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6화 〉 75화 GTA(그레이트 티처 아서）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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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기가끝난후아서와맥은오두막으로돌아왔다.승부를할당시에만해도불타올랐던열기는어느새금방식어갔다.불편한기색이라고는전혀없었다.그저평소와같이대화를나눌뿐이었다.
오두막에남아있던민철과학생들은아서와맥을보고‘또무언가있었구나’생각했다.말끔하게옷을입고있는아서와는달리,맥의경갑옷과머리에는누런모래가잔뜩끼어있었으니까.
“교수님.맥과무슨일있으셨나요?”
민철이궁금해하는학생들을대표해먼저질문했다.아서는가볍게웃으며답했다.
“네,서로의의견이일치하지않아몸으로대화를나누고오는길입니다.”
“몸으로대화요?!”
아서의말에민철이화들짝놀라며눈을동그랗게떴다.그대화를듣던주변아이들도의미심장한표정을지었다.
왜냐하면‘몸으로대화를나누다.’라는남자와여자사이에서쓰는은어가있었기때문이었다.아서는금방심상찮은분위기로깨닫고는오해하지말라는듯이인상을확찡그리며말했다.
“맥이제일격을막으면승리인그런내기를하고왔을뿐입니다.”
“아아.그런몸의대화였군요!아하하.”
한순간에성소수자로몰릴뻔한아서,그찝찝함이쉽게가시질않아찬물을단번에들이킨후파이프를입에물었다.연소통에서나오는연기는굉장히텁텁했다.
민철은그모습을보고자신이잘못한건가하며어쩔줄몰라했다.하지만그들말고도더큰소란을만드는자들이있었다.
“맥!네가갑자기사라져서우리끼리뒷정리를해야했잖아!!”
목소리의주인은릴리였다.그녀는의자에앉아서모래를탈탈털고있던맥에게소리쳤다.매우성난목소리였다.
덩치차이가두배이상나는데무섭지도않은걸까.그장면을보던학생들은그렇게생각했다.
“미안하다.어쩔수없는일이었다.”
평소에묵묵한맥은이번에도빠르게사과했다.그는진심으로미안하게생각하고있었다.릴리는맥의대사를예상했다는듯이계속말했다.
“아몰라!있다저녁뒷정리는네가혼자해!어디간다는말도없이몰래빠진벌이야!”
릴리는멋대로맥에게잘못을뒤집어씌웠다.주변에아이들은놀라는한편,혹시하는생각에그것을지켜보았다.
“음.알겠다.”
맥은그런자잘한걸크게신경쓰는타입이아니었다.잘못을했으면대가를치러야하는법.그래서적당히고개를주억거리며대답했다.
“정말?!”
“그렇다.”
자신이생각해도황당했던걸까.릴리는덮어씌우기가성공하자곧바로방긋방긋웃었다.이어서하플링특유의개구쟁이같은목소리로흥얼거렸다.
“바꾸기없기~.바꾸면뻐꾸기~.엉덩이에뿔난다.”
릴리가이상한노래를부르며떠나가자,가만히모래를털고있던맥은노래를들으면서‘재는대체뭐하는애지’같은뚱한표정을지었다.
민철과아서도그것을바라보고있다가얄밉기보다는어처구니가없어서로를마주보고헛웃음을흘렸다.
*
오후수업은미리얘기했던대로개인수업으로진행되었다.벨라와클레멘스를제외한4명의학생들은부산스럽게몸을움직였다.
우선맥에게는아서가붙어유용한기술을알려주기로했다.이기술은혼자서모든것을감당한다는마인드로는배울수없는기술이었다.
내기를하기전의맥이었으면절대로배우지않았을그런기술말이다.그사전준비를위해맥과아서는열심히발걸음을옮겼다.
총을다루는한붕과릴리에게는민철이붙었다.민철이그들과같이총을사용한다는것이그이유였다.드론은어디까지나부무장이었을뿐.
“정말우리는민철쌤에게배우는거야?!”
“드디어내솜씨를보여줄시간이왔군.”
덕분에릴리와한붕의기분은들떠있었다.대체언제S급헌터의지도를받아보겠는가.곧장연습용탄알을잔뜩챙겨설레는마음으로사격장으로향했다.
그리고메리는.
“···오늘은여기까지하자.”
“하아···.하아···.”
어제와같이한스와일대일대련을했다.그것도숨쉬기힘들정도의고강도로.
주로메리가치고들어오면한스가받아주는모양새였으나,한스는적당히하지않았다.죽자고덤벼드는메리를봐준다는것은그녀를모욕하는것과다를바없다생각하고있었으니까.
물론평소와같이작살을사용하지는않고나무봉을들었다.그렇게해도메리가한스에게일격을먹이기에는둘을수준차이가엄청났던탓이다.
“수고했어.”
한스는그말을끝으로등을돌렸다.그것을본메리는체력이조금더남아있다는것을호소하듯이부들부들떨며몸을일으키려했다.하지만.
털썩.
칼로땅을짚으며다리에힘을주려고해도다시금주저앉아버렸다.메리는그정도로체력이고갈된상태였다.
한스는혹시나다친건가하는마음에목만돌려메리를잠깐훑어보았다.그러나다가가서애써일어내켜주지는않았다.어제이미수차례호의를거부당했으니까.
고집을꺾을수없다는것을알고있었기에어쩔수없다는듯이짧게한숨을내쉬었다.이어서몸을돌려오두막으로들어갔다.
“하아···.하아···.”
메리는눈앞에한스가완벽히사라지자땅에그대로드러누웠다.그리고거칠게호흡했다.
