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0화 〉 89화 무인도에서 마력 없이 마법을 (2)
* * *
“가문의위상을어지럽히는천한핏줄이이렇게돌아다녀도되는일이냐?!”
사람은천한사람과귀한사람이나뉘어있는걸까.
“집안곳곳에서짐승의냄새가배었습니다.고아원으로빨리보내는것이어떨는지요."
코가좋은나로서는나보다그들이더악취가나는듯했다.
유년시절,얼마없는기억들중유일하게머릿속에남은기억들이었다.대부분은그다지좋지못한것들이었고.
아버지가돌아가시자마자늙은가주에게계속첨언하는가문사람들.모두나와같은핏줄이었음에도불구하고그들은나를별로좋아하지않았다.나또한그들을별로좋아하지않았지만.
가장큰이유는피의4분의1이수인의피였기때문이었다.그원인인하프수인어머니는이렇게될줄알고는미리도망가셨다.아버지의가문에나를버려둔채로.
가문에서는아버지말고선한사람이없었다.그래서저지긋지긋한말들은고아원에맡겨진다음에야듣지않을수있었다.다행스러운일이아닐수없었다.
아버지의재산에서아이하나키울돈이없는것은아니었다.저명한무가(?家)였던만큼가문에돈이없던것도아니었다.
하지만어머니라는사람이재산상속으로많은비율을들고그대로도망쳤다고들었다.남은일부마저가문의욕심쟁이들이몰래가로챘고.
순수인간의피를가장중시하는가문.수인의피가섞여있다는사실은용납이되지않았을터.
이내특별할것없는고아원생활시작되었다.성년이되기까지의생활이.
고아원생활또한순탄치만은않았다.그곳에서도치열한생존경쟁이있었으니까.그래도생전아버지에게배웠던기술들은또래아이들에게얻어맞지않을정도의힘을주었다.
어느정도생각할수있는머리가생겨나고고아원을떠나기로마음먹었을때,고등학교에서고아원으로돌아오는도중게이트가열렸다.정말갑작스러웠다.
아직도기억에남아있었다.그정체를알수없는게이트에서는수많은몬스터들이쏟아져나왔던것은.
헌터들의숫자가절박할정도로부족했고사람들은무질서하게도망치는데,피에적셔진시체가난잡하게많아지는처참한아비규환의현장이었다.
처음에나는일반사람들에게섞여묻어가야지라는마음을먹었다.영웅도헌터도아니었기에.
그때까지만해도스스로를이기주의에이타심이라고는요만큼도없을거라생각했었다.그런데내몸은아니었다.눈앞에서몬스터에게집어삼켜질꼬마아이를구하려고멋대로움직였으니.
···한심스러운년.
아버지에게배운기술들을사용해꼬마아이를구하는일은무사히성공했다.그러나결국그사건이인생에서최악의기억으로남겨지는헌터취업에발단이됐다.
곧바로고아원으로찾아온헌터협회스카우터.기억을잃은채과거로돌아가도나는몇번이고헌터가되기를희망하겠지.제시한금액도,자립하고싶었던마음도무시못할정도로컸으니까.
훈련하면서가문의기술과재능이있었기에A급까지는쉽게올라갈수있었다.또한그과정속에서좋은사람들도굉장히많이만났다고생각했다.
그래서그시절의나는자주이런생각을했다.나는사실행운아가아닐까.세상에는나쁜사람보다좋은사람이더많구나.같은.
하지만불행은갑작스레찾아왔다.
[A급헌터정나연,범죄조직의기술을사용하는것으로밝혀져.]
[네티즌,범죄조직출신국가헌터에두려움에떨다.]
[배우로활동하던B급헌터이진혁.“그런친구랑무서워서어떻게같이일을해요.”라고입장밝혀.]
아버지께서알려주신기술들이문제가되었다.가문이나라와마찰을빚었는지한순간에범죄조직으로몰린것이다.
사정을자세히알아보니,세계의헌터시스템이나라에안정화되는순간,가문이여러복합적인이유로나라에토사구팽당했다는사실을알수있었다.
젠장.인생에서도움이라고는하나도안되는쓰레기가문.드디어,드디어나의자리를찾았다고생각했는데.
진짜내핏줄은인생에서도움이라고는하나도되지않는것같았다.
오늘날,헌터는아이들이선망하는직업이되었다.좋은장비만있으면일반인보다안전하고인기를얻는건한순간이었으니까.
