
민철의질문에아서는눈을마주치며대답했다.
“아아.제가그녀의부모와같은역할을하게되어서장난스레부르게하고있었습니다.”
“부모와같은일이오?"
“네네.마족의힘을다루게하는것은부모가어렸을때부터가르쳐야하는일이거든요.아,그녀가마족의힘을잘다루지못한다는얘기는했던가요?”
“···아뇨.처음듣는얘기에요.”
“지금이라도말해서다행이네요.앞으로민철씨와다른분들이실습을나간동안저는벨라양이마족의힘을잘다룰수있도록도와줄예정이었거든요.”
“아···.”
“그런데···.”
민철이짧게침음을흘리고있을때,아서가말을끌었다.
“역시누군가앞에서아빠라고불리는건굉장히부끄럽네요.벨라양이제부터그냥아서라고불러도됩니다.”
아서가접시를옮기는벨라를향해말했다.그에벨라는걸음을멈추고고개를획돌려아서를확째려보았다.
둘이같이짧게훈련하고음식을준비하는지금까지아빠라고부르기를강요했었기에.
‘야,이렇게하면돼?’
‘아빠,이렇게하면돼?’
‘뭐라는거야씨발.’
‘아빠.’
‘닥쳐!!’
‘아빠.’
‘...’
이런식으로말이다.
결국민철은아서교수님께서또아침부터짓궂은장난을치셨구나하고생각했다.
***
오전7시30분.어제아서가일러두었던대로학생들은느긋하게일어났다.그들은각자씻거나명상을한다음8시에식탁앞에모였다.
그리고그느긋함에메리는조금불만을가졌다.다른학생들은이시간에도바쁘게보내며성장하고있을터였으니까.
이어서생각하고있는것은곧바로입으로튀어나왔다.
“교수님.현장학습을이렇게여유롭게보내도되나요?”
“무슨의미입니까?”
메리의볼멘소리에아서는포크를잠시멈추고메리를쳐다보았다.
“다른애들은지금쯤열심히무엇인가하고있을텐데저희는이렇게여유부려도되냐는말이에요.”
“흠.”
메리의날카로운말에아서는어떻게대답해주어야할까하고고민했다.민철은갑자기저아이가왜저러지생각하며어깨를움찔했고아서의눈치를봤다.학생들은아침드라마같은재미에눈빛을빛내며쳐다보았다.
“현장학습때다른학생들이무엇을하시는지는알고계시나요?"
“서바이벌이나몬스터토벌을하는걸로알고있어요.”
아서의질문에메리가곧바로대답했다.
“잘알고계시네요.”
“학교사이트에들어가면다나와있으니까요.”
“교화부학생들이무엇을하는지도나오나요?”
아서의말에메리는고개를저었다.전체학생에비하면교화부학생은극히일부였을뿐더러,작년에했던내용들은학생들이열람할수있는자료가아니었기때문이다.
“그···잊으신것같아말씀드리는데,여러분은교화부학생입니다.이미사고를친문제아라는거죠.”
“지금바로어떠한사고를칠지모를격리대상일뿐만아니라,잘못을저질렀던학생이라는말입니다.혹시일반학생들과똑같은대접을받고싶은겁니까?”
“...”
“...”
“아하하하!”
냉철하고엄격한아서의대답에학생들은굳어버렸다.그리고그사이에서릴리혼자크게웃음을터트릴뿐이었다.아서는목을몇번가다듬더니말을다시이었다.
“라는생각도조금은가지고있습니다.저는.”
웃으며분위기를가볍게풀어버리는아서.
“하지만뭐,이사장님께서이일을저에게온전히맡긴만큼여러분들에게무엇을시킬지제일중요한건제생각입니다.그리고저는서바이벌이나의미없는몬스터토벌같은건별로좋아하지않고요.”
“···그게무슨말씀이신가요.”
“버튼하나만누르면조교나교수가재빨리달려와서구조해주는아늑한서바이벌이나,안전장치를둘둘두르고몬스터와맞서는그긴장감없는경험들이여러분들의실력향상에도움이된다고생각하지않는다는말입니다.”
“...”
그말을끝으로아서는깎지를끼며앞으로몸을기댔다.학생들또한식기를잠시내려놓고아서에게시선을모으며그가다음에할말에집중했다.
“저희는조금더 재밌게해보죠.”
아서는그말과함께학생들을시선을전부읽은다음말을이었다.
“민철씨.”
“네,말씀하세요교수님.”
“오늘부터는학생들팔다리가잘릴정도가아니면절대로나서지마세요.”
단호한말투.순간안광이번뜩이는것처럼보이기도했다.
“!!!”
“알겠습니다.”
학생들은놀랐고민철은짧게대답했다.
아서는그말을끝으로아무일도없었던것마냥식사를재개했다.민철또한이얘기는사전에미리나왔던얘기였던만큼,고개를끄덕일뿐이었다.
하지만학생들은처음듣는얘기였으니,방금대화로인해그들의심리적안정장치가서서히허물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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