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4화 〉 83화 GTA(그레이트 티처 아서) (35)
* * *
온천목욕이끝난다음날아침.아서는어느때와같이평화로운아침을맞이했다.부엌에서커피를한잔마시면서.대삼림이덥고습한만큼얼음을4개를동동띄우는것도잊지않았다.
남은얼음까지와그작씹어식도로넘겼을때는가볍게스트레칭을했다.곧이어남은재료를생각하며아이들과함께먹을요리를하기위해움직였고.
하지만무슨일일까.
“교수님안녕히주무셨습니까!”
“형제여.오늘도아침부터고생이많군.”
요리도중맥과한붕이말을걸어왔다.평소에는요리가끝난다음에야느지막이일어났었는데신기한일이었다.
“꽤나일찍일어나셨네요.”
“그렇다.밥먹기전에한붕과짧게운동하기로약속했다.”
맥의말에한붕이옆에서고개를두번끄덕였다.강한긍정이었다.아서는프라이팬에스냅을한번주며말했다.
“보기좋네요.”
“우리가도울게있나?”
“있다가맛있게드셔주시는정도면충분합니다.”
“그정도야쉬운일이다.”
그말을끝으로맥과한붕은단련장으로발걸음을옮겼다.단련장에는그리대단한기구는없었지만,사람들이우스갯소리로산스장이라불릴정도는되었다.
아니,역시그것보다는역시더좋으려나.
“교수님···잘주무셨어요···?”
가장오랜시간을들여야했던수프를맛보고있을때였다.민철이문에서부터흐느적거리며다가와배시시웃어보였다.
‘음.’
벨트도안채운헐렁한바지.단추가하나도잠겨있지않아서다열려있는셔츠.걸을때마다커다란유방이위아래로흔들리는것을본아서는떠올렸다.
백점이라고.
눈물을흘리며박수라도치고싶었다.최근에본가장아름다운장면이지금이었으니까.
“네,잘잤습니다.”
그녀는원래이맘때쯤이면음식냄새에홀린듯잘일어났다.가끔씩주메뉴를손으로집어먹기도했는데,그모습이살짝푼수같아서보는맛이있었다.
“교수님거기옆에물좀주실래요···?”
아이들말고그녀또한무슨일이있었던걸까.평소라면요리중에말도걸지않던그녀가부탁을해왔다.
“여깄습니다.”
아서는옆에있던물을건넸다.
그리고그때.
“아앗!”
물을받자마자곧바로놓쳐버리는민철.
아니,정확히는일부로놓쳤다.
“아아,죄송해요.”
한순간에그녀의셔츠가젖어들었다.안에몸이다비칠정도로.
분홍색유두가셔츠를꾸욱누르는것이보였다.더불어어제목욕하면서보았던하얀맨살이보였는데,역시대놓고보이는것보다이렇게은은하게보이는게더좋을때도있는법이었다.
더호기심을자극했기에훨씬요염하고야릇한분위기를풍겼으니까.
하지만그것을마냥뚫어져라쳐다볼수는없는노릇이었다.강렬한시선이얼굴에꽂히는걸느꼈기때문이다.
민철은‘어떠냐!’같이의기양양한표정을짓고있었다.아서가쳐다본순간다른표정으로바꾸었지만.
“괜찮습니다.얼른갈아입고오시지요.”
하지만아서의성기를세우기에는부족했다.무엇인가의도가있었다는것만으로도분위기가팍식었으다.역시강아지같은여자는고양이나여우가될수없었다.
“네···?네···.”
민철은아리송한표정을지었다.이어서자신이잘못추측한건가생각했다.조용히오두막안으로들어가며.
*
아침식사가끝났을때였다.
아서는학생들을일일이다둘러보았다.특히어제트러블이있었던학생들위주로.
“어제간단한다툼이있었다고하는데···.”
아서의말에한스가몸을움찔거렸다.어젯밤이지나기전에모두화해시킬생각이었는데,잘안됐었기때문이다.
“다들괜찮은것같네요.”
하지만아서의말대로아이들은어제아침과별로다를바가없어보였다.
릴리는싱글벙글웃고있었다.그녀는자신이잘못한게없으면마음에담아두지않는성격이었으니까.
맥과한붕은오히려어제보다표정이더좋아져있었다.메리는이번현장학습에서자기자신말고는신경도쓰지않고있었고.
