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28화 〉 127화 불쾌한 만남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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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에서명성이드높은교단으로는세개의교단이존재했다.
사람들은각각교단들이추구하는방향에따라창조교단,신성교단,그리고질서의교단이라고간편하게이름을붙여불렀다.
재밌는건,각교단마다성녀를뽑는기준에있어굉장한차이가있다는것이다.
창조교단은무엇인가만들어내는능력과창조신의피조물로서아름다움을가장중요한기준으로삼았다.
신성교단은당연히신성력과깨끗한마음씨를제일로여겼다.
마지막으로질서의교단은힘을중시했다.질서라는걸유지하기위해서는압도적인강함이필수불가결이었으니까.
그래서질서의교단교황과성녀는대대로항상압도적인신성력혹은무력을지니고있었다.
예카테리나만해도순수인간이었던시절S급헌터반열에올랐으며,성녀가되고천사의피를절반받은지금은인간의범주를넘어선초인이었다.
“아서님께서는2세기전왕실에서쓰였던예법을사용하십니다.”
그리고앞에서태연하게입을여는리체르카는평범한인간이었고.그것도곱게자란귀족영애다.
하지만리체르카는주눅들지않았다.입가에기품있는미소를머금은채이야기를진행했다.
“흐음.”
미적지근한예카테리나의반응.
“처음보는사람과대면했을때고개를숙이는각도와식사를하실때나이프와포크를사용하시는걸유심히바라보면알수있죠.”
하지만미적지근한반응과는다르게귀를쫑긋세우고리체르카의말을집중해서들었다.
“기분이좋지않으시면인상을찡그리시는건성녀님도아시리라생각합니다.”
리체르카의말에예카테리나가짧게고개를주억거렸다.리체르카는그모습을끝까지지켜보고말을이었다.
“그런데인상을찡그리실때,왼쪽눈보다오른쪽눈이살짝더아래로치우쳐지시는건혹시아셨나요?”
“...”
예카테리나는몰랐던사실에눈을크게뜨며진짜그랬었나,하고아서의모습을떠올렸다.밀레나는그게대체뭐가중요한데요!라고 속으로생각했다.
“그리고점점기분이 더 안 좋아질수록, 눈도 더욱아래쪽으로치우쳐지시죠.”
둘의반응과는상관없이리체르카는쉬지않고말을계속한다.
“양복을고를때는마감처리를잘한양복을선호하십니다.옷감의재질은내구성보다부드럽고통기성이좋은재질을선호하시고요.”
“가만히서계실때는오른쪽무릎이살짝튀어나와삐딱하게서계십니다.물론의식하게되는 순간 원래대로돌아오고올바른자세가되죠.때때로주머니에손을넣기도하는데,이동작은주위에사람들이없다고생각하실때하십니다.”
“식당을고르실 때는 디저트까지주는집을애용하십니다.카페를따로가지않으시고앉아서해야할게있으시면그자리에서끝마치기위해서죠.음료는당연히홍차로주문하고요.”
재잘거리며수다스럽게얘기하는리체르카.말한마디한마디에황홀한감정이섞여있었다.입밖으로아서에대한걸꺼내는것만으로도행복해하다는듯이.
“...”
듣고있던아서의잔털이 쭈뼛 섰다.눈동자는거세게흔들리고,리체르카의말이귀에박힐때마다 온몸에 소름이돋았다.
‘미친년!’
분명누군가에게감시당한적이없을터였다.헌데이정도로잘안다는건한두번본것으로전부파악했다는것이었다.아서는짧게한숨을내쉬고고개를절레절레흔들었다.
“어떤음료를드시든지가급적얼음과함께드시고.”
물론아서의생각과는다르게,리체르카는한두번본걸로아서에대해모두파악한것이아니었다.
그걸로는아서에대한정보가턱없이부족했으니까.
그럼어떻게이렇게잘아느냐고궁금해할수도있는데,그건바로단죄자시절그렸던그림과과거엮였을때도촬했었던영상들덕분이었다.
평범한사람이라면얼핏지나칠수있는부분도리체르카는주의깊게바라보며분석했다.스스로중요하지않다고생각되는부분도꼼꼼하게기록으로 남겼고.
그야말로아서에미친년이라말할수있었다.광기어린집착.집에아서모양의인형까지 만들어두었을정도였다.
당연히제대로결론이내려지지않은사실까지는얘기하지않았다.조금이라도거짓말이섞이는순간위험할수있었으니까.
그렇게5분간일방적으로떠들었을때다.
예카테리나는입이떡벌려져있었다.방금들었던것들을전부머릿속에넣기에는예카테리나의머리가따라가지못했다. 결국 방대한정보량에넋을놓고반쯤은흘려듣는상태가되었다.
“그래서지금상황이라면성녀님도아서님의생각에대해알수있으리라생각합니다.”
리체르카는예카테리나가자신보다아서에대해더잘알고있다는마음이사라졌다고생각했을때,가장중요한본론을꺼내기시작했다.
“지금의아서님은.”
빙긋웃으며예카테리나를바라본다.