이타적인마음은없고욕심과권력에눈이먼사람들에게좋은직업이라는뜻이다.
그리고그렇게헌터가된사람들에게나는평소부터시기질투를받아아왔으니,나라에서도나를지켜주지않았다.
동료들도,믿어왔던인간관계도,결국내힘만을바라보고아부해왔다는걸알았다.내가호소해도마지막까지내곁에남아준사람은단한명도없었다.
납득은가지만씁쓸한기억들이다.
나의A급헌터로서의위상은단번에추락했고헌터협회에서는곧바로헌터자격을박탈당했다.
작은나라였던만큼헌터협회지부에앉아있는사람들과국가가서로지인으로엮여있어,제대로된나의사정을묻지도않은채재판은물흐르듯이진행되었다.
뭐,그들도나와자신들의이미지를줄다리기하며내쪽을포기한것이겠지.애초에내가가졌던무력은국가에서쉽게팽당할정도로보잘것없는것이었으니.
그리고그때부터였다.S급을열망하게된것은.S급이아니면아무의미도없다는것을깨달은것은.
하지만이후나는트레이닝센터는커녕집밖으로나올수도없게되었다.사람들이어디서든기다리고있다가나를보자마자카메라와핸드폰을들이대었기때문이다.
“집밖으로나와라살인자!!”
“우리동네에서꺼져라!!”
무서웠다.
방안에서웅크리고있어도계속들리는비난의목소리가.난잘못한거하나없었는데.오히려사람들의위해열심히일했을뿐인데.
무차별적으로들리는욕설.이따금씩돌멩이에의해깨지는창문.집밖에그려진수없이많은낙서들.
꼬리까지이불안으로넣어벌벌떨며몇달을보냈을때는다행히사람들의관심이식어있었다.
그때는이미다른사람이랑눈을마주치는게힘들었다.
마지막으로택한것은아무도없는깊은산속으로들어가혼자지내는것이었다.A급헌터로서활동하며낭비라고는한적없었으니돈은충분했다.
필요한물품들은전부인터넷주문으로해결했다.배송하나만큼잘돼있는나라였으니까.
그렇게홀로지낸지몇년이되었을까.
훈련만하고살며간간이세상소식을인터넷으로찾아보며살고있었을때,전혀모르는금발남성이나에게찾아와말했다.
“학원도시를위해일해보지않겠습니까?”
*
“읍!!”
나연은의식을찾자마자혀에서불쾌한감촉이느껴졌다.식도에끈적끈적한게걸쭉히들어오는이물감또한느껴졌다.
곧바로눈을번뜩뜨며발버둥쳤다.하지만그녀의몸은그녀마음대로움직여지지않았다.이어서혀사이에있던미끈미끈한것이빠졌을때겨우앞을볼수있게되었다.
“으에···.”
혀사이로숨을내뱉는것과동시에주욱늘어지는침.나연의눈에는고개를들고있는아서가들어왔다.
나연은고개를옆으로돌리고목구멍에있는것들을뱉으려했다.하지만.
“뱉지말고그대로삼키세요.몸에좋은거니까.”
아서는나연의양볼을한손으로잡아목을돌릴수없게고정하여뱉지못하게했다.
꿀꺽.
나연은억지로식도에있는것들을삼키게되었다.이어서캑캑거리며기침했다.침을내뱉었을때는하얀색으로된끈적한찌꺼기가흘러나왔다.
“우으···.”
나연은눈물을글썽였다.그리고자신에게무엇을한건지물어보는듯한눈빛을보냈다.
“마입니다.소화에좋은.섬에서깨어난이후로아무것도못드시지않았습니까.”
“마···요?”
“네.어제섬을돌아다니면서조금캐놓았습니다.”
아서는자신의옆에있는마를들어올렸다.잘린단면에서는끈적끈적한하얀액체가뚝뚝흘러내리고있었다.
“그저께도이렇게했고어제도,그리고오늘도이렇게했습니다.제대로삼키시지못해서.”
멍했던나연의얼굴이갑자기새빨개졌다.아서가자신에게했던행위를연상한것이다.
“그럼적어도저랑세번이상키스했다는···.”
“그렇다고도말할수있겠네요.아,그렇다고오해는하지말아주세요.”
아서는남은마를으적으적씹어먹는것을멈추고는말했다.
“저,처녀에게먼저손을대는일은하지않으니까요.”
“···네?”
“처녀아니십니까?”
“···그렇···아닌데요?”