다행히오늘도별일없을터였다.어제와같이싸움이나도내일이되면또이런분위기겠지.
아서는파이프에불을붙이며입을열었다.
“여러분.”
학생들은아서가틱틱불을붙이는것을보며그의말에귀를기울였다.
“제가왜음식을직접다해주시는줄아십니까?”
아서의질문에대답하는학생은없었다.지금까지아서가요리했던것이너무자연스럽고당연하게생각되었으니말이다.
물론맛은두말할것도없었고.
“처음보는애들과같이생활하고억지로합을맞춰야하는데,음식맛까지좆같으면살맛이안나지않겠습니까.”
“···네?”
“푸흡.”
갑작스럽게아서의입에서나온상스러운욕설에민철은어벙한표정을지었다.아이들또한얼빠진표정을짓다가이내쿡쿡대며웃었다.
“잠좀깨게해드릴겸농담한번해봤습니다.뭐,뒤에있을제얘기에좀더집중시키기위한것도있지만요.”
아서는이제부터가진짜라는듯이두팔꿈치를식탁위에다가올렸다.그리고어디서부터이야기하는게좋을까생각했다.
‘어디서부터이야기할까.’
아서는자신의과거에대해얘기를할생각이었다.팀워크에관해서그들이자신만의정답을찾을수있도록돕기위해.
자신의얘기를하는건그다지좋아하지않았지만.
“그러니까······.”
왼손으로자신의턱부근을쓰다듬는아서.
“저는.”
“처음으로마법을배울수있는상황이왔을때재능이없다는소리를들었습니다.”
“네?”
강렬한도입부였다.
민철을포함하여아이들은몸을흠칫떨었다.지금까지보여준아서의마법은입을다물지못할정도로놀라웠을뿐더러,임시라고는해도무려교수의직위를가지고있지않은가.
학원도시에서교수자리는절대쉽게가질수있는것이아니었다.매년통과되는사람이얼마없을정도로.
“그···주변에서재능없다는소리를들었는데성공했다같은진부한스토리야?”
하지만릴리는지금까지아서가한말중가장흥미를느끼지못하는듯했다.그래서평소처럼웃지도않고실망했다는듯이살짝한숨을내쉴뿐이었다.
“비슷합니다.재능이없다고말한사람이꽤신빙성있고유명한사람인것을제외하면요.”
아서는더들어보라는듯이테이블을손가락으로두번탁탁두드렸다.
“그말을건넨사람은용사일행에속하셨던마법사였으며,현재는황실마법사직위를가지신스텔라님입니다.”
푸우웁!
“콜록콜록.”
“교수님?방금뭐라고···?”
“정말?!”
‘스텔라’라는말이나오자마자모두깜짝놀라서눈을번뜩였다.심지어시큰둥하던릴리까지그자리에서일어났을정도로놀랐으니더말할필요도없었다.
학생들은빨리다음을말해보라는듯이눈빛으로보챘다.그러거나말거나아서는평소와같이담담하게진행했다.
“그말을들은후옆에있던저의스승님은화나가지고그녀를탈모로만들어버렸습니다.저는괜찮았는데도.”
“아니!이야기가왜그렇게되는데요!!”
“응?난스텔라님이탈모였다는얘기들어본적없는데?”
순식간에시끌벅적해졌다.아서는신경쓰지않고말을계속했다.
“당연합니다.그녀가어떤마법사인데자신이탈모인걸들키겠습니까.지금은뭐,그탈모마법을고쳤을수도있겠네요.”
무표정으로말을진행하는아서를보고의심하던아이들은진짜인가하는생각이들었다.
그런데만약이게진짜라고는해도남한테말할수있는내용은아니었다.애초에믿어줄사람이없을뿐더러잘못했다가는제국에서명예훼손으로찾아올판이었으니.
“그런데교수님.”
릴리가의문을가진듯살짝인상을쓴채말을걸었다.
“말씀하세요.”
“교수님이저번에언급하셨던스승님은왜굳이남을통해서마법을가르치려고했던거야?”
릴리는‘처음’이라는단어를집중해서듣고있었던걸까.예상외의질문을해왔다.
“음.”
아서는침음을흘렸다.
“제자가생겨서처음으로가르침을내려줄거면보통자신이하고싶어하잖아.스텔라님과만남을주선해줄정도면엄청나게대단한분이고.”
