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고양이의 제자-93화 (93/154)

〈 93화 〉 92화 ­ 무인도에서 마력 없이 마법을 (5)

* * *

“하아···하아···.”

어두컴컴해서제대로보이지않는숲을아서와나연이달렸다.평소에도훈련을게을리하지않은둘은속도나지구력이나일반인보다월등했다.

크아앙!

그럼에도마력이없는이상들개보다빠를수는없었다.

“흐읍!”

빡!

깨게엥!

이따금씩앞에있는것을물어뜯기위해주둥아리를들이미는들개들을아서는순간뒤로돌아돌도끼로내려찍고다시달렸다.

시간이갈수록체력적한계가점점가까워졌다.더군다나며칠째비가내린만큼바닥은미끄러워져있었으니.

“꺄악!”

나연이물에젖어미끄러운나뭇잎을밟아균형을잃었다. 결국에는 관성에의해바로멈추지못하고데굴데굴구르다나무에쿵부딪혔다.

크아아앙!!

그것을기회라는듯이들개가덮쳐왔다.

퍼억!!

캐에엥!!

아서는혼자도망치지않았다.곧바로몸을멈춰돌고는덮쳐오는들개를걷어찼다.

“후우···후우···.”

허나,이발차기로인해아서는호흡이꼬여버렸다.급정지한순간체력이거의떨어진게체감됐다.땀은이미비와섞여미친듯이흘러내리고있었다.

“교수님···.”

나연은애처로운목소리로아서를불렀다.구르면서심장이쿵떨어지고자신조차포기하고있었던찰나였다.그런데예상치못한구원의손길이내밀어진것이다.

착해빠진드라마나영화의주인공도넘어진동료는버리고갔는데도.

“흡!”

아서는방금발차기로주춤거리는들개들을보고여유부리지않았다.감동에젖어가는나연을급하게겨드랑이사이에껴서들었다.

“...”

나연은그렇게들려진자신이한심스러웠다.하지만스스로달리겠다고말하지는않았다.지금까지아서가자신의속도에맞춰주고있었던것을깨달았기때문이다.

분명나연을들고달리는중이었는데아서의속도는방금전까지와는차원이달랐다.

타닥타닥!

계속해서달린끝에탁트인공간이나왔다.나무사이로한줌조차없었던빛이조금이나마보이기시작했다.

“아아···”

나연은짧은탄식을내뱉었다.그곳은막다른길,절벽이었으니까.그것도어둠에의해아래가보이지않는절벽말이다.

“하아···하아···나연씨.저를믿으십니까?”

아서는숨을고르며말했다.아서의말에나연은고개를올려아서를쳐다보았다.그러자자신을바라보지않고절벽을바라보는아서가보였다.

“네···?”

“저희는살수있습니다.알겠습니까?”

나연은무슨소리인지제대로듣지못했다.하지만무엇인가물어보는어조였으니고개를연신끄덕였다.

“하나둘세겠습니다.”

“···?”

“하나···둘···.”

“자,잠시만요!!”

탁!!

무슨행위를할지완전히깨달았을때는이미뛰어내린직후였다.

“꺄아아아아아악!”

절벽에찢어지는듯한비명소리가울려퍼졌다.아서와나연은중력에의해순식간에밑으로떨어졌다.

몇초간의체공시간.

나연은아서를꽉붙잡았다.

풍덩!

커다란두남녀가수면위로맞부딪히면서파문이일어나는것과동시에커다란물소리가났다.

절벽아래는계곡이있었던것이다.그리고그것은아서가평소에정찰하면서알고있었던사실이었다.

미리나연에게말을건이유는단순히보이지않는절벽사이로뛰어내리는동안심장마비로죽지않게하기위해서였다.

우웁.

갑자기전신을짓누르는차가운물에의해나연은소스라쳤다.더불어어둡고깊은계곡인만큼앞이보이지않아몸을발버둥쳤다.

‘살려줘···!’

몸에힘을빼고앞으로엎드린자세를취하면몸은자연스레떠오르겠지만,패닉에빠진상태에서그런걸떠올릴수있는사람은얼마없었다.

결국나연은숨을쉬지못해의식의 끈이놓이기직전이었다.

꽈악.

나연은익숙한크기의손이자신의팔을붙잡는게느껴졌다.그리고그손이자신의몸을물살을가르며끌어올리는것을그대로받아들였다.

“푸하!”

“후우···후우···.”

수면위로올라온아서와나연.나연은산소를갈망했던물고기처럼연거푸숨을들이쉬었다.

“후···잠시만기다리세요.”

아서는나연의몸을완전히물밖으로끌어낸다음재빨리몸을움직였다.주변을더듬어이곳에미리준비해놓은것들을이용하려는것이었다.

화르륵!

아무것도보이지않는고요한정적속.몇분이흘렀을까.아서는시야같은건상관없다는듯이능숙하게손을놀려불을붙였다.