아서의말에토라진나연은자신의얼굴을들키지않기위해서고개를돌렸다.하지만귓가가빨개진것은숨길수없었다.그반응은누가봐도처녀의것이었다.
“처녀는신성한존재입니다.그래서처음으로자신이교제할남성을선택하게해주는것은당연한권리라생각하고있습니다."
아서는쾌락주의자선생님의지론을꺼냈다.
선생님은이미누군가뚫어놓은구멍은양심의가책을느끼지않고탐해도괜찮지만,처음만큼은지켜줘야한다고말씀하셨었다.
남의여인을빼앗는건취미였지만결코결혼은하지않는남자.
“...”
나연은할말이없었다.
지금까지보지못했던아서의일면을보고있었기때문이다.감회에젖은얼굴을하는아서.열띠게무엇인가말하는것을그녀는처음봤다.
“그보다팔다리는제대로움직여지십니까?”
아서는무심하게툭말을내던졌다.나연은도리도리고개를흔들었다.심지어그녀는꼬리를움직이려했지만그조차제대로움직여지지않았다.
“그리고지금살짝쌀쌀하게느껴지시지않습니까.”
“···그걸어떻게?”
묻는족족용하게다맞추는아서.나연은고개를살짝끄덕였다.
“안개독나리의영향입니다.그풀이서식해있는계곡물을그대로마셨기때문이죠.”
아서는목을가다듬고는말을이었다.그모습은마치의사가병세를말해주는것같았다.
“가끔씩앞이흐릿하게보이기도하고속이울렁거리기도할겁니다.그래도시간이지나면자연스레회복할수있는독초니크게걱정하실필요는없습니다.”
“어떻게그렇게잘아시나요···?”
“과거에알수밖에없는경험들이잔뜩있었거든요.”
아서는그말을끝으로쓰게웃었다.더이상묻지말아달라는모습처럼보였기에나연은입을다물었다.
“...”
“...”
타닥타닥.
짧은침묵속.나연은자신이아무리노력해도가질수없었던모닥불을쳐다보았다.얻을수없던열기는한층더따듯하게느껴졌다.
“확인해볼게있습니다.”
아서가침묵을깨자나연은그를물끄러미바라보았다.
“이연기를마신다음에‘이그니스’라고말씀한번해주실수있으신가요.”
아서는나연에게푸른연기가나오고있는대나무통을내밀었다.나연은그것을받아들였다.
“케케,크흑.이,이그니스.”
그리고연신콜록대는것을겨우참은다음눈을질끔감으며말했다.이어서 살짝 눈을떠서무슨일이일어났나확인했다.
“흐음···.”
눈앞에보이는것은특별한현상이아닌무엇인가골똘히생각하고있는아서였다.
‘뭐,뭔가잘못됐나···?’
나연은쓸모없어지면버려지는게아닌가생각했다.마음이쿵쾅쿵쾅뛰었다.
천천히 입이 열리는 아서.나연은아서의입술에시선을집중했다.
"며칠은이무인도에서지내야할것같습니다.곧날이밝아올테니임시거점을만드는것은물론,바다에표식을새기는등해야할것도많겠죠.”
다행히아서의입에서나온것은방금있었던일에대한것이아닌,생존에관한세부적인계획이었다.
“혼자있기무서워요···.”
나연은곧떠날것같은아서를쳐다보며말했다.그리고말을내뱉은직후때쓰는자신이한심스러웠다.
그래도참을수없었던것이다.
혼자남겨지는것을.
아서는그녀가그런말을할줄알았다는듯이대책을곧바로꺼냈다.
“그럼제가업고다녀드릴테니이해좀해주실수있으시겠습니까?”
나연은재빨리고개를끄덕였다.상냥한교수님에게폐를끼치는상황이되었지만,교수님자신이괜찮다는데자신이왈가왈부할상황이아니었기때문이다.
아서는나연에게다가가무릎을꿇었다.그리고나연이자신의목에팔을휘감자엉덩이를손으로바쳐주며천천히일어섰다.
그리고갑자기문뜩무엇인가떠오른듯입을열었다.
“합체.”
“네···?”
“합체라고말해주세요.”
아서는얼른해보라는듯이재촉했다.나연은이말이무슨의미가있는건가싶어조심히말했다.
“하,합체에···.”
아서는피식웃었다.그리고몇걸음움직였을때,나연은그제서야아무의미도없었다는것을깨닫고는아서의등에얼굴을처박고열기를내뿜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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