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고양이의 제자-121화 (121/154)

〈 121화 〉 120화 ­ 솔직해진 아서 (2)

* * *

[오빠뭐해?]

[오빠잘있어?]

[오빠뭐먹었어?]

[오빠?]

[오빠왜답장안해?]

[오빠답장해줘.]

[오빠답장해.]

[오빠.]

[답장.]

[답.]

이후에도 메시지는 계속됐다.

등골이오싹할정도로소름이끼쳐몸을소스라쳤다.동시에놓쳐버린핸드폰은하늘높이솟아올랐다가중력에의해 떨어졌다.

풍덩.

“...”

바다에빠뜨려버린핸드폰.아서는난감한표정을지었다.안에있던데이터들이야어차피계정으로연동시켜서사용하는거였으니그렇다쳐도,쌍둥이에게곧바로답장하지못한다는사실과어떤답장을해야할지감이안잡히는것은해결되지않았기때문이다.

확실한건네네와언제쯤한번진중하게대화를나눠봐야겠다는생각이들었다는것이고.

‘이게며칠전여객선위에서의일인데···.’

아서는현장학습이끝난지금도쌍둥이들에게연락하지못하고있었다.

가장큰이유라면자매들에게연락을보내게될시,단죄자를찾으러온사람들에게들킬염려가있다는 점이었다.보이지않는곳에서어떤식으로,또몇명이감시하고있는지몰랐으니까.

아서하고쌍둥이자매가같이있는모습을본사람들이한두명이아니었기때문이다.

‘그렇게되면서로에게피해가이만저만이아니겠지.’

그런생각을하고나서또어느정도시간이흘렀다.

“아···.”

한동안만나지못했던자매들과만나는일이점점부담으로다가왔다.애초에꼬박꼬박연락을잘했으면괜찮은일이었는데.

하물며아서는핸드폰을붙잡고누군가와계속연락하는걸그다지좋아하지않았다.그렇기에이런일이발생한것이다.

그래,어제론과함께들었던재즈와같이자유로운영혼을가지고있었기에.

‘일단만나고나서생각하게.거기서얻어맞든,면전에서욕을듣든,심지어책임을강요당한다한들,시간이길어져나중에만났을때보다는더괜찮을걸세.’

“윽.”

몸이부들부들떠는아서.어젯밤론이내려준가르침이떠올랐다.기껏좋은조언을듣고도망설이고있다니.모든조언은행했을때빛을발하는법인데.

결국언제까지고미룰수없었다.아서는쌍둥이자매를가족과같이생각했다.

반쯤은해금된기억의영향이었으나,실제자매들하고어울리며그녀들과같이있는시간이꽤나편했다는걸깨달았다.

그녀들도싫어하기는커녕웃으면서자신과어울려주었고.

그러고보니무슨이유때문인지몰라도,쌍둥이들은자신들을낳아주신부모님에대한얘기는일절꺼내지않았다.

예전에얼핏지나가는투로언급이되려했을때.

‘오빠.그얘기는그만하자.’

네네에게서싸늘한반응이돌아왔을뿐이었다.목소리는밝은데도불구하고원수를언급하는스산함이었다.그이후로최대한언급되지않게말을조심히가려서하고있었다.

‘결국부모님과의관계가그녀들의애정결핍과연관되어있겠지.’

아서는 여러 문제에 대한 마땅한 해결법이 떠오르지 않아 자신의머리털을쥐어뜯었다.곧이어가게에서음식이나왔는데도숟가락을건드리지도못하고눈을질끈감고 있을 뿐이었다.

‘판단하자.판단하자.’

판단마법이필요했다.

어느때보다간절하게.

그때였다.

“아서. 밥.”

“···미츠키, 여긴저희집이아니라가게예요.”

“그게아니라밥이나왔으면밥을먹으라는뜻이다.”

아서는그말을들으며고개를살짝들어올렸다.그러자눈에양소매에두손을넣고팔짱끼고있는미츠키가들어왔다.미츠키는아서가식기를들때까지음식을입에대지않고있었다.그녀나름대로걱정하고있었던걸까.

“아.”

아서는탄성을내뱉었다.

요지부동한미츠키의모습을보니해야할일은하나밖에없다는걸깨달았다.망설일필요는처음부터없었다.

“먹을게요.”

“그래.”

아서는미츠키에게대답한다음숟가락을옮겼다.그제야미츠키도식사를시작했다.

서로식사를마친후아서는이사장에게메시지를 보냈다. 부탁하는 것들을 담아서. 루미너스관에자리를마련해달라는 것과함께쌍둥이들을불러달라는 내용이었다.

“그것보다미츠키.”

“응?”

“요즘제가계속밥을사드리는것같은데.”

“잘먹었습니다.”

“하···네.”

순간아서는친구라는명목으로돈을갈취당하는게아닌가생각했다.

*

루미너스관의세세한구조를알고있는사람은이사장밖에없었다.

다양한공간마법이작동하고있었기에제대로된경로를알지못할경우,자연스레루미너스관밖으로걸어나가게되거나미아가돼버리는구조였다.

물론이얘기는학생들과조교그리고교수들이일하는층과는관계가없었다.그것들은다엘리베이터를이용하면되었으니까.

지금서술한루미너스관은그러니까,이사장만이이용하는계단을이용하게되었을때의얘기다.

“이사장님···여기에오면진짜오빠를볼수있는거예요?”

평소에는아무한테나활발하고사교성있게대하는네네가이사장에게는조심스레물었다.

“네,맞아요.아서군이루미너스관에서자리를마련해달라부탁했거든요.”

