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고양이의 제자-79화 (79/154)

〈 79화 〉 78화 ­ GTA(그레이트 티처 아서) (30)

* * *

“왜그런표정을지으십니까?”

“그,그게···.”

“걱정하지마세요.사기치는건아니니까.”

당황한한붕의표정을보며아서는다리를때고흔들의자에몸을기댔다.적당한흔들림이몸을더편안하게만들어주는듯했다.

잠깐생각했다.한붕의입장에대해서.그랬더니진짜자신의말이황당하게들릴수도있겠거니싶었다.

‘도와주는이유에대해설명해주어야하나.’

번거로움을느꼈다.굳이이유를입밖으로꺼내는게부끄럽기도했고.

하지만눈앞에있는학생은여러당한게많아서의심이많은학생이었다.입닫고있는것보다짧게설명해주는게좋은것같았다.

납득이가든,가지않든.

“저는이사장님의명령으로,또정식교수가되기위해서같은이유로현장학습에온게아닙니다.”

“네?”

난데없는서두에한붕은어깨를움찔거렸다.갑작스럽게꺼낸그말이자신의마음을훤히읽고그이유를설명해주는것처럼보이기도했다.

“친구를위해서···.아니,친구가되고싶은자의편의를봐주기위해···음,이게맞겠네요.”

“학원도시계획대로였으면이현장학습을담당해야할사람은따로있었지만,제가그분의사정에의해대신왔을뿐입니다.”

“그리고그담당예정이었던그녀는저보다더헌신적으로학생들을도왔을겁니다.그만큼훌륭한교육자니까요.”

“그래서뭐,저도그녀를대신해서온만큼가능하면여러분들에게헌신적으로대하는겁니다만···납득되셨습니까?”

아서가말을끝내자한붕은연신고개를끄덕였다.잠깐잠깐생각하듯이말을끄는아서의모습이오히려더진실성있게다가왔기때문이다.

“그러면아까약속했던거에대해서얘기해보도록하죠.”

*

“처음말씀드렸던이상한컨셉질을버리라는내용있지않습니까?”

“···네.”

“그건한붕이살아가면서가급적으로빨리그만두는게좋다고생각해서말해주는겁니다.나이가들면굉장히수치스럽게느껴질것이거든요.”

아서는말을하면서자신의생각이맞는다는듯어깨를살짝으쓱였다.

“그렇지만···제가그런말투를사용하는게그···.”

한붕의목소리는개미만큼작았다.주의깊게듣지않으면들리지않을정도로.아서는다행히귀가좋았으니가만히있어도잘들렸다.무엇보다오두막안에다른소리도없었고.

“미친놈들은안건드리잖아요···.그래서···.”

중간중간끝기면서도다말하는데성공한한붕.아서는그것을듣고청소년이할법한내용이라생각했다.

무엇보다세상은그렇게무르지도,또같은또래애들도그런것들은결국우습게만보인다는것을당했음에도불구하고그런다는게···.

“흠.”

하지만아서는무턱대고부정하지않았다.마주보는학생은어려도인격체였고존중할필요가있었기때문이다.

돌려서그런행동이왜좋지않은가설명해주는게더괜찮을거라생각됐다.

“한붕군은···.”

아서는뒷말을살짝끌었다.뒤에말을더집중시키기위해.

“진짜미친놈과대화를나눠보신적이있습니까?”

조용히흘러나오는아서의질문에한붕은자신의발을쳐다보며곰곰이생각했다.그런사람을봤던적이있었나하고.

아서는그런일이없을거라생각해질문했다.학원도시에서통제가안될정도의정신나간학생은이사장님이곧바로추방시키니까.

잘못을저질러도그들의마음속에향상심이남아있으면어느정도감면해주는거지,다른학생들에게악영향을끼치는학생을굳이남겨둘필요가없다는것이이사장님의신조였다.

