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고양이의 제자-109화 (109/154)

〈 109화 〉 108화 ­ 구시대 VS 신시대 (2)

* * *

“이보세요아서교수.”

미간이좁혀진고프가말했다.

“그런말은이기고나서···응?”

고프는갑작스레일어난이변에당황했다.분명마도서가촤르륵펼쳐지고마법진이밝게빛났는데,마법이발현되지않았기때문이다.

“···어?”

재차마력을불어넣어마법을발동하려했지만,계속깜빡깜빡사이렌처럼푸른빛을내뿜을뿐결과는변하지않았다.

고프는이게왜,라는말을애써삼켰다.당황하는모습을그대로보여줄정도로멍청하지는않았기에.

고프는몇번을시도후문제가자신에게있는것이아님을깨달았다.이어서아서쪽으로훽고개를돌렸다.

휙!휙!휙!

고프의눈에마도서에불이들어올때마다지팡이를휘두르는아서가들어왔다.

“!!!”

이쯤되면바보라도눈치챌수있으리라.아서에의해마법이발현되지않는다는것을.

‘대체어떻게!’

“놀라시는모습이보기좋네요.”

고프가경악하며입을벌리는동안아서는입가에조소를머금었다.그모습은마치계획대로일처리를완수한삼류악당같았다.

“역시당신이···!”

“어째서마법이발현되지않는지듣고싶습니까?”

차분하게말을건네는아서.고프는아무리마도서에마력을불어넣어봤자소용없다는것을깨닫고마도서를덮었다.이어서고개를살짝끄덕이면서아서를쳐다보았는데.

“푸흡,알려줄리가있겠습니까.병~신.”

당연하게도아서가순순히알려줄리없었다.노골적인비웃음과함께욕지거리를입에담는다.

“이비천한범재새끼가···.”

그에고프가눈가에힘을주고부들부들몸을떨었다.반응가성비가좋은교수였다.

고프는당장아서의얼굴에주먹을꽂고싶다는분노가머릿속을달궜다.

‘씨발···.’

하지만고프는알고있었다.근접전투로서아서를이길수없다는사실을말이다.

고프가아무것도하지못하고그자리에가만히얼어붙어있자,아서는무엇인가하려는듯몸을풀었다.

아서가펼친마법은난독화(??化)였다.

난독화는상대의마법구현도중자신의마력을상대의마력위에끼얹어,이뤄져야할현상을변형시키는마법이었다.

그런데이마법을사용하는데있어까다로운조건은두개가있었다.

첫째는상대의마법구조대략적으로알아야한다는것이었고,둘째는상대의마법위에자신의마력을끼얹는과정이었다.

첫번째조건부터말하자면,아서는고프의마법진에대해얼추알수있었을뿐이지정확히간파한상태는아니었다.이론과공식과는거리가멀었기에.

하지만고프가마법을일으킬때마다아서는그마법현상들을관찰했다.그리고일정한마력의흐름,마법진속에있는고프라는사람의근간을찾아냈다.이어서그근간을바탕으로마법진들을자신만의방식으로분석했다.

그결과고프의마법진들특유의패턴들을발견했다.이후로는어떻게마력을덧씌울까생각하기만하면되었다.

이것이마도서의단점이었다.마도서안에있는마법진들은전투도중바꿀수없는것말이다.의지가개입될여지도없었고.

물론아서가현대마법사서클체계로따졌을때7서클마법사인탓도있었다.고프가존경해마지않는스텔라와같이.

두번째조건을맞추기위해서는조금더적극적으로행동할필요가있었다.

그에아서가한행동은파이어볼을날리면서몇가지테스트를하는것이었다.과연고프가어느정도의마력을감지할수있는지부터어떤식으로대처하는지등다양한것들을확인하기위해.

S급헌터이상의싸움중에는눈에마력을불어넣고싸우는게당연했는데,역시몬스터들에게광역마법을사용하면서공적만챙기던온실속의화초여서그런걸까.

