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고양이의 제자-80화 (80/154)

〈 80화 〉 79화 ­ GTA(그레이트 티처 아서) (31)

* * *

아서와한붕이이동한곳은사격장이었다.민철이릴리와한붕을가르칠때데려왔던.

사격장의과녁은인간형상을띄고있었다.그리고강철로이루어져있어서몇발을쏴도부서지지않았다.그저그위에표적지만붙여서사용하면되는편리한과녁이었다.

“교수님···이곳은대체왜···?”

한붕은의문을가졌다.갑자기이곳에왜왔는지에대해서말이다.분명사격수업을하자는건아닐터였으니.

“잠시총을좀빌려주시겠습니까?”

“총은왜······.”

아서는한붕에게손을내밀었다.강압적이지는않았지만가볍지도않은그런손이었다.

한붕은고민했다.누군가가총을좀보여달라고해서보여주었을때좋은기억이없었으니까.

대부분방아쇠를한번당겨보고위력에한탄할뿐이었다.실망감을감추지도않았고.

자신에게는소중한할아버지의유품인데도.물론지금까지는분위기를초칠까봐입밖으로꺼낸적없었지만말이다.

‘이번에도그렇게되는걸까···.’

한붕은살짝눈을감고망설였다.몸이조금떨렸다.매번같은경험을해왔는데도익숙해지지않았기에.언제나겪고싶지않은경험이었다.

하지만건네주지않았다가는이야기가여기서끝일것만같았다.

짧은침묵속에몇초의시간이흘렀다.

아서는그때동안차분히손을내민채기다려주었다.이내한붕은결심을다졌다.

“···알겠습니다.”

힘든결단이었다.몇번의고민했는지모를정도로.아서는총을조심스레받아들이며입을열었다.

“지금부터눈으로보이는것에대해놀라지마세요.위험한일은아니니까요.”

“···네?”

대체무엇을하시려고.

그순간이었다.아서의손에마력이몰려든것은.

아서의몸에서심상치않은기운이흘러나왔다.몸주위는바람이휩싸여셔츠깃이흔들렸고,손바닥위로는파란광채가생겨났다.

“!!”

이어서아서가방출한은은한푸른빛에둘러싸이는총.조금씩그리고조용히허공으로떠올랐다.

철컥철컥.

둔탁한쇳소리와함께분해되었다.

“한붕은이총의이름에대해서아십니까?”

문뜩아서가말을내뱉었다.신기한마법을사용하고있음에도불구하고,손바닥이나총을쳐다보지않은채한붕을쳐다보며.

마치자신이일으키고있는이현상이별일아니라는듯이.

“자,자자,잘모르겠습니다!”

한붕은아서가내보내는파동에의해당황하며말을더듬었다.게다가그의눈앞에서는할아버지가애지중지한총이빛에휩싸인채분해되고있었으니어찌할줄몰랐다.

마도공방에서도쉽게다룰수없다면서점검을맡기면몇달이나요구했던총이었다.세심한작업을요구한다고말했을뿐더러내부마력회로가거미줄처럼얽혀있어서하나라도잘못건드리면망가질수도있다고말했었다.

하지만분해되는과정에서불안정한마력의흐름이일절느껴지지않았다.이는곧제대로된순서에맞춰분해되고있음을뜻했다.

그것도허공에서!

“ărguméntumfortitūdinis”

“방금뭐라고말씀.”

“공용어로‘용기의증명’이라는뜻입니다.”

어느새아서의입가에는희미한미소가띠어져있었다.그에한붕의눈동자가점차커졌다.

“용기의증명···이요?”

“네.”

짤막하게대답한아서가말을이어갔다.

“한붕군의할아버지.그러니까한진선생님께서는역시한붕군이총을잡지않기를바랐던것같네요.총기의이름도알려주시지않은것보니까.”

“저희할아버지를어떻게···!”

“총기내부에그려져있는마법진을보고알았습니다.이총기를제작하신분이나한진선생님이나두분다꽤유명하신분이었거든요.”

