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고양이의 제자-111화 (111/154)

〈 111화 〉 110화 ­ 따듯한 이별 (2)

* * *

일이커지기전에나연을데리고자리를떴다.핸드폰에서나오는각종셔터소리와수군거리는소리가귀로들려왔다.그래도신경쓰지않고묵묵히걸음을옮겼다.

“교,교수님···.”

나연은아서가아무말도하지않자혹시무슨일이잘못된건가생각했다.이내아서가괜찮다는듯이손을잡아주니얼굴을붉힌채고개를숙였다.

꽉쥐어진손의온기와앞장서서걷더라도발걸음속도를맞춰주는배려는나연을낯간지럽게만들기에충분했다.

그렇게아서가나연을데리고도착한곳은개인적으로대여했던별실이었다.별실은침대한개와티비그리고냉장고하나와티테이블이간소하게놓여있었다.

“걱정했습니다.”

“네?”

“분명환상에서같이탈출했는데도불구하고눈앞에보이지않으셨으니까요.”

아서는안도의한숨과함께말을꺼냈다.그에나연의입이조금씩벌어졌다.

‘신경쓰시지않고계신줄알았는데그런걱정을···.’

나연은몸을베베꼰다음웅얼거리듯조그맣게말했다.

“죄송해요···.”

“괜찮습니다.지금이라도다시만날수있게되었으니까요.”

아서는웃음을지어보였다.이어서냉장고에구비되어있던와인을꺼냈다.금색의라벨로둘러싸여있는와인은척봐도고급품이었다.

와인은퐁하는소리와함께코르크마개가열렸다.그안에서는그윽한향이뿜어져나왔다.

아서는티테이블위에있던두개의와인잔에차례대로와인을따른뒤하나를나연에게건넸다.

“혹시술을하지못하시는건.”

“아!마실수있어요!”

나연은재빨리목소리를내며와인잔을낚아채듯가져갔다.그리고한번에쭉들이켜서잔을비웠다.

“흐으···.”

순식간에붉어지는얼굴.취했을리는없었고긴장이살짝풀어진것이리라.뒤이어몸을움찔떨었는데그모습이꽤귀엽게느껴졌다.

“여하튼놀랐습니다.다시만난것도만난것이지만이렇게아름다운모습으로나타나실줄은꿈에도몰랐거든요.”

“···아름다운모습이요?”

아서는손을뻗어나연의머리를조심히쓰다듬었다.나연은손길을받아들이며귀를쫑긋쫑긋댔다.

“네.아,너무많이들으셔서식상하신가요?”

“아뇨아뇨!교수님에게들으니···그···.”

아서의농담에어쩔줄몰라하는나연.이내얼굴을푹수그리고머리위로김이모락모락나왔다.

“몰라요.교수님···키스해주세요.”

“나연씨의부탁이라면기꺼이.”

아서는그말과함께나연의이마에쪽하고키스했다.나연은배시시웃으며두팔로아서의목을감싸안았다.

이어서키스를시작으로둘은당연하다는듯이몸을섞기시작했다.아서의오른손이자연스레나연의등으로가드레스지퍼를내렸고,나연은그것을받아들였다.

나연의팬티와브라에는새신부를상징하는순백의레이스가달려있었다.물론나연이여행전에이런것들을미리준비해왔던것은아니었다.크루즈내부에있는의류점에서얼른구매한것일뿐.드레스또한마찬가지였고.

아서는이러한사정을얼추유추했다.그리고그런생각을할때마다나연이더사랑스럽게느껴졌다.

“넣을게요.”

애무가끝난뒤아서가내뱉은말에나연이수줍게고개를끄덕였다.아서의성기가쯔븁하는소리와함께나연의음부안을비집고들어갔다.

전보다는훨씬수월했지만그럼에도나연은현실에서아직처녀였다.아서는그것을 떠올리며또다시첫경험인것마냥부드럽게다뤄주었다.

아무리그래도처녀혈을다시보았을때는기분이싱숭생숭했지만말이다.

시간이흘러두번의사랑을나누고나연과아서가나란히침대위에누워있을때였다.

똑똑.

“아서,일은다끝났니?”

“!!!!”

갑작스럽게밖에서들리는여성의목소리에아서와나연은벌떡일어섰다.

*

해가저문지얼마안된초저녁.

처음에는나연이대체무슨일인지설명을요구하듯아서를꽉붙잡았다.그손은떨리고있었다.

아서도누구인지감이잡히지않아머리를굴리고있었을때였다.

“네가이사장한테보낸문자때문에왔어.안에서그렇고그런일하고있는거다알고있으니까기다리고있었지만.”

그제야아서는누가왔는지알수있었다.

목소리의주인은엠마였다.

“잠시만기다려주세요.”