고프는안일하기짝이없는대처를하고있었다.

자신의마력감각을믿은채눈에보이는것들에만집중하는방식말이다.

‘뭐,저주같은것에걸려도금방해주할수있을거라는자신감이있었던거겠지.’

결국고프는아서가몰레날리는질척거리는마력덩어리를감지하지못했다.그마력덩어리에감지할수없게여러작업을한것도있었지만,고프가자신의마법에심취하여제대로의심하지못한탓도컸다.

마지막으로그마력덩어리가고프의몸에가득묻었을때는재미를보는일만남아있었다.과거에고프보다더강한현대마법사들을상대로재미를봤듯이.

“어째서고프교수님께서마법을사용하지않고계시는거지?”

“무슨문제가터진거아니야?”

“에이설마,고프교수님인데?”

경기장에서아무일도일어나지않자수군대는학생들.

웨인라이트도그것에의문을가지고턱수염에손을얹었다.그리고다른마법사들에게눈길을돌렸는데그들또한자세히알지못하는지수군대기만할뿐이었다.

“어떻게생각해?”

메리는이런일에감이좋은릴리에게물었다.

“응!저표정은진짜당황한표정이야!자세한건알수없는데아서교수님이뭔가하셨나봐!”

릴리에짧게손뼉을치며유쾌하게답했다.

탁.

아서는얼어붙은고프를향해한발자국을내밀었다.고프는바닥에구두가부딪히는소리와함께움찔몸을떨었다.그것을본아서는피식웃었다.

“고프교수님.”

“···왜그러시죠?”

“아무것도하지못하게된기분은어떠십니까?”

고프는대답하지않고입을꾹다물었다.눈에서는분노가이글거리고있었다.

“지금까지자신보다약한마법사들만상대하시다가,혹은안전한곳에서허접한마물에게마법을난사만하시다가,패배를직감하게되는이순간이···꽤나재미있게느껴지지않으십니까?”

“그걸말이라고!!!”

“자자,진정하세요.제가기회를드리겠습니다.”

아서는손사래를치며말했다.

“기회?지금기회라고말씀하셨습니까?그딴쓰레기같은동정을받을바에는크아아아악!”

아서는닥치라는듯이질척거리는마력덩어리를이용해고통을주었다.고프는고통이가라앉자마자숨을허억허억내쉬었다.

“저는지금부터단한번만마법을사용하겠습니다.그리고이것을막아내시면제패배를인정하겠습니다.더할나위없이깔끔하게눈앞에서사라져드리죠.”

아서의말에고프가눈을번뜩떴다.하지만아서의말은끝난게아니었다.

“하지만막아내지못했을시에는···.”

아서는일부러끝을맺지않았다.그저입가에싸늘한미소만남길뿐.

“...”

고프는아서가오만하다고생각했다.저런말을한다는것자체가자신의승리를확신한다는뜻이었으니까.

‘아직기회가있다!’

고프는아서가무슨마법을구현하든지간에그틈을타,혹은구현을한이후생기는짧은틈에바람마법을발현시킬생각을했다.

품안에있는작은목걸이에담겨있는바람마법말이다.분명눈치채지못했을터.

‘그순간이네놈의마지막이다!’

고프가그런생각을하고있거나말거나아서는마법진을그려갔다.

방금까지와같이단순히머릿속으로마법진을그려지팡이로일으키는형태가아니었다.누구나볼수있을정도로발밑에거대한마법진이그려지는것이었다.

학생들은물론학원도시관계자모두가눈을빛내며그과정을지켜보았다.평소에는볼수없는진귀한광경에그들의 머릿속에는호기심이자리잡았다.

둥그런원안에가득채워진문양들과고대문자들.몇초가흘러아서는발앞꿈치로바닥을툭툭두들겼다.