만남을주선한다라···.
실제로는들이닥쳐서제멋대로입을열게한거였지만말이다.
“재밌는의견이네요.”
아서는깎지를풀고어깨를으쓱였다.
“저는아직스승님에게마법을배워본적이없습니다.항상아직은이르다,라는말씀만하셔서요.”
“그럼스승도아니잖아.”
“아뇨,직접적으로마법을배우지않았을뿐이지.삶을목표,방향,사고방식,마력응용등이것저것 많이배웠기에스승님이맞습니다.”
“무엇보다단순히가르침을내려주시는것을넘어,제가되고자하는목표와가장가까운분이시고,저를이끌어주시니스승님이아니면무엇이겠습니까.”
이것이아서가다른누군가에게가르침을받더라도선생님이라부를뿐스승님이라부르지않는이유였다.
“여하튼이야기가많이셌지만말하고자하는것은···.”
“저는황실마법사에게재능이없다는소리를들었지만지금꽤괜찮은마법사가되어있지않습니까?헌터를넘어일반인들에게까지유명한고프교수와대적할수있을정도로.”
아서는장난스럽게웃었다.그리고다시진지하게말을이어나갔다.
“결국마법하나만놓고봐도단순히마력감응력,마력양,상상력,마력감각이런걸로모든것을판단하기에는역부족이라는겁니다.”
“어제여러분들의리자드맨소탕실패이유인팀워크또한마찬가지고요.”
“서로가서로를이해하며하나의몸처럼합을맞추지않아도,팀원들의습관을관찰해서예상한다던가,전체적인마력의흐름을느껴서대체하는등방법은많습니다.”
“이게성격더러운상위헌터들이처음만났음에도불구하고,잡음없이팀워크를맞출수있는이유고요.”
“결론.팀워크를맞추는방법은친목만있는게아니니각자자신에게어울리는방법을찾아내시길바랍니다."
아서가말을마칠때남아있던것은정적뿐이었다.
학원도시에서괴짜라는소리를듣는교수들도이런말을한적이없기때문이다.
다들무턱대고서로와친해지라고말할뿐이다.모난성격을가졌으면헌터가되기전에사람이되라고말한다.
지금까지자신들을알려주던교수들과는너무나도다른사고방식.하지만그사고방식이자신들을위한것같았고그럴싸하게들리기까지했다.
"뭐야그게···."
입을다물지못하는학생들에게아서는말을이었다.머릿속에서생각하며말을꺼내는것이아닌,그저자신의가슴이말하라는대로내뱉는말이었다.
"이사장님께서는여러분들의가능성을믿었기에퇴학시키지않고교화부에남겼습니다. 또한 저에게맡기셨죠."
“그리고며칠같이지내본입장에서저또한여러분을믿습니다.각자자신이원하는높이까지올라갈수있을거라고.”
아서는모두에게눈을맞혀주었다.
릴리·한붕·벨라·맥·메리.하나도빠짐없이.
“그러니···.자신을못믿겠으면이사장님을,아니,저를믿고열심히해주시길바랍니다.이상입니다.이제장비착용하시고오전수업받으러가세요.”
아서는용건이끝났다는듯이손을휘적휘적저었다.
“...”
학생들은결국아서가먼저일어나기전까지그대로그자리에앉아있을뿐이었다.
*
가볍게설거지를마친아서와벨라는함께이동하고있었다.오전수업을진행하기위해서.
“그말진짜야?”
“어떤말씀말입니까?”
“그······믿는다는말···.”
입밖으로꺼내기부끄럽다는듯이소곤소곤말을꺼내는벨라. 말을 마쳤을 때는 얼굴이 새빨게져 있었고. 아서는등을돌려그녀를마주보았다.
그믿는다는말이그녀에게꽤나인상깊었던걸까.벨라는얼른대답하라는듯이눈을마주쳐왔다.
“그렇습니다만.”
대답을들은벨라는순간무언가를입밖으로꺼내길고민했다.이내용기가생긴다음에야목소리를내었다.
“···그좆같은꼬맹이에게들었어.자기들이오두막에도착할때쯤이면네가매일피를뚝뚝흘린채의자에기절해있듯이앉아있다고.”
“맞습니다.”
“...”
조금이라도숨길법한이야기라고생각했는데,도리어당당하게맞는다고하자벨라는잠깐입을다물었다.
