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고양이의 제자-123화 (123/154)

〈 123화 〉 122화 ­ 솔직해진 아서와 쌍둥이 자매 (4)

* * *

이사장이아서에게빌려준공간은마력을공급하는사람의심상에따라달라졌다.그래서아서는편안함을느낄수있는것과더불어아름답다는생각이절로날수있는정경을마음속으로그려냈다.

처음은쌍둥이들을오랜만에만난다는생각에불안하기도,초초하기도했다.그렇지만그만큼기분이들떴고이내쉽게진정되지않았다.

오랜만에만났는데실수할수는없는노릇이었다.

아서는어떤대화를할지머릿속으로이것저것구상하면서감정을차분히가라앉혔다.아름다운정경을계속그려내는것도잊지않았고.

하지만.

“이제서야우리를만나주는거야?”

네네의싸늘한한마디는아서의가슴에비수를꽂아넣었다.기대했었던일이쉽게일어날리는없었으나,그와정반대인일은아서의억장을무너트리기에충분했다.

“왜내가잘못한것처럼사과해야하는건데!어른들은항상그래!말만이렇게하겠다저렇게하겠다하고돌아오는건언제나변명뿐이야.”

“그만해!!!”

“지겹지도않게앞에서미안한척,마음아픈척,다하고결과는항상똑같다고!미안하면두번다시미안할짓을하지말란말이야!!!!”

“이게···!”

네네와피네가싸움을계속할때마다아서의태도가흐트러졌다.말끔하게정리되어있던머리카락은어느순간부터잔머리가튕겨져나왔고,깔끔했던옷매무새는금세주름이진것같았다.

아서는자신을기다렸을그녀들의과거가상상되었다.현재싸우고있는그녀들의감정이고스란히전해져 왔으니 말이다.

피네는네네를말리기위해발버둥치고있었다.하지만피네가느낀감정또한네네와별다를바없어보였다.

“아···.”

마음이아팠다.

단순히누군가에게연락하는게습관이되어있지않아서,혹은그과정이귀찮고복잡해서연락하지않았을뿐이었다.

그런데그것으로인해상처받고괴로워하는이들이있다는것을아서는지금에서야알게됐다.직접겪어보지못하면얻을수없는경험.깨달음이었다.

“···제가잘못했습니다.”

아서가무릎을꿇고쌍둥이들을안았다.먹구름이들이차며추적추적비가내리기시작했다.슬픔에젖은아서의심상이그대로구현된것이었다.

“오빠···그런다고···.”

네네는앙칼지게뭐라고말을내뱉으려했다.그러나아서의얼굴을보자그런말이나오지않았다.서글픔을담은아서의얼굴은눈물이흐르지는않았지만한껏일그러져있었다.

“선생님···.”

피네도아서의슬픔이그대로전해져와나지막이아서를불렀다.

고양이가영역다툼을하듯갸르릉거리던자매는어느새아서에의해자연스럽게중재되었다.

한동안아서는두자매를끌어안고있었다.아서는물론두자매도점점심장박동이내려갔다.

오히려쌍둥이자매가아서를달래는모양새가되었다.작은몸으로는아서를같이끌어안고,작은손으로토닥토닥아서의등을두들긴다.

서로대화가될수있게평정이찾아왔을때다.아서가먼저서서히입을열었다.

“저는저의사정을여러분들에게알려주는걸지금까지미루어왔습니다.”

“...”

“이번현장학습뿐만이아니라,그저신뢰관계가생기면평소에도말할수있는것들을말입니다.”

아서는조용히말을계속했다.쌍둥이자매는차가운비가몸에닿고있음에도,아서의말에만귀를기울여집중했다.

“네네,피네.저는누군가를대하는게익숙지않습니다.과거부터오랫동안누군가와교류했다한들,감정이생기지않는마도구를몇십년간착용하고있었기때문입니다.”

아서는잠시그녀들에게서몸을떨어트렸다.이어서이제괜찮아졌다는듯이입가를살짝올리고말을계속했다.

“최근에야그마도구를벗어던질수있었습니다.그래서처음느껴보는다양한감정에제대로된갈피를잡지못하고있었죠.네네와피네하고같이있으면서느껴지는감정에의해행복하기도했지만,처음느껴보는감정이기에두렵기도했습니다.”

“···거짓말하지마.”

네네는아서의말을부정했다.마음으로는진실이라는걸알아도투정을부리는것이었다.

아서는투정에화내지않고네네의머리에손을올렸다.이어서차분히쓰다듬었다.현장학습을떠나기전자주쓰다듬었던것과같이.

