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고양이의 제자-99화 (99/154)

〈 99화 〉 98화 ­ 낙원의 끝을 알립니다

* * *

무인도를탈출하기위한마법의큰문제점은두개가있었다.

첫번째는마력을다루는데는강한의지가필요하다는것이었다.두번째는그의지가없으면주문구성에쓰인언어에대한정확한인지가되어있어야한다는점이었고.

내가만든마법은현대마법들과는다르게대부분강한의지가필요했다.하물며이상현상을일으킬수있는마법을사용할때면더더욱.

“교,교수님···?”

그런데잘못생각하고있었다.나연이무인도에처음왔을때처럼무인도에서벗어나고자하는마음이클거라예상했던것이다.

최근나연의상태를보면항상만족감이차있었는데도불구하고.

주문구성에쓰인언어에대한인지는강한의지만있으면부차적으로생각해도되었다.

애초에강한의지를가지고있을거라는생각에주문을한두가지의언어로구성하지않고,그저효율적이라고생각한언어들을가득채워구성했다.지금은전혀쓸모없는일이되어버렸지만말이다.

만약강한의지가없다고한들,순수언어만으로주문을구성해마법을일으키려는경우에는,정확한뜻을넘어의식에내재되어있는영혼에영향을끼칠정도에깊은깨달음이필요했다.

현시대의언령마법사들조차그런깨달음을가진자는현저히적었다.그러니의지라도,그래,최소한의지라도일치시켜야했다는말이다.

결과적으로는현재주문과마법진그리고나연의상태중일치하는것은하나도없다는거고.단하나도!

“아···.”

종말을고한다,라고말하기에는간절함이부족했다.자신이마법을일으킬수있을거라는믿음조차부족했다.

“...”

정신이한번흔들리고나니방법은쉽게떠오르지않았다.이미그려놓은마법진이나계획해둔주문은전부통일된상태였다.

이거짓된세계를깨트리는데전력을다했는데!

‘대체어떻게.어떻게해야···!’

타오르면서하나둘사라지는연청초.푸른연기속에서나연이아서를불안한눈길로바라보았다.아서는머리를쥐어뜯으며뇌를계속회전시켰다.끊임없이.숨조차쉬는것을잊을정도로.

그때였다.뇌에아이디어가번쩍 떠올랐다.

혹시나하는마음이마구솟구쳤다.고민할시간따위없었다.아서는곧바로입을열었다.

“주문을바꾸겠습니다.지금부터제말을다시 따라해주세요.”

“네?”

나연이이제와서주문을바꾼다는사실에얼빠진소리를냈다.또그것을제대로발음해낼수있을까고민하던찰나,아서가결의를다진것을보았다.

꿀꺽.

나연은아서를보고마음을다잡았다.이어서아서의입모양에시선을집중했다.

“사랑을배웠습니다.”

“사랑을,에?”

나연은놀라움을표했다.아서가말하고있는언어는지금까지전혀알수없었던언어가아니라세계공용어였기때문이다.그것도주문과는거리가먼단어였고!

아서는나연이주문에의지를담을수있도록재구성했다.그방법은바로주문을공용어로바꾼것이었다.자신의입으로말하면서감정이담길수있게.

공용어로구성된만큼마법진과맞물리는부분은현저히적어졌다.효율성은굉장히떨어질터다.

‘하지만이방법밖에없어!’

아서는나연에게긴장하지말라는듯이미소지었다.정작본인조차될지안될지몰라불안함에떨고있는데도.

“교수님···.”

나연은제가들은말이주문이맞나요,라는말을삼켰다.아서의얼굴에서진심이전달되었으니까.

“따라해주세요저를믿고.부탁드립니다.”

아서의말에나연은눈에힘을주고고개를끄덕였다.그리고아서의말을다시따라하기시작한다.

사랑을배웠습니다.

거짓된 환상 속에서평생그리던꿈을.

그래서끝을알리고자합니다.

나연은아서의주문을같이말하면서몸을움찔떨었다.아서는그런나연의손을부드럽게마주잡았다.

낙원에는상처받은사람들이찾아왔고.

상처받은사람들의마음속에는사랑이싹텄습니다.

그사랑에는이제진실이자리잡을수있기를.

말을할수록나연의눈에서눈물이흘러나왔다.마치결혼식때신랑이나신부가할법한문장들이나열되어있었기때문이다.감동이벅차올랐다.

무인도에서애틋했던몇주간의생활.나연의머릿속에서는그것이주마등처럼재생되었다.

“!!!”

갑자기아서가나연을꽉끌어안았다.그리고마주잡던손을살짝깍지끼면서몸을떨어트렸다.이어서말을계속했다.

이곳에서벗어난이후에도.

우리의인연이계속되기를.

마법진이서서히빛나기시작했다.

올바른결과에도달한것이다.

“아아···.”

아서는웃음을입에머금고나연의얼굴을쳐다보았다.나연은방금주문으로인해기쁨의눈물이뚝뚝떨어졌다.뒤이어희망찬웃음을지어아서를기쁘게했다.

“푸른연기와함께낙원의끝을알립니다.”“푸른연기와함께낙원의끝을알립니다.”

파직···파지직!

주문을끝낸순간이었다.

손으로는닿을수없을정도로높은하늘이거울이깨지듯서서히갈라지기시작했다.푸르렀던하늘은어느순간붉은태양과함께황혼으로물들어가고있었다.

파아앙!

갈라진공간에서새하얀빛이쏟아내렸다.마치그사이로천사가강림할것처럼말이다.그빛줄기들은아서와나연에게도하나씩떨어졌고,둘은서서히마력이돌아오는게느껴졌다.

신기한광경을눈으로담고있던나연은서서히입을벌렸다.이순간이아니면볼수없을것같이환상적인광경이었으니까.

