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12화 〉 111화 따듯한 이별 (3)
* * *
거대한여객선갑판위.수많은시선이단한사람에게몰려있었다.푸른달빛과조그마한조명에의존해그들은아서에게시선을고정했다.
“후우···.”
아서는연기를내뱉었다.그리고학생들을차례대로둘러보았다.이어서누구먼저말을붙일까고민한끝에,맥에게고개를돌리고입술을뗐다.
“맥.당신은제가본학생들중가장성실했습니다.어떤상황속에서든단련을게을리하지않았으니까요.”
아서는연기를내뱉으며말했다.맥은팔짱을끼고당연하다는듯이콧김을내뿜었다.
“이제는다른사람의말을받아들여변화할줄알게되었으니,언젠가또하나의오스카씨같은,아니,그보다더대단한전사가되리라저는확신합니다.그성실함을끝까지유지할수있다면요.”
아서의말이끝날때쯤맥의얼굴에는굳은의지가담겨있었다.이어서주먹을꽉쥐고걱정마라,라고답한뒤오늘마쳐야할루틴을머릿속으로되뇌었다.
“한붕,제가했던말기억하십니까.당신이마음을강하게먹을경우총이당신에게보답할거라는.”
“네···교수님.”
한붕은몸을떨며울먹이듯이답했다.아서는한붕에게다가가어깨를툭툭쳐주고말을이었다.
“그래도총의위력만으로는그따돌림이라는불행에서벗어나는건불가능할겁니다.그래서제가손을써뒀죠.”
아서는빙긋웃었다.한붕은다음에나올말을귀기울여들었다.
“웨인라이트교수님곁에서일하는실력있는저격수가앞으로당신을가르쳐줄겁니다.단순히총으로사격하는것뿐만이아니라,나이프파이팅이나은신기술들등다양한것들을배울수있겠죠.노력만하면성장할수있는발판을마련해놓았으니제기대를배신하지않기를바랍니다.”
“···교수님.”
“누누이말하지만한붕이불행해질경우슬퍼할사람은한두명이아닙니다.앞으로는마음을굳게먹으시길바랍니다.”
아서는한붕의어깨를꽉잡았다.힘을불어넣어주듯이.한붕은재빨리오른팔을들어자신의눈물을닦았다.이어서고개를힘차게끄덕인다음아서를바라보았다.
“릴리.이번여행즐거웠습니까?”
“응!최고였어!”
릴리에게는슬퍼하는기색이전혀보이지않았다.하지만아서는그밝은얼굴속에서도미세하게떨리는입가를발견했다.이에연기를허공에짧게내뱉은후입을열었다.
“다행이네요.릴리가좋은친구들을사귀게돼서다행입니다.”
아서는릴리의머리를쓰다듬었다.릴리는까르르웃으며간지럽다는듯이머리를비비적거렸다.
“저는당신이다시높은곳으로갈수있으리라생각합니다.전보다더높이.”
“당연하지!”
릴리는활기차게답했다.아서는그것을보며고개를살짝끄덕였다.
“제가멋대로도움을주면당신의큰그림에방해가될수있겠죠.그러니만약,혼자서해결할수없는일이생기면,아니,친구들과머리를싸매도도저히해결할수없을일이생기면신호를보내주시길바랍니다.제가가능하면도움을드릴테니까.”
“좋아!”
릴리는대답하며아서의손을두손으로꽉잡았다.이어서힘차게위아래로여러번흔든다음살포시놓았다.
아서는어깨를으쓱이며다른학생에게말을계속했다.
“메리.”
“네,교수님.”
메리는침착하게아서를쳐다봤다.처음현장학습을시작할때와는달리어느정도자신감이차있는게보였다.역시가장많이발전한사람은메리이리라.
“웨인라이트교수님에게직접연락을취해놓았습니다.현장학습이끝나는다음날에당신에게연락하기로약속했으니,연락이오면찾아가세요.”
“···감사합니다.”
아서가메리에게한말은그게끝이었다.메리는다른아이들보다해야할일이아직많았으니까.그것을다해내기전까지따듯한말을주고받을필요는없었다.
