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2화 〉 101화 데스나이트를 잡아라! (3)
* * *
‘릴리!당장내팀에서나가!’
‘그래!’
타인에의해만들어졌던슈퍼엘리트의삶은단한번의선택으로무너졌다.
주변에서는멋대로 엘리트들만 들어갈 수 있다는 아이기스상급학원에입학하는 건 당연하다고지껄여놓고,사고가터지자마자‘그럼그렇지.’라고말하며힐난하기바빴다.
동정심에의해쓸데없는일을저지르지않았어도이런일은없었을텐데.
그러니까.지금으로부터1년쯤된과거의일이다.
그때의나는너무나도잘난나머지중급학원학생임에도불구하고,이곳저곳파견요청이많이들어왔었다.그리고어느임무를부여받든척후병으로서팀의안전을책임졌다.
항상정확한판단으로실력을증명하는게일상인시절.딱히그립지는않았다.내미래는과거보다더밝을테니까.
여하튼그당시나를스카우트했던교수가만든임시팀에서고대유적을탐사하는도중이었다. 우리는함정에빠지게되었다. 치밀한 함정은 아니었지만 꽤나 위협적인. 적들은그멍청이교수에게원한이있던사람들이었다.
이내계속식은땀을흘리면서어버버거리고제대로판단을내리지못하는교수.지레겁을먹고울먹울먹대던학생들.모두가한숨이절로나올정도로한심한모지리들뿐이었다.
그래서!
내게좋은의견이있다고말한다음지휘권을양도받아과감하게탈출을감행했다.이어서방해되는적들을모두쓰러트리고다같이유적에서탈출하는데성공했고!
이로말할수없을정도로훌륭한작전이었다!
하지만그결과로나에게찾아온것은명예와포상이아니었다.
법원에서는유적에서폭탄을사용했다는것에대해추궁했다.교수는왜사람들을함부로죽였는지에대해따지고들면서책임을전가하려했다.팀원들은나와합을맞추어일을자행했음에도,변호는커녕공포심을먹고일방적으로관계를끊었다.
다행인점은그쓰레기교수가이사건을발단으로이사장님에게숨기고있던더러운뒷얘기를들켜버려쫓겨났다는것이다.그이후의행적을아는사람은아무도없었고.마치죽은사람처럼.
하지만그때나는이미나쁜아이로낙인찍혀있었다.모두를위해서행동했는데도.
그결과로는굉장히많은돈을뜯기는것과동시에교화부로쫓겨났다.
시간이지난다고억울함이밝혀질리는없었다.하물며진실이밝혀진다고한들,한번사람들마음속에박혀버린거짓이쉽게바뀔리없었다.
그왜거짓정보에의해폭삭망한가게가 잘못한거라고는없었는데, 사실이 밝혀진다 한들 다시번창하지못하지않는가.그와비슷했다.
‘미안 릴리. 이미다른척후를구했어.’
심지어상대의칼에찔리기전에내가구해주었던아이도.
‘너랑팀을하고싶지만···알잖아?지금소문.’
절벽에떨어지기전내가손잡아주었던아이도.
모두가나에게등을돌렸다.분명나는유망주였었는데.언제나손을내밀어주는학생도,교수도,어느순간아무도내곁에남아있어주지않았다.
‘...’
왜?
왜내가이런처우를받아야하는데?
쓸모없었던건너희들이었잖아?
적들이눈앞에있는데어떡해!어떡해!하면서오들오들떨고아무것도안하려고했던것들은너희들이었잖아!
사람한두명죽이는것조차제대로하지못하던연놈들이왜!!
대체왜!!!
길고길었던분노가끝나고나서야찾아오는깨달음이찾아왔다.
아···.
내가더뛰어나지않아서그랬구나.
더강한힘을가지고있지않아서.더똑똑하지않아서.더치밀하지않아서.가진돈이없어서.가진권력이없어서.가진입지가없어서.더미래가유망해보이지않아서.친한지인중에높으신분이없어서!
