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33화 〉 132화 부뚜막 스피드런 고양이 재등장 (2)
* * *
“···아침인가.”
멍하니몸을일으켰다.밖에서새지저귀는소리가들렸다.여학생들이떠드는소리도들렸다.얘기주제는저번에갔던식당에관한것이었다.
평소와다를바없는평일아침.어제막학원도시에도착한이후이사장님이마련해준호텔에서잠에빠졌다.호텔은푹신한침구류와조식뷔페가맛있기로소문난호텔이었다.
아무리그래도교수님이만들어주시는음식보다는덜맛있었지만말이다.
‘교수님···.’
나연은문득사랑하는이를떠올렸다.동시에침대시트를긁듯이손을오므려잡았다.몇주전에있었던일이잊히지않아외로웠던것이다.
인생에서처음으로느꼈었던따듯함과안도감.곁에있는것만으로도의지되고언제나함께있고싶었던남자.
그경험이더할나위없이강렬했던만큼,교수님과떨어져있는이시간이더괴롭게느껴졌다.계속떠올릴때마다공허함이마음을갉아먹는다.
‘얼마나 많은 시간이지나야교수님에게연락이오는걸까···’
혹시그때의추억을소중히여기는건나만그런게아닐까.나연은곧바로고개를도리도리저었다.그럴리없다고부정하면서.
교수님은친절하고신사답고배려심이있으신분이었다.절대그럴리없었다.
“...”
아니.오히려그렇게신사다운교수님이솔로였다는게이상한사실 아닐까.
그야얼굴이조금사납게생기시기는했다.하지만그걸커버칠수있을정도로다양한매력을가지신분이었다.어른스러운손길에서미루어볼때여자경험도많으신듯했고···.
나연은이불을확!열어젖혔다.끝까지믿기로했으면서겨우몇주못봤다고징징되다니.
‘꼴사나워!’
나연은애써생각을돌렸다.양손으로자신의뺨을짝소리가나도록때렸다.볼이얼얼했다.뒤이어오늘할일을머릿속으로정리했다.이사장님에게보고해야하는일이라던가,비어있는시간동안훈련할기술들이라던가.
잠시후,오늘하루도부지런히보내자고마음속으로다짐했다.힘차게고개를끄덕이면서.
*
이사장님에게보고를마칠무렵이었다.
문밖으로나가려는데난데없이성희롱을받았다.
“민철씨.어째더예뻐지신것같은데혹시연인이라도생기셨나요?”
“네···?예뻐졌다뇨.저,저는남자인데요?!”
“흠,됐습니다.다음일이생기면바로연락드리죠.그때까지휴식을취해주세요.”
“...”
이사장님의성희롱에서는음흉한감정이느껴지지않았다.관심을끌기위한저열한행동이아니란말이었다.애초에이사장님은마족이셨고.
“하···.”
옆에있는엘레나씨가엉뚱하다는듯이이사장님을바라본것으로봐선말그대로의의미였을터다.
‘하지만예뻐졌다니!’
어째서그런말을들은거지?
이유를알수없었다.과거와다른점이있다면,그저교수님을언제만날지모르고있는만큼조금준비하고있었던것뿐이었다.
항상변신을풀었을 때를 대비해 화장을조금씩하고있거나, 피부마사지를꼼꼼히받으며헤어관리를 한 정도밖에 없었다. 옷도마음에드는게있어서사입었을뿐이고.
평범한여자들과다를바가없지않은가.
“아.”
나연의얼굴이확붉어졌다.생각해보니과거에는여자답게꾸민적이 얼마 없었구나해서.
“으···..”
부끄러운모습을이사장님에게들켜버렸다.그리고이건다빨리연락을주지않은교수님탓이었다.
못된교수님···.
진정한연인이라면멀리떨어져있어도마음이통하는법이랬는데.지금이라도나의마음이전해졌으면바로연락을.
우우웅.
“아앗!”
갑자기핸드폰이손위에서진동했다.깜짝놀란나머지핸드폰을떨어트릴뻔했다.
‘설마마음이통한건가···?’
나연은조금기대를가졌다.메시지가오는매순간마다그랬지만.
한쪽눈만살포시뜨고메시지를확인했다.아무리그래도교수님에게연락이올리없는만큼기대감을조절하면서.
[아서입니다.늦게연락해서죄송합니다.]
[번호:33B052435···]
“어···?”
나연의입이서서히벌어졌다.느린박자로뛰고있던심장이콩닥콩닥뛰기시작했다.한눈만살짝뜨고있던눈은양쪽다번쩍떴다.핸드폰을잡고있던손은힘이들어온만큼꽈악잡았다.
하지만아직방심하기에는일렀다.
생각해보아라.
만약여기서‘저를잊어주세요.’같은게적혀있다면어떻겠는가.마음이산산조각으로부서지며두번다시는남자와만나고싶지않을것같았다.
