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고양이의 제자-118화 (118/154)

〈 118화 〉 117화 ­ 신입 메이드의 기묘한 사건 (1)

* * *

“있잖아.”

모든메이드들과하우스키퍼가한자리에모여있을때,한메이드가옆에있는메이드에게말했다.

“요새아가씨가자위를너무많이하는것같지않아?”

달그락.

‘케흑,케흐흑.큭.’

그말을듣고있던밀레나는화들짝놀란 다음 기침이나올뻔한걸겨우참아냈다.

이어서입술을꽉깨물었다.대체무슨얘기를하는겁니까!하고묻고싶었다.하지만정작질문을들은메이드는걱정스럽다는듯이대답했다.

“맞아.조금걱정이야.다른소녀들보다성숙하셔서이번에도잘절제하실줄알았는데,오히려더 심해져가는것같기도하고.”

말을받은메이드가얕게한숨을내쉬었다.

“켈리,베티.”

이곳에서가장지위가높은하우스키퍼가입을열었다.밀레나는역시이런대화는따끔하게혼내는게맞지,라고생각했다.

그런데.

“아가씨께서어제흘리신애액과땀의양은어느정도나되죠?”

밀레나는기대를배신당했다.

“음···침대시트전체가애액과땀으로푹절여질정도였습니다.”

“그럼중요한순간에기력이부족할수도있는상황이올수도있겠군요.알리아,오늘은양배추와장어가듬뿍들어간요리로부탁드립니다.음료로는석류음료가좋겠군요.”

“알겠습니다.”

“...”

밀레나의머리로는따라가기힘든대화였다.

‘식사시간에왜아가씨자위얘기를···.’

메이드들은 자위라는 단어가 부끄러운 게 아니라 생각해서,아무렇지도않게그런대화를나누는게아니었다.하물며아가씨를흉보기위해그런대화를나누는건더더욱아니었고.

아가씨를위하는,아가씨만을생각하는마음이그들의마음속에서가장크기에식사자리에서도이런얘기를서슴없이나눌수있는것이었다.

과한충성심.그게오르시니가의오랜고용인들의특징이었다.

오르시니가는적에게굉장히냉혹하고엄격한잣대를들이댔지만,자신의밑에있는사람들에게는한없이너그러웠다.

특별하게커다란실수만하지않으면,고용인들뿐만아니라따르는귀족들까지 모두원하는것을얻을수있도록지원했다.

책임과성실함을강요하는대신그만큼챙겨주니,당근과채찍을다루는 데 있어 마술사같은 집안이라는것이다.

그중에서도아가씨를위해학원도시에남은메이드들은수준높은정예요원들이라할수있었다.리체르카가어떻게되든마지막까지따라갈자들로만구성되었으니까.

밀레나는전아가씨의기사,로렌스를대신해서급하게온후작의인물이었지만,아가씨와도연줄을만들수있으면좋겠다싶어이곳에지원했다.

‘그런데이런변태같은얘기를왜식사도중에까지꺼내냐고!’

바삭!

밀레나는바게트빵의끝자락을잘게깨무는걸로분노를표출했다.그순간고소한버터의풍미가입안에가득퍼져점점아무래도좋게느껴졌다.

‘그러고보니어제도늦게까지자위하셨지아마···.’

다른메이드들은아가씨가남긴흔적들로그일을확인했으나,밀레나는그저집안에만있는것만으로도대부분의소리가귀로들려왔다.

방음설비가최고급이라한들,항시온몸에마력을두르고있는그녀는초인적인감각을가지고있었다.

다행인 건, 포탄이빗발치는전장에비하면아가씨의신음소리는천사들의아카펠라와같다는 점이었다.자장가로써도될정도로.

“그럼오늘도아가씨를위한기도로일과를시작하도록하겠습니다.”

식사가끝나고하우스키퍼의말에모두두손을모아고개를숙였다.밀레나는아직그녀들을이해할수없었지만,이것이이집단의규율이었기에잠자코두손을모았다.

‘장어라···.’

남몰래입맛을다시면서.

*

“아가씨.오늘식사는어떻게하시겠습니까?”

“바로저택으로돌아가죠.”

“알겠습니다.”

리체르카는차뒷좌석에앉아서창문을바라보고있었다.초점은잡혀있지않았고무언가골똘히생각하는중이었다.그모습은단아해서살아있는인형같이아름다웠다.

밀레나는백미러로뒷좌석을힐끔바라보고는최대한조심히차를운전했다.아가씨의집중이깨지지않도록.

최근에아가씨가자위행위를그만두게되면서밀레나는훨씬편안한잠을잘수있게되었다.

동시에아가씨가무슨계획을저녁마다몰두해서짜고계시는걸보니,그것이기특해보이기까지했다.

하지만이또한문제가있었다.

바로식사가터무니없이간소해졌다는것이다.

‘아가씨가샌드위치로끼니를때우시는데,고용인인저희가더맛있는걸먹을수는없습니다.’

하우스키퍼가모두를모아놓고꺼낸말이었다.모든메이드들은그말에동의하듯힘차게고개를끄덕였다.결국불만을가진사람은 밀레나밖에없어보였다.

밀레나는오늘도다른메이드들과하우스키퍼몰레식사를하고들어가기로결심했다.

“흐음···.”

그동안리체르카는쉴새없이머리를굴리고있었다.리체르카가생각하는건당연히아서에대한것이었다.

저번그 검은 털짐승 영상이올라온이후학원도시여객선이항구에도착했을때,아서의행방이묘연해졌다들었다.

이사장은누군가그에대한직접적인질문이들어오면시치미를뚝떼며모른채하고있었고.분명알고있는눈치였지만.