마법진이다그려지자쿠르릉하고하늘이울렸다.먹구름하나없이 맑은하늘임에도불구하고.

“시작하겠습니다.”

아서는빙긋웃어보였다.이때까지여유로운모습을계속보여주었기에고프는타이밍을잡지못했다.이어서완드를하늘높이드는아서.

신이너를방관해도.내가너를주시하리라.신이너에게관용을베풀어도.내가너를용서치않으리라.이썩어빠진현세에서.신이못다한일을내가하리라.천벌을내림으로서.

이야기『천벌』이완성되는것과동시에완드를크게내리그었다.

콰과과광!!!

그러자빛이번쩍하는것과동시에귀를찢어버릴듯한굉음이터지며하늘에서번개가떨어졌다.

마른하늘에날벼락이었다.

쨍그랑!!!!

“끄아아아아아악!!!”

번개는순식간에고프가성심성의껏준비한실드를깨부수고고프를소멸시켰다.더불어고프가있던자리를박살내고구멍까지깊게뚫었다.깊이가보이지않을정도로깊은구멍이었다.

“휴···.”

아서는이마에땀이흐르는걸닦았다.오랜만에강력한마법을펼쳐서그런지계속집중하고잇었던탓이다.

실드마법을허락한것은아서의마지막자비였다.

고프가속으로음흉하고악인의마음을가지고있더라도,실제저지른악행은그리많지않았으니말이다.

또그가수많은마법사를배출한것은변함없었으며,이사장님과의의견불일치로인해생긴일일뿐이라고생각하는것도있었다.

인간자체가마음에들지않은것도있었지만.

‘이제부터는이사장님이알아서하겠지.’

아서는어깨를으쓱이며파이프를품에서꺼내물었다.입에서흘러나오는연기와함께마음속에는여유가돌아왔다.

무엇보다현장학습에서마지막으로해야할일을끝내니마음이개운해졌다.

*

“...”

처음은정적이었다.콜로세움전체가얼어붙은듯조용했다.모두입도뻥긋하지못했다.자신의두눈을의심할정도였다.

예상치못한결과는그렇다치더라도아서가불러일으킨번개는그야말로인간의범주를벗어난기술이었다.그에그들의머릿속에커다란충격이들어왔다.

“아···아···.”

말을이어가지못하는마법사들.아서가일으킨현상은매너리즘에빠진빠진마법사들에게하나의빛줄기와같았다.그들대부분은현장학습이끝나기전에아서에게어떻게든접근하기로마음먹었다.

“개씨벌존나멋지네.”

“와···내가뭘본거냐진짜.”

슬슬학생들입에서도반응이나왔다.그리고그순간.

짝짝짝.

웨인라이트의묵직한박수소리가경기장에울려퍼졌다.모든사람들은그에게시선을집중했다.웨인라이트는자리에서일어나입을열었다.

“승자는아서.교화부담당교수아서다.”

“와아아아!!”

웨인라이트가판정하자마자함성이울려퍼졌다.경기장에는함성소리를제외하고아무목소리도들리지않았다.

“꺄핫!교수님이이겼어!아얏!”

“당연한얘기하지마.아서가질리없잖아.”

기뻐하는릴리와그녀에게딱밤먹이는벨라.맥과한붕은다른학생들과같이 활기차게 함성을외치고있었다.메리와한스는아서에게믿음의눈빛을보냈다.

그때였다.

터벅터벅.

함성이가득찬경기장위에하워드가걸어나왔다.이내함성소리는점차잦아들었다.완전히조용하게된이후하워드가입을열었다.

“아서야.잠시둘만의대화를나누는건어떻겠니.”

하워드가보인것은한없이너그러운미소였다.아서는짧게고개를끄덕였다.

뒤이어하워드가손짓을한번하니콜로세움에꽉들어차있던모든사람들이한순간에사라졌다.

마치존재하지않았던신기루와도같이.

* * *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