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고양이의 제자-114화 (114/154)

〈 114화 〉 1부 외전. 고양이와 엘프 노인 그리고 제자

* * *

호화로운방이었다.가구들은전부일류장인들의손을거친듯했고,테이블위에올려져있는디저트들은방금오븐에서구워진듯향긋했다.

중간에테이블을사이에둔기다란소파한편에는검은고양이와왜소한청년이,반대편에는하얀로브를입은황실마법사가앉아있었다.

그들이앉아있는이방의주인은황실마법사였다.그녀의커다란초상화가벽한편에커다랗게결려있었으니말이다.분명자기애가굉장히강한성격일터였다.

“그러니까···.”

황실마법사는눈살을찌푸렸다.아름다운외모가한순간 일그러졌다.

“나보고얘를가르치라고?”

손가락질을하면서믿을수없다는듯말했다.그손끝은왜소한청년에게로향하고있었다.

“으흑···으헤헤.”

왜소한청년은뭐가그리좋은지,실실웃기시작했다.눈에는초점이잡혀있지않았고입가에는침이질질흐르고있었다.

“미쳤어?!지금내말안들은거야?!”

“흐허억!”

황실마법사의날카로운외침에왜소한남성이헛바람을들이키며뒤로몸을젖혔다.고양이는괜찮다는듯이왜소한남성을작은발바닥으로토닥였다.

냐옹.

이어서고양이는애가놀라니조용히하라고말했다.황실마법사는어이없는표정을짓고는길게한숨을내쉬었다.

“다시한번말하지만얘는재능이아예없다니까?진짜.아무것도.없다고.”

황실마법사는딱딱끊어서말했다.좀제대로알아들으라는것처럼.

냐옹.

고양이는그녀가말하거나말거나옆에있던왜소한청년을계속다독였다.그왜소한청년은이내편안한미소를지으면서소파에축쳐졌다.

황실마법사는서서히입을벌렸다.갑작스럽게찾아온불청객들때문에정말미치고환장할노릇이었다.

우스꽝스럽기도하고눈뜨고보기힘들정도로안쓰러운광경이기도했다.

“참나,기껏황실결계에들키지않고자연스레들어왔길래뭐얼마나대단한사람인지기대했는데.너는생긴것처럼또라이구나?”

황실마법사는편견을가지고있었다.마법을사용하는존재중에인간형이아닌놈들은하나같이정신병자라는편견을.

하물며언어를입밖으로꺼내지도않고울음소리에의지를담아전달하는방식은정말쓸데없어보였다.그것은자신이추구하는효율적인마법사의길에완전히어긋나있었고.

“하여튼이제볼일다봤으면돌아가.너같이이상한마법사랑엮여봤자좋은일하나없을것같으니까.”

냐옹.

고양이는계속자신이모욕당하고있음에도불구하고화내지않았다.

이번에도그저자신의제자를가르칠생각이없냐는듯이물어볼뿐이었다.

하지만돌아온반응은싸늘했다.

“말도안되는소리하지마!”

황실마법사는그자리에서벌떡일어서서분노를목에감고크게소리쳤다.

“말도안통하는미친새끼하나가르치다가머리털다빠질일있.”

그순간이었다.

캬악!

고양이가황실마법사를확째려보았다.인상을팍쓰는것과함께몸을꼿꼿이세우면서.고양이가처음으로보인분노였다.

퍼서석.

“어?”

동시에뭔가허공에서잔뜩흩날렸다.황실마법사의눈앞에서머리털같은게떨어졌다.

“꺄아아아아아아악!!!”

아니나다를까진짜머리털이었다!

고양이는황실마법사가알아챌수도없는이변을일으킨것이었다!

“너너!!!”

순식간에대머리가된채고양이를쳐다보았지만.

냐옹.

고양이는제자를모욕한것에대한복수다,라고말하며비웃음을터트렸다.

그리고한순간에제자를데리고사라졌다.그자리에처음부터없었던것마냥.

*

찌르르찌르르새가울고있는자연이었다.그소리를들으며하이엘프노인은허브티를마시고있었다.

어느새다람쥐가쪼르르다가와찍찍거리자,엘프노인은다람쥐에게견과류를들려주었다.다람쥐는고맙다고고개숙이는것과함께떠나갔다.

