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고양이의 제자-88화 (88/154)

〈 88화 〉 87화 ­ 땅은 비가 내린 다음 굳어진다 (3)

* * *

아서는커튼을열어젖혔다.

지난날언제그칠줄모른다는듯이내렸던비는언제그친줄도모르게떠나갔다.

세차게비가온이후로는태양이얼굴을비추기마련이었다.햇빛은비가내렸던흔적을완전히없애려는걸까.뜨거울정도로내리쬐어날씨는금세후덥지근해졌다.

아서는티받침대와홍차잔을들고창문쪽으로다가갔다.이어서한모금마시면서바깥경치를보았다.

약이주동안계속봐왔던풍경.떠날때가다가왔다.

학생들과이주간다양한일이있었다.

감회에젖어서여러생각이들정도로.

그중에학생이나대들거나속을썩이는일은없었으나,얘기를들어보면현장에서는꽤많은다툼이있었다고한다.비가온날이후에도.

그래도서로얼굴붉히면서돌아온적은없었다.의견이엇갈려도,서로싸움이나도,시간이지나면금방화해한채로복귀했다.

오히려싸울수록서로의진심을알게되어인연은더끈끈해져가는것같다고민철이말했다.팀워크또한마찬가지였고.

오늘도멀리서아이들이돌아오는게보였다.태양빛이그들에게축복을내려주는걸까.아서의눈에는그들의모습이너무나도눈부셨다.

오늘은흑마법사던전을다녀오는날이었다.

뭐,흑마법사던전이라고말해도이사장님이학생들을위해만들어둔던전이었지만말이다.

그래도지난교화부학생들중에서클리어한팀은없다고한다.꽤나난이도가있는나머지사고가터질것을염려해던전자체를탐험시키지않은교수들이많은탓이리라.

지금눈에보이는학생들의얼굴에는웃음꽃이피어있었다.웅성웅성거리며활기차게대화나누는것도보인다.

분명성공한 것일 터.

아서는미소를지으며품에서파이프를꺼냈다.한동안태우지않았던담뱃잎을연소통에올리고불을붙였다.

“후.”

현장학습에오기전에는이주동안강하게훈련만시킬까하는생각도있었다.사고를일으킬수없을정도로체력을고갈시키며사고가일어날리없었으니까.

하지만그생각이답이아니었음을알려주고있었다.그들의모습이.그들의성취가.

기적과도같은커다란변화는일어나지않았다.목숨이걸린전투를한것만큼이나각오도생겨나지않았다.

허나,스스로나아가야할올바른방향을잡아주었으니.

슬슬학원도시로돌아갈시간이다가왔다는 게 느껴졌다.

*

“축하드립니다.내일이면현장학습이끝나네요.”

아서는짧게손뼉을쳤다.진짜로축하한다기보다는축하라는단어가나왔을때의무적으로치는그런박수같았다.

“헤에···.”

릴리는옅게웃으며아서를쳐다보았다.

“뭔가,지나고보니조금아쉽네요.”

민철의어깨가조금내려앉았다.이어서살짝눈을감았는데지난날을떠올리는듯했다.

“좋은경험이었다.”

“시시하기짝이 없었다. 뭐,나쁘지않았지만.”

두명이동시에거만하게말했다.맥과한붕이었다.그들은지난2주동안계속붙어있던만큼죽이척척맞는형제같았다.

아니,그보다는퉁퉁이와비실이처럼보이려나.

“아쉽지도시시하지도않으라고이사장님께서마지막날종합평가를준비해주셨습니다.”

아서는집중하라는듯이박수를두번짝짝쳤다.민철과학생들은그런게있었냐는듯이아서를쳐다보았다.

“평가자는제가아닙니다.이사장님께서고용하신분이평가를내린다고하는데저도정확한내용은모릅니다.누가내리는지도,어떻게평가를내리는지도.”

아서의말에학생들은맥이빠졌다.흑마법사의던전을클리어한그들은1학년수준에평가따위는쉽게클리어할수있다고생각했기때문이다.

아서는두손을마주잡고꾹힘을준다음말을이었다.

“평가에앞서다들오늘오후부터는편히쉬세요.개인훈련으로몸을망치는일이없도록.”

이후아서는메리에게도훈련하지말라고말한다음,그들에게온천욕장에대해서알려주었다.민철과자신만이다녀오기에는너무나아까운장소였으니말이다.

앞으로남은단하루.

평가가이루어질남은시간동안그들이즐기기를바랐다.그만큼지금까지잘해주었으니까.

아서는얼마전에읽었던책의내용을떠올렸다.

‘아이들이잘했으면입으로칭찬해주세요!’

아서는이말을입밖으로꺼내야하나고민했다.턱을괴고잠깐학생들을둘러보았다.그들은신이나서온천에갈준비를하고있었다.