멍청하고착해빠져서저울질당한다음버려진거구나.
응.
나는사실그렇게까지쓸모있지않았던거야.
쓸모없는놈들에게까지버려질정도로.
그후로는누구보다더커다란소망을가지게됐다.
동화속에서나나올법한의리있고배신하지않는진정한친구나동료,항상웃어주면서믿고의지할수있는교수님,그런것들이나에게도생기기를!
또누구도무시못할정도의압도적인실력을가지게되기를!
그런건영원히불가능할거라는걸알면서도.
“...”
방금전까지만해도그렇게생각하고있었다.
심지어척후병으로서자신의역할을다끝냈음에도불구하고,평가를쉽게끝나지않아답답한마음까지생겨나고있었다.
‘릴리···도망쳐···.’
하지만···.
하지만메리의마지막얼굴을보았을때,영원히바뀌지않을거라고생각했던부정적인생각들이파편처럼깨져나갔다.
곧이어내가틀렸었구나하는생각이들면서이승부에대한간절함이사라졌다.
현장학습에서증명한이후재도약해서아이기스로편입하고승승장구하겠다는그간절함이.
그런데괜찮았다.
이제간절함이사라져도.
평가에서합격하지못해도.
그것으로인해퇴학을당해도.
학원도시로돌아가는그순간부터퇴학될때까지수많은사람들에게놀림거리가되어도.
나는메리를만났으니까!
영원하지배신하지않을것같은친구를드디어만났으니까!
같이학원도시에서추방당한다고하더라도같이있을수있어!오히려쫓겨난학생둘이서열심히성공해가지고,사실학원도시는별볼일없다는것을증명하는거야!재능이없어도좋아!그만큼내가더열심히하면되니까!
그러기위해서는.
응.
여기서불가능한일을계속반복하다가정신이망가지면안돼.
기적이 일어나서 만약 그데스나이트와와르그콤비를쓰러트린다한들,사람으로서이것저것망가질테니까.
애초에이길수있다는가능성도현저히적었고.
그러니까.
“포기하자.”
릴리는방긋웃으며말했다.
*
싸늘한정적이흘렀다.
아무도릴리의말에반응하지않았다.동시에포기버튼을누르지도시작버튼을누르지도않고있었다.
그저가만히굳어버린분위기에입을다물고누군가가정적을깨기를바랐다.
“메리,방금작전한해서너의잘못은없었어.그야,나도너와계속똑같은판단을하고있었으니까.결국상대가나빴던거라고생각해!”
놀랍게도정적을깬것은릴리였다.그녀는주눅들기는커녕명랑한목소리로계속말했다.
“맥,네가지금까지단한번도방심하지않았던걸나는,아니,우리는전부알고있어!벨라마저어쩔줄몰라할정도로데스나이트는강했으니까.한번에나가떨어졌다고부끄러워할필요는없어.”
“흠.”
“한붕,그거알아?여기서네게기대하는사람은한명도없었다는거말이야.너스스로도그렇게생각하고있었을거고.그런데마지막에날렸던마탄은,응,정말멋졌어!그강력한마탄이있었기에한스가와르그를마무리할수있었던거니까!”
“으응···.”
“벨라는말할필요도없지!마지막에그이상한외침과함께주먹질한게꼴사납기는했어도,지금1학년중누구도그데스나이트와일대일을하지못할거야!”
“미쳤냐?”
“한스와클레멘스는말할필요도없지.다각자자신의역할을잘해주었어.응!우리는모두실수없이최선을다했어!그리고결과는나왔어.그러니까.”
“안됩니다.”
“응?”
릴리가계속말하려는도중,뜻밖의인물이릴리의말을끊었다.
“안됩니다.포기해서는.”
그는클레멘스였다.눈은조롱하는것같이반달처럼올라가있었지만,입은더없이슬프다는듯이축쳐져있는그런희한한얼굴을하고있었다.