그리고아서의예상대로한붕은영화나드라마혹은만화책같은걸로만미친캐릭터를깊게접했을뿐,직접보기는했어도대화를나눠본적까지는없었다.애초에다른사람에게말붙이는것조차잘못했고.

한붕이대답하지않자아서는옛날일을회상하듯잠깐눈을감았다.그리고다시뜨면서말을이었다.

단죄자로서활동할당시.어쩔수없이미친놈과함께활동하고있었을때의기억에대해.

“그···옛날에같이일한사람중이런사람이있었습니다.”

한붕은평소에관심있었던분야였기에아서의말에집중했다.

“전투가끝날때마다‘저시체가가장멀쩡하고이쁜것같은데.먼저하실래요?’라고말하는.”

“네?”

“···바로이해하지못하셨죠?그렇습니다.미친놈들의말은대부분이렇습니다.받아들이기힘들말을하거나난해한행동을하죠.”

“그렇기에정상적인사고방식을가진사람들과거리가멀어질수밖에없습니다.그리고그건굉장히외로운일이고요.”

아서는그말과함께자리에서일어났다.총으로구멍을낸시체에다가강제로좆을욱여넣고신음을흘리던남자의기억이불쾌했기에.기분전환이필요했다.

아서는주전자앞으로다가갔다.그리고손을얹었다.

뿌우­.

주전자에서는곧바로물이끓는소리가나며뚜껑이달그락거렸다.뚜껑을열었을때는수증기가화악퍼져나왔다.

익숙하게홍차티백을뜯는아서.컵두개를들고하나는한붕에게내밀었다.

“한잔드시겠습니까?”

한붕은잔을받으며입을열었다.

“···감사합니다.그런데그···.방금말씀하셨던얘기···저이해한게있는데···그게맞을까요···?”

“네맞습니다.”

아서의거리낌없는대답에한붕의얼굴이화악붉어졌다.앞에시체라는주어가있어서아닐거라생각했는데결국맞았으니.기분이심숭생숭해진듯했다.

“여하튼사람은결국다른사람과어울려살아갈수밖에없습니다.외로운걸좋아한다는은거기인들이 괜히산에서내려와죽엽청한잔하고올라가겠습니까.”

“···맞는말씀입니다.”

한붕은그예시를제대로이해하지는못했다.하지만아서가기분나쁘지않도록대답했다.아서는그것을보고빙긋웃은다음에말을이었다.

“그러고보니친구라면이번에맥과좀대화를나누어보지않았습니까?어땠습니까그와의소통은.”

아서의말에한붕이처음으로눈을빛냈다.

“듬직하고···의지되었어요.”

“바로그겁니다.맥도한붕군이열심히하는모습을보여주니좋아하더군요.한붕군이계속그를존중하며노력하려는태도를보일경우,그는영원히한붕군의친구가되어줄겁니다.겉으로는무뚝뚝해보여도꽤나의리있고정의심이깊은친구니까요.”

아서는홍차를한모금마셨다.향긋한향과함께입안이따듯해졌다.

“여하튼더많은친구를사귀기위해서이상한컨셉질은점차줄여가는걸로.어떻습니까.”

“···알겠습니다.”

아서의말에한붕은고개를주억거렸다.받아들였는지안받아들였는지는모르겠지만차차줄어들터였다.결국나이라는건먹을수밖에없으니까.

아서는잠시어깨를펴고스트레칭을한다음다시이야기를계속했다.

“두번째로배위에있었던일을제대로마무리하는것···.이건말그대로입니다.그들에게재판을내리는과정.한붕이마지막까지잘관여해주셨으면합니다.”

“네.”

“과거에도지금처럼잘대답했으면서,왜그때는자신의의견을제대로말하지않았습니까.”

“그건.”

생각지못한아서의반응에한붕은당황했다.순식간에머리가하얘지고입을어버버거렸으나,아서는신경쓰지않고말을계속했다.

