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고양이의 제자-115화 (115/154)

〈 115화 〉 114화 ­ 오르시니 영애의 하루 (1)

* * *

응접실에는세명의여성이있었다.

우선이저택의주인,리체르카는가장안쪽에있는고급스러운의자에앉아있었다.의자는푹신한하얀색쿠션과금빛의테두리로이루어져있었다.

그녀의옆에는이번에오르시니가에서학원도시로이동해온메이드가서있었다.문가까이에는학원도시의여학생한명이서있었다.

창문을통해들어오는은은한달빛과화려한샹들리에의빛이리체르카에게비쳤다.

리체르카는위스키가담겨있는온더락글라스를살짝흔들었다.그러자안에있던얼음이달그락하고유리잔에부딪혀맑은소리를냈다.

“보고는잘들었습니다.그럼이만돌아가세요.”

리체르카는용무가끝났음을알리듯짧게말했다.

“오,오르시니님!”

문쪽에있던여학생은곧바로나가지않고다급하게리체르카를불렀다.얻고싶은것을얻지못한사람의표정이었다.

리체르카는그녀의부름에실눈이었던눈을눈동자가보이게살짝떴다.눈동자에는지루함과따분함이묻어나왔다.

“그···아닙니다.”

금세꼬리를내리는여학생.

‘재미없어.’

리체르카는그모습을보고생각했다.여학생은허리를굽혀인사하고,문을조심스레열며나갔다.

“아가씨.목욕물을받아놓았습니다.”

리체르카가생각에잠겨위스키를한잔마실때,옆에있던메이드가낮은목소리로말했다.리체르카는술잔을책상위에내려놓고일어섰다.

“잠시방에들렸다가가겠습니다.”

리체르카는그말과함께먼저응접실에서나갔다.메이드는고개를숙인다음그말을다른메이드들에게전달했다.

아서와의사건으로부터일주일이지났다.그동안리체르카와리체르카주변에는수많은변화가있었다.

가장큰건리체르카에게는이제로렌스가없다는것이었다.누구보다충직하고듬직했던늑대인간기사는영애를지키지못한죄로인해,가문으로이송되었다.

오르시니가의인물로서한번의패배는용납받지못하는일이었다.가문으로돌아가서처형당하지는않겠지만,그와상응되는처벌을받을터였다.

만약리체르카가정체모를누군가에게처녀를잃었으면,오르시니후작도가만히있지않았을터다.귀족가문의여식으로서가장중요한건처녀성이었으니.

두번째로큰변화는학원도시내의리체르카세력이었다.

리체르카가세력을키우던유일한이유는그저단죄자에게달콤한패배를맛보기위해서였다.이제단죄자를애타게찾지않게된만큼,처분하는건당연한수순이었다.

대신단죄자가사라진그빈자리에는아서가들어와버렸지만.

여하튼그세력을처리하는과정에서이사장의개입이굉장히많은부분을차지했다.너무오래고여버린그녀의세력은이사장이직접건드려야했을정도로복잡했으니까.

아지트였던대저택도처분했다.이제는수많은사람들을받아들일필요가없었기때문이다.

리체르카는처음매입했을때보다훨씬비싼가격으로대저택을처분한이후,검소한귀족이지낼법한저택으로이사했다.

스무명이넘는메이드들도대부분다시오르시니가로돌려보냈고,남아있거나새로들어온메이드들은총일곱명밖에남지않았다.

학원도시로메이드한명을들여올때마다어마무시한세금이붙었으니,그것또한여타귀족들에비하면많은편이었다.

마지막으로는.

“하아···.”

리체르카는오늘도아서에대해생각했다.1주전에있었던그사건때문이었다.

타인을굴복시키고겁탈하는그쾌감은이제1주전에있었던일에비하면밋밋할뿐이었다.

“...”

방금전무언가간절히원하던여학생을떠올렸다.볼이상기되면서다리를베베꼬는게분명성적쾌감을바라는눈빛이었다.

과거에심심풀이로조교했던여자애였지만,꽤괜찮은능력이있었기에아직도데리고있었다.

하지만만약주제도모르고원하는것을입밖으로꺼내는순간,그아이와의관계도정리할터다.

그렇게생각하면서리체르카는옷걸이에걸려있는양복을쳐다보았다.그양복은1주전에아서가리체르카에게벗어주었던양복이었다.

“아아···아서님.”

리체르카의입에서심취한목소리가절로흘러나왔다.그녀는양복으로다가가서킁킁하고냄새를맡았다.

이미메이드에게말해양복을세탁해놓았지만,그래도냄새를맡을때면과거의일이아른아른떠올랐다.

엉덩이를찰싹하고맞았던짜릿함.아무것도할수없는나머지바닥을기며간절하게애원했던굴욕감.강제로범해지는암컷으로서의쾌감.

“흐읏···♡”

리체르카의팬티 끝부분이점차젖어들기시작했다.

*

“···제가졌습니다.”

“수고하셨어요.”

리체르카는상대학생의목에겨누었던레이피어를회수했다.상대는크흑하고신음을흘리며몸을부들부들떨었다.

과거였으면나긋나긋하게다정한말한마디를거네며손을내밀어주었을터였지만,리체르카는이제그런쓸데없는배려를하지않았다.

모두에게얼음정령같이차갑게대할뿐이었다.

“저기오르시니님이지나가셔···!”