아서는문밖으로짧게말했다.이어서나연과함께재빨리씻고옷을갈아입은뒤엠마를맞이했다.신혼첫날밤시어머니가들이닥쳐봉변을당한느낌이었다.

“오랜만입니다.”

“그래.오랜만이네.”

엠마는몇주전과같은모습이었다.

아니,오히려상태가좋아졌으면좋아졌지피로에젖은그얼굴은비치지않고있었다.

“그···.”

하지만가볍게말을걸기에는굉장히차가운얼굴을하고있었다.평소의봄과같이다정했던얼굴은사라지고,한겨울의냉기가전해지는얼굴빛을띠고있었다.

나연도아서처럼안절부절못하고있었다.수인이었던나연은종족으로서의격차가본능적으로더와닿았기때문이다.

“아이야.걱정하지마렴.너의사정은알고있으니괜찮단다.네가걱정하는일도일어나지않을거고.”

엠마는나연에게자상하게말했다.다시아서의얼굴을쳐다보았을때는쌀쌀맞게변했지만.

“아서,네가예상한대로지금여객선종착지에는너를아는사람들이몰려와있어.하나같이무시무시한영향력을가진아이들이더라.”

“···그런가요?”

“뭐,이사장님의비서들과인형들이만일의사태에대비해그곳에포진되어있으니걱정하지는않아도돼.”

엠마는말을하면서나연의몸을쓰다듬었다.그리고그손에는마법이걸려있었는지나연이주인을만난강아지처럼흐물흐물행복한표정을지었다.

“하지만.”

재차말을이어가는엠마.

“그들이 네 얼굴을보기전에네가미리자리를벗어나는게가장좋은선택일뿐이지.그래서내가좌표를듣고직접온거고.”

“엠마···그···.”

“떠날준비를하렴.시간은얼마나필요하니?”

엠마는아서의말이끝나기전에딱잘라말했다.아서는엠마의의견이변하지않을걸알고있었기에마음을바꾸고조심히말했다.

“···그렇게많이필요할것같지는않습니다.최대한빨리움직이겠습니다.”

아서의말이끝나자엠마는차갑게뒤로획돌았다.아서는엠마의처음보는모습에계속당황했다.

*

엠마가떠나고아서가가장먼저한것은다른교수들을찾아가는것이었다.

웨인라이트와그의밑에있는교수그리고리 페이등이런저런부탁을하기위해서말이다.

그들을찾아갔을때.

“이거현장학습의주인공이먼저간다니아쉽게됐군.내술자리라도같이하고싶었는데···얼굴을보아하니그럴여유도없어보이는군.부탁한건걱정하지말게.부탁한사람이자네인만큼내가최선을다해관여할테니.그대신.”

술을딱한잔만건네주는웨인라이트교수.아서가단번에그것을들이켜니껄껄웃으며악수하고작별인사를보냈다.

“어머!벌써가는거니?이거아쉬워서어떻게···.그래도다음에나를찾아올거지?”

리페이는아서가굉장한마법사이지만그묘리를담은무투술역시신기하게보았는지,다음에그것을보여주는걸약속으로아서의부탁을받아주었다.

새까만밤.

아무도없는갑판위.

작은빛을내는가로등아래에단 세 명만이그자리에서있었다.

아서는나연에게자신의연락처를주었다.또한몇주간만날수없을거라는말도전했고.

나연은속으로굉장히아쉬웠으나그것을애써티내지않았다.혹시라도아서에게방해가될수있었으니까.

짧은포옹이끝나자엠마가서슴없이마법진을구현했을때였다.

“교수님!!!”

누군가가아서를불렀다.

“메리···?”

아서는다가오는사람을,아니,사람들을보며눈을동그랗게떴다.이어서재가저렇게큰목소리를낼수있었던가,하고생각했다.

동시에모습을캉캉거리는계단이밟히는소리와함께며칠간함께했던교화부학생들이얼굴을드러냈다.

그들은하나같이울상을짓고있었다.

“교수님···진짜떠나시는건가요?”

“그렇습니다.”

아서는메리의말에짧게끄덕이며말을이었다.

“마지막까지함께하고싶었는데아쉽게도그럴수가없게됐네요.제가워낙유명인이다보니원.”

그리고쓰게웃었다.

학생들은오기전까지뭐라고얘기를꺼낼지머릿속에다계획하고있었으나,그쓴웃음을보고머릿속이새하얗게변해버렸다.

아서는그것을보며피식웃었다.

“마지막수업을하겠습니다.아니,정확히는수업이라기보다작별인사이지만요.”

그리고품안에서파이프를꺼내불을붙였다.뒤이어차분하고담담하게학생들에게이야기를전한다.

마법사가아닌그들을지도했던교수로서.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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