지금까지단한번도말하지않았던그의목소리는주문을외울때와는달리나름정상적이었다.교회에서흔히볼수있는간절한신도같은목소리같이.
“신의뜻입니다.”
“갑자기무슨생뚱맞은얘기를하는거야.지금까지말이라고는한번도하지않았던고철덩어리주제에.게다가네실력을알고도그런말을하는거야?!”
“한적있습니까?”
“뭘.”
“있습니까?할수있는지.무엇을.물어본적이.”
“똑바로말해!”
“강합니다.생각하는것보다.저는.여러분들이.”
“답답해!”
“신의뜻입니다.”
릴리가짜증을냈다.항상남을놀리기만하던릴리에게거의처음보는일이었다.학생들은눈이동그래져서의아하게그것을보는도중.
“야,꼬맹이.”
벨라가릴리에게말을걸었다.
“멋대로나를재단하려하지마.그새끼한테배운기술이완성되는순간,그검은색갑옷덩어리따위한주먹거리도안되니까.”
“그기술은언제쯤완성되는데.”
“...”
“말못하잖아!그냥한심하게주먹에마력을담아서때리는건누구나할수있어!그잘난교수에게일대일로계속코칭받았는데도불구하고아직까지그것밖에못하면넌재능없는거라고!”
“이꼬맹이가보자보자하니까···.”
벨라가주먹을꽉쥐고꿀밤을먹이려하자릴리는 인상을팍쓰고계속말했다.그것도감정을굉장히많이담아서.
“너희들은실패하는게무섭지않아?죽는게무섭지않냐고!계속···계속그고통을겪게될거야.몸이부서지고팔다리가잘리고내장이찌그러지면서피를토하게되는그런상황이계속반복될거라고!너희들은그고통들을계속연이어받으면서오히려더나아질수있을거라생각해?결국그고통들과함께부정적인생각들이마음을좀먹고자신감이뚝떨어진채마지막에와서는포기할거면서하윽!”
“그만,그만하면됐어릴리···!”
멋대로폭주하던릴리를한스가꽉끌어안았다.사관학교에서는이러한일이없었어가지고어찌할줄몰라가만히보고만있었지만,이내아서가했던말이떠오른것이다.
‘만약릴리가이번현장학습에서방황하거나극히불안한모습을보일경우,꽉끌어안아주시길바랍니다.’
‘진심을담아.서로의심장고동소리가들리도록.약속해주실수있겠습니까?’
그러나한스가꽉끌어안고있는도중에도릴리는가만히있지못하고계속발버둥쳤다.
“이거놔한스!저번에도말했지만한스는이대화에참여할자격도없잖아!분명올바른부모님에게자라서모두에게칭찬받아오기만하는행복한 삶을 살아왔을 주제에!”
“실패라고는전혀모를엘리트주제에훈계하려하지마!!!”
릴리는한스에대해자신이생각하고있는바를그대로꺼내서소리쳤다.하지만그럼에도한스는계속릴리를꽉끌어안았다.
“...”
그렇게 얼마나지났을까.학생들은물론한스와릴리까지 조용하게 가만히있던 시간 속에서, 한스가 문득 입을 열었다.
“릴리,나는어머니께서일찍돌아가셨어.”
한스가먼저입을열었다.
“···!”
“그리고그일로아버지는알콜중독에걸리셔서허구한날나와내형,그리고동생들을술병으로두들겨패셨지.”
한스의목소리는지극히무미건조했다.분명쉽게말하기힘든그런얘기임에도.
“내가할수있는거라고는내동생들이맞지않도록대신맞는것뿐이었어.결국어느순간힘을길러아버지의폭력을멈추고강제로술을끊게한건내형이고.”
“...”
“나는무능력했어.자신의약함에눈물을흘린적은수도없이많아.내몸에는아직그때맞았던흉터가남아있어. 그일로인해셀수도없이많은강박증이머릿속에자리잡았지.잊는방법은무엇인가에열중하는 것 밖에 없었으니 미친듯이작살을 휘둘렀어. 더강해지기위해 말이야.”
