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고양이의 제자-110화 (110/154)

〈 110화 〉 109화 ­ 따듯한 이별 (1)

* * *

쿵쿵.

하워드는지팡이로바닥을두번내려찍었다.그러자지팡이끝으로부터새로운세계가펼쳐졌다.대낮의콜로세움에서녹색빛으로물들여진세계수속쉼터로말이다.

옛날에아서와하워드가십여년을함께지내며추억을쌓았던장소였다.

하워드는앞장서서쉼터밖으로걸음을옮겼다.아서도그뒤를따라걸었다.눈은감회에젖어갔다.

밖으로나오자눈부신햇살이둘을마주했다.야생동물들또한세계수의친구가낯선이방인을데려오자근처로모여들었다.이어서고개를갸웃거리며아서를바라보았다.

“...”

하지만아서는그들에게별다른반응을하지않았다.이모든것이허상이라는사실을알고있었으니말이다.

사실보다더사실에가까운세계.

콜로세움때까지와는격이다른환상이었다.아서는하워드의마법을볼때마다그를향한존경심이마음속에새겨졌다.

“아서야,너의이야기들을잘보았다. 감정들이짙게베여있어더생동감이느껴지더구나.예전과는달리마치이야기가살아숨쉬는듯했다.”

느티나무로만든탁자와두개의나무밑동.하워드는지팡이를탁자에걸치고나무밑동에앉으면서입을열었다.

“과찬의말씀이십니다.”

아서도하워드의반대편에있는나무밑동에앉으며말을받았다.

“하지만안타까운점도있었단다.”

하워드는짧게숨을내쉬었다.

“그건바로전해졌던감정이대부분분노와증오였다는것이지.혹시괜찮다면새로만든이야기들을전부보여주겠니?”

하워드의말에아서는살짝고개를끄덕였다.이어서스승님이떠난이후홀로만들었던마법진들을완드로구현했다.

“흐음···흠흠.”

하워드는두눈을크게뜨고아서가만들어낸마법들을유심히관찰했다.별처럼반짝거리는마법진들을하나하나감상하며흥미롭다는듯이고개를끄덕이기도하고수염을쓰다듬기도했다.

하워드가가장오랫동안바라보고있던건하얀사신이야기였다.꽁꽁얼어붙은메마른땅에서약탈을취하는야만인들에게분노하는하얀사신에대한이야기말이다.

하얀사신은몇천년동안눈이그치질않았던마을에서쓰인위렌시아어가주를이루고있었다.

시간이흐르고하워드가마지막으로바라본것은굳게다짐하는순례자의이야기,천벌이었다.

천벌은먼옛날기적이일어난직후,천사들이떠나간자리에남겨져있었다는시스크리트어로적혀있었다.

하워드는빙그레웃으며마법들중하나를가리켰다.

“나는이이야기가가장마음에드는구나.”

이어서가리켰던마법진을손가락으로툭툭두들겼다.그러자밥을먹고있는스승님의모습이빛으로형성되었다.

“제목을말해주겠니?”

온화한목소리로질문하는하워드.

“고양이의식사시간입니다.”

아서가어깨를으쓱이며말하는것과동시에하워드는예상했다는듯껄껄거리며웃었다.그리고마법에담긴감정을아서와같이느꼈다.

마법에담겨있던감정은스승님을향한그리움이었다.아서가만든마법들은대부분부정적인감정이담겨있었는데유난히그마법만큼은그리움만이담겨있었다.

하워드는일어서서아서에게다가가두손으로어깨를보듬어주었다.아서의그리움을덜어주기위해.

둘의대화의언제나이런식으로시작되었다.

아서가자신이만들어낸마법들을보여주면하워드는그마법들을보고아서를이해하고공감했다.마법에는입으로전달할수없는진심들이내재되어있기때문이다.

그래도마법으로도표현할수없는얘기가있기마련이었다.둘은서로를마주보며시간가는줄도모르게대화를나눴다.

문득하워드가우수에젖은눈빛을띄기전까지.

“아서야,아쉽게도너와만날수있는시간이거의끝나가는구나.”

“네?”