이사장은누구에게나변함없었다.능글맞게웃으며기름낀것같이느끼한목소리로네네에게대답했다.

“목숨을잃을정도로위험한곳은아니니 너무 걱정하지않으셔도됩니다!아,그렇다고옆배경을 뚫어져라보시지는마시고.”

꺄아아아아!

이사장의말이기묘한비명소리에의끊겼다.

“힉!”

쌍둥이들은헛바람을들이키며서로를끌어안았다.가끔씩해골이딱딱거리는소리가들리기도하고,누군가에게주시당하는느낌을받기도하고,계단이있는이공간은제정신을유지하기힘든장소였다.

우주를연상케하는어두껌껌한배경과더불어다양한별들이반짝였다.이공간에는오직내려갈수있는빛나는계단하나만이 존재했다.

피네는혹시실수로떨어지면어떻게되는건가싶어손을허공에내밀어봤다.허나이사장은이미그녀들의안전을위해손을써놓은상태였다.피네가손을뻗었던노력은무색하게투명한장벽에의해튕겨져나왔다.

그렇게서로말도하지않고묵묵히계단만밟았을때였다.

“아,여깁니다.”

이사장이침묵을깨고말문을열었다.하지만주변에아무것도없었다.그저이사장이계단에딱멈춰섰을뿐이다.

쌍둥이들은공포에젖어주변을두리번거렸으나아무문이나장치도발견할수없었다.

그순간.

톡톡.

이사장이하얀지팡이로바닥을몇번두들겼다.쿠구궁!하는소리와함께이사장바로앞에있는계단에서검은색문이생겨났다.

검은색테두리와대조적으로하얀빛이흘러나오는문.어서들어오라는듯이네네와피네를부르고있는듯했다.

“이앞에아서군이있습니다.”

“정말인가요···?”

“그럼요!”

의아하게묻는피네에게이사장이고개를끄덕이며말했다.하지만 그 대답에도쌍둥이는의심을풀지않았다.네네는움직이지않고이사장을힐끔쳐다보기만할뿐이었다.

“자자,걱정하지마시고얼른,얼른들어가세요.”

이사장의재촉에쌍둥이들은미심쩍은눈초리를보냈다.마치과자집이마녀의집이라는사실을알게됐는데,들어가라고강요받는어린아이들같았다.

“아니,계속그런눈으로바라보지말아주세요.제가마치나쁜사람같지않습니까!”

“히익!”

이번에도몸을움찔떠는쌍둥이들.이사장이한숨을옅게내쉬며바라만보고있자,쌍둥이들은겁먹은토끼처럼오밀조밀계단을밟았다.

이어서이사장이옆으로몸을돌려길을내주며,자매는이사장보다더앞으로걸어갈수있게되었다.

“...”

피네가뒤로살짝고개를돌려이사장을보았을때,이사장은마냥웃고있을뿐이었다.

어차피피네는자신들이이사장을거역할힘따위없는걸알고있었다.그래서네네와함께손잡고문안으로들어갔다.

*

그녀들이검은문을통해들어간공간에는식물원이있었다.방금전까지는정체모를무서운공간에있었던것에반해,지금은따스한햇볕과자연이그녀들을맞이해주었다.

새푸른초목이푸릇푸릇하게피워오르고물이졸졸흐르는소리가들렸다.네네와피네는서로를마주보고눈을동그랗게떴다.

식물원안쪽으로가는길은하나뿐이었다.드문드문바닥에박혀있는나무판자는마치이쪽으로오라는듯일렬로박혀있었다.

네네와피네는그안내를거부하지않았다.각자자신들의무기를손잡이에올린채한걸음한걸음앞으로나아갔다.

처음보는식물들.상쾌한피톤치드냄새가그녀들을반겼다.달달하고향긋한꽃의냄새가섞여있기도하고,조그마한소동물들이보이기도했다.

식물원은투명한유리로안과밖을나누는경계를세우고있었으나,그투명한유리는관리를하지않은것처럼간간히구멍이뚫려있고이끼가껴있었다.그구멍으로소동물들이들락날락거리니정말로자연과어우러져있는식물원그자체였다.

네네와피네는걸으면걸을수록더이상미지의공포를느끼지않게되었다.이내식물원의신비함과맑은공기를즐기고있을무렵이었다.

“···!”

어느순간그녀들의눈에흐릿하게익숙한남성의모습이들어왔다.

그남성의앞에있는테이블에는김이모락모락피어오르는홍차와신문이놓여있었다.또한파이프를입에물고있었는데,진정이안되는듯다리를달달떨고있었다.

“선생님!”

피네는남성을향해크게외쳤다.그목소리를들은남성,그러니까아서는피네를바라보고자리에서일어나며활짝웃었다.

“선생님···?”

피네는뭔가자신이알고있는아서와지금눈앞에보이는아서가다른것같다는느낌을받았다.

“왔군요.”

하지만아서만의부드러운어조와독특한발음은피네를안심케했다.곧바로의혹을풀고아서에게조금씩다가가려는차였다.

“이제서야우리를만나주는거야?”

허나네네는피네와달랐다.

그자리에우뚝멈춰서서지금까지들어보지못한차가운음성을흘리고 눈을치켜뜨고있었다.

“어···.”

아서는불안한마음을가지고있었다.만나고싶은사람을만나지못하고있는그기분을알고있었기때문이다.지금도스승님을그리워하는것처럼.

그래도이순간만큼은 기대하고 있었다.언제만날지모르는스승님과는달리,이아이들은지금눈앞에보였으니까.

“우리를잊고살아가니행복했어?”

하지만네네의태도에의해아서의억장이단번에무너져 내렸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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