한스는그말을끝으로릴리에게서몸을떼었다.쉽게하지않는과거얘기.그것을릴리에게말해주면서자신도별반다를바없다는사실을알려준것이다.
짧은몇마디였지만릴리의가슴을울리기에는충분했다.
실제로릴리의떨림도어느순간멈춰있었다.한스는릴리의얼굴에살포시손을올리며말했다.
“그러니까릴리.내가솔직히말한만큼너도솔직히말해줘.”
한스는짧게웃었다.이어서릴리에게질문한다.
“너는이평가에서합격을받고싶어?”
릴리는한스의말에이를꽉깨물었다.이어서분노가담겨있는어조로말했다.
“···그걸말이라고!”
“우리는모두준비되어있어.그리고아직이평가에서확인하지못한수많은가능성이있었고.물론방금전과같이알현실로가서냅다데스나이트와싸면더나아질리없겠지.”
“하지만시험해보지않은건아직많잖아.게다가메리도,벨라도,클레멘스도,한붕도,맥도,심지어나도,우리모두가지금보다더성장할수있을거라고나는믿고있어!더해보고싶어!”
“그러니까···더해보자.응?”
한스는낮은목소리로릴리를달랬다.이어서부탁했다.
“부탁해릴리.모두가불가능하다고생각할때까지척후를맡아줘.그리고작전을짜줘.그걸할수있는사람은지금너뿐이야.”
“우리에게최고의가능성을열어줘.”
한스는다정하게무릎을꿇고릴리의어깨에손을올렸다.그럼에도인간과하플링의차이라머리의높이는비슷했다.
그리고 그 행동이 작은 하플링의 마음을 움직였던 것일까.
“······한스.”
입다물고듣기만하던릴리가입을열었다.그에한스도묵묵히릴리의시선을마주했다.
“···이평가가끝나더라도우리랑계속같이연락해줄거야?그잘난전투사관학교출신인데도?”
릴리는어린고양이가처음으로집을떠날때와같이조심스러웠다.실제로덩치도작았고눈동자도눈물이흐를것처럼그렁그렁했으니더더욱그래보였다.
“그럼.나는이일을잊지않을거야.그리고만약여기서 불합격한나머지너희들이학원도시를떠나게되는일이있어도내후배라는건변함없을거야.”
“메리,이일이끝나면너는어떻게할거야.”
릴리는메리를쳐다보며말했다.그에메리는갑자기자신에게왜그런의문을가지는지몰라움찔했다.
“나는···생각해본적없어.일단더강해지려고.”
“그럼더강해진다음나랑팀해줄수있어?”
뜻밖의제안.
메리는조심스레답했다.
“···재능이없어도괜찮아?”
저번에‘재능이없는데왜그렇게까지열심히하는거야?’라는질문이떠올라메리는그렇게말했다.
“괜찮아!응!”
릴리는 메리의 대답이 바뀔세라 곧장 웃으며답했다. 뒤이어다른애들을쳐다보면서말했다.
“한붕,맥,벨라,클레멘스너희들도마찬가지야!너희들이원한다면특별히나와메리의팀에넣어줄게!”
그말에학생들은각기다른반응을보였다.
“나도···?”
“음···고려해보겠다.”
“미친년.”
벨라까지와서는험한욕설이곧바로튀어나왔지만,릴리는신경쓰지않는다는듯이밝은목소리로말했다.
“여기서정하자!만약이평가에서 합격하면우리는졸업할때까지팀인거야!서로영원히배신하지않기야!”
햇빛이하늘높이떠있는이눈부신사막과굉장히어울리는말이었다.
“···으응.”
모든학생들은얼떨결에 대답했다.
“가자!평가를합격하러!”
릴리는금세새로운고집이생겨났다.그리고이고집과믿음은쉽게변하지않을터였다. 외로움에 의해 텅 비어있던 심장사이로 흘러들어온 것들이었으니까. 이난관을다같이극복하게될시에는 더욱 단단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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