갑작스러운하워드의말에아서가눈을동그랗게떴다.대체무슨일이있는걸까생각하는아서.하워드는안심하라는듯이웃음을지어보였다.

“네스승님이나에게너와만날시간을그리많이허락해주지않았거든.”

“···스승님이요?”

“그래.하지만말씀해주신이유는충분히납득이가는이유였다.”

하워드가씁쓸하게웃었다.아서는호기심을가지고곧장질문했다.

“어떤이유인가요?”

“그건이걸로알게될거다.”

하워드는구체적인대답대신푸른풍선을내밀었다.푸른풍선은전구처럼속이알록달록빛나고있었다.

그풍선은꿈풍선이라고불리는물건이었다.가지고있는자가수면에빠지는순간,터지는것과동시에꿈을전달해주는풍선이었다.

‘대체무슨꿈이담겨있길래···.’

아서는풍선을받아들였다.그리고묻고싶은것이떠올라곧바로입을열었다.

“할아버지.제아공간에문제가생긴것같아요.”

“그또한네스승님께서간섭해놓으셨단다.”

질문에대한대답을준비해놓았다는듯이답변은빠르게돌아왔다.아서의미간이살짝좁혀졌다.

아공간에는도움이되는물건들이많았는데,아공간을사용하지못하게된게스승님의의도라면의심하지않고가만히내버려두는게맞았으니까.

“이문제도꿈풍선을통해알수있을까요?”

하워드는고개를천천히끄덕였다.이어서뭔가떠올랐다는듯이입을벌렸다.

“아참,아서야.네가지내는곳에네선배가있는데혹시알고있느냐.마도구장인으로서꽤이름을날리고있다들었는데.엠마라는이름을가진착한아이란다.”

아서는그말을듣고자그마한여자아이의모습을한드래곤을떠올렸다.애초에이현장학습의목적이그녀와연관되어있기도했다.

“알고있습니다.”

아서의대답에하워드는가슴을쓸어내렸다.

“다행이구나.그아이에게전해줄선물이있었거든.아,그렇다고아쉬워하지는말거라.당연히네물건도준비해놓았으니까.”

인자하게웃으며자신의아공간을여는하워드.그는고급스러운두종이봉투를꺼내아서에게건넸다.

“이제슬슬헤어질시간이구나.뭐,만남이길면이별도힘들어지는법이지.”

“벌써말인가요···?”

하워드는 종이봉투를건네자마자이별을상기했다.아서의목소리가살짝떨렸다.

“같이온아이들의기억들은걱정하지마렴.네가내제자라는사실말고도오해의여지가있는것들은지워놓았으니.”

“아그.”

“그래도너의연인과네가가르쳤던학생들의기억은남겨두었단다.”

하워드는 아서가말하려던것을곧바로알려주었다.대현자다운재치였다.

“마지막으로다시한번안아봐도되겠니···?”

하워드는아서에게조심히질문했다.목소리는이별의슬픔에의해 젖어있었다.이어서아서가고개를끄덕이자가느다란두팔로아서를꽉끌어안았다.

“내손주···내제자···사랑한다.”

옷너머로느껴지는따듯한온기.주변에보이는것들은환상이었지만아서와하워드는환상이아닌본신이었던것이다.

“저도사랑해요할아버지.”

아서도아쉬움을애써티내지않고말했다.이어서안고있던두팔을 풀은 하워드가 지팡이로 바닥을찍으며마지막한마디를꺼냈다.

“부디건강하게있어주렴.네가원하는것이이루어질수있도록기원하마!”

안녕을기원하는힘찬한마디였다.하워드의주름진얼굴에는 환한 미소가 번져 있었다.

*

환상이끝났을때는여객선갑판위에있었다.대삼림에가지고내렸던모든짐과함께말이다.

두손에는하워드선생님께서건네준두개의종이봉투가있었다.꿈풍선은영혼에담겨있었고.

주변을둘러보니학생들이나교수들도눈을비비적거리며깨어나고있었다.아서는물론다른사람들도현장학습이완전히끝났음을실감했다.

곧이어웨인라이트가현장학습이무사히끝났다는사실에대한축하를알렸다.동시에파티를열었고.

