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고양이의 제자-122화 (122/154)

〈 122화 〉 121화 ­ 솔직해진 아서와 쌍둥이 자매 (3)

* * *

“언니!이거오빠아니야?!”

아서가현장학습을떠난지얼마되지않았을때다.네네가힘차고활기차게 말했다.이어서싱글벙글웃으며피네에게핸드폰을들이댔다.

“···그렇네.”

피네는눈앞에온화면을네네와같이보며짧게대답했다.화면에는아서하고두용병교수가싸우는모습이나오고있었다.영상이진행될수록자매의입꼬리는점점올라갔다.

한동안보지못했던아서를본것도있었지만,아서가싸움에서이기고있었기때문이다.

‘그런데왜다른교수님들과싸우고계신걸까.’

순간피네는사소한의문이머릿속에떠올랐다.허나그의문은얼마안가금방사라졌다.

어차피경기는아서가이겼을뿐더러,피네는아서가자기앞가림은제대로하는사람인걸알고있었다.결국자신이참견할일이아니라생각한것이다.

그렇게네네와피네는그영상을몇번,아니몇십번을반복해서보며일주일정도를기다렸다.

그녀들은아서가있는생활과없는생활이시간가는게다르게느껴졌다.

아서가있을때는한시간도일분일초처럼느껴졌는데,아서가없는시간은1주가한달처럼느껴졌으니.

“응···?언니왔어?”

네네는때때로멍한표정으로창밖을보고있었다.목소리에는힘이없고눈동자는공허함이담겨있었다.

처음에는네네도핸드폰을붙잡고아서에게무슨메시지를계속보냈다.그런데답장을받지못했던걸까.

갑자기평소에는하지않는행동을하기시작했다.불안해서다리를떨고있거나잠을제대로자지못하는등등.

결국지금은달관한눈빛을띄고있었다.

아니,체념이라고표현하는게더옳을것이다.

“선생님이분명핸드폰을볼수없을정도로바쁜시간을보내고있는걸거야.”

피네는네네를위로하듯말을건넸다.

“···맞아.나도그렇게생각해.헤헤.”

네네도언니가걱정하지않게어색하게웃었다.

그렇게어느덧2주가흘렀다.

“언니!내일이면오빠가돌아와!”

“응,알고있어.”

네네는집으로돌아오자마자밝게웃었다.칙칙한회색빛으로물들었던 네네의얼굴은생기를되찾아가고있었다.

피네는 네네에게차분히대답했다.하지만 차분한 목소리와는달리,피네또한아서가오기를기대하고있었다.

피네는한동안몸에좋지않은음식들만잔뜩먹은네네를위해 건강한야채들로저녁식사를구성했다.

내일아서가돌아온다는일정때문일까.네네는자신의입으로들어가는 것이 야채인지도모르게맛있게먹고있었다.

그때였다.

달그락.

“무슨일이야네네···?”

밥을먹다말고포크를떨어트리는네네.시선은핸드폰에고정되어있었다.

피네는그자리에서얼음처럼굳어버린네네를애써건드리지않았다.자신이직접일어서서네네에게다가가,네네가바라보고있던핸드폰을같이바라봤다.

【마법천재고프교수를이긴의문의마법교수의속사정】

[저외모는마법을잘할수밖에없는외모지.]

ㄴ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ㄴㄹㅇ금지된정신마법익힌거아님?개부럽네ㅅㅂ

ㄴ그런말하다잡혀간다...조시메라.

[제꼬삼!!!제꼬삼!!!제꼬삼!!!]

[나여자인데~솔직히여자쪽이아까운것같에.]

ㄴ너아니어도모두가그렇게생각하는중임ㅅㄱㅋㅋ

네네가바라보고있던핸드폰에는 처음보는 수인여성이아서를끌어안고있었다.

“...”

네네는침묵을유지했다.눈에는핏대가서있었다.이는꽉깨물고있었으며두주먹또한떨리고있었다.

피네는그런네네에게말을건네지않았다.

정확히는피네또한 누군가를 위로하고싶은 마음이 생기지 않았다.

뭐라말로형연할수없는이감정은···.

배신감이라고해야할까.

아니면아쉬움?

혹은분노?

질투.

그래,질투가맞는것같았다.

그날밤,무엇이되었든두자매는하루빨리아서를만나고싶다는생각뿐이었다.

*

“아서군이요?그에게잠시곤란한사정이생겼어요.네.”

하지만쌍둥이자매의예상과는다르게아서는자취를감췄다.둘이이사장에게힘겹게질문했을때도이사장은간략히,그리고덤덤하게대답해줄뿐이었다.자세하게설명해주지않고.

네네와피네는아서가담당했던교화부학생들을이사장몰래 찾아가보기도했다.하지만하나같이이상한애들이었던만큼시원스럽게대답해주는애들은없었다.

네네와피네의대화는그렇게한동안단절됐다.

같이다니기는했으나서로 먼저 입을여는일은없었다.

“네아탄네르학생···?그만하는게좋지않을까요?”

“네!”

네네는쌓이는스트레스를다른학생들에게풀고있었다.입가에는미소를띠고있었으나하는행동은잔인했다.마치아서를만나기전과다를바가없는것처럼.

“...”

피네는굳이네네를말리지않았다.

여동생의인생은여동생의것이었다.

굳이간섭할생각따위들지않았다.

자신의마음속에그럴여유도없었고.

그렇게 피네는 자신들이, 이 세상에서 살아가봤자 무슨 의미가 있는 걸까,하고 생각했던그시절로돌아가게되는 건가 생각했다.

