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27화 〉 126화 불쾌한 만남 (4)
* * *
“오늘그래서그오빠가있잖아.”
“응응,그런···어?”
세명의여학생이꺄르르웃으며대화를나누고있을때였다.갑자기한여학생이그자리에멈칫섰다.마치얼어붙은것처럼말이다.
“야,갑자기왜그래.”
다른여학생중한명이그모습을기이하게생각했다.그래서대체정면에뭐가있길래,하고고개를돌렸다.
“...”
다른여학생도마찬가지로그자리에얼어붙었다.험상궂은성기사들이자신들을노려보고있었기때문이다.
“···우리다른데로갈까?”
“그,그래!”
“응그러자!”
편하게대화를나누려고카페로이동중이던세여학생은호다닥도망치듯이카페를지나쳤다.성기사들은그녀들을끝까지주시했다.카페주인이알면피눈물을흘릴상황이었다.
“왜우리를보고도망칠까요?”
“아마도무기를들고있어서겠지.”
“···그렇겠죠?”
성기사단장과성기사는그런식으로둘러댔다.둘다자신들의외모가험상궂은걸알면서도애써외면하려는것이었다.
“단장님,아무이상없습니다.”
성기사중한명이주위를순찰하고와서성기사단장에게말했다.성기사단장은자신의턱수염을쓰다듬으며침음을흘린다.
“흠···.이상하군.”
“무엇이말입니까?”
“단죄자가껴있는일이이렇게순탄케진행될리없거든.”
“너무 거창하게 생각하시는거아닙니까?”
“아니,전혀그렇지않네.”
성기사단장은딱잘라말했다.손에들고있는대검으로는바닥을쿵쿵내려찍었다.신성력으로칼날을부드럽게감싸지않았으면땅바닥에흠집이생겼으리라.
“소문을알려고들어도,혹은소문을찾아추적하려고들어도,그가남겨놓은표식이나흔적은범상치않은것들뿐이었네.”
성기사단장은과거를떠올리며말을이었다.
“해를끼치려고하는건아닌데괴상한꿈을꾸게해서추적을그만두게한다던지,원래가려던방향과는다르게갑자기이상한방향으로가게된다던지.”
“에이. 역시 너무 과하게 생각하시는것같은데.”
젊은성기사가멋쩍은웃음을흘리며말했다.자신들은질서의교단,그것도성기사였다.하물며교단에서가장강한사람들중한명인성기사단장이그런말을하니,분명긴장을늦추지말라고경고하는거라생각했다.
하지만성기사단장은고개를천천히저은후말했다.
“아니,전혀과하지않아.단죄자가벌인일에신성력이빛을발하지못한경우가허다했으니까.원인은지금까지알수없었으나아마나의신앙심부족때문도있었겠지.”
성기사단장은그말이끝남과동시에질서의신에게성호를올렸다.다른성기사들도그의눈치를본다음같이성호를올린다.
실제로혼돈과무질서에대립하는 질서의신의신도였지만,결국그들도한낱인간일뿐이었다.신성력이있다한들,더강대한힘앞에무력한자들인것이다.
‘제발.이제좀떠나주었으면좋겠는데···.’
그리고그들을창문밖으로힐끔보고있던카페사장도강대한힘앞에무력한자였다.
*
카페2층으로질서의성녀예카테리나가올라왔다.예카테리나는비인간적인외모를가지고있었다.피의절반이천사의피로이루어진탓이다.
신성함이담겨있는백금발.조각같은눈썹과입술.귀가뾰족하지않았을뿐이지아름다움을상징하는엘프보다더아름다운외모였다.
그에반하여예카테리나의옷차림은사납기그지없었다.하얀색갑옷을입은성기사들과는다르게그녀가입고있는건검은수녀복이었다.문제는방탄조끼부터권총,등에는커다란샷건까지다양한무기들을몸에지니고있다는점이었다.
보이는것만으로도양다리홀스터에두개의권총이끼어져있었다.달려있는파우치와허리띠에는각종류탄과탄창들이존재했다.몸안쪽에도날카로운전투나이프를서너개숨겨놓았고.
“...”
밀레나는눈을크게뜨고리체르카의곁에서서무기를꽉잡았다.자신보다훨씬강해보이는성녀가눈앞에있었으니까.온몸에서땀이계속흘러나와몸을적셨다.
“흠.”
밀레나가그러거나말거나예카테리나는리체르카의반대편에털썩앉더니깎지를낀채몸을앞으로기울였다.그리고웃으며말문을열었다.
“단죄자의뜻을전해주겠다는메시지를받아서왔는데. 당신은누구죠?”
“만나서반갑습니다.질서의교단성녀님.저는리체르카오르시니입니다.오르시니가의장녀로서.”
“아뇨,그런건이미알고왔어요.그냥북쪽에있는쓰레기의자식중한명이잖아요.”
“...”
무턱대고거칠게말을내뱉는예카테리나였다.리체르카는이미그녀의성격을얼핏알고있었기에별다른반응을보이지않았다.
그저옆에서밀레나가부들부들몸을떨고있을뿐이었다.주인이가만히있는이상먼저나설수없는노릇이었다.나선다고무엇을할수있을거라는생각도들지않았고.
“제가묻는게뭔지알고있잖아요.”
