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고양이의 제자-138화 (138/154)

〈 138화 〉 137화 ­ 다이아몬드처럼 영원히

* * *

잠에서깨어났을때만해도서운함이차올랐다.눈을뜨면바로옆에있을것만같았던교수님이없었기때문이다.어제교수님께서하셨던행동도많이아쉬웠고.

존중과배려.교수님의몸에항상배어있던것들이었다.하지만어제는너무감정적인행동을보이며나를수치스럽게만들었다.

‘그게좋지않은건아니었지만···.’

여하튼다음에는이런일이없도록말을꺼내야하나생각이들었다.이내한번짚고넘어가기위해문을덜컥열고나왔을무렵이었다.

“입맛에 맞으세요?”

“맛있어요교수님!”

“다행이네요.”

혀에서살살녹는음식에의해마음에쌓여있던응어리가눈처럼살살녹아내렸다.행복한미소를지으며혀끝에서느껴지는맛에집중했다.고소하고달달한프렌치토스트의맛.우물우물거리며열심히포크를놀렸다.간간히교수님의얼굴도엿보았다.

“좀천천히드세요.체하겠어요.”

교수님은옅은웃음을지으며아무렇지도않은척하고계셨다.미안한기색이조금씩흘러나오는게느껴졌다.역시어제일에대해스스로반성하고계신걸까.굳이어제일에대해언급하지않아도될것같았다.

아서는앞치마를벗으며나연의반대편에앉았다.나연은커피를한모금들이킨다음아서에게물었다.

“교수님은안드세요?”

“저는먼저먹었습니다.제아침은다른사람들보다조금빠르거든요.”

“조금빠르다니.지금몇시길래···꺄아앗!”

나연은시계를보고깜짝놀라어깨를들썩였다.잠시동안두눈을의심해봤지만시곗바늘은여전히오전9시를가리키고있었다.

원래라면이사장님에게가서다음일정에대해논의해야하는시간이었다.머리털이삐죽솟아오르며어버버거렸다.

평소에는정해진시간에딱딱일어나는나연이었다.하지만어제는피곤함에의해쓰러지듯이잤기때문에몸이다회복할때동안일어나지못한것이다.지금까지하지않았던충격적인실수였다.

꿀꺽.

나연은먹고있던프렌치토스트를단번에삼켰다.급하게의자에서일어서며잘먹었다고인사하려는찰나였다.

“걱정하지마세요.이미이사장님께연락드렸으니까요.이사장님께서는느긋하게11시쯤에와도된다하시더군요.”

“···교수님.”

나연은아서의말을듣자눈에서꿀이뚝뚝떨어지듯이달콤하게아서를바라보았다.아서는여유로운미소를지으며차를한잔마신후말했다.

“그럼,조금시간이생겼으니저와산책좀해주실래요?”

“네!좋아요!”

아서의말에나연이환하게웃었다.하얀이빨이드러날정도로밝은미소였다.복슬복슬한꼬리도살랑살랑흔들렸다.

*

오후10시쯤.이사장실에서가까운산책로를걸었다.카페에서따듯한자몽차두잔을테이크아웃해서들고마시면서.

나연은아서의손을꼬옥잡았다.가끔씩어깨에몸을기대기도했다.그러다문득궁금한것이떠올라입을열었다.

“그러고보니교수님은어떻게어린아이의모습을유지할수있었던건가요?”

“아,그것말입니까.”

아서는주섬주섬품을뒤적거렸다.양복밖으로손이나오면서들려져있는작은반지.나연의두눈을동그랗게떴다.

“그반지는이사장님의반지잖아요!”

“나연씨처럼저도하나받았습니다.저번에현장학습에서문제아들을맡아준보답으로요.”

“와아···.”

나연은짧게감탄했다.귀를쫑긋세우며잠시몽롱한눈빛으로반지를쳐다보았다.곧이어생각을그대로입밖으로꺼내말했다.

“이게저희의커플링이라말할수있겠군요.”

“어···.그렇게되나요?”

“헤헤.”

나연은멍하니입을벌리는아서를바라보며미소지었다.또한자신의품에있던반지도꺼내들어아서의반지에톡부딪혔다.

“이사장님도저희를커플로인정해주신거겠죠?”

너무나도순수하고행복한표정이었다.그래서아서는딴지를걸어분위기를망치지않았다.그저흐뭇한표정으로잠시동안나연을쳐다보았다.

“그러고보니어제포상을준다고말했었는데,기억하시나요?”

“그럼요!그걸어떻게잊을수있겠어요!”

나연은활기차게대답했다.잊으래야잊을수없는기억이었다.그장면이순간떠올라얼굴이빨개졌다.

“선물은총두개가있습니다.하나는이사장님한테들으실수있을거고,하나는.”