세계에서가장커다란나무앞에서엘프노인은자연과어우러져글을쓰고있었다.녹색으로물들여져있는나뭇잎이떨어지는것에신경쓰지않고,커다란깃이달린펜으로슥슥양피지위에무엇인가적어나갔다.

잠시휴식을취하기위해자리에서일어났을때였다.

냐옹.

문득고양이의울음소리가들렸다.엘프노인은눈을동그랗게떴다.이어서외눈안경을내려놓고지팡이를들었다.누군지는모르겠지만갑작스레방문한손님치고는꽤나굉장한인물이온듯싶었다.

엘프 노인은 결계처럼형성되어있는환상을허물었다.그러자엘프노인의눈에는고양이와왜소한청년이 나타났다.

“이거···꽤나멋들어진꼬리를가지신분이찾아오셨군요.”

엘프노인은빙긋웃었다.고양이도꼬리를한번살랑거렸다.왜소한청년은앞에있는엘프노인이뿜어내는범상치않은기운때문에화들짝놀란다음고양이의뒤쪽으로얼른몸을숨겼다.

물론사람의체구가아무리왜소하다한들,고양이에게가려질리는없었지만말이다.

고양이는괜찮다는듯이청년을토닥이며엘프노인을바라보았다.그기운좀감추라는듯이무언의압박을가하는것이었다.

엘프노인은허허웃으며기운을감춘다음입을열었다.

“그간잘지내셨습니까?”

냐옹.

“요즘에는어떠한이름을사용하고계시는지여쭤봐도괜찮겠습니까?”

냐옹.

“프리실라···좋은이름이군요.”

엘프노인은수염을한번쓰다듬었다.그리고옆에있는청년에게로눈길을돌렸다.

“옆에있는청년은.”

냐옹.

“제자···제자말씀이십니까?”

엘프노인은허허웃었다.

“살다보니별일이군요.마녀님께서누군가를데려온것도모자라,그데려온인물이심지어제자라니.”

냐옹.

“저보고마법을가르쳐주라이말씀이십니까?”

엘프노인은턱에손을올리며잠시고민했다.이어서짧게머릿속을정리하고다시입을열었다.

“이거그런말을대뜸꺼내시기당황스럽기그지없군요.그것보다이미스텔라에게다녀오신것처럼보이는데,그아이는뭐라고하던가요?”

냐옹.

“재능이없다.재능이없다라···.”

엘프노인은뒷말을흐렸다.

“그런데도저에게데려오셨다는건무슨이유가있는것이겠지요.뭐,섭섭한것이있다면저보다먼저그아이를찾아갔다는점입니다.”

냐옹.

“인간은인간에게배우는게옳다라니.맞는말씀입니다만···.”

엘프노인의고개가살짝기울었다.

“글쎄요.요새인간아이들중에서괜찮은아이가없으니원···.여하튼그럼저도그아이를한번시험해봐도괜찮겠는지요.”

아무리대단한마법사라고해도눈으로만보고평가할수있는건그리많지않았다.엘프노인이생각하기에는말이다.

마법에대한자질을알아보는데있어또마법만한게없었다.엘프노인은분명자신의파문제자보다자세하게알수있을것이라고고양이에게전했다.

냐옹.

고양이는상관없다고말했다.

*

쿵쿵.

엘프노인은바닥을두번내려찍었다.그러자엘프노인의바로앞에육각성이그려졌다.뒤이어각종부호가그육각성안과밖을채워나갔고,동시에모든걸포괄하는원이그려지며마법이완성되었다.

“고전적인방법이기는하지만,처음으로자질을시험하는데있어이것만한게없지요.”

마법진안에는불·물·바람·땅·어둠·빛을상징하는부호가새겨져있었다.

이것으로각속성에대해얼마만큼의이해와친화도가있는지,또어떠한감정이나의지를가지고있는지등다양한것들을한눈에알수있었다.

이시험용육각성은엘프노인이만든것이었다.사용할수있는사람도엘프노인뿐이었고.

고양이는자신의제자를툭툭건드렸다.

냐옹.

그리고저앞에있는마법진에손을올려보라말했다.

“으으···.”

제자는몸을파들파들떨었다.뭐라고표현은하지않았지만얼굴은겁에질려일그러져있었다.

