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고양이의 제자-124화 (124/154)

〈 124화 〉 123화 ­ 불쾌한 만남 (1)

* * *

유려한곡선이다.

겉으로늠름한대장부같은분위기가풍겨져나왔지만,더할나위없이아름다운외모와육체였다.

가만히있는것만으로도주변을차분하게만드는힘.녹색빛의잔잔한분위기가흘러나와주변을조용히물들인다.

부드러운턱선과고운눈썹그리고평온한대지와같은눈동자.왼눈에옅게있는흉터마저그녀의미색을낮추지못했다.화려하지는않지만호쾌하고정갈한움직임은그녀의아름다움을드높였다.

미츠키는의자에서일어섰다.

풍만한가슴이자연스럽게흔들렸다.옷걸이에걸려있는겉옷을 손을뻗어잡은후단번에몸에둘렀다.

오른손으로는기다란검을들고어깨에맸다.그것을마지막으로미츠키는나갈준비를끝맞췄다.

“오늘도점심에아서와같이밥먹을거야?”

같은식탁에앉아토스트를깨작깨작먹고있던엠마가물었다.

“응.”

미츠키는당연하다는듯이고개를살짝끄덕였다.

“그래,오늘도조심하고.있다저녁에늦지않게돌아와.”

엠마는어머니들이평소자주할것같은말들을나열했다.미츠키는그런엠마의걱정이싫지않았다.이번에도느지막이고개를끄덕이며나막신을신고집을나섰다.

*

같은시각아서는신문을보고있었다.동시에커피를한잔마시면서오늘할일을머릿속으로계획했다.

아서가현재거점으로삼고있는장소는낡은엔틱가구들로꽉차있었다.이곳은스승님이학원도시에서시간강사를했던 시절,그녀와같이지냈던장소였다.

누구도쉽게찾아올수없도록비밀스럽고영구적인결계가잔뜩쳐져있었다.그래서가구들은먼지가 한가득 쌓여있었고,마당은잡초가무성했었다.

근방에편의시설은없었다.그저풀숲만이존재할뿐이었다.만약도보로다른건물을볼수있을때까지걸으면최소삼십분정도는걸어야했다.

스승님이랑함께했을무렵에는자동차를통근했었는데,아서는지금혼자인만큼산책하는기분으로학원도시를오고다녔다.

아서는자신을찾으러온사람들을피하기위해세가지정도를행했다.

처음은방금말한거주지였다.두번째로는외모와신분이었고,마지막세번째는.

‘오늘성녀님의일정이···.’

질서교단의성녀,예카테리나와마주치지않는것이었다.

학원도시에있을경우,단죄자를찾으러온많은사람들을거를수있었다.이사장님이앞장서서그들의불순한의도를판별하고학원도시에출입시키지않았기때문이다.

만약학원도시로들어왔다한들,프리실라가바꿔놓은아서의기억과마력그리고아서스스로가바꾼외모에의해,단죄자를찾으러온이들이단죄자를찾아내기란하늘의별따기에가까웠다.

그래도만약아서가이야기마법을사용하고다닌다면금방찾을수있을터다.문제는이제아서가이야기마법을사용하지않더라도다양한마법을구사할수있는점이었지만.

그렇게모든다양한요소를숨긴다해도조심해야하는게성녀였으니.

과거에같이활동했었던만큼,그녀는아서의발걸음소리,냄새,분위기등사소한것으로도의심하고찾아낼수있는능력을가지고있었다.

참으로까다로운여자가아닐수없었다.

덜컹.

아서도미츠키처럼준비를끝마치자마자집밖을나섰다.그리고쌍둥이와약속했었던내용을떠올렸다.

‘이제곧이주가다되어가는데···.’

한달내로다시학원도시에서만날수있게상황을만들어놓겠다고한약속을.

안타깝게도그상황을만들방법에대한실마리는아직도잡히지않았다.그래서아서는오늘도계속머리를굴렸다.

반드시성녀를쫓아낼방법을찾아내겠다고다짐하면서.

*

“와···색감봐.너무몽환적이다.”

“진짜선쓰는수준이우리랑다르지않냐?”

“쟤 이번에경매장에자기그림올려서30만포인트받았데.”

남학생들과여학생들이 한 곳에 모여웅성웅성거렸다.단한명을둘러싸고말이다.

“흥.”

그칭찬을귀에담고있던소년은잘난듯이콧방귀를내뿜었다.이어서우쭐거리며콧대를높였다.

뒤이어고개를살짝돌려구석에있던학생을쳐다보았다.

“...”

소년이쳐다본것은아서였다.자율학생신분으로그림을배우러온아서말이다.소년은아서를경계하고있었다.

‘자율학생이라길래 뭐라도되는줄알았건만.별거없네.’

소년은혼자마음속으로아서를무시하며자신의그림을계속그려나갔다.

스윽.슥.

캔버스에서눈을떼지않고계속손을움직이는아서.아서의현재신분은자율학생이었다.

자율학생이란,졸업기간내에자신이배우고싶은것중하나를이미다배웠으니,얼마든지졸업할수있는신분을가진학생들을말했다.

이미학원도시에서인정한엘리트라는인물.그게자율학생이다.

“흠···.”

아서는주변에신경쓰지않고자신의그림에만몰두했다.아서가하는건소묘였다.그저물체를눈에담고정밀하게표현하는기본중에기본.