그말과동시에아서는손을한번휘저었다.그러가눈깜짝할새에다시재조립되더니아서의손바닥에올려졌다.

한붕은방금일어났던일이거짓말처럼느껴졌다.

“계속말씀드리자면한진선생님은저격수들사이에서꽤유명했습니다.”

“몸집은동양인인나머지꽤나작았지만그만큼신출귀몰했으며,동료애는전우를구하기위해마지막순간까지작전지역에서벗어나지않을정도였다.하고요.”

“또한마음은독했기에몇날며칠을잠복해서장군의목을따기도했으니,공포의대상으로불리기에는충분하지않습니까?”

“만약스스로알려지기를원했다면일반인들이들어봤을정도의전쟁영웅으로남았겠죠.”

“···그런기록은본적없어요!”

한붕은생각그대로를입밖으로꺼내외쳤다.할아버지께서또는아버지께서항상말씀해주셨지만,그런기록은전혀없었기때문이다.

그래서어렸을적친구들에게자랑했을때도그저허풍으로치부됐다.그때만생각하면얼마나창피했는지모른다.학교에서도수없이놀림거리가됐었고말이다.

결국할아버지가손자에게자신감을주기위한꾸며낸이야기라고생각하며살았다.

그야,할아버지는돌아가시기직전에도항상힘이없으셨고혼자중얼거리기를반복하셨으니.

시도때도없이눈물을흘리는걸보았을때는너무나나약해보였는데,그것을보고누가전쟁영웅이라생각하겠는가!

하지만한붕의생각을부정하듯아서가말을계속했다.

“한진선생님이원했기에나라에서영웅을대하는마지막예우로기록을없애주신겁니다.”

“외상후스트레스성장애.그러니까PTSD로인해전쟁이끝나지않았음에도불구하고,불명예스럽게은퇴하실수밖에없었으니스스로도많이안타깝게생각하셨겠죠.”

아서는죽은자를애도하듯이잠시눈을붙였다.

전쟁에참여했던군인대부분은정신적충격을받는다.그리고그것을감내하고도어쩔수없이전장으로나선다.

하지만뒤에말할이‘용기의증명’이라는총기는이런정신적인부분과연관이깊었다.

“그래서그분의마지막모습은어땠습니까?후회하신다고말씀하셨습니까?”

아서의애틋한질문에한붕은우울감이들어찬목소리로말했다.

“네···할아버지는···매일같이후회한다고말씀하셨어요···.”

말을계속하는한붕.

“그런데···.”

“과거로돌아가도자신은똑같은짓거리를계속반복할거라고하실거라고도말씀하셨어요.”

“조국과집에있을가족그리고옆에있었던동료들을지키기위해···.”

한붕은말을하는도중울컥했는지눈시울이붉어졌다.아서는그모습을조용히바라보며조곤조곤말을이었다.

“맞습니다.그리고이총은그런한진선생님의의지에보답했던총입니다.”

총을꽉쥐고살짝들어올리는아서.한붕의시선이그총으로고정됐다.

“잘들으세요한붕군.이총은이제구시대의유물입니다.지금의총기와는다른방식으로작동하는.”

“현대사회에서마력은단순히인간혹은광물이낼수있는연료로정의되어있지만,사실마력은어느광석이냐뿐만아니라,사용자의의지에따라도다양한성질을담고있습니다.현시대의마법이나마도구들은그것이껄끄러운나머지영향을최대한적게받는술식을쓰지만요.”

“그리고이총은그의지에의해위력이시시각각변하는총입니다.한붕군이죽이고싶지않다는마음을가지면상대의머리를쏴도죽일수없는그런총이라는말입니다.”

실제로그랬다.과거에있었던한붕의총기난사사건에서처럼말이다.

그때그는위협할생각만가지고있었지결국한명도죽이고싶지않았기에,결과가그렇게나온것이었으니까.

“물론한진선생님도사람이나마족을죽이고싶지않았을겁니다.그런걸거리낌할수있는사이코패스밖에없으니까요.”

전쟁에대한좋지않은기억에아서의얼굴이점점일그러졌다.하지만아서는말을포기하지않고계속했다.