“성녀님을별로만나고싶어하지않는다는걸요.”
리체르카의말을들은예카테리나는침묵했다.리체르카는커피를한모금입에넣은후말을이었다.
“연애는,아니.사람간의관계에서는서로 존중할 필요가 있다고생각합니다.”
이어서자신의생각을섞어서얘기한다.물론이말에도거짓을섞지않고진솔하게.
“하지만성녀님은스스로변했다고말씀만하실뿐,자신의의견만고집스럽게밀어붙이고계시죠.아서님의입장은생각하지않으시고.”
또한설득을섞기시작했다.교묘하게상대가듣고싶어하는조언들과 행동심리를엮어서말이다.
리체르카는목소리의톤과분위기그리고이런상황을계속유도해왔다.하지만이런것들은상대가정상인의범주안에들어올때가능한일이었으니.
“아서님께서는지금상황을그저질척거리고불쾌하다고생각하실거라고저는.케흑!”
“계속말해봐.”
한순간이었다.
쿵.
눈깜짝할새에예카테리나가테이블위로올라가쭈그려앉아있었다.왼손으로는리체르카의목을붙잡고있었다.
“아가씨!!”
밀레나가급하게반응하여품에서나이프를꺼내찔렀지만이미한참늦어있었다.
예카테리나가손에신성력을부여해자신을찔러드는나이프를꽉쥐어잡았다.이에밀레나가이를악물고나이프를빼내려고해도,나이프는예카테리나의손아귀에서벗어나지못했다.
“응?잘난듯이계속말해보라니까?방금까지잘하고있었잖아.”
광인이란,미친짓을하기에광인이다.
무심하게리체르카의목을잡고평소와같이말한다.리체르카가살고싶어서바둥거리는데도그녀는손아귀에힘을풀지않는다.
오히려그상태에서계속말해보라고강요한다.
“···크흑.”
“좆같은니애비똥구멍에꼬챙이를쑤실기회가허다했는데내가왜안쑤셨는줄알아?”
오르시니후작에 대한 얘기를꺼내며입가를올리는예카테리나.숨을쉬냐못쉬냐생사가걸린리체르카의귀에는예카테리나의말이제대로들어오지않았다.있는힘껏발버둥칠뿐.
“바로교황할배가말렸기때문이야.이유는그거밖에없어.”
예카테리나는느긋하게말했다.밀레나가나이프로크게내려찍든,총을쏘든여유롭게베리어로막아내면서.
“그런데···그런조잡한가문빽을믿고나대기에는···너무건방지지않니?”
예카테리나가웃기시작했다.킬킬거리는볼썽사나운웃음이었다.
“교활한혀놀림으로진실만을늘어놓는다고내가모르리라생각했어?”
미소는서서히짙어져갔다.그리고리체르카의초점은서서히사라져갔고.이내기절하기직전까지몰렸다.
“됐어.이것만맞추면살려줄게.”
몸이축늘어지려는순간.예카테리나가리체르카의목을놓았다.
“케흑.케흐윽!”
리체르카는산소를갈구하며거칠게숨을들이쉬었다.머릿속에는당연히아무것도들어오지않았다.몸부림을치면서산소를받아들이기급급했다.
그때였다.
착!
“지금내가지금널죽일것같아아닐것같아?”
예카테리나가홀스터에서권총을꺼냈다.안전장치를풀고리체르카의이마에가져다 댔다.
“후으···후으······.”
리체르카는금방이라도이마를꿰뚫릴것같은차가운감촉이느껴졌다.방금까지어수선했던정신이확돌아왔다.
직감은당연하게도죽인다를가리키고있었다.
“우리아가씨.맞추는거잘하잖아.어디한번잘생각해보고말해봐.하나.”
기다려주지않겠다는듯이카운트를세는예카테리나.그녀는애초에무뚝뚝한표정으로사람의머리를터트리던미친년이었다.시선한줌도주지않고시시하다는듯이방아쇠를당기는미친년이란말이다.
“둘.”
이번에도별로대단할거없는일이었다.예카테리나에게서리체르카란,그냥죽여도되는버러지중하나에불과했으니까.
하지만.
[예카테리나.]
방아쇠를당기려는찰나였다.리체르카의핸드폰에서아서의목소리가울려퍼졌다.
“아서!”
“아서님···.”
화색을띄면서아서를부르는예카테리나.급하게권총을게눈감추듯이홀스터에박아넣고목소리의근원지를바라본다.
근원지는리체르카의핸드폰이었다.예카테리나는거칠게리체르카의속주머니에손을넣어핸드폰을꺼냈다.
[변했다고말만하지역시너는변하지않는구나.]
그핸드폰에서는아서의말이흘러나왔다.무미건조한것을넘어냉혹했다.
“그,그게.”
방금까지안하무인한태도를보였던예카테리나의모습은온데간데없었다.그저상전모시듯공손한태도로핸드폰을테이블위에올려놓았다.
허나.
[닥쳐씨발련아.역겨우니까.]
아서가거친욕설을내뱉었다.원한이잔뜩쌓인귀신과같은목소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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