네네는아서의손길을거부하지않았다.익숙한손길을받아들이며몸을부르르떨었다.눈은새초롬하게뜨여져있었으나눈물이또르륵붉어진볼에흘러내리며차츰울먹이기시작했다.

“선생님···.”

아서는피네의머리도쓰다듬어주었다.피네는묵묵히입을닫고가만히있었지만심장이두근거리는걸참을수없었다.제발이강렬한고동이아서에게전달되지않기를마음속으로빌었다.

“네네,피네.”

“으응···.”

“네···선생님.”

처음과는확연히다른태도였다.사나웠던기세는온데간데없고얌전한소녀두명이그자리에있었다.

“저는여러분들을가족이라생각하고있습니다.”

“가,가족···?!”

쌍둥이들은동시에크게숨을들이켰다.얼굴은새빨게지고심장이터질듯이요동쳤다.입이근질근질해서아무말이나나올것같았다.

‘아무리그래도그건너무빠르잖아···!’

쌍둥이들의머릿속에똑같은기대가조금씩차올랐다.이어서둘다아서에게다음에할고백을빨리입밖으로꺼내달라고마음속으로애원했다.

하지만.

“네,저는여러분들을딸이라생각하니까요.”

아서가싱긋웃으면서말했다.

“하아···?

“...”

네네는짜증난다는듯이탄성을내뱉었다.피네도그럼그렇지,라고생각하며고개를절레절레흔들었다.

둘은아서에게있어 연인은 불가능하더라도, 최소한여동생같은관계는 될줄알았었다.

헌데딸이라니!

한순간에 네네와피네의마음이 차게식었다.이어서아서를동시에째려봤다.

“어···?”

아서는자매들이대체왜이러는건지싶어당황했다.예상했던것과는반응이확연히달랐기때문에.

“후흣.”

“흠흠.”

당황한아서의반응에네네와피네는다시활기를되찾기시작했다.

*

문제가 조금 해결된이후,다시구름이젖혀지고밝은해가모습을드러냈다.세차게불던차가운바람은잠잠해져갔으며,따듯한바람이살랑살랑찾아왔다.

“그러니까,오빠와연관되어잇었던사람들은전부감시당하고있을확률이높다는말이야?”

인상을쓴채아서에게질문하는네네.

“그렇습니다.”

아서는가볍게고개를끄덕였다.네네하고피네는아서와함께하얀식탁을중심으로둥글게앉아있었다.

“그걸우리보고그냥믿어달라는건아니지오빠?”

네네는아서에게증명해줄수단을요구했다.피네또한아서를똘망똘망하게바라보았다.

“잠시만기다려주세요.”

아서는시선을느끼며양복안쪽을뒤적거렸다.이어서아서가꺼낸건지갑이었다.그리고지갑속에서나온건헌터증명카드였다.

“은색이잖아···.”

은색은C등급과D등급사이를의미했다.별로대단할것은없었지만가장많은비중을차지하는것을물론,베테랑이라는걸증명해주는색깔이었다.

아서는시무룩한표정을지으며어깨를축늘어트린쌍둥이를보고옅게웃었다.뒤이어테이블위에헌터증명카드를올려놓고마력을불어넣었다.

그순간이었다.

번쩍!

아서가흘려보낸마력을머금더니이내빛을발하기시작한헌터증명카드.홀로그램을띄우며간략한정보를보고있는사람들로하여금전달해주고있었다.

“S,S급!S급이라고오?!”

“!!!”

네네는그광채를눈에담으며벌떡일어섰다.이어서벙어리처럼어버버거렸다.뒤이어눈으로보고도믿기지않아손을뻗어카드를계속만지작거렸다.

피네도네네가들고있는카드에고개를들이밀었다.신기하다는듯이눈을동그랗게뜨고입을벌렸다.

“진짜네···?”

네네는처음에카드의이곳저곳을관찰하며미심쩍은눈빛을보내기도했으나이내신뢰하게됐다.

“와···.”

피네도카드를들고감탄을터트리며만지작거리다가이내아서에게돌려주었다.

그리고그것을돌려주는순간부터,네네와피네는아서에게물어보고싶은것들을꾹참아냈다.

정보가뚜렷하게적혀있지않은S급헌터의일에관여하면,그때부터서로가곤란해질거라는걸 잘 알고있었기때문이다.

세계의백여명밖에없는S급헌터.그중에서도열명채안되는게미공개S급헌터였다.