한스의호의를거부한것은그가밉기때문이아니었다.그저마음속에서적이라고상정될만큼미친듯이무기를휘두른상대에게배려를받는것이부담스러웠기때문이다.다행히하루가지나면몸도마음도원래대로돌아왔다.
땀이가득흘러내려땅을적시는게느껴졌다.등에서는바닥의한기가올라와뜨거운몸을시원하게해주었다.
그러나 개운하지는않았다.자신이원하는만큼의성장을이루지못한탓이다.
메리는눈을감고방금있었던대련을머릿속으로복귀했다.눈을감고있으니어느새어둠이밀물이들어오듯태양을빼앗아가는게느껴졌다.
눈을떴다.그러자이번에는누군가가스위치를켰는지마당에놓여있는전등이깜빡깜빡되면서다시빛이생겨나는것이보였다.
‘조지···얘들아···.’
메리는빛을볼때마다과거일이떠올랐다.하염없이바라본장례식장의촛불이생각나서그런걸까.동시에자기자신에대한혐오감도차올랐다.
많은사람들은인생에서한번의실패정도는괜찮다고말한다.또포기하지않는한실패는없다는말도한다.
그런데자신이저지른단한번의실패는영영돌이킬수없는결과를낳았다.
소중한친구들을잃었다.더애석한것은멀쩡한게자기뿐이라는사실이었다.그들모두자신의독선적인일에휘말려들었을뿐인데도.결국살아남은건제일쓰레기같던자신뿐이라는것이다.
처음에는누구에게자신의책임을떠넘기고싶었다.그만큼너무나도무거운책임이었으니까.
자살하면누군가가이결과를,남아있는애들을,책임져주질않을까생각해보기도했다.
죽은애들은어쩔수없더라도아직살아있는애들은결국시간이해결해주지않을까하는생각말이다.
하지만.
그모든것또한자신의이기심이배출한생각들이라는사실을깨달았다.절대로허락되지않을그런···그런어리석은망상집합체말이다.
깨닫고선제일허탈했던것은,그것을장례식장에직접찾아온남자가먼저말을꺼내기전까지인지하지못하고있던것이다.
‘당신의마음속에서는이번일로인해수많은책임이생겨났습니다.그리고그것은당신만이책임질수있겠죠.’
‘그책임은이제당신의삶에서영원히벗어나지않을겁니다.당신의일부가되었으니.’
‘책임을받아들이세요.’
‘자살해서죽음으로도망가지마세요.’
‘이일로인해서더많은사람을구하려고움직이세요.’
처음에는화가났다.결국그도우리들을막아주지못한멍청하고말만앞선어른일뿐이라고생각되어서.
하지만계속생각해보니화가난건자기자신때문이었다.그는계속우리들을.아니나를계속말리려고했던것이떠오른것이다.
그렇게생각되자어느샌가더이상눈물이나오질않았다.우둔한자기자신이너무역겨워서계속토악질만나왔을뿐.
결국도망치고싶을때도,며칠간좌절감에몸서리치며일어났을때도,이제이를악물고다시검을잡게되었다.혐오스러운자기자신을잊기위해.
이미한번일탈한자신을제대로가르쳐줄교수를찾는것은힘든일이었다.그래도열심히하면누군가가가르쳐주겠지라는마음을가지고있는힘껏기초를갈고닦았다.
그과정에서목표를정했고,목표에는방패가필요할것같아방패를들었다.
현장학습에서조금이라도증명하면,그래조금이라도증명하면교수들이다시돌아봐줄기회가생길것같았다.
그남자를다시만나며교화부에는그럴기회조차없다는것을깨닫기전까지.
“...”
대체어떻게된인연일까.
아니,이인연은누군가가정해놓은걸까.
현장학습에는그남자를보았을때는그런생각이들었다.이번에는임시조교도아닌,한층더높은임시교수라는직함을달고있었으니까.
그에의심되고,두렵고,짜증나고,온갖부정적이고악감정이몸안으로들어와응집되는느낌이었다.누구보다껄끄럽고보기부담스러운남자였기에.
그런데예상과는달리,다행히그는처음에자신과는눈도마주쳐주지않으려했다.덕분에나또한이번현장학습에서없는사람처럼조용히묻어가려했고.
하지만그저께.그는자신을불러내어장례식장에서처럼또명령하듯이말했다.
‘어리광부리지마세요.’
라고.
냉정했던그의태도는내가누군가를보고벌벌떨며겁먹는시간까지허용하지않는것같았다.그럴시간에앞으로더정진하라는것같았다.
다른아이들에게는가끔보이는상냥한미소도자신을바라볼때면날카로운것으로바뀌었다.나약한자신을꿰뚫려는것처럼.
그눈빛을받을때면그남자에게서언제나지켜볼거라는선고를받는느낌이들었다.
현장학습이끝날때까지?
아니.그눈빛이기억속에서잊히지않듯영원히.그래,영원히.이미저질러진책임에서영원히도망칠수없다는것을못박듯이.
“후우···.”
재능따위는없다.
과거에노력또한하지않았다.
재미만을쫓으며살았던방탕한삶도,죽은친구들도,결국돌이킬수없는것을알고있다.
지금부터애써노력해도죽은친구들이원하는곳까지갈수없을것이다.
하지만멈춰서서는안되었다.
이기적이고독선적인나여도반드시해야하는것이었으니까.
후회하고.그후회를번복하고.언젠가자신이그목표를이루지못하게되더라도.내가만들어낼그의지가다른누군가에게전달되어결국죽은친구들의염원을이룰때까지.
나는검을들것임을결심할수밖에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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