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1화 〉 90화 무인도에서 마력 없이 마법을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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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면서헛된생각을안해본사람은없을것이다.
그중에서도마력이없는세계는어떨까,같은얘기는흔히나오는대화소재였다.심지어소설의소재로써도많이팔릴정도였다.
그말을처음들었을당시나연은단순히‘지옥이겠지.’라고떠올렸다.왜냐하면그때자신은마력이없으면뭣도아니라는생각을가졌기때문이다.
나름준수한외모를가졌으나,수인이라는이유로높은자리에앉을수없는것은분명했다.세간에서‘머리좋은수인이없다.’라는얘기는널리퍼져있었으니까.피가4분의1이든지말든지.
오히려나는그준수한외모에의해피해를많이봤다.음습한사람들이 불쾌한시선과기분나쁜손길은수도없이내밀었으니말이다.특히나라를위해일하는만큼깨끗해야했던직장에서.
‘마력이라는힘이없었으면그걸뿌리치지도못했겠지.’
수인이면발정기가있을테니가까운관계가되기만 한다면 한번쯤은관계를맺어볼수있을까,하는허튼생각을하는남성들또한많이봐왔다.
그리고그런더러운 기억들이머릿속에깊게남아남성들하고 어울리지못했다.본능적으로불쾌했으니까.
그렇다고여성들과도깊게어울린것도아니었다.
여중여고를나와서아는것이었지만, 여자들의대화소재는언제나남자혹은옷과화장품얘기뿐이었다.
서로가다른여성보다우월하기를바라견제하기바쁘며,시기하고질투가일상이었으니정글과도같았다.
한데,자신의주변사람들은대부분그런삶을살고있었다.그래서자신이돌연변이가아닐까생각하기도했다.
여하튼이야기가많이샜지만말하고싶은것은이거다.
마력이없는세계는분명지옥일게분명하다고.
그러나.
“이건질겅덩굴이라는겁니다.입으로씹으면질겅질겅된다고해서그렇게불리죠.그래도우스운이름과는달리꽤나튼튼하고훌륭한탄력을가지고있습니다.”
“옆에있는대나무는요···?”
“오크대나무라는겁니다.오크라는이름이붙은대나무답게날씨를가리지않고어디서든자라죠.무인도에서볼줄은몰랐는데천만다행이네요.”
교수님은나보다상황이더안좋을터인마법사임에도불구하고,마력에대한미련이라고는전혀없는사람처럼생활하셨다.한번정도는불평할법한데.
끊임없이말할수있는생존지식이있기때문일까.
식물이든동물이든물고기든교수님은모든것을알고계시는듯했다.정말박식한분이아닐수없었다.
그것이신기한나머지얼마전에질문을드렸던적이있었다.어떻게그런걸다알고계시나요같은.
그러자.
“아는것만알고있을뿐입니다.세계에열대지역이많은만큼여행하면서한번기억해두고잊히지않은것들도많고요.”라고말씀하셨다.
아아.너무나도믿음직스러운교수님.교수님은완전무결했다.심지어지식뿐만아니라외모또한야생에서더더욱빛이났다.
숲을헤쳐나가면서만들어지는헝클어진머리와웃통을벗으면바로눈에들어오는새끈한복근.효율좋은주먹과발을내뻗기위해만들어진그몸매는더할나위없이환상적이었다.
사나운외모는야생과굉장히잘어울려눈부시게잘생겨보이기까지했다.교수님은문명이발달되기전에태어나셨으면일등신랑감이아닐까,하는생각도들었다.
3일이채안되었는데도대나무로집을만들수있는남자.다음에도무인도에같이갈사람을단한명을고르라면나는다시아서교수님을택하리라.
“···저에게뭐가묻었나요?”
“아뇨···그냥잘생기셔서···.”
“장난이어도말씀감사합니다.”
“···그···장난···아닌데···.”
말을꺼냈을때내꼬리가팔랑팔랑진자운동을하는게느껴졌다.하지만그럼에도불구하고교수님은멋쩍은웃음을지으며하시던일을반복하셨다.
‘역시교수님은게이라서그런걸까.’
이렇게노골적으로추파를보내는데도교수님은철벽과같은방어력을자랑하셨다.
다른남자들처럼힐끔힐끔나를쳐다보거나,몰래스윽내몸을쓰다듬어주셨으면좋겠는데···.
처음에는일정한거리를두어주시고항상예의를차려주시는게마음이편해으나,시간이갈수록그게더안타깝게느껴지며교수님에대한사랑이깊어지는 듯 했다.
처음에는사랑이무엇인지몰랐다.그런데지금심장이두근대고얼굴만봐도마음을간질이며귀가절로쫑긋하는데 이게분명 사랑이라고 본능적으로 알 수 있었다.
구애를한번해볼까하는마음이없는것은아니었다.하지만그랬다가는성에관련해문란한여자로보일까두려웠으니.
시간이지날수록감정은점차애달프게바뀌어갔다.
*
일주일정도시간이흘렀다.특별한위협이없었던만큼생활은더욱안정적으로바뀌어갔다.