아서는품에서무엇인가꺼내기시작했다.조심스레움켜쥐고있었던손을펼쳤을때는자그마한상자가손바닥위에놓여있었다.

“···안에뭔가가들어가있는건가요?”

아서는고개를가볍게끄덕였다.

“만족하셨으면좋겠네요.”

나연은눈빛을초롱초롱하게빛냈다.아서는얼른받아달라는듯이손바닥을살짝들어올렸다.

“한번열어봐주실래요?이제나연씨의것이니까.”

나연은그제야손을조심스레뻗었다.대체무엇이들어있을까계속생각하면서.

‘이정도크기면액세서리인데···목걸이인가.아니면서,설마반지?!’

심장이두근두근댔다.긴장감에의해입이바짝메말랐다.자그마한검은상자안에는어떤기운도느껴지지않았다.너무궁금한나머지슬쩍아서의눈치를보았으나,아서는마냥웃으면서눈을마주쳐줄뿐이었다.

딸칵.

상자를여니새하얀눈송이처럼별모양을그리고있는귀걸이가놓여있었다.달빛을머금은듯은은하게빛나며찬란함을감추지않고 있었다.

고귀한다이아몬드로이루어진귀걸이였다.가치가쉽게측정되지않을정도로뛰어난세공기술이사용되어있는.

“아아···.”

돈에크게구애받지않는S급헌터인나연이었지만,이 귀걸이의가치는돈으로쉽게지불할수없는것임을단번에알수있었다.

나연은귀걸이와아서를번갈아쳐다보았다.

“이,이거,정말제가받아도되는건가요?”

당황하는기색이눈빛에서역력했다.아서는빙긋웃으며대답했다.

“애초에나연씨에게주려고직접만들었습니다.”

“직접만들었다고요···?”

“네.세공하는과정에서지인들에게도움을받기는했지만,내부에있는마법들은제가직접새겨넣었거든요.부디마음에드셨으면좋겠는데.어떠신가요?”

“아,그,그게···.”

단순히세공만되어있어도비쌀터인데심지어마법액세서리라니.나연의눈동자가크게흔들렸다.이내심장을최대한차분하게만든후진중히입을열었다.

“모르겠어요.”

솔직하게말을계속이어갔다.

“누군가에게이런걸받아본적이없다보니까진짜이런걸받아도되는건지헷갈려요.심장에서느껴지는이감정을뭐라말로표현하기힘들정도로요.”

나연은말하는게버거웠다.잠시숨을크게들이쉬었다내쉬었다.괜스레눈시울도붉어지려하고있었다.

“저도막무엇을보답해드리고싶은데,어떻게해야교수님을만족시켜드릴수있을지모르겠어요.그저,그저눈물날정도로기쁘긴한데,뭐라고말해야할지···.”

복잡한심경에의해자신이무슨말을꺼내는지도몰랐다.단순히입밖으로생각이튀어나왔다.자그마한귀걸이를잡고있는두손이파들파들떨렸다.

탁.

아서는나연의손을마주잡았다.그러자나연의손에서점차떨림이멎어가기시작했다.조용히고개를들고아서의눈동자를쳐다보는나연.아서도그눈을마주보며말을이었다.

“별로깊게생각하지않으셔도됩니다.저도별생각없이나연 씨가 좋아하는모습을보고싶어만든것뿐이니까요.괜히심정을복잡하게만들어서죄송합니다.”

“아,아니에요그건!”

“나연.앞으로도저를더믿고사랑해주시면그것만으로도보답은충분해요.”

아서는두손으로나연의손을오므리게했다.나연의손바닥위에있는귀걸이가자연스레쥐어지며,이귀걸이의주인은그녀의것이라고말해주는듯했다.

“다이아몬드가가진의미에 대해 아시나요?”

아서는조곤조곤하게말했다.나연은어렴풋이알고있었으나정확하게알고있는것은아니었기에고개를도리도리흔들었다.

“순수.영원.불멸의사랑.그런의미를지니고있기에결혼하는사람들이있는돈,없는돈끌어모아다이아몬드반지를맞추며서로에게맹세하죠.영원히사랑이계속되기를.”

아서는그말과함께나연의이마에입술을부딪혔다.나연은몸을웅크린채부르르떨었다.

“저도처음에는반지를고민했지만나연씨도,저도,아직여러할일이남아있다보니까남들에게보여도상관없는귀걸이를만들었습니다.”

“그런뜻이···.”

“저,환상속에서나연씨가저에게영원한사랑을고백했을때너무나도기뻤습니다.그일은제인생에서영원히잊히지않을정도로요.”

“교수님···.”

“앞으로도저를영원히사랑해주실건가요?”

아서가거리를벌렸을때는나연이꿋꿋하게고개를끄덕였다.