예카테리나는어깨를으쓱거리며말했다.본래의그녀성격대로라면당장멱살을잡았을터였으나,아서가일에껴있는만큼최대한차분하게일을진행시키는것이다.자기딴에는.
“저는단죄자님의교섭인입니다.”
“교섭인이요?”
“네.그의의견을대신전해주는.”
“아서.”
예카테리나는이번에도리체르카의말을끊었다.단죄자의이름을나직이부르면서.
리체르카는자신의말이계속끊겼음에도여유롭게미소지으며커피잔을들어올렸다.
“···이대화듣고있지?”
예카테리나는느닷없이허공에말을내뱉었다.마치아서가듣고있다고확신하는듯했다.
“...”
그리고정확하게아서는예카테리나의말을그대로듣고있었다.눈으로는요나의도움을받아감시카메라와핸드폰을연동해현장을지켜보고,귀로는마력을불어넣어그들의대화에집중하고있었다.
그것도카페2층창고에숨어서.
“주변에있는거알아···빨리나와서모습을보여줘···.”
절박하게아서를부르는예카테리나였다.그태도는더없이간절했다.그녀가기도할때어떤목소리를낼까유추할수있을정도다.
하지만아서는반응하지않았다.자신이펼쳐놓은마법진안에서입을꾹다물고묵묵히핸드폰을바라본다.
“나이제담배도안피고욕도잘안해.응.임신했을때아기에게나쁜영향이갈만한건미리끊어야지.”
갑작스러운예카테리나의고백에밀레나의입이점점벌어졌다.리체르카도흥미를가지고예카테리나의말을주의깊게들었다.
“저번과같이어중간하게끝내지말고이번에는임신시켜줘아서.나,많이변했으니까.기쁜마음으로너의모든것을받아들일게.그리고이번에는진짜끝까지믿을테니까.그러니···평생나와함께.”
“아무리불러도단죄자님께서는나오지않으실겁니다.”
이번에는리체르카가예카테리나의말을끊었다.속내를알수없는미소와함께밝은목소리로.
스륵.
그말을듣고손깍지에머리를처박고있던예카테리나가고개를들어올렸다.눈은위로사납게치켜떴다.흘러나오는살기에밀레나는이를꽉깨물었다.
“단죄자님께서는성녀님과만나고싶어하지않으십니다.”
그러나리체르카는변함없이여유롭게얘기를진행시킨다.공포심을느끼지못하는것마냥.
“네가뭘안다고.”
“알고있습니다.저는아서님의교섭인이니까요.”
리체르카는왼손으로옆머리를살짝매만졌다.그모습에서너보다는내가더잘났다같은자신감이엿보였다.
“아서님은성녀님께서학원도시를떠나주시기를바라고계십니다.맞붙게되는순간, 서로는물론학원도시에도 피해가이만저만이아닐것같다, 라는 고민도하셨죠.”
“마치아서에대해다안다는듯이말하는군요.”
낮게깔린예카테리나의목소리.둘은만나고나서처음으로눈이맞았다.
“적어도성녀님보다는많이알고있습니다.”
위협에도불구하고리체르카는말을계속한다.
“웃기네요.”
“웃기는일이아닙니다.말그대로진실이니까요.”
리체르카는담담한태도를고수했다.아서에게만관심있던예카테리나의안중에리체르카가안으로들어오기시작했다.
“대충계산해도아서가학원도시에있었을시간은3개월이채안되는데,저보다아서에대해많이알고있다고말씀하시는건가요?”
예카테리나는리체르카에게부정적인의문을보냈다.실제로예카테리나는아서와과거동료였을뿐더러,같이대악마를소탕했던일이있었다.
같이 있던 시간은 1년 남짓 안 되는 짧은 시간이었다.그러나예카테리나는그것만해도눈앞에있는여자보다아서에대해더잘알고있을거라고굳게믿고있었다.
하지만리체르카는자신감을가지고말했다.
“그럼요.지금부터 성녀님이모를아서님에대해말씀해드리죠.”
“...”
어디한번말해보라는듯이예카테리나가지긋이리체르카를바라봤다.
동시에단한마디의거짓말도용서하지않겠다는듯이거친신성력이흘러나왔다.신성력은살기와섞여주변에넘실거렸다.
딱딱하게굳어버린분위기.차갑게노려보는예카테리나의거센기운과여유로운리체르카의부드러운기운이허공에서맞부딪혔다.
밀레나는성녀가돌발상황을했을시,재빨리대처할수있도록머릿속에서시뮬레이션을돌렸다.
지금이순간이밀레나의인생에서가장긴장감넘치는순간중하나가됐다.잡고있는무기를한층더쌔게쥐어잡았다.
질서의성녀답게거짓말이통하지않는예카테리나였다.이제부터는더더욱진실만을얘기해야하는상황이만들어진 것이다.
그리고이런상황에서라면아슬아슬한선타기가필수.한번의실수하면돌이킬수없는일이만들어질교섭의순간.
“흠흠.”
그럼에도리체르카는긴장하지않았다.
어렸을때부터수많은테이블을돌아다녔던만큼,눈치와혀를놀리는재주하나는타의추종을불허했기에.
이내자신이원하는상황을만들기위하여 입을열었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