메리또한그렇게생각했는지아서의말이끝나자마자깊게고개를숙였다.과거의사건이후로아무도관심을주지않던학원도시에서,유일하게관심과선의를베풀어준아서에대한깊은감사가담겨있었다.메리는뒤로한발자국물러났다.
“그럼한스.모두를부탁합니다.이번현장학습동안많은부담을덜어주셔서감사했습니다.”
“아닙니다교수님.”
“한스가없었으면얼마나복잡했을지···.이사장님에게말해두겠습니다.당신이원하는것을얻을수있도록.”
한스는아서의말을듣고목례했다.언제나올곧았던한스는이번에도격식있게예의를갖추었다.
마지막모든일이끝났다는듯이아서가몸을돌렸을때였다.
“야!나에게는할말없어?”
벨라가아서의등을향해소리쳤다.아서는한쪽눈만찡그리는우스꽝스러운표정을지은채몸을돌렸다.
“당신이저와작별을나눌정도로친한사이입니까?”
“···이게.”
“큭.장난입니다.”
아서는짧게웃음을흘린다음벨라에게다가갔다.
“벨라.”
“왜.”
벨라는여전히토라진얼굴을하고있었다.그래도작별이아쉬운건그녀또한마찬가지였는지,뻗으려는손을애써참으며부들부들서있었다.
“벨라도리페이라는교수님이붙어서가르쳐주실겁니다.당신같은고집불통도가르쳐줄유능한교수님이죠.”
“미친놈이.”
“사실제가알려주고싶은게많은데···애초에저도어떻게배웠는지모르는기술들이라···.”
아서는잠시과거무투술선생님과같이했던수행을떠올렸다.하지만떠올리기도괴로운기억인나머지고개를저으며금방털어냈다.
“그래도벨라양은이사장님께서직접신경을써주실겁니다.그야,이번일로벨라양이많이바뀌었으니까요.”
“그게무슨말이야···?”
“그건스스로가가장잘알고있을 겁니다.파천(??)을사용하셨을때의기억을떠올려보세요.”
“······.”
벨라는무엇인가깨달은것같은표정을지었다.뒤이어주먹을꽉쥐고귓불이붉어졌는데,역시타인을생각하는마음이아직은부끄럽게 생각되는 모양이었다.
“교수님!”
작별인사가끝났을터였던나연이다시아서를불렀다.학생들은그녀가누군지몰라두눈을크게뜨고바라만볼뿐그이외의반응은하지않았다.
“아···그게.”
나연은우물쭈물댔다.다른사람들의시선도시선이지만,정작아서를부르자마자무슨말을할지자신도잊은탓이다.
아서는그러나연을애틋하게바라보고있다가그녀에게다가와귀에속삭였다.
“푸른연기와함께우리의인연이계속되기를.”
“!!!”
아서의단한마디에나연이녹아내렸다.너무나도로맨틱한이별대사였으니말이다.이제어떻게돼도상관없다는듯이긴장을풀려는차에.
연이어 나온 말은나연의정신을확들게만들었다.
“다음에봐요.장민철이라는이름을사용하는사랑스러운정나연씨.”
‘어,어떻게···!’
나연은잔털이삐죽서는느낌을받았다.헤어지기전말하려는게그것이었으니까.
이어서다급하게이유를물어보기도전에아서가마법진위에발을올렸다.
“기다려주셔서고맙습니다.”
뒤이어엠마에게고맙다는인사를건넸고,엠마는짧게고개를끄덕인후마법진을작동시켰다.
“교수님고마워!”
마지막으로들린말은릴리가크게소리친한마디였다.다른학생들도그것을시발점으로이것저것뭔가소리쳤지만들리지는않았다.그래도그와비슷했으리라.
점차흐릿해져가는시야.사라져가는자신에게달려오는학생들.2주간같이지냈던이들과의짧은이별이었다.
그것도더없이따듯했던2주간.
*
어둠의지평선안쪽으로수많은불빛들이눈에들어왔다.하늘의별들과대조되는지상의별들이었다.
하지만일정한색으로통일되어있는하늘의별과는달랐다.지상의별들은각양각색의빛을뽐내고있었다.늦은밤에도.열정을연료로.
그것이아름답게느껴져아서는감탄을내뱉었다.