이사장은아서의행방을리체르카에게도알려주지않았다.직접찾아보라는식으로말이다.

어느덧,이사장의대응에더더욱베일에감춰진마법사는학원도시를,아니세계전체를뜨겁게달구고있었다.

‘분명잠잠해지면스리슬쩍나타나시겠지만.’

리체르카는속으로한숨을내쉬며눈을슬쩍떴다.은은하게빛나는사파이어같은그녀의눈동자가창에비쳤다.

어디서부터찾을지부터어떤식말을걸지,그리고어떻게그를공략해나갈지리체르카는계속고민했다.

*

“떠올랐어요!”

모두가여유롭게쉬고있던주말점심.리체르카의환호성과함께그녀의방문이활짝열렸다.곧이어화려한미소로빙그르르돌며로비로내려왔다.

메이드들과하우스키퍼는리체르카가무엇을떠올렸는지알수없었다.그저기뻐하시는아가씨의모습을보고축하한다고말을건네며박수를쳤다.

밀레나도영혼을가지지않고적당히박수를치고있었다.하지만그이후,아가씨가보인행동에밀레나는없던존경심이단번에생겨났다.

“이카드로드시고싶은것들을잔뜩사오세요!”

번쩍눈을뜨는메이드들과하우스키퍼.마치욕망에굶주리고있던맹수와같은표정이었다.

한동안자신때문에메이드들과하우스키퍼가제대로먹지못하고있다는사실을알고있었던걸까.

하우스키퍼는자신들을챙겨주는아가씨의배려에감격스러워손수건으로눈물을닦고있었다.메이드들은까르르웃으며무엇을먹을지고민했다.

아가씨가저렇게말씀하시는것이면백화점에있는음식을싹다털어도웃으며넘어가실터였다.

허나그녀들도그런염치없는행동은생각지도않았다.주제에맞게참고있었던음식들과최고로먹고싶었던음식들을한곳에다가메모하기시작했다.

“부탁해요밀레나!”

“명을받겠습니다!”

이어서그메모지를건네받은밀레나는재빨리차에시동을걸었다.

빵빵!

도로대열에끼어들자마자경적을울리며거침없이나아가는고급세단.밀레나는맛있는음식에대한욕구를참을수없어최대한쌔게페달을밟았다.입에서는벌써침이줄줄흐르고있었다.

결국같은도로에서차를운전하는학생들이나교수들은그세단의가격을알아보고양보운전을강요받았다.

덜컥.삑삑!

밀레나는최대한얌전히차문을닫고잠금스위치를눌렀다.동시에오르시니가의명예가더럽혀지지않도록우아하게걸음을옮겼다.그러나그또한누군가에게는달리는것처럼보일정도로빠른걸음이었다.

착!착!

밀레나는망설임없이손을움직였다.맹금류가먹이를낚아채는모습과흡사했다.

“이거하고,저거하고,이거주세요.”

요리하고있던학생들에게도최대한또박또박발음하여말을건넸다.학생들은밀레나의모습을보고이메이드가왜이러지생각하며땀을삐질삐질흘렸다.

최고급사료만먹고자란소의비싼부위부터,이미잘만들어진각양각색의디저트들,그리고전세계를아우르는다양한음식들까지.밀레나는그전부를카트안에차곡차곡쌓아올렸다.

‘아···빨리가서먹고싶다.’

밀레나는카트를볼때마다흐뭇해지고입에침이고였다.이제하우스키퍼가요청한열대과일몇개만사면 저택으로 돌아갈수있었다.

과일코너에도착했을때밀레나는눈에마력을불어넣었다.가장신선한과일을찾기위해서였다.

하나하나카트위에담으며마지막으로멜론을잡으려하는순간이었다.

탁!

“...”

“...”

누군가가자신이잡으려는것과같은멜론에손을 얹었다.밀레나는어깨를으쓱이고멜론을자신쪽으로잡아당기려했다.하지만.

꾸욱.

“흠.”

상대쪽에서도쉽사리놓아주지않았다.그래서밀레나는잠시손을내려놓고몸을돌렸다.이어서말도하지않은채상대를바라보았다.

아니,정확히는내려다보았다.상대가그만큼작았기에.

다음으로 밀레나가한행위는가슴을펴는것이었다.그녀의가슴쪽리본에는오르시니가의문장이새겨져있었기때문이었다.

현재메이드학원에다니는메이드학생들을제외하고,어느귀족 자제에게 속해있는메이드일경우리본에가문의문장이새겨져있었다.

그리고오르시니가의문장은세계를통틀어서굉장히유명한축에속했다.아마이학생도자신의가슴에있는리본의문장을쳐다보자마자양보를.

“양보해주셔서감사합니다.”

“...”

상대였던학생은고개를살짝숙여자신의카트에멜론을 슉! 넣고유유자적히자리에서벗어났다.

‘뭐저런게다있어!!!’

밀레나의이마에는힘줄이빠직하고돋아났다.예상치못한일격에이를갈았다.

‘오르시니가문이무섭지도않은건가?’

밀레나는떠나는상대의뒷모습을뚫어져라지켜보았다.

푸석푸석한금색머릿결.사나운눈매를감추기위해서인지 금색체인안경을 착용하고 있었다.촌스러운케이프로몸을뒤덮고흐느적거리던꼬마아이였다.

이상한약초탄내가풍겨오는것과동시에,그래도나름똑똑한지자율학생교복을입고있었다.

밀레나는어쩔수없이두번째로신선했던멜론을집었다.그리고 애써 머릿속에서방금있었던일을잊었다.

'후···어린애에게 화내서 뭘 하겠다고. 내가 참자.'

그때까지만해도밀레나는모르고있었다.그꼬마아이가사실자신의주인이애타게찾고있던마법사라는것을.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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