두자매는 아서가 먼저 입을 열지 않는 미지의정보에 대해 굳이캐물을정도로멍청하지않았다.그저자신들에게미공개S급헌터카드를보여준아서를존중할생각이었다.

아서는카드를받아들였다.그리고자리에서일어나며입을열었다.

“자 그럼···.”

잠시뒷말을흘리는아서.쌍둥이들은벌써헤어져야할시간이온건가생각했다.그생각과함께둘다몸을떨었다.만난지얼마안된지금이별은너무나도아쉬웠으니까.

하지만.

“지금부터는지난한달간여러분들에게있었던일들에대해들어보도록할까요?”

아서는단순히대화를나누기전에마실차를타기위해서일어난것이었다.쌍둥이들은곧바로눈을 반짝이며대답했다.

“응!”

“네,선생님.”

*

아서는미츠키를만나며신뢰를배웠다.미츠키를만나기전까지의아서는누구도믿지않았다.하지만미츠키의무방비한모습에,자신을올곧게바라봐주는그모습에아서는처음으로누군가에게마음을열었다.

이후오르시니영애와의사건에서아서는 자신의모든일을굳이스스로해결하지않아도된다는것을배웠다.

힘들면누군가에게의지하고호소해도괜찮다는걸말이다.또자신의곁에는도와줄누군가가잔뜩있다는걸깨달았고.

뒤이어현장학습을통해서는성장하는아이들을바라보며사람은누구나성장할수있다는걸배웠다.

나이가 많든적든그런건중요하지않았다.자신이바뀌기를바란다면,간절함과노력만있으면누구든지원하는자신이되어갈수있음을아서는알게됐다.

그리고이모든일들은처음에쌍둥이를만나게되었기에,몇십년동안굳어있던감정을그녀들이흔들어주었기에일어난일이었다.

아서이야기의시초(??).

그것은스승님이떠나는것과동시에쌍둥이와의만남으로시작되었다.

“아서군,오랜만에만난그녀들하고는잘즐기셨나요?”

“어감이좀이상한것같습니다이사장님.”

아서가한달내로학원도시에서다시만날수있게노력하겠다고약속을한이후,쌍둥이들은이공간에서벗어났다.

쌍둥이들은오랜시간동안대화를나눴음에도 헤어질때 섭섭해했다.그래도아서와쌍둥이들 사이에는전에없던끈끈한연결고리가생겨나있었다.

“휴,이것으로조금이나마빚을갚을수있게되어다행이네요.”

이사장은다행이라는듯이한숨을내쉬었다.아서가성장의토대를마련해주었던교화부학생들,그옥석(??)들을갈고닦아준것만하더라도이사장에게큰 빚이있었기때문이다.

“그런데요아서군.”

이사장이아서에게활짝웃으며말을건넸다.변함없이더럽게잘생긴외모였다.

“갑자기저아이들에게장난치고싶어지는데···.”

난데없이이사장에게서흘러나오는악의.이사장은입가가찢어질듯이웃음을머금었다.

“야.”

그때였다.

“방금뭐라고했냐.”

아서가눈을서서히뜨며이사장을바라보았다.

“...”

아서를본이사장은섬뜩함을느꼈다.

차가운살기가흘러나왔다.수많은악인의사지를찢어죽였던단죄자의서슬퍼런눈이었다.

주먹은꽉쥐어져있었다.방금전까지자매의머리를쓰다듬어주었던자상한손이아닌,악인을짓이겨죽였던잔인한철퇴다.

“아하하하. 농담입니다, 농담.”

이사장은 재빨리 손사래를치며크게웃음을터트렸다.아서도이사장의행동에무엇인가깨닫고인상을팍찡그리며파이프를입에물었다.

방금이사장이보인행동은아서의반응을확인하기위함이었다.과거와는확연히다른반응말이다.그반응들로하여금이사장은아서가어느정도바뀌었는지를깨달았다.

연거푸 연기를 내뱉는아서.이사장이랑같이있으면피곤하고짜증이났다.

“아서군.그렇게 무서운 사람아니었잖아요.”

“오늘부터그렇게 무서운 사람이되기로 결정했습니다.”

이사장은아서를놀리듯이말했고,아서는냉정한얼굴로이사장을쳐다보지도않은채현재공간에서벗어났다.

“흐음.”

이사장은먼저말도없이나가는아서를보며생각했다.과연쌍둥이에게장난을치면아서가어떤식으로변할까하고.

결국뒤틀린성장을하게될거라는결론이나왔다. 이사장은피식실소를터트렸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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