“협박을들었든감성팔이를들었든한번일을시작했으면동정하지말고끝까지밀어붙여야한다고생각하지않으십니까?”

대답할시간도주지않았다.그리고말을하면서도목소리에는점점힘이담겼다.

물론잘못한건가해자들이었다.하지만한번당하는걸로끝이아닌,계속당하기만하면당한사람에게도문제가있는법이다.

“큭···.”

한붕은듣다못해자신의의견을표출하려했다.하지만이내이를꽉깨물고 말을 삼켰다.

조국에서멀리떨어져있는나라에와서도와줄사람은없었다.인종이황인인데어쩌겠느냐.힘이없어서성과를내지못해교수들이안도와줬다.노력해봤는데되지않는걸자기가어쩌겠느냐같은.

수많은변명과핑계가한붕의머릿속에떠올랐다.

하지만그걸말하는순간방금전에했던약속이깨질까봐선뜻말하지못했다.강해질수있게만들어준다는그의약속을.

그러나그변명은곧아서가입밖으로대신꺼내져나왔다.

“힘도없고친한교수도없는데그걸어떻게하냐고요?아뇨.서류를싹다뒤져본결과기회는충분히있었습니다.당신이포기했을뿐.”

“어정쩡한선의에의해,동정심에의해,위선에의해,당신은여러기회를날렸습니다.이건공포나트라우마와는관련이없었습니다.처음에당신을도와주려고했던사람들은수두룩했으니까요.”

“당신의노력을알고있던교수부터,학생변호사,학생검사,또그가해자들에게피해를봤던다른피해학생들전부당신이제대로말하기를바랐을겁니다."

“결국당신의제대로되먹지못한위선때문에그들의노력이쓰레기통에처박히고,당신이그위치에있는것뿐.그들을먼저배신한건당신입니다.”

아서는그말이끝나는것과동시에다시목소리를낮추었다.이어서조곤조곤한목소리로계속말을이어갔다.

“잘들으세요.”

“용서란힘이있는자가할수있는것이고,힘이없는데관용이나정의를앞새우는놈은무능한놈입니다.”

“제발총을뽑았으면쏘기전까지집어넣지마세요.총으로쐈는데안죽었으면개머리판으로대가리를찍어서죽이세요.총을 빼앗겼으면악착같이근처에볼펜이라도잡아눈이라도찌르세요.”

“그러한행동이성공하든하지못했든제대로된마음이있었다면의지는전해지고상대는피하게될테니.”

“사람은자신에게조금이라도피해가돌아오는것을싫어하는동물이니까.”

무시당하지않는방법.아서는행동경제학에서의손실회피심리를간략히엮어서자신의뜻을전달했다.

“지금그들은자신이한일은사실별것도아니었을것이며,같이한만큼책임도나눠받을거라는생각을하고있을겁니다.화나지않으십니까?”

“혹은저번처럼얼렁뚱땅넘어갈수있을거라믿을수도있겠죠.”

“만약제속이시원해질대로이야기가진행되지않으면저는한붕군과인연을끊겠습니다.저,제주변사람이이악물고답답하게위선떨며사는걸눈뜨고못참는성격이기에.”

꿀꺽.

한붕은아서의묵직한말에침을삼켰다.너무긴장한나머지발에쥐가난듯했다.

하지만아서는곧바로텐션을가라앉히더니,어느때와다름없이부드러운목소리로.그리고편안한미소로말했다.

“뭐,말만으로당신이하루아침에급변할거라는생각은하지도않습니다.오늘냄비처럼끓어올랐다가내일식는게곧마음이니까요.”

“따라오세요.눈으로보여드리는게더빠를것같으니.”

아서는먼저문을열었다.

“...”

한붕은그뒷모습을멀뚱히지켜보았다.문이열리자찬바람이들어와서뜨거워진머리를식혀주었다.하지만심장만큼은차가워지지않았다.그는곧바로자리에서일어나서아서를쫓아갔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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