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5화 〉 74화 GTA(그레이트 티처 아서) (26)
* * *
산들바람이불었다.
점심을알리듯해는중천에떠올랐고날씨는따듯했다.이름모를새가우는박자에맞춰민철과아이들은발걸음을옮겼다.그발걸음은더없이시원스러웠다.
고블린의사냥했던일은그들에게가벼운아침운동과도같았다.적당히땀을빼고쌓여있던스트레스를풀수있는.
장비에피도튀지않았으니찝찝할구석이라고는전혀없었다.그래서공복도느껴지겠다행복하게점심먹을생각을하며오두막으로향했다.
숙소에도착하고결계를일시적으로해방했을때였다.코끝으로맛있는냄새가흘러들어왔다.
고소하고짭조름한냄새.오늘의점심은무엇일까기대하며그들은코를킁킁거렸다.
그리고기다리고있었다는듯이그들을반겨주는것은.
“!!!”
“헙!!”
“흐익!”
피에젖은아서였다.
“교수님괜찮으세요?!”
민철은화들짝놀라크게외쳤다.의자에피를 묻힌 채축처져있는아서는공포영화의한장면을연상케했기때문이다.
그에민철은한달음으로아서에게달려갔다.
“···네,괜찮습니다.어제보다훨씬났습니다.”
민철의반응과는대조적으로아서는담담하게대답했다.평소와다를바없었다.
"그···그치만."
민철은안절부절했다.어제벨라와싸우는걸직접봤을때는급소를다피하는걸알았으니크게걱정되지않았는데,오늘은갑작스레다친모습이눈에들어온탓이다.
마치심장을쿵떨어지는느낌이었다.
어제학생들도이런기분이었을까.
“으에···.”
“크흠.”
“...”
아니···.
오늘도자신과다를바없는기분을느끼는듯했다.
“저는먼저먹었으니들어가서좀쉬겠습니다.”
사람들이놀라거나말거나아서는그렇게말하고오두막으로걸어갔다.그래서민철은아서가지나칠정도로남의시선을신경쓰지않는괴짜처럼보였다.
학생들또한뭐라말을못하고그저입만뻥긋거렸다.아서가문을닫고들어갔을때는결국,다들아무일도없었다는듯이애써기억을잊으며식사를시작했다.
*
식사가끝난후모두가만족하며배를두들기고있을때였다.오두막한가운데에있는흔들의자에앉아책을읽고있던아서에게맥이다가갔다.
“형제여.”
“아,맥.무슨일이시죠?”
맥의부름에아서는책갈피를끼우고책을덮었다.맥은아서에게종이한장을내밀었다.
“아침에나눠준설문지다작성했다.”
“좋네요.”
생각했던것보다훨씬빠른설문지제출에아서는어깨를으쓱였다.그리고종이를받아들이는것과동시에시선을그곳으로옮겼다.
“음···.”
아서는눈동자를몇초움직이고나서곧바로입을열었다.
“맥.”
“왜그러지형제여.”
“대충알았습니다.당신의생각을.”
아서가차분히말을내뱉자맥은콧김을내뿜었다.설문지에는정직하게자신의생각을그대로적었으니,한점부끄럼없기때문이었다.
그리고그누구보다빨리적었기에아서가언제나처럼칭찬을해줄거라생각했다.
“오만하네요.”
하지만그건맥의생각일뿐이었다.
“···방금뭐라고했지.”
맥은자신이잘못들었다는듯이아서에게되물었다.
“오만하다고했습니다.”
아서의대답은변함없었다.심지어목소리는차분한게변함없었지만눈빛은순식간에차가워졌다.
“쓰러지지않는전설,오스카를뛰어넘겠다고적으셨는데···오스카씨에비하면스스로턱없이부족하다고생각하지않으십니까?”
“생각하지않는다.”
아서의말에맥이곧바로대답했다.아서는예상했다는듯이살짝인상만쓸뿐말은계속했다.
“들으세요맥.”
흔들의자팔걸이를손가락끝으로두들기는아서.
“전사란가장앞에서적을마주해야하는용기의상징입니다.”
“태산과같은등으로는동료들을안심시켜야하며,적의공격이목숨을위협할정도로매서워도 끝까지두려움없이막아서야하지요.”
“저는그들이숭고하고,가장위험한일을떠안는만큼,그누구보다존경받아야마땅한사람들이라고생각합니다.”
아서는전사에대한자신의생각을입밖으로꺼냈다.그리고그말에맥은공감한다는듯이고개를주억거렸다.