그것을본아서는어깨를으쓱였다.

평가가끝난다음에해도늦지않겠거니싶어서.

헤어지기전에말해도늦지않겠지.

*

현장학습이시작되기몇주전.결벽증환자가의심될정도로새하얀이사장실에다크서클이진한이사장님이앉아있었다.

그는한창바쁠때인만큼서류들을재빨리읽으며사인을했고,가끔씩누군가가찾아오면정확히요점만 들은 후돌려보냈다.

그의책상에는서류더미들이지저분하게잔뜩쌓여있었다.절로한숨이나올정도였다.

그래도비서인엘레나를놀리는것을빼놓을수는없었으니.일에영향을주지않는가벼운장난을친후다시업무를처리하려할때였다.

톡톡.

‘안그래도바쁜데누가···’

창문난간에비둘기한마리가앉아있었다.그비둘기는부리로창유리를톡톡쪼았다.

전서구라고하기에는강한마력과짙은눈동자를가지고있는비둘기.

이런마법을사용할수있는사람은세상에몇없었다.그중에서자신에게이런걸로소통할사람은더더욱없었고.

이사장은마음을다잡고창문을열었다.

“잘지냈나.”

“저야평소와같지않겠습니까.”

비둘기는창문이열리자마자굵직한목소리를내었다.그목소리는온화한노인의목소리였다.

이사장은그목소리의주인을알기에조리있게말을이어나갔다.노인은세계에서가장유명한사람이자,절대강자중한명이었으니까.

헌데,편한안부를끝으로가벼운얘기만하던비둘기가갑작스레꺼낸말에이사장은당황했다.눈동자와입이절로벌어져자신이들은게맞는지확인할정도였다.

“그러니까,아서군을이번 현장학습에 같이 보내라는말씀이신가요···?”

“그렇네만.”

“곤란합니다.프리실라님께서.”

“프리실라님께서그리하라더군.”

“...”

이사장은말문이턱막혔다.이어서조심스레자신의의견을입밖으로꺼냈다.

“그럼아무래도직접전하시는게···.”

“그런걸바라지않는다하셨네.부탁하네,알아서자연스러운상황을만들어주길바라네.”

“네,네?잠시만요!아직연락끊지.”

순식간에끊겨버린마력.자신의의견을전했으니더이상대화를나눌필요가없다고생각한것이리라.

까마귀를넘어독수리까지후두려팰것같은기세의 비둘기는 어느새 원래대로 돌아와 흐리멍덩한표정을지었다.

이어서푸드득날아오르니이사장은그비둘기를보며허탈한미소를지었다이내머리를쥐어잡으며아서를대삼림으로보낼방법을떠올리려고노력했다.

프리실라에게거역할생각은없었다.그순간냥냥펀치를넘는온갖해괴한일을할지몰랐으니까.

이어서 한순간혼이나간듯입벌리고멍하니있는이사장.엘레나는그것을쳐다보며키보드에서잠깐손을때고한숨을내쉬었다.

*

어둠으로뒤덮인밤이었다.끝이보이질않는은하수사이로기다란하얀수염을가진노인이두둥실떠있었다.

그는온화하고 부드러운 인상을가지고있었다.그리고아무장식도박혀있지않은나무지팡이를들고시장가에서팔것같은회색로브를입고있었다.

노인의눈에는대삼림의광경이비쳐지고있었다.그리고그중에서유심히보는자가있었으니.

“잘지낸것같아다행이구나아서.”

노인은안도의한숨을내쉬며전해질리없는말을입에담았다.그목소리는친손자를부르는것같은자애의감정이담겨있었다.

“그래도시험은공평해야하니무운을비마.”

그말을끝으로지팡이의끝을허공에내려찍었다.

그순간이었다. 세계를뒤덮을정도로커다란마법진이생겨난 것은.

은하수보다더반짝이는그마법진이생겨남에따라,노인이입고있는로브와수염은거칠게흔들렸다.자연재해와같은광풍이었다.

사르륵사르륵.

이어서 그광풍이끝나자마자 마법진에서수천,아니,수만마리의나비가나타났다.

모두투명색날개를가진나비였다.한눈에봐도마법으로만들어진것을알수있을것같은.

지상에있는사람들은하늘에서믿기지않는일이일어나고있음에도불구하고,평소와같이행동하고있었다.잠을잘준비를하거나야식을먹는것같이말이다.

나비는살랑살랑지상까지내려온다음각사람의몸에들러붙었다.그리고그때또한아무도눈치채지못했다.

이어서한치의오차도없이 동시에 그들의마력 속에녹아드는나비.학생,교수할거없이몸속에나비가 전부 스며들었을때노인은빙긋웃으며입을열었다.

“모두좋은꿈꾸거라.”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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