엘프노인은어떤이유로청년이저런모습을보이는지알수없었다.그래서가만히있을뿐이었다.

냐옹.

고양이는할수있다는듯이다독였다.이어서제자가한걸음내밀때마다자신도한걸음씩내밀어마법진앞에도달했다.

스윽.

청년은억지로팔을내밀었다.숨을들이쉬고내쉰다음고양이의도움으로마력을불어넣었다.

츠츠측.

“흐음···.”

기대한것과달리별로 대단한일은일어나지않았다.

마법진에서부터어둠이흘러나와주변이조금어두워졌을뿐이었다.

“안타까운말이지만.”

캬악!

고양이는엘프노인의말을날카롭게끊었다. 잠시 닥치라는것처럼.

“허허···.”

엘프노인은웃음을흘렸다.고양이가화내는일은지금까지얼마없었으니말이다.

냐옹.

고양이는제자를쓰다듬으며뭐라고말했다.제자는고양이의말을듣고마법진에서손을땐다음품안에서무엇인가꺼냈다.

“그건···.”

엘프노인은눈을크게뜨고청년이꺼낸물건을자세히보았다.그것은동전이었다.별특이할것없는.

냐옹.

하지만고양이는제자에게연이어뭐라고말했다.그내용은엘프노인은알아들을수없는내용이었다.

팅!팽그르르···탁!

“호오.”

무엇을하든지어설펐던청년이깔끔하게코인토스를했다.엘프노인은청년이 선보인 코인토스에 그의 인생이묻어나오는느낌을받았다. 겨우 코인 토스일 뿐인데 말이다.

‘허나그것으로대체뭐가달라진다는말이냐.’

라고엘프노인이생각했을때였다.

화르르륵!!!

“허업!!!”

육각성을기점으로강렬한불길이일어났다.믿을수없는일이었다.인간들이나드워프들이사용하는불보다훨씬뜨거운불이었다.

처음과는전혀달랐다.형편없던어둠은금세잊힐정도로주변의 온도가화끈하게달아올랐다.

“흐음!”

엘프노인은빠르게그불을억제하여자연에번지지않게하려고힘을썼다.지금상황을이해하려고애쓰며말이다.

‘대체어떻게···!’

단순히불에대해조금이해했다고는낼수없는화력이었다.불의정령의기운을물려받았거나,피부가타들어가는경험,불에대한간절함이동시에있어야나올수있는화력이었다.

“오오···타오르는태양과견주어도손색이없을정도입니다.”

엘프노인은불을완벽히제압하고자신의생각을그대로입밖으로꺼냈다.감탄과함께.

제자에대한칭찬에고양이는입가를올려미소지었다.이어서제자만이알아들을수있는말을반복하였고,제자는계속동전을던지며 육각성에손을뻗어엘프노인을계속놀라게했다.

“오오오!순수하고맑은물의축복까지!”

“오오오오오!눈부시고성스러운빛이여!”

“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

나중에는감탄밖에나오지않게되었을때.

“프리실라님!제자를저에게주십시오!”

엘프노인이재빨리고개를숙이고부탁했다.

캬악!

“그러지말고제가잘키워보겠습니다!방금인간은인간에게서배우는게옳다,라고말씀하시지않았습니까!”

고양이가역정을내자엘프노인은애를써서설득을시도했다.

“제가비록하이엘프일지언정프리실라님보다는더인간에가까운크허억!”

이내고양이의냥냥펀치세례에말은끊길수밖에없었다.자비없는노인공격이었다.

*

고양이와엘프노인은한제자를두고합의를봤다.고양이가스승역할을맡고하이엘프는할아버지역할을맡는걸로.

둘은정성껏제자를길러나갔다.언어를가르치는것부터사고를원래대로돌아오게만드는것까지.

시간은계속흘러갔지만둘은시간가는줄도모르고제자를가르쳤다.하지만결국크나큰문제앞에직면할수밖에없게됐다.

“계속과거의 기억에사로잡힌나머지더악한감정이연쇄되어만들어지기를반복하는군요.”

냐옹.

“감정제어반지라.확실히그방법밖에없을것같습니다만그렇게해서는···.”

엘프노인은말을살짝멈추고고양이를쳐다보았다.고양이는그대로진행하라는듯이엘프노인을마주보았다.