주방에서도파티를준비하고있었던만큼분주히따듯한음식을만들어냈다.

교수와학생들이가장먼저하는행위중하나는씻는것이었다.환상속에갇혀있으면서본신이아닌환상체로활동하고있었지만,땀이흘러끈적했던느낌은지워지지않았으니말이다.

무엇보다파티라는이름이가진힘은대단했다.

피로에절여져방에처박히고잠에빠질만도하건만,현장학습의학생들이1학년이어서그런걸까.

현장학습첫날보다활기차게축하의기쁨을나누고있으니더부산스럽게느껴졌다.

아서는학생들과나연에게몇시에홀에서만나기로약속한다음갑판위로올라와파이프를물었다.

역시환상속에서피었던그연기보다더욱맛있게느껴졌다.아니,며칠동안바빠서주변을둘러볼수없었는데,지금은둘러볼수있었으니그런걸수도있었다.

약간의아쉬움도있었으나아서는그것을재와함께탈탈털어냈다.이어서걸음을옮겨홀에도착했을때였다.

“민철씨는아직안오셨습니까?”

“네교수님.저희보고먼저교수님과함께홀에가있으라고말씀하셨습니다.”

아서는한스의말을듣고고개를끄덕였다.그리고아이들과함께음식이있는홀쪽으로걸어갔다.

교화부아이들도파티에꽤기대하고있었는지평소와는다른옷을입고있었다.

평소와같은옷을입고있는건아서와벨라뿐이었다.아서야항상양복을입고다니니그런것이었지만,벨라는변함없이청바지에캡모자를푹눌러쓰고있었다.

오히려그모습이더정겹게느껴졌다.계속시선을주니, 벨라가 뒤로돌아획째려봤지만.

홀에는맛있는음식들이식탁위로가득놓여있었다.잘구워진등심부터침이절로넘어가는시큼한새우샐러드까지.모두 좋아하는음식들을접시위에주워담고있었다.

“교수님이해주신건강한음식들도좋지만역시나는이런기름진음식이더잘맞는것같아!”

“또파이안에뭘넣은거야?”

식사를시작하자마자두손으로파이를들고와구와구먹는릴리.한스가손수건을들어릴리의입가를닦아주었다.

“샐러드도좋지만단백질이다단백질.남자라면단백질을먹어라.”

한붕에게계속닭가슴살을들이미는맥.처음에는어버버거리며주는대로다먹었던한붕이지금은자기페이스대로먹고있었다.

“벨라마실거가져다줄까?”

“콜라로.”

메리의질문에벨라가짧게말했다.처음에는한마디도안하던애들이지금은손발이척척맞았다.신기한일이아닐수없었다.

그렇게어느정도식사가끝났을쯤이었다.아서는나연을걱정하며테이블을손가락으로두들기고있었다.

“교수님!”

그때였다.

“오셨습니.”

아서는말을이어가지못했다.너무놀란나머지그대로입을벌린채굳어버렸다.

아서의반응에학생들도아서의시선을끝을향해고개를돌렸다.

땡그랑!

가장먼저반응한것은릴리였다.그녀는들고있던포크를떨어트리며입을열었다.

“교수님에게저렇게예쁜연인이···?아니아니아니. 역시 교수님에게안어울려.”

딱!

한스가릴리의허벅지에딱밤을때렸다.릴리는아얏!하는소리와함께자신의허벅지를매만졌다.

다른학생들의반응도비슷했다.미심쩍은눈초리를보내기도했고자신의볼을꼬집어보기도했다.이내교수님이라면있을만도하지,로굳어졌지만말이다.

나연은교화부학생들뿐만이아니라다른교수들과학생들마저눈길을떼지못하는외모였다.

찰랑이는검은색단발과함께쫑긋이는귀.수인용으로맞춰진새하얀드레스는그녀의몸에딱붙어서몸매를여과없이드러내주고있었다.

또각또각구두소리와함께흔들리는커다란가슴.나연은아서가일어나자마자아서를꽉끌어안았다.

“!!!”

그광경을보고있던사람들은턱이빠질정도로입을벌렸다. 아서도 어쩔 줄 몰라 땀을 삐질삐질 흘렸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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