그럼에도궁금한건참을수없는노릇이었다.나연은곧바로메시지를확인했다.
“아아!”
메시지에는두가지내용이적혀있었다.
하나는한동안이핸드폰번호를사용할것같으니번호를저장해두라는것이었다.두번째는만약학원도시에있다면지금자신을찾아오라는내용이담겨있었다.
‘어쩌지!어쩌지!어쩌지!’
입이저절로벌어지며몸에활기가꽉채워지는걸참을수없었다.큰소리로‘저! 오늘남자친구만나러가요!’하고소리치고싶었다.이기쁨을주변에있는모든사람들에게알리고싶었다!
“큭, 쿠쿡.”
웃음이나올려는걸억지로인상을찡그리며참아냈다.발걸음을평소에비해세배,아니열배정도가벼웠다.곧바로쏜살같이차로달려가시동을걸었다.
‘교수님!!!’
*
늦은오후.저녁을먹기에는조금이른감이있는시간이었다.
나연은메시지에적혀있던호텔에도착했다.수인의감각을이용해서아슬아슬하게운전한 덕분에,시간을최대한단축시킬수있었다.같은도로에서운전했던분들에게는조금미안한감정이들었다.
하지만그것도잠시,얼른차를발레파킹시키고엘리베이터버튼을눌렀다.
타닥!
급한마음에무의식적으로두번이나.
그런데불현듯이상한생각이머릿속으로들어온다.
‘메시지를보낸사람의번호는처음보는번호였는데무턱대고믿는게맞을까.교수님이라면전화를할것같은이미지고.혹시교수님이아닌다른사람이나를꾀어내기위해연락한거라면?’
나연은세계적으로유명한S급헌터였다.남자의모습으로활동하고있었지만.
공적인용도로 사용하는 핸드폰과 사적인용도로 사용하는 핸드폰은 분리하고 있었다. 허나 어쩌다가사적인핸드폰번호를알게된사람이연락했을가능성도있었다.
아서교수님과민철로서의내가현장실습에서같이지냈다는건모두가아는사실이었고.
“...”
이런것까지의심하다니.이건하나의병이라할수있었다.심각한직업병.
“휴···.”
하지만의심이간순간부터는한번확인해보는게마음에편했다.
나연은주머니에손을집어넣었다.이어서임시로생성해놓고다니는예비드론에마력을불어넣었다.
위잉
손바닥위로붕떠오르는드론1기.창문을통해밖으로나간다음교수님이있을객실로이동시켰다.뒤이어드론과자신의눈을공유한다.
“으음···.”
왜점차의심이커지는걸까.
객실 창문은호텔에서쓰이지않는암막커튼으로빛을막고있었다.바로옆에있는객실들과비교하면금방알수있었다.
창문에는벌레하나도들어갈수없도록꽉닫혀있었다.객실안을보는건불가능했다.
꿀꺽.
나연은침을삼켰다.이어서전신에마력을불어넣었다.왼손으로품에서권총을꺼내들었다.그리고감각과마력을이층에확퍼트렸다.
“!!!”
메시지에적혀있는객실에만전달되지않는마력.심지어감각까지완전히차단하고있었다.무슨결계가작동하고있는게분명했다.
나연은조심히발걸음을내디뎠다.소리하나세어나가지않도록.문이갑작스럽게열리며위험이들이닥쳐도대처할수있게감각을드높인다.
문앞까지왔을때였다.문에귀를가져다댔다.하지만아무소리도전해져오지않았다.곧이어벨을띵동누른다음에재빨리문에서멀어졌다.권총으로문을겨누고.
[민철,아니,나연씨?]
“교수님···?”
[네,맞습니다.목소리가조금특이하죠?문은열려있으니그대로들어오시면됩니다.그것보다총은좀치워주세요.무섭네요.]
나연이알고있는아서의목소리가아니었다.조금더뭐랄까. 고음이었다.마치변성기가오지않은어린아이의목소리처럼.
그럼에도나연과민철이동일인물이라는사실을아는사람은이사장님과교수님밖에없었다.교수님이대체어떻게알게됐는지는모르는일이었지만.
나연은숨을가다듬었다.눈으로직접확인하기전까지의심을풀지않는건헌터로서의기본이었다.손잡이를붙잡고문을덜컹열었다.
“아,재밌는서프라이즈를준비했습니다.편하게들어오시면됩니다.”
어두컴컴했다.말그대로빛이라고는전혀없는어둠이었다.어린아이의목소리만들려올뿐안쪽공간이대체어떻게되어있는지짐작도가지않는다.심연의공간처럼.
“푸른연기와함께.”
나연은그날의기억을떠올리며나직이목소리를냈다.그리고그에 대한 답은단1초도걸리지않고 돌아왔다.
“우리의인연이계속되기를.”
그제야나연이 망설임없이발을집어넣었다.어두운결계안쪽으로.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