순식간에정경이환해졌다.나연은고개를좌우로돌리며이곳이어디인지확인했다.

“작은폭포에가려져있는동굴입니다.계곡마다어떤생물이살고있나하나하나체크하고다녔을때발견했죠.”

“교,교수님···.”

나연은떨리는목소리로아서를불렀다.나연은지금머릿속으로들어온너무많은일에자신을진정시킬수있는상태가아니었다.

“웃차.”

“흐윽···.”

아서는나연을들어올렸다.아까처럼짐짝을들듯이가아니라다리와허리에손을부드럽게감싸앉고.

“아···.”

나연에게평온한아서의심장고동소리가전해졌다.아서가나연을모닥불앞에조심스레앉혔을때,나연은아서에게몸을기댔다.

떨리던나연의살결이점차진동을멈추어가고있을때였다.아서는진지한어조로입을열었다.

“몬스터들은이곳을찾아낼겁니다.”

“···네?”

“어떻게찾아내는지는별로중요하지않습니다.이세계의주인이그걸원하고있으니까요.”

“그게무슨···.”

나연은눈을크게떴다.이어서의문의눈빛을보냈다.조심스레열리는그녀의입술은추위때문에푸른색을띠고있었다.

“이곳은만들어진세계입니다.정확히는환상마법에걸렸다고말할수있죠.”

“그럴리가요.분명···.”

나연은자신의의견을말하려다가급히입을다물었다.왜냐하면환상밖에서의그녀는민철이라는이름을사용하고있었으니말이다.

S급에올라온지는얼마되지않았어도S급중에서자신의육감이띄워난것은자신할수있었다.그런데그런육감을뚫고환상마법을거는사람이라니.대체누가···.

그런나연의의문을풀어주듯아서가입을열었다.

“이런일을벌일수있는건제가아는사람중한 사람밖에없습니다.아마도이사장님께서준비하신학원도시전인원깜짝테스트에저희도엮인것이겠죠.”

“그럼만약···이곳이환상세계라면그대로목숨을끊었을시현실에서깨어나는게아닌가요?”

나연은조심스레아서에게물었다.

아서는담담하게대답했다.

“강한충격으로환상마법에서벗어나는건도저히답이없을경우해야하는일입니다.무엇보다어설픈환상마법에서그방법을쓰면의식이망가져식물인간이될수도있고요.”

아서는멍한눈빛을띤나연에게말을계속했다.

“하고싶은말은제가밖을정리하고올테니걱정하지말고잠시여기있으라는말입니다.이세계에서죽더라도현실에서의제가죽는게확정나는건아니니까.”

“그래도고통은느껴지잖아요···이일도기억에남을거고···.”

“그렇죠.”

아서는가볍게대답했다.그리고별로대단한일을하러가는게아니라는듯이자연스레자리에서일어났다.

그때였다.

탁!

“가,가지마세요교수님···.”

“...”

“이길수있을리없잖아요···.”

“......”

“무기도마력도없는데···.상대는수십마리의놀과들개잖아요.그것도가죽갑옷을입고있고.그냥,그냥저랑같이있어주세요.”

나연이간절한눈빛을보내며 만류했다.거의울먹울먹거리며울음을터트리기직전이었다.

“정나연씨.”

“···네.”

“제가이기지못할거라확신하십니까?”

아서는인상을찡그리며엄한어조로말했다.그에나연은지지않고고개를끄덕였다.

하지만나연의속마음은달랐다.이기더라도온갖상처를받을게걱정돼서,그리고어두운동굴안에혼자남아있는게외롭고무서워서가그이유였다.

나연은입다물고잠시침묵하는아서를보며생각했다.자신은왜이리이기적인걸까,하고.

이내마음속에먹구름이들이찼다.그리고어떤말을할줄몰라아무얘기나꺼내자는심정으로입을열려하는순간이었다.

“나연씨.저는마법사입니다.사람들이놀랄만한현상을당연하다는듯이일으키는사람말입니다.”

아서는쓰게웃으며말했다.

"그치만마력이···.”

“이런마법은마력과연관이없습니다.필요한건기적을일으키겠다는의지일뿐.”

아서의허무맹랑한소리에나연은입을꾹다물었다.더불어아서가확신에가득찬눈동자를보내자더욱말리기힘들어진것이다.

“그러니저를믿어주세요.그리고기다려주세요.”

아서는그말을끝으로걸음을옮겼다.이어서퐁당물속으로들어갔는데,나연은멍하니아서의뒷모습이머릿속에남겨지는걸받아들이고있었다.

*

폭포를뚫고계곡물에서벗어나땅을밟았을때였다.

그르렁···.

예상했던대로였다.

이근처에있는것을확신하듯들개들과놀들이집요하게주변을순찰하고있었다.다행인사실은아직모든놀과들개가모여있지않다는것이었다.

소란을일으키면금방이곳으로몰리겠지만말이다.

아서는주변에서짱돌하나를집었다.

탁!