그림을그리는학생이라면가장먼저하는훈련이다.아서는소묘를통해빛을이해하는것과동시에어떻게더세세하고입체적으로그릴수있을까고민했다.

그것도중급학원학생들사이에껴가지고.

그렇게수업시간이다가왔을때다.

드르륵.

“여러분자리에앉으세요.”

한명의뱀파이어가문을열고들어왔다.그녀는과거에아서를가르쳐주었던인물,베로니카였다.

그저조교에불과했던그녀는오르시니영애사건이후, 예술학원에서 조교수로 진급할수있게되었다.

아서는과거에베로니카에게좋은지도를받았던만큼또그녀를찾아와배움을청했다.

베로니카는처음아서가찾아왔을때,아서의필치를보고금방아서임을눈치챘다.허나아서의현재몰꼴을유심히관찰하더니이내묵묵히입을다물고그를가르쳤다.

다른사람들의붓질만보고도신음소리를흘리며다리를베베꼬는그녀였지만,그림과연관되지않은 일에는참으로현명한여성이었다.

“오늘은상급학원선배님께서참관하게되었어요.모두조용히예절을갖추고선배님을맞이해주세요.”

자리에앉아서도속닥속닥거리던학생들이금방합죽이가되었다.그들의눈은크게뜨여지고입은서서히벌려졌다.들어온사람의외모가너무나도아름다웠기에.

또각.또각.

“후배님들부담가지지마세요.저는궁금한것이있어서온것일뿐이니까요.여러분들의작업에크게방해하지않도록할테니교수님말씀잘들어주세요.”

교복이강제되는중급학생과는달리,사복을입을수있는상급학교학생.

양복을어깨에걸치고가슴에프릴이있는블라우스와고급스러운체크무늬스커트를입고있는그녀는리체르카오르시니였다.

귀족영애들중에서도차별될정도의빼어난외모를가진리체르카였다.품위있게스커트를살짝 들어올려학생들에게인사했다.

“후훗.”

이어서자연스럽게웃음을흘렸는데,그것을본남학생들은홀린듯이침을꿀꺽꿀꺽삼켰다. 동시에 가슴이두근 돼서참을수가없었다.

“크흠흠.”

아서를얕보면서콧대를높이던소년마저조숙한숙녀처럼긴장한채, 하던것을멈추고얌전히자리에앉아있었다.

스윽.슥.

“...”

금색체인안경을쓴소년,그러니까아서는혼자만이그저시큰둥하게리체르카를바라본다음하던것을계속할뿐이었다.

*

“흠.”

수업이시작되고베로니카와리체르카는각자이곳저곳에서 학생들의그림을둘러보았다.

얌전히뒤에서학생들이그림그리는걸지켜보다가금방자리를뜨는리체르카였다.

리체르카는그림을오랫동안지켜보지않았다.카메라로스냅샷을찍듯이찰칵하고눈에담은다음,다른그림으로넘어가기를반복했다.

‘아니야,아니야,이아이도아니야.’

그때였다.

“오르시니선배님.혹시제그림에부족한부분이있다면말씀해주실수있으신가요?”

아서를얕보던소년이었다.그는리체르카가자신에게다가왔을때질문을건넸다.소년은가슴을쫙펴며당당한태도를취하고있었다.

“잘모르겠네요.”

리체르카는소년에게티끌만큼도시선을주지않았다.차갑게말을내뱉고는관심없다는듯이곧바로발걸음을옮겼다.

“아···.”

소년은어안이벙벙했다.학원에서받아본적도없는무시를당했기때문이다.

정교수들도와서장래가기대된다는말을수차례 늘어놓았던 그였다.그래서미술에조예가깊다는리체르카에게도크나큰기대를가지고질문했었던것이었다.

소년은어깨를축늘어트리고리체르카를바라보았다.눈동자에는허망함이담겨있었다.

그순간이었다.리체르카는금색체인안경을쓴소년에게딱멈춰서있었다.

“흐음~.”

스윽.슥.

곁에누가오든지할것을하고있던아서.리체르카는유심히몇분간 아서를관찰했다.

“...”

뒤이어리체르카는확신했다는듯이허리를숙여아서의귓가에대고속삭였다.

“아서님.”

“...”

“저랑대화좀나눠주실래요?”

자그마한새의울음소리처럼좋은목소리였다.

“쟤 그냥매일기본기다지던자율학생이잖아.”

“아니,설마소묘에특별한게있던 거야?”

단순히리체르카가허리를숙였을뿐이었는데,교실에있던모든학생들의시선이모여있었다.

심지어베로니카까지관심을가지고있었다.아서는모두의이목이집중되는게느껴져불쾌했다.

“단죄자님~.”

아서가꿋꿋하게반응하지않자,리체르카는장난스럽게아서의귀에후~하고바람을불어넣었다.

그리고.

탁.

아서는잠시연필을내려놓고입을열었다.

“더방해하면사지를잘라버리겠습니다.”

“후훗.”

허리를숙이고있던리체르카는 험악한 욕설을듣고나서야허리를폈다. 이어서 고혹적인웃음을흘렸다.

드디어 애타게찾던아서를발견한것이다.리체르카는더할나위없이 황홀했다.

가차없는차가운말을들어도.

그가어린아이의모습을하고있어도.

누구보다아서를사랑하고있었으니까.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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