“고생하셨습니다나연씨.우리는곧현실세계로돌아갈수있게될겁니다.”

“교수님.”

아서가깎지를풀며살짝거리를벌리자나연이입을열었다.

“주문해서했던말씀들은진심인가요?”

“그렇습니다.”

아서의입에서망설임없이대답이나오자나연은더없이환한미소를지었다.

“저,기뻐요.지금까지교수님같은분을만난적이없었거든요.”

“그렇습니까?”

“정말로···정말로제가현실에서어느모습을하고있든,어떤사람이든간에저를사랑해주실건가요?”

나연의간절한말에아서는진심을담아고개를짧게끄덕였다.그것을본나연은몸을얕게떨며손등으로눈물을닦았다.

“그런데교수님.”

“네.”

“교수님의몸은왜사라지지않는건가요···?”

나연은의문을가졌던점을입밖으로꺼내말했다.실제로나연의몸은고운모래처럼서서히흩어져가는데,아서의몸은그대로였기때문이다.

“마지막에식을조금변형시켰습니다.나연씨는이대로환상에서벗어나겠지만,저는저희와같이시험을치고있을아이들을찾으러갈생각이거든요.”

아서의말에나연이눈을크게뜨고말했다.

“아이들을시험에간섭하는건부정행위아닌가요?!”

“하워드선생님께서는그런걸딱히신경쓰지않을겁니다.애초에제가이렇게할거라는걸염두에두셨을테고요.”

‘아아,이런상황에서도학생들을신경쓰고있었다니.역시교수님은자상하셔.’

“그,그럼저도같이.”

나연이말하려고할때였다.

쪽.

아서는나연이말을계속할수없도록입을맞췄다.나연도분위기에휩쓸려조금씩혀를섞으면서얼굴을붉혔다.

“여하튼현실에서도볼수있기를바랍니다.”

“치사해요교수님···.”

이어서수줍게웃으며마지막한마디를남겼다.

그래도사랑해요,라고.

곧이어나연은사라졌다.

아서는그렇게사라져가는나연과세계를보며생각했다.이제는아이들을도와주러갈시간인가,하고.

‘부디탈락하지않았기를.’

이번평가에서떨어지는교화부학생들은무조건퇴학이었으니까.

*

덜컹.덜컹.

“으···.”

간간히느껴지는진동에의해한스가깨어났다.그는인상을쓰면서오른손으로이마를짚었다.

“여긴···.”

두눈을크게뜨고주위를둘러보았다.끊임없이펼쳐져있는사막이눈에들어왔다.

병력을실은수많은수송트럭도보였다.자신과교화부학생들이타고있는것도그트럭중하나인듯했다.

‘릴리,메리,맥,한붕,벨라,클레멘스.’

교수님과민철선생님은없었지만교화부학생들은모두같이있었다.한스는상황을파악하기위해주위를더세세하게관찰했다.

뿌연모래가사방곳곳에존재했다.그런데대지에갈라진자국도있는것을보아황폐화된지는얼마안된듯했다.

가끔씩초록색잡초와선인장이보이기도했고커다란바위도보였다.뒤이어다른트럭도오픈형이었기에어떤사람들이타고있나보려했으나,아무리집중해도그저흐릿하게보일뿐이었다.

아지랑이나안개에의해서안보이는것이아니라마치시력을나빠지게하는마법에걸린것처럼.

‘분명현장학습도중이었는데···.’

한스는허벅지를꼬집으며꿈인가생각했다.

“윽!”

고통은그대로느껴졌다.그래서의심을돌리수밖에없었다.

‘납치···환각···.’

생각을계속하는한스.이내하나의결론에도달했다.

“테스트?”

그렇게한스가그결론으로깊게파고들어생각할때였다.

“···뭐야,여기어디야?”

“콜록콜록!”

“한스선배.혹시여기가어딘지아시나요?”

학생들은벨라,맥,메리순으로차례대로깨어났다.이어서릴리와클레멘스그리고한붕까지모두깨어났을때,한스가먼저입을열었다.

“이곳은테스트장소가아닐까생각중이었어.자는동안납치당했다고해도이런곳에끌려올리없으니까.애초에교수님하고민철선생님이있는데납치는말도안되는일이고.”

“와!저멀리있는사람들은무슨게임속엑스트라같아!신기해신기해!”

한스가진지하게말하는도중릴리가변함없이쾌활하게말했다.릴리는지금상황이어떻든별로걱정하지않는듯했다.두손두발이다자유로웠기때문일까.

“그럼만약이게테스트일경우무엇을해야합격인걸까요.”

메리가한스를쳐다보며말을걸었다.한동안리더를맡았던만큼메리는처음과비교해서말주변이늘어나있었다.물론그것또한대부분사생활이아닌작전에관한얘기였지만.

“글쎄.그것까지는생각해본적이없는데.”

한스는입맛을다시며주변을한번더둘러보았다.

“음···.”

불현듯하나의생각이떠올랐다.장비가갖추어져있는자신과학생들.대량의인원이어딘가로동시에향하는거라면.

“전쟁?”

한스가내뱉는말에모두가흠칫떨었다.현장학습평가치고는스케일이너무커다란단어였으니말이다.

하지만신빙성이있었기에그말을들은학생들이각자다양한생각을하고있던순간이었다.

번쩍!

“윽!”

“후레시꺼!”

“눈부셔!”

새하얀섬광이끝나자허공에푸른글귀들이쓰였다. 그글귀들은학생들의시선에맞추어조금씩내려오더니어느순간딱멈춰섰다.

[평가: 데스 나이트를잡아라!]

­아군NPC들과함께힘을모아적들을쓰러트리세요.버튼을누르는것과동시에평가가시작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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