허나,아서의말은여기서끝이아니었다.
“그런데맥은잘못알고있는것같습니다.”
“전사란단순히최전선에서있기만하면되는사람들이라고말이죠.”
“...”
이때부터였다.아서가맥의자존심에스크래치를하기시작한것은.
“전사란단순히맨앞에서거대한무기를휘두르는게끝이아니란말입니다!”
쿵!
그말과함께아서는탁자를손으로내려쳤다.그러자맥이인상을쓰며아서를내려다보았다.갑작스러운외침과거친행동은맥의머리를복잡하게만들었다.
아서는조곤조곤한목소리로말을이었다.
“들었습니다.최전선에서물러날생각이전혀없으니,커버플레이따위하지않겠다고.”
“그렇다.”
분위기는무거웠다.아서의말투는엄숙했으며 맥의태도는한없이진중했다.
“그말을들었을때는,맥이그저누구보다눈에띄고싶어서,자신이얼마나잘났는지자랑하고싶어서최전선에서려는어린애의자만으로밖에들리지않더군요.”
아서는엄지와검지로종이끝단을잡고흔들었다.
“이종이에는그런어린애가이룰수없는것들만잔뜩적혀있는데···.진심으로적으신거맞습니까?”
“나는진심으로적었다.”
아서의말이계속될수록맥은피가들끓었다.그가가진전사에대한열망은근육에대한언급처럼역린중하나였기때문이다.
지금곧바로주먹을들어아서를으깨지않고있는것은평소에그를존중하고있었기에참고있는것이었다.
“맥.노력만하면모든공격을다막아낼수있을거라생각하십니까?”
“그렇다.지금까지는내근육이그것을증명해주었다.”
아서의말에맥은고집을부리듯대답했다.확실히그는교수들도쉽게대하지못할정도로튼튼한방어능력을가지고있었다.증명은수도없이했을터였다.
하지만그가종이에적은대로더높이올라가기위해서는그걸로만족해서안되었다.그렇게생각했기에아서는입을열었다.
“그거아십니까?오스카씨는전사인것과더불어믿음직한리더였습니다.”
“다른사람의의견을받아들일줄도알고자신의의견만을고집부리지도않았습니다.”
“그가뒤를돌아보지않고앞만볼수있었던 이유는 그저 팀원들이합을맞춰주었을뿐입니다. 쓸데없는고집으로 전선에만있겠다고징징댄게아니라.”
“근육만키운다고그런전사가될수있을리없지않습니까.”
“아.혹시화나셨습니까?얼굴빨갛게달아오르셨는데.”
“......”
아서는눈을치켜뜨며맥을쳐다보았다.맥은입술을꽉깨물고있었다.두주먹또한꽉쥐고있었는지몸이부들부들떨렸다. 곧 폭발할 사람마냥 더이상은참을수없는한계지점까지 온것같았다.
아서는그것을보고화제를돌리듯짧게말했다.
“내기나하나하죠.”
“무슨내기지.”
아서의말에맥이낮은목소리로대답했다.목소리에는미처숨기지못한분노가잔뜩담겨있었다.
“방패를들고서있는맥이제일격을버티면맥의승리,아니면저의패배인내기.어떻습니까?”
“좋다.”
아서의말을듣자마자맥이기다리고있었다는듯이곧바로답했다.
“만약맥이이기면저는더이상아무잔소리도하지않겠습니다.방금전에했던말들에대한사과까지하지요.”
“하지만제가이겼을시에는.”
“쓸데없는고집들을버리고제가말하는것들을배우세요.”
사과라는단어가나왔을때맥은눈을번뜩떴다.그리고승부라는단어가나왔을때는심장을불태웠다.
평소에느긋하기만하던아서가자신에게승부를걸지몰랐던탓이다. 맥은 이 승부에서 반드시 이기리라고 마음먹었다.
*
두사내는탁트여있는평야에도착했다.이곳저곳움푹들어가있는땅이보였다.
이곳은벨라와훈련을진행하는곳이었다.내기를하기위한장소로결계안은적합하지않았으니이곳으로온것이었다.
“준비되셨습니까?”
“그렇다.”
아서의질문에맥은대답과함께방패를처들었다.
맥은아서를무시하지않았다.
처음에그의앞에나타났을때는비실이그자체였지만,한달이채안돼서그누구보다단단한근육을갖추었기때문이다.
그근육들은짧은시간에도저히이룰수없는기적처럼보였다.어떻게그렇게빨리근육을만들수있었고,어떻게그렇게빨리강해질수있었는지에대한의문이샘솟을정도였다.