마법이란,사용자의정신에근거해서나타나는것이었다.

감정제어반지를이용해서정신이되돌아오게한후재활한다한들, 망가진 기억이알맞게짜맞춰지면서과거를올바르게회상할수있게된다는확신은없었다.

또다양한감정을느끼는걸억제하면새로운문제가생겨날것이었고.

이내어느순간마법의성장이,아니,인간으로서의성장이멈춰버릴터.

냐옹.

고양이는그문제는자신이나중에해결하겠다고말하며일단진행시키라전했다.

엘프노인도그수밖에없다고생각했고,재빨리친한고대드워프한테감정제어반지에대한의뢰를맡겼다.소설을집필하여인세로받은수많은 금을사용하여말이다.

고대드워프는그런꺼림칙한물건을왜만들어야하는지물었으나,결국압도적인돈앞에굴복했다.

*

고양이는감정제어반지가제자의손에채워지자마자이곳저곳을같이돌아다녔다.

기억은영혼과관계가있었으니동쪽에서가장용한영매사를찾아가보기도하고,마족임에도불구하고마족으로서의굴레를벗어던지는데성공한마족을찾아가보기도했다.

그리고전부생각대로되지않은나머지,분노라는감정을쏟아내면기억을정돈할수있을까하여,그방면전문가인껄렁한금발머리태닝양아치를찾아가기도했다.

그러나누구를찾아가든제자의기억은질서정연해지지않았다.

결국고양이는제자의아픈기억들을봉인시켜놓고하나하나해결하기로결심했다.그리고그결심이서자마자엘프노인과의논했고.

*

“안됩니다!!!”

엘프노인은크게소리쳤다.

“너무위험합니다!어찌제손주를보호자없이허허벌판에던져놓으시려는겁니까!”

캬악!

고양이는자신의제자이기도하다말했다.하지만엘프노인은계속자신의의견을밀어붙였다.

“아무튼안됩니다!프리실라님도잘알지않습니까!그학원도시라는곳은약아빠진놈이주인이라는것을!무엇보다어디다치기라도한다면···아아.”

탄식하는엘프노인.고양이는그도시가제자가성장하기에가장좋을 것같다는의견을계속내놓았고,결국기나긴토의끝에엘프노인과합의를봤다.

아서가7서클에도달해서자신의몸을위기없이지켜낼 수있게되면그렇게하기로.

7서클이면 세계에열명도되지않는대마법사지만말이다.

*

또몇십년이지나,아서가7서클을달성하고완전히떠날때가왔다.

그간 아서가 세계수의쉼터에만있던것은아니었지만,세계수의쉼터는아서에게또하나의고향이되어있었다.

“아서야.”

“네,선생님.”

“할아버지.”

“···할아버지.”

엘프노인은흠흠하고목을가다듬은다음수염을쓰다듬으며말했다.

“세간에서는할아버지를세계수의이야기꾼이라고부른단다.알고있느냐?”

“네,알고있습니다.”

제자는고개를끄덕이면서대답했다.그에엘프노인은흡족한웃음을지으며말을계속했다.

“그리고그문장은나를8서클에올려놓아준마법의문장이기도하지.이 방대한 차원에영향을끼칠수있는존재가되었다는증표이기도하고.”

제자는엘프노인의말에묵묵히고개를끄덕였다.

“하면,너는세간에서단죄자라불리고있다들었다.”

“맞습니다.”

“그리고또고양이를데리고다니는것또한유명하지.”

엘프노인은잠시말을끊고숨을들이쉬었다.제자는엘프노인의입에서다음에나올말에집중했다.

엘프노인은더할나위없이진중하게이야기를꺼냈다.

“언젠가너도8서클에오르는날이올텐데···.그도달했을때의명칭은‘고양이의제자’ 가 어떻겠느냐?할아버지는꽤멋진이름이라고생각하는데.”

엘프노인은제자가처음세계수의쉼터에왔을때를회상했다.말도제대로못하고덩치가커진지금과는달리왜소했을때의기억을.

아름다운추억을하나의영상처럼머릿속에서재생시킨 후 눈을떠제자를보았다. 눈빛은 기대에 의해 반짝반짝 빛나고 있었다.

제자는 빙긋웃으며말했다.

“유치해요.”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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