“네,영원히.영원히사랑해드릴게요!그러니교수님도저를영원히사랑해주세요!약속이에요···!”

아서는나연의당찬모습을보고빙그레웃으며그녀의머리를쓰다듬었다.나연은아서의따듯한손길을받아들이며머리를비볐다.꼬리도살랑살랑흔들리고있었다.

*

오전11시.따스하게햇살이들어오는이사장실.

“역시그귀걸이는민철씨에게들어갔군요.”

이사장은의자에앉은채로나연에게말했다.

“알고계셨나요?”

“네네.아서군이저에게도조금도움을요청했었거든요.”

이사장은의자에딱붙어있던등허리를때며몸을앞으로숙였다.

“아서군이전력을다해만들더군요.담겨있는마법도상당할겁니다.”

“헤헤.”

나연은자신의귀걸이를매만지며웃었다.그리고만질때마다마음이뭉클했다.이사장은그모습을보고피식웃으며말했다.

“들으셨겠지만아서군의선물을그걸로끝이아닙니다.지금부터아서군이민철씨를위해준비해준선물이자,민철씨가당분간해야할일들을알려드리죠.”

“해야할일들이요···?”

선물이라고말했으면서해야할일들이라니.나연은어리둥절한표정을지었다.이사장은그런나연의모습을신경쓰지않고준비한서류를책상위로툭내던졌다.

“한(韓)에가서과거를매듭짓고오세요.”

“과거요?”

나연은재빨리서류를펼쳐보았다.쉬지않고속독을끝맞췄을무렵에는입을꾹다물고눈을살포시감았다.

‘이렇게해주려고무인도에서그런걸물어보셨던거구나.’

서류에는나연의과거,동쪽헌터협회에서있었던일과관련되어있던사람들의정보가빼곡히 적혀있었다.

각종비리를저지르며자신을토사구팽한헌터협회와국가에속해있던사람들.그들이지금까지해왔던 다양한 악행들이낱낱이폭로되면서,그일에관한감찰관을맡아달라는요청이나연의앞으로들어왔다.

“민철,아니정나연양.”

정신없이앞으로의일들과과거에대해생각하고있었던찰나였다.이사장이무미건조하게나연에게말했다.메마른사막과같은목소리였다.

“아서군은나연양이알고있는것보다훨씬복잡한사람입니다.완벽하고깨끗한사람도아니죠.또생각하시는것보다불안정하고겁도많습니다.그만큼어두운과거를보냈으니까요.”

“...”

“그러니저도부탁드리겠습니다. 음침한아서군을 부디 행복하게만들어주세요.뭐,지금나연양의표정을보아하니제가굳이언급하지않았더라도그러실예정이었겠지만요.”

초승달처럼눈웃음을짓는이사장.나연은아무말도하지않고묵묵히듣고만있었다.

나연은지금까지아서에관해단한마디도누군가에게물어보지않았다.먼저찾아보지도않았고.마지막까지아서가입을열어알려주길기다릴뿐이었다.그것이서로신뢰를쌓아가는과정이었으니까.

나연은천천히고개를주억거렸다.이사장은나연이문밖으로나가는동안흡족한미소를유지했다.

*

이튿날한(韓)으로가는열차에 탑승한 이후앞으로어떻게해야할지머릿속에계획을구상했다.

그러던중놀라운사실을알수있었다.그건바로자신이과거에있었던일들은단한순간도잊고있지않고있었다는것이다.

‘분명.마음속에서도다포기한줄알았는데.’

나연은두주먹을꽉쥐고복수심을불태웠다.원한은결코가볍지않았으니까.눈으로몇번이고자료들을훑어본다음잠깐휴식할겸밖을쳐다보았다.

‘교수님은과거에어떤사람이었을까.’

창문에얼굴을대고짧게생각했다.이미수십수백번했던생각이었지만,생각을계속해도마땅한결론은나오지않았다.

확실한건이번사건을밝히는데있어교수님과관련된사람이움직였다는사실을알게됐다.그리고그런조력자를곁에두고있다는것자체가원래같았으면쉽게범접할수있었던사람이아니었다는것이었다.

나연은귀걸이를매만졌다.그리고귀걸이에담긴뜻을다시한번떠올렸다.

순수.영원.불멸의사랑.

지금까지 단한번도누군가에게기댄적이없었다.이사장님에의해S급헌터에오를수있었지만,그는철저하게사업적인관계였다.받은만큼보답해야하는.

하지만어느덧영원히없을줄만알았던버팀목이마음속에자리잡고있었다.더할나위없이의지가될정도였다.

‘사랑해요교수님.’

나연은마음속으로다시금맹세했다.아서가자신의버팀목이되어준다면,자신또한아서를받쳐주겠노라고.

다이아몬드처럼영원히.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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