“···그런데도아직···날믿는거야?”
목소리가조금떨렸다.자신이원하는답을듣지못하면어쩔까하는걱정때문에.
아서는멋쩍다는듯이뒤통수를긁적였다.
솔직히말해도쉽게믿을분위기가아니었다.또믿어라믿어라하는건사기꾼들의전매특허아니겠는가.
이에쓴웃음을지은다음말했다.
“이제제걱정까지해주시는겁니까?”
“씨발련이.”
벨라는거친욕설을내뱉었다.하지만아서는잘알고있었다.이반응은그녀가쑥스러움을표현할줄몰라서나오는거라는것을.
“방금벨라양의말에서알게된게있습니다.”
“뭔데?”
“당신이성장했다는사실을요.”
아서는진심으로그말을입에담았다.
처음에는누구도믿지않고자신의힘으로모든것을해결하려고했던그녀가.
강해지기위해다짜고짜주먹을뻗어왔던그녀가.
누군가의믿음을갈구하고도움을원하게 되었다.그리고그것을미안하게여기고,타인을걱정할줄알게되었다.
“그게무슨···!”
“벨라.잘들으세요.”
“당신은이번현장학습내로마족의힘을다룰수있게됩니다.다른누구도아닌,제가확신합니다.”
마족의힘.그러니까다루지못했던힘을다루기위해서는강한의지가필요하다.그리고그녀는그것이무서워지금까지피하기만해왔고.
하지만이제부터는다를것이다.자신이키를잡지않으면믿어주고있는상대인내가다칠거라는것을알게되었기에.
자신을강하게믿어주는상대가생겼기에.
“그러니만약지금도자신을믿을수없다면저를믿으세요.그럼조금더편하지않겠습니까?”
“...”
“실패해도제탓으로떠넘겨버리세요.부담가지지마시고.”
“무엇보다저,진짜로당신이성공할거라믿고있으니까요.”
이말을내뱉기에는엄청난심력이필요했다. 너무 멋쩍은 나머지 아서는 손가락으로자신의볼을긁었다.
“너···.”
“시작하죠.”
아서는더이상반응을보지않겠다는듯이시작을알렸다.명령과도같은굳은목소리였다.그에벨라는인상을팍쓴다음에생각했다.
저남자는저런낯간지러운말들을너무자주한다고.
다른사람들이저말을그대로꺼내면그저감언이설처럼들릴터였다.자신을나락으로보내기위한초석처럼들리기도할것이고.
하지만저남자는달랐다.
중요한순간에는거짓말이일절없다는듯이진지한눈빛을보내온다.
자신의가장추악한모습을봐왔음에도,이런일을반복할때마다몸에상처가가득생겨나고참을수없는고통을받을터인데도···.
'어째서저렇게태연하게말할수있는거야···?'
학원도시에온이래.
아니,수녀님께서돌아가신이후로믿을수있는사람은 없었다.자신을믿는사람도없었고.
항상외로웠다.
이사장직함을달고있는그거대한마족을따라 학원도시에 가면 무엇인가바뀔거라고생각했지만,아무일도일어나지않았다.
직접 이사장실을 찾아가봐도언젠가는인연이찾아올테니기다리라는말만할뿐.
모르는일투성이었다.
공포와질시그리고원한이담긴눈동자투성이.
그사이에서처음으로깨끗한믿음의손길이 내려왔다.
저게 거짓이면 어쩌지.
사실 내가 속고 있는 거라면.
수없이 많은 걱정 속.
그래도, 조금은믿어볼까 하는 생각이 든다.
저남자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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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르르.
“쯧,또실패한건가.”
어김없이들려오는야수와같은울음소리.벨라의눈동자가붉은피와같이물들여지고손톱이길쭉하게자라났다.
등뒤에흑요석같은두날개가활짝펼쳐지자아서는마음을준비를했다.
이어서몸에기계회로처럼그려놓은마법진을작동시켰다.
흑선(??)
검은색양복위로더짙은검은색의신선옷이입혀진다.피부에는검은실들이파고들어가근육을덮어갔다. 이로 말할 수 없는 고통이 뇌리에 전달된다.
이를 악물고 참은 아서는자신을노려보는벨라를보며생각했다.
오늘도쉽지않겠구나,하고.
하지만.
“······아서.”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