‘이럴리없는데···.’
아서는지금생활을의심했다.이세계속으로자신과나연씨를가둔장본인,하워드선생님께서는‘무인도에서살아남기’같은평범한주제로평가를내리실분이아니었기때문이다.
그래서더욱주변을정찰하고의심했다.발자국하나하나까지관찰하면서생물들을이동경로를파악하고,위험이터질것을대비해여러방책을계획해두었다
가장커다란변수가있다면그것은나연이었다.남자로서의모습일때와는천차만별이었으니까.
민철로서보여준여심을자극하는부드러운미소와유들유들한태도와는달리,여자로서는굉장히소심한태도를보이고있었다.
정반대라고말할수있을정도로.
하지만그여자로서의모습이본모습일것이다.민철로서보여준모습들은자신이생각하는이상적인모습을표현해온것일테고.
아서는생각에잠긴채로덫을설치해둔모든장소를확인했다.
단순히식물과어패류만가지고도생활은할수있었으나,힘을주는것은역시단백질이었다.나연은늑대수인인만큼자신보다더고기를원하고있을것이다.
‘오늘도일용할식량이잡혀있기를.’
조심조심덫들을확인하는아서.커다란덫들은전부꽝이었다.그래서아쉬운대로작은덫에토끼나쥐가잡혀있기를바라며확인작업을계속했다.
부스럭.
누군가가온것을알자몸을움직이는작은생물.아서는그생물과눈을마주쳤다.
찌익!찌이이이익!
그생물은쥐였다.그것도튼실하게살집이많이붙어있는.
그쥐는나무의탄력으로만든덫사이에낀나머지몸을옴짝달싹못하고있었던것이다.
콱!
아서는돌도끼로쥐의머리를내려찍었다.그러자곧바로정적이찾아왔다.이어서맨손으로목을비틀고대나무로만든광주리에쥐를넣었다.
“좋네.”
정말기분좋은일이었다.어류말고육류로단백질을채울수있다는건.
아서는계곡으로걸어가쥐의내장을빼고가죽을벗겼다.그리고통발을확인했다.행운이겹치는지생선이몇마리잡혀있었다.
절로콧노래가나왔다.몸이한층더가벼워지는것같았다.그래서얼른물고기들을광주리에탈탈털어넣고는통발을다시정리한채임시거점으로걸음을옮겼다.
*
“혼자서도잘계셨습니까.”
아서는임시거점으로돌아오자마자나연에게말을걸었다.
“···네에.”
나연은사랑에빠진소녀처럼수줍게대답했다.옆에는함정을만들기위해나연이제작한길쭉한죽창들이잔뜩널려있었다.
살랑살랑.
꼬리는그녀의심장소리와함께계속좌우로흔들렸는데칭찬을원하는듯했다.
정말알아보기쉬운여자였다.이래서정치하는수인들이귀와꼬리를감출수있는마도구를사용하는구나,단번에알수있을정도로.
아서는나연의기대를배신하지않고머리를쓰다듬어주었다.나연은아서의애정을더갈구하는강아지처럼손길에머리를비볐다.이어서손이떼어지자자아쉬운눈동자로멀어저가는손을바라보았다.
“오늘은덫에서고기를가져왔습니다.맛있는점심을기대하셔도좋습니다.”
아서는웃으며말했다.나연은그런것보다더쓰다듬어달라고말하고싶었으나,아서는이미요리를한답시고등을돌린이후였다.
이후요리가끝나고둘은맛있는점심식사를즐겼다.자연에서찾을수있는온갖조미료를이용해만드는아서의요리는굉장히건강해지는맛이었다.
“오늘도마법진을만들러갈생각인데,따라오시겠습니까?”
밥을먹자마자말을꺼내는아서.
“좋아요.”
나연은고개를짧게끄덕였다.정작무슨마법진을만드는지는몰랐지만,집중하시는교수님의옆모습을계속눈에담아두고싶었으니말이다.
물론의문을가진점도있었다.
분명자신도마력이없다는말씀을하셨는데마법진을계속만드시는것말이다.
“그럼오늘도타시죠.”
말을하는것과동시에다리를굽히는아서.나연은생각하고있던것을금방치워버리고아서의등에몸을기댔다.
“죄송해요교수님···.”
“괜찮습니다.나연씨가가벼워서그냥맨몸으로걷는것과다를바없거든요.”
나연은처음에‘어쩌지,위급한상황이닥쳐오면위험할텐데···.’라는생각을가졌다.
하지만그것보다교수님의넓은등에기대고싶은마음이더컸다.이에양심이조금찔렸으나,결국언제나처럼이기는것은부끄러운욕망이었다.
“···헤헤.”
헤벌쭉입이벌어지는나연.
“꽉잡으세요.떨어지면위험하니까.”
사실아서또한나연이괜찮아졌다는것을알고있었다.단순히귀여운미녀와스킨십을할수있다는것이기분좋게느껴져이행위를반복하고있는것일뿐.
서로가서로를속이는우스꽝스러운광경이었지만,오늘도피해보는사람하나없이별일없는하루가지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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