그리고망설임없이앞으로발을내디뎠다.

크릉?

갑자기뒤에서난소리에고개를돌리는놀.

빡!!

완전히알아챘을때는이미늦은후였다.

캐겡!

크아아아앙!

한마리를가볍게쓰러트리는데성공했지만놀과들개들은연이어울부짖었다.자기일행들에게현재의위치를알리며도움을요청하는것이다.

먹구름이달을집어삼켜앞은보이지않았다.비가계속떨어져소리조차제대로분간되지않았다.

믿어야하는건시각과청각이아니라생물로서의본능적인감각이었다.

아서는놀이들고있던녹슨칼을집어들고눈에서힘을뺐다.이어서물흐르듯이몸을움직였다.

케엥!

녹슨칼이놀의살집에깊숙이박혀뽑히지않는순간에는칼에손을놓고돌려차기로몸통을걷어찼다.

그리고다른놀이든녹슨칼을다시집어들고사용했다.

놀들이몰려들면서나무뒤에숨어놀의화살을피하기도,몸을구른후낙법을취하며피하기도했다.살아남으려면거의곡예와같은움직임을보여야하는상황이었다.

어느순간포위망이좁혀오는것같았으나, 아서는그런것을의식하지않고한마리한마리죽이는것에집중했다.

자신의몸이멈췄을때는놀과들개가모두죽은이후리라.

그렇게아서와놀들의생존을건전투가계속됐다.

*

밖에서놀과들개의울음소리가들렸다.그것도끊이질않고.

“...”

나연은눈을질끈감았다.그리고귀를막았다.더이상듣고싶지않았으니까.

교수님이쓰러질리는없었다.

아니,그렇게굳게믿었다.

또한상처받는걸원하지도않았다.하지만부정적인생각이절로흘러나오는것을막을수없었다.

무능한자신이미웠다.과거에가문의기술을사용했다가모두에게배신당한이후,다른사람앞에서가문의기술을사용하면트라우마가떠올라몸이굳어버렸다.

애초에가문의기술을쓸수있다고하더라도마력을담지않으면쓸모없을것임을알았다.

“흐윽···.”

그저,그저놀의울음소리가그치기를바랐다.그상황이놀이모두죽었다는것을의미하니까.

나연은무릎사이에얼굴을파묻었다.눈물은계속흘러나왔다.

더이상은싫었다.혼자어딘가에남겨진다는사실이.믿어준누군가가사라진다는것이.

그것도교수님은스스로의목숨또한위험에처한상황임에도불구하고자신을구해준은인이었다.

사람간의이득을계산하지않고자신을도와준참된은인이라는말이다.

그런데이렇게···이렇게나는가만히숨어있어도되는걸까.

그의문을가졌을때부터였다.

나연의마음에조금씩불이지펴오른것은.

지금아서가있는전장으로간다고두려움이기적과같이떨쳐질리없었다.오히려아서에게폐를끼치게될지도모른다.

하지만···하지만만약그기적이일어나과거처럼가문의기술을자연스럽게활용할수있다면.교수님과같이살아남을수있을터였다.

‘은인인교수님과!’

나연은자리에서벌떡일어섰다.마음은굳세게다짐했지만몸은아니었으니,다리가부들부들떨렸다.이도딱딱부딪혔다.

그래도아서를구하기로나연은마음먹었다.이내두손을꽉쥐고물가로다가갔을때였다.

첨벙!

“푸하!말했죠···.제가···마법을일으킬거라고.”

아서는길게숨을내뱉으며저벅저벅물가에서걸어나왔다.목소리는떠났을때와똑같이차분했지만모습은전혀달랐다.

눈동자를건너얼굴사선으로깊게베인칼자국.어디하나잘린곳은없었지만잔뜩찢긴양복과수없이많은잔상처.특히허벅지쪽화살이박혀생긴구멍과간신히붙어있는너덜너덜한팔에서는피가철철흐르고있었다.

“아···아···.”

나연은뭐라말할수가없었다.어떤말을해야할지도몰랐다.그저떡벌려진입을다물지도못한채벙어리같은소리를내뱉었다.

“아,걱정하지마세요···.큰상처···없으니···자고일어나면괜찮을···니다.”

체력이거의방전된나머지아서는말을질질끌었다.딱쓰러져도회복할수있을정도로만공격을맞았기때문이다.

이후흉터들이잔뜩생길터.그나마이곳은현실이아니었으니다행이었다.

터벅···터벅···.

“저···눈좀···붙일게요.”

아서는모닥불로조금씩걸어와털썩쓰러졌다.나연은급하게두팔을벌려서아서를받아들였다.

“흐윽···흐으윽···.”

나연은아서가눈을감자마자서글프게울었다.아서의얼굴이자신의가슴쪽에닿게꽉끌어안은후,아서의몸이따듯해지도록꼬리로아서의몸을감쌌다.

그리고아서가편히잠을잘수있도록끅끅대며울음을참았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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