저별들은분명저마다뜻깊은의미를가지고있겠지,하고생각하며.
텔레포트마법으로도착한곳은학원도시속루미너스관옥상이었다.루미너스관안에는이사장실이있었다.
엠마는옥상에도착하자마자신발을바닥에툭툭털며고쳐신었다.그리고그때아서가소리를냈다.
“사람이란,사회라는커다란기계장치를구성하는하나의부품일뿐이라고생각했어요.”
문득야경을바라보다가입을연것이다.엠마는옆에서들리는소리에몸을돌렸다.이어서아서를쳐다보았지만아서는여전히야경을바라보고있었다.
“그런데그사람들사이에들어가이것저것느껴보니,그렇게무기질적이지않다는걸깨달을수있었어요.여러사람들이살아숨쉬면서제피부에전해지는그맥동은···과거감정제어반지를꼈을때와는전혀다른신비한기분이었지요.”
아서는말을마치며고개를돌린다음엠마를마주보았다.
“엠마,미안해요.이런좋은경험을빼앗아가서.”
동시에고개를숙이며사과했다.그에엠마는인상을찡그린채짧게한숨을내쉬었다.
“아서.내가화난건그부분이아니야.”
이어서손사래를치며말을이었다.
“왜나에게상담하지않고내일을멋대로결정내린거야?”
터벅터벅.
엠마가아서에게거칠게다가갔다.키가작은나머지올려다볼수밖에없었지만,패기있는그녀의모습은그녀를훨씬커보이게만들었다.
“네가그렇게일을진행하면내가좋아할줄알았어?”
“그,그게···.”
그때였다.
“푸흡.”
아서가식은땀을흘리며당황하자엠마가갑자기웃음을터트렸다.
“으흣.아하하하.”
이어서참을수없다는듯이자신의배를붙잡고계속웃었다.그유쾌한웃음이끝난건아서가쓴웃음을지으며입맛을다셨을때였다.
“장난이야아서.반쯤은진심이긴해도.”
엠마는가볍게말했다.말속에는뼈가잇었지만.엠마는어느새현장학습을떠나기전보았던모습으로돌아와있었다.
“아서.이제부터는네가남을위해일을하더라도,그도와주는상대와제대로의견을나눠주었으면좋겠어.멋대로일을진행시키는건너무독선적이잖니.”
“···죄송합니다.”
아서는다시고개를숙이며사과했다.그리고이번일을마음속깊이새겨넣었다.
“그래,다음부터는조심해줘.또이렇게일이진행되면다음은장난이아니게될테니까.”
엠마는아서의머리를다정하게오른손으로쓰다듬었다.평소에는닿지않는아서의머리가고개를숙임으로써닿을수있게된것이다.
이어서엠마는후련하다는듯이몸을돌렸다.처음부터그녀의역할은아서를이사장에게데려가는것이었으니말이다.
“아,엠마!”
그런엠마를아서가불러세웠다.
“응?”
곧이어엠마가뒤를돌아보자아서는계속하고싶은말을힘내서꺼냈다.
“저와···그···.”
열리지않는입을억지로열어서말했다.그모습은차마눈뜨고보기힘들정도로굉장히찌질한모습이었다.
“친구가되어주실수···.”
“바보.”
엠마는오히려그찌질한모습에만족한다는듯미소지었다.
“우린원래 친구였어.”
그말과함께엠마는가벼운발걸음으로총총거리며먼저계단을내려갔다.아서는당돌한엠마의모습에허탈하게웃었다.그리고어깨를으쓱인다음엠마의뒤를따라가며생각했다.
타인이성장해나가는걸바라보는건정말멋진일이라고.엠마가업무에찌들어살면서그들의곁에있는이유를,지금이라면이해할수있을것만같다고.
“...”
다시금야경을둘러보고미소짓는아서.과거에있었던일을마음에새긴후걸음을옮겼다.
정작자신이학생들과함께했던것으로,또성장하는것을옆에서보았다는 사실만으로,스스로가변하고있다는것은잘모른채.
여기는학원도시.
학생들이모여열정을가지고살아가는희망의도시.
그리고.
학생뿐만이아니라조교와교수마저성장하게되는도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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