그래서그에게다가가질문했다.그는흔쾌히그비법들과더불어자신에게맞는근육루틴을추천해주었다.
그의말을실행에옮겼을때는더튼튼해진 자신을볼수있었다.그렇기에존경심을가지게되었고형제라불렀다.
허나,그가처음으로자신과는다른의견을내었다.그리고그의견들은존경하는마음을가지고있더라도용납할수없는그런말들이었다.
그를보았기에덩치가작다고해서다른사람을우습게여기지않게되었다.그래서지금모든장비를갖춰입고나왔으며일말의안일함도가지지않는다.
생각을끝낸맥은땅에다리를쿵박아넣었다.조금도물러날수없는일.맥의모습은흡사지면에깊게뿌리를내린거목처럼보였다.
“시작하겠습니다.”
아서는맥을천천히훑어본후그에게다가갔다.그리고그발걸음은거목을뿌리뽑기에는한없이가벼운발걸음이었다.
팔만딱뻗으면닿을거리.아서는그곳에정확히멈춰섰다.이에맥은의아함을가졌다.발을내디디며추진력을얻어일격을가하는게훨씬유리하다고생각했으니.
“...”
아서는바로앞에서서몇초간아무것도하지않았다.그저살짝눈을감을뿐이었다.그모습은언뜻보면몸에힘을다뺀것처럼보이기도했다.
이어서커다랗게숨을들이마셨다.오른쪽다리를무릎을굽힌채로느릿하게들어올렸다가가볍게앞에다가놓았다.오른손으로는부드럽게원을그리며방패앞에가져다대었다.
그리고.
순식간에끓어오르듯한마력이아서의몸을휘감았다.다리부터허리를거쳐손바닥까지차례로올라와 나선을 이룬다.
아서는 단번에숨을내뱉었다. 그리고 눈을번쩍떴다.전신의근육이팽창하는것과동시에 모든힘을 팔을 뻗으며 손바닥으로내질렀다.회전하는모든마력이일점(一?)에모였다.
발경(??)
콰아아앙!!!!
한순간의일이었다.
폭탄이터진것처럼거친소리가터져나왔다.대지진이일어난 듯 지면이크게흔들렸다.주변에있던모래는순식간에거대한파도를만들어허공으로날아올랐다.이어서뿌연연기와함께비가되어후드득떨어졌다.
“크허억!!”
쿵!쿵!쿵···!
한점에모인힘의압축을방패로는쉽게막을수없었다.맥의커다란몸뚱어리가땅에몇번이고처박히면서몇번이고굴러떨어져나갔다.
다행히다치지는않았을터였다.밀치는것에더신경을쓴발경이었으니까.
저멀리서있던곳이어디였는지잊을정도로굴렀을때,맥은대(大)자로뻗어서하늘을쳐다보았다.
맑은하늘에구름이떠다니는것을보며그는이번에도자신이무언가잘못생각하고있었나고민하게되었다.
*
“큭···.”
통증이온몸을휘감았다.오늘아침도벨라와몸으로소통하느라흑선(??)을사용한탓이었다.
일단저멀리누워있는맥이갈기갈기찢기지않은 것을보았을때,밀어내는순간힘을분산시키는발경은성공한듯했다.
맥은 멍하니 하늘을 보고 있는 듯 했다. 폭력으로누군가에게공포를심어준후에가르치려고드는것은별로하고싶지않았으니만족할만한결과였다.
“후.”
계속해서느껴지는고통에품안에서파이프를꺼내려했다.하지만파이프는오두막안에두고왔는지품안에없었다.
“쯧.”
가볍게혀를찼다.
그래도생각했던게성공했기에썩나쁜기분은아니었다.
만약맥이A급헌터나S급헌터같은목표를잡았으면별다른행동은안했을터였다.
그는이미성실하고믿음직했으니까.조금의고집정도는부려도괜찮다고생각했다.
하지만‘오스카’라는이름을언급한것을보았을때,지금그가이대로만족하고있는상태면 절대로 그곳까지는 올라갈수없으리라판단했다.
그래서기분나쁠정도로신경을긁었다.이후자신의생각을변화시키려는많은고민을하게만들려고.
그고민들은긍정적으로만작용하지않겠지만,결국어쩔수없는일이었으니.
아서는구두끝으로바닥을툭툭치며구두를고쳐신었다.그리고맥과같이하늘을쳐다보았다.
하늘은맑고구름은자연스럽게흘러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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