“아아···오늘도아름다워.”

리체르카가훈련장을나서자수많은사람들의시선이집중되었다.과거와같이동경과선망의감정이담겨있었다.

리체르카의인기와지위는그녀의세력이개박살나는사건이있었음에도불구하고,크게흔들리지않았다.심지어학생의회에서까지추방당했는데도말이다.

가장큰이유는리체르카가변함없이아름다운모습으로 통학했기때문이었다. 사건의주동자치고는너무나도가벼운처벌을받았으니 말이다.

떠도는소문으로는리체르카가이사장과담판을짓고합의를 봐서 일으킨사건을비밀로붙이는데성공했다는데,그사건에대한얘기는단순히리체르카가주동자라는것만알뿐정확한내용까지아는사람은 단 한명도없었다.

이사장이직접나서서입막음하고기억을없앤탓이다.

오히려 과거와는 달리 쓸데없는학생들을주렁주렁데리고다니지않고,혼자고고하고우아하게다닌다고해서그녀의인기는 하늘로 더 치솟고있었다.

“진짜범접불가다.사람이무슨오오라가나오는것같냐.”

“진짜오르시니님이랑악수한번만하고싶다.평생손안씻을자신있는데.”

“으···드러운새끼.”

리체르카와의거리가멀어지니수군거리는남학생들.몇몇은찰칵하고그녀의사진을찍어서단체톡방에올리거나개인적으로소장했다.

학생1:리체르카랑결혼마렵다.

학생2:ㄹㅇ팬티한번만스읍하면무호흡무발기사정씹가능할듯후...

학생3:나라면평생발닦개씹가능ㅋㅋㅋ

학생4:나는애정을담아진심교배프레스까지씹씹가능ㅇㅇ그리고장기다팔아서평생행복하게해줄자신까지있다ㅅㄱ

학생3:ㅂㅅㅋㅋㅋㅋㅋㅋㅋㅋㅋ

학생1:섹스

학생2:우하하하!팡파레~~!!!

오늘도 단체 톡방에서 리체르카를주제로저질스러운대화를나누는남학생들이었다.하지만그들이실제그일을실행에옮길일은전혀없을터였다.

“...”

리체르카의옆에는무시무시한컴뱃메이드가있었으니까.

리체르카의컴뱃메이드는실실웃고있는남학생들을스윽훑어보았다.그러자남학생들은몸을움찔거리며무안한 나머지 휘파람을불거나눈동자를피했다.

마치커다란육식동물앞에 놓인초식동물과같은행동이었다.

“아가씨.”

“내버려두세요.하찮은일에관심을가진다는것자체가시간낭비니까.”

“알겠습니다.”

리체르카의말에컴뱃메이드는고개를숙였다.

현재리체르카의곁에있는컴뱃메이드는그녀를수호하던로렌스를대신해서온용병출신여인이었다.

이름은밀레나.탄탄한구릿빛몸을가진그녀는오르시니가에서도꽤유명한 축에 속했다.

과거전장에서불리던이름은듀라한이었다.목쪽에한바퀴둘러져있는그녀의스크래치흉터가명칭의유래였다.

오르시니가의메이드치고는아름다운편이아니었지만,실력은로렌스보다윗줄이었다.애초에오르시니가에서세손가락안에드는강자이기도했고.

어떤무기든자유자재로쓸수있는밀레나.이런인물을딸에게쉽게보내준다는것자체만으로오르시니후작의딸사랑을엿볼수있었다.

덜컥.

밀레나는최대한소리가나지않게차뒷문을열었다.리체르카는품위있게좌석에앉았고밀레나는조용히뒷문을닫았다.

이어서밀레나는운전석에앉고입을열었다.

“오늘도이사장실로가면되겠습니까?”

“네,그렇게해주세요.”

리체르카는창문을보고건성으로대답했다.밀레나는리체르카가보든,보지않든,고개를짧게끄덕이고조심히차를몰았다.

리체르카와이사장의만남은꽤오래된일과였다.그사건이후로이사장도,리체르카도,서로가서로에게묻고싶은일을묻거나가벼운잡담같은것을즐겼다.

주내용은 아서에대한것이었고.

물론이사장은언제까지고리체르카를붙잡고있을생각이없었다.리체르카도슬슬의미없어져가는만남에질려가고있었다.

그래서루미너스관으로들어가는과정속에서리체르카는시큰둥한표정을감추지않았다.

“후···.”

밀레나는차를주차해놓은다음담배를태웠다.용병생활때부터피웠던담배는그녀에게일상이되어있었다.리체르카를호위하게된후부터는전자담배가강제되었지만.

그렇게연기로폐를녹이고산책을한다음,핸드폰을바라보고있을때였다.

“밀레나!!!”

멀리있는루미너스관에서나오는리체르카가밀레나에게크게외쳤다.밀레나는눈을동그랗게뜨며입을벌렸다.

지금까지리체르카가다급하게행동하는것은물론,큰소리로외친것을단한번도본적이없었기때문이다.

“네,아가씨.”

“당장차준비하세요!”

“목적지는.”

“집입니다!”

“그럼이후약속은···.”

“모두취소하세요!”

“알겠습니다.”

무슨바람이불었던것일까.

아니,이사장이아가씨에게무슨바람을불어넣은걸까.

밀레나는 의문을가지고운전대를잡았으나 답을들을수는없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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