“수많은비명을듣고적군이살려달라고무릎꿇으며애원해도,결국쏠수밖에없는그런상황은수두룩했을겁니다.”

“그래도한진선생님은,당신의할아버지는방아쇠를당겼겠죠.”

“자신이망설이는순간동료들이위험에빠질수도있을테니까.”

“한붕군.”

말을 잠깐 끊는 아서. 살짝 숨을 들이쉰 후 말을 이어갔다.

“당신이상처받으면주변에서도괴로워하는사람이있다는것도.또쓸데없는동정심을가지면주변에서피해를받을수있는사람이있다는것도이번기회에알아주셨으면합니다.”

“당신이혼자서수없이노력해서어떻게든변화하려고했던것을저는아니,민철선생님도알고있습니다.”

아서는품안에서종이한장을꺼내들었다.그종이는어제한붕의사격솜씨가적혀있는기록이었다.재능만가지고서는절대가질수없는것들이잔뜩적힌.

한붕은떨리는손으로그종이를받아들였다.그리고눈을움직이는것과동시에그종이위로눈물이한두방울씩뚝뚝떨어지기시작했다.

“앞으로는마음을강하게먹으세요.”

“당신이강한마음을얻게되었을시.”

“이총이당신에게보답할테니까요.”

아서는그말을끝으로총을한손으로잡은채방아쇠에손가락을얹었다.지정사수소총인데도,견착조차하지않았는데도,위화감이라고는전혀느껴지지않는자연스러운자세였다.

“···!”

한붕은그자세만으로아서가얼마나총기에대해능숙한지조금이나마알수있었다.그저놀라울따름이었으니.자신도모르게입을벌어졌다.

탕!

사격장에서한발의총성이울려퍼졌다.

티잉!

과녁의머리부분에정확히맞은탄알.

“!!!”

결과를본순간한붕은놀랄수밖에없었다.

머리에정확히맞아떨어져서?

아니다.

아무리쏴도계속튕겨져나왔던그강철과녁에단한발의총알이관통해있었기때문이다.

“···아.”

이로써완전히증명되는것같았다.어렸을적할아버지와아버지의말씀중틀린것이하나도없었다는사실이.

결국아무도제대로된사용법을몰랐기에,또자신이총기에대한의심만을계속했었기에,총이단한번도제대로된위력을내지못한것이다.

나약한의지.

썩어빠진근성.

무언가를믿지못하는마음.

그런것들을가지면,인간의머리에쏴도꿰뚫지못하는총이었지만,강한의지를가지면단단한강철도일격에꿰뚫고지나가는총.

“···용기의증명.”

한붕은그단어를소리내어발음했다.

돌아가신할아버지를떠올리며.

***

상담이후한붕은그자리에앉아서펑펑울었다.총을품안에끌어앉은채.

돌아가신할아버지의생각일까.아니면지금까지총의위력을알지못한채괴롭힘당했던과거때문일까.

혹은누군가에게인정받았다는기쁨이나,지금까지생각한모든것일수도있다.

아서는어쩔수없이그가충분히과거를정리할때까지곁에있어주었다.남자가우는모습을보는걸좋아하지않았음에도.

그렇게다른학생들이개인훈련을마치고저녁이되었을때였다.

“교수님교수님!”

클레멘스에게치유를받고나오자마자,간식을기다리는강아지처럼흔들의자앞에있는민철을볼수있었다.

“네,듣고있습니다.”

“슬슬목욕하러가지않을래요?”

그러고는어제말했던목욕얘기를단번에꺼냈다.그만큼기대하고있다는걸까.

“그럴까요.그럼갈아입을옷들고목욕탕으로같이가시죠.”

아서가그렇게말하자민철이살짝아쉽다는듯이말을끌었다.

“온천으로···가면···.”

“그럼아이들은어떻게합니까.”

“제가드론으로보면되죠.하하···.”

민철은자신만믿으라는듯이말한후어색하게남자다운웃음을흘렸다.그모습을본아서는속으로웃음을흘렸다.

“그러네요.그럼같이온천으로갑시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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