진심으로웃음이나오지않는다.과거를,아니, 선생님을 그리워하며그를떠올릴때면 마음이 너무나도 아팠다.

무미건조해져간다.문득이세상이망해버렸으면좋겠다는생각이들었다.그수인여자가누구든지간에찾아서가죽을벗겨버리고싶다는잔인한생각도했다.하지만그녀마저선생님과같이종적을감추었다.

이제는돌아오지않는걸까.

선생님과있었던시절은환상같은거였던걸까.

우리들은진심으로선생님을대하고있었는데,그에게있어우리들은진심으로대하던관계가아니었던걸까?

부정적인감정이마음을좀먹고있던어느순간이었다.이사장님에게서전화가걸려왔다.

“쌍둥이자매여러분.아서군이만나자고하는데,만날생각 있으신가요?”

*

“귀찮은우리들이랑떨어져있으니행복했냐고.”

어디서부터엇나간걸까.

누구의잘못일까.

“그러니까···.”

아서는식은땀을뻘뻘흘리면서도애써입을열려시도했다.하지만.

“문자를보냈는데답도하지않고,이사장님한테여쭤봐도모른다고대답하시고,우리가얼마나걱정했는줄알아?”

네네는아서에게기회도주지않았다.조용히,그리고날카롭게말을이어나갔다.

“그···.”

아서는계속쩔쩔맸다.

감정제어반지를착용하지도않았을 뿐더러,감정제어반지를착용했던시절을흉내내지않기로마음먹었기때문이다.그저솔직하게마음에서나오는대로행동했다.

“바보같은오빠···차라리,차라리!”

죽어버리지,라는말을이으려던찰나였다.말이목에막혀서제대로나오지않았다.

네네는갑작스레자신이하고자하는말이나오지않자당황했다.이내이를악물고얼굴이빨개지며눈가에는물방울이 그렁그렁 맺혔다.

네네또한아서를만나게 되자 반가운마음이 먼저 생겨났다.하지만이번에제대로얘기하지않으면다음에도이렇게무기력하게잊힌기분을당할까봐한소리하려던 것이었다.

그러나소중한사람이라고이미마음속에깊숙이새겨져버린만큼나쁜말은나오지않았다.

지금도아서가 슬픔에 잠긴 걸보고,이대로아서가다시떠나면어쩌지하는조마조마한마음이심장안쪽을파고들었다.

“네네!”

“됐어.이번기회에우리가오빠를좋아하는만큼,오빠는우리를좋아하지않았다는걸알게됐어.이제더이상귀찮게하지않을게.”

피네의다급한외침에네네는몸을움찔거린후조용히말을맺었다.

피네는한순간네네의눈에어두운음영이드러지는걸봤다.그럼에도피네는네네가방금한말이아서에게상처가될수있다는걸알았다.

피네는지금자신들에게아서가필요하다는사실을잘알고있었다.결국그가떠나면아쉬운건자신들이라는사실을말이다.

그래서네네에게는미안하지만입술을한번꽉깨문다음말을이었다.

“오빠에게지금뭐하는거야.당장사과해.”

“언니···?”

네네는피네가갑자기왜자신에게화내는걸까생각했다.

자신처럼계속오빠생각으로밤낮을지새웠으면서. 애써 잊으려고학생회일을더받아서몸을혹사시켰으면서.

분명같은처지를앓고있는, 동병상련이라생각했는데···.

피네는자신의행동에대한이유를설명하지않고,인상을쓴채네네를강제로사과시키기위해손을뻗었다.

탁!

하지만네네는피네의손길을뿌리쳤다.

“언니도애타게기다렸잖아!밤마다핸드폰을 붙잡고한숨을내쉬었잖아!왜우리만걱정해야하는건데.왜!”

“뭐···?”

자신을마주보고외치는네네의말에피네가흠칫떨었다.

“왜내가잘못한것처럼사과해야하는건데!어른들은항상그래!말만이렇게하겠다저렇게하겠다하고돌아오는건언제나변명뿐이야.”

“그만해!!!”

“지겹지도않게앞에서미안한척,마음아픈척,다하고결과는항상똑같다고!미안하면두번다시미안할짓을하지말란말이야!!!!”

“이게···!”

피네는쏜살같이네네에게손을뻗었다.누가봐도귀싸대기를때리려는모양새였다.

하지만그런다고네네가말을그만두거나하지않았다.한번끌어올려진밑바닥의감정은쉽게멈추지않는법이었으니까.

네네는자신에게다가오는손아귀를도끼눈을뜬채지켜보았다.그리고한대맞는순간언니에게도똑같이손찌검을할생각을했다.

그러나.

“죄송합니다.네네,피네.”

탁!

아서가피네의손바닥을마주잡았다.여동생을때리려던그행동은실패로돌아갔다.

피네는고개를서서히돌렸다.지금까지참고있던피네도슬슬짜증나기시작했다.네네도왜굳이말렸냐는듯이아서를째려봤다.

하지만.

“...”

“...”

그녀들앞에서있는남성은,그녀들이알고있는아서와전혀다른모습이었다.

느껴지는 감정부터 보여지는 표정까지.

아서는더없이서글픈표정을지은채그녀들앞에서있었다.

“어, 어?”

“선생···님?”

“···제가잘못했습니다.”

아서는무릎을꿇어앉는것과동시에 네네와 피네를 끌어안았다.맑았던하늘에서는구름이끼기시작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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