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41화 〉 140화 ­ 도전! 길거리 음식 대배틀! (3）

* * *

아서는곧바로헬멧부터벗었다.

요리연구실안에감시카메라가있었으나어차피세세하게볼사람은없을터였다.

“조교님!”

방금까지칼들고겁먹고있던로라가아서의얼굴을보자마자활기찬목소리를냈다.반가운마음으로한달음에달려드려고했다.

“잠깐만요미셸!일단식칼부터내려놓으세요!”

다급하게로라를멈춰세웠다.이대로로라가달려들었으면누구한명은피보는상황이일어날터였다.

“아,네,네!”

로라는얌전히말을들었다.상전모시듯조심스럽게식칼을테이블위에올려놓고심호흡을하기시작했다.마음이진정되자아서에게다가와입을열었다.

“오,오랜만이에요조교님.잘지내셨나요?분명현장학습이끝난지꽤된것같은데한동안저를찾아와주시지않아서걱정했어요.”

말에서미약한떨림이전해졌다.이따금씩힐끔힐끔아서의눈치를봤다.아서는로라와정반대의태도로그녀를대했다.차분한목소리로대화에어울리기위해입을열었다.

“요새조금바쁜일이많았습니다.”

“설마제,제요리가맛없어지신건아니죠···?”

“그건절대아니니마음편하게먹으세요.”

단언하듯이딱잘라말하는아서를보며로라가눈빛을빛냈다.

“내요리가맛있데조니!방금들었지?!”

“킥킥.자만하지마로라.거짓말일수도있으니까.”

“헉···.”

식칼을들고혼자인형극,아니식칼극을하다가서서히아서쪽을향해고개를돌렸다.아서는식은땀을흘리면서그게아니라는듯이고개를흔들었다.

최근에무슨일이있었던걸까.훨씬날카로워진느낌이었다.과거에는식칼뿐만이아니라프라이팬이나국자,특히식자재에말을거는일이많았는데말이다

로라는요리를하지않았다면덥수룩하게머리를기르고다녔을음침소녀같은성격이었다.아서는시시덕거리고있는로라를뒤로하고조리대위에있는접시앞에섰다.

“이튀김이지금만들고있던겁니까?”

“아,그,그게.”

“한번먹어봐도괜찮겠습니까?”

로라는침을한번꼴깍삼켰다.

“네···부디.”

이어서수줍은미소를지어보였다.마치첫날밤을보내는새색시를연상케할정도로얼굴이빨개졌다.아서는이미수차례그런얼굴을봐왔기에별로신경쓰지않았다.그대로젓가락으로튀김을집어먹었다.

바삭!

겉보기에는별거없는튀김이었다.하지만안에있는고기는육즙을잘가두고있었는지,입안으로육즙이터져나왔다.튀김옷도딱알맞을정도로입혀져있어고기의맛을헤치지않았다.

한치의오차도없어야만들수있는튀김의경지.밑간을잘해놓아서느끼한맛도잘느껴지지않았다.바삭한껍데기를지나짭조름하고고소한닭고기의맛이혀에서부드럽게전해져왔다.

“맛있네요.”

“저,정말요?!”

“네.닭튀김의모범이라고할수있었습니다.”

“아아···다행이다.”

로라가한시름놓았다는듯이한숨을내쉬었다.허나아서의말은거기서끝난게아니었다.

“하지만이걸그대로축제음식으로내놓을생각은아니셨겠죠?”

“네···?”

“맛은있지만너무무난합니다.축제인만큼다들특별한음식을기대하고왔을텐데,이건그냥닭튀김이지않습니까.”

“으으.”

“딱 봤을 때 시선이안갈뿐더러,다른매장들의자극적인맛에금방묻혀버릴겁니다.”

그렇게말하면서도아서는닭튀김을하나더집어먹었다.바삭바삭한게입에술술들어갔다.밥이랑같이먹어도괜찮을정도로적당히간도돼있었다.

말그대로축제요리에적합하지않을뿐이지평소반찬으로먹기에는더할나위없이훌륭한맛이었다.

누군가가도시락을싸주면서이닭튀김을안에넣어주었다면,바로달려가서뽀뽀를박아버릴수도있을맛이다.

“그런데요조교님.”

“말씀하시죠.”

“어쩐일로이곳까지오셨나요.저같이수수한애를만나러오지는않으셨을테고···.”

로라는시선을아래쪽으로떨구고자조하듯이웃었다.

“그런가요?전미셸양을만나러온게맞는데.”

“네,네?!저,저저,정말요?!”

자존감없는소녀가어깨를흠칫떨며위를올려다보았다.아서는여유롭게웃으며말을이었다.

“요새푸드페스티벌때문에밤낮을가리지않고고민하고있다들었습니다.하물며주말까지이곳에와있으니걱정이되는건당연한 일이겠지요.”

아서는말하면서로라의상태를짧게훑었다.눈아래생긴짙은다크서클.푸석푸석해진머릿결.핼쑥해진얼굴은걱정을하지않을수없게만들었다.

“저같은걸위해···!”

로라는감동했다는듯이두손을마주잡았다.

“그런말씀하지말아주세요.그럼미셸양을직접만나러온제가뭐가됩니까.”

“위선자?”

딱!

“꺗!”

가볍게딱밤을때린이후말을계속했다.

“제가앞으로고민을도와드리겠습니다.혼자끙끙앓지말고함께해결해나가보도록하죠.”

“그렇지만요조교님.”

로라는말을곧바로꺼내지않았다.망설임을가지고숨을짧게들이쉰다음입을연다.

“조교의도움을받아서는안된다고규칙에···.”

그때였다.

아무런낌새도없었다.그저조마조마한심정을가진채로말을계속이어가다가힐끗아서를쳐다본순간이었다.

“!!!”

방금까지눈앞에있었던아서가사라져있었다.대신초등학생처럼굉장히키가작은남자아이가그자리에서있었다.

아서였다.눈동자가휘둥그레진로라에게자율학생신분증을주머니에서꺼내보여주며말했다.

“지금에서야말씀드리지만지금제신분은조교가아니라학생이니괜찮습니다.규칙에서는교수와조교가 도와주어서는안된다고적혀있는만큼, 학생인 제가도와주는 건 별상관없겠지요.그러니.”

“귀엽다···.”

“네?”

“에···?”

얼빠진채생각이그대로입밖으로튀어나온로라였다.곧이어당황하면서눈아래눈물이고이고울먹이는표정을지었다.아서는횡설수설말을꺼내며괜찮다고연신말했다.울지않게달래주는일 역시고역이었다.

*

교화부학생들에게로라에대해묻는다면대부분엇비슷한답을내놓았다.

요리하는이상한애.

주방에서혼잣말하는또라이.

요리사가아니었으면훌륭한암살자가되었을인재.

대부분좋지않은소리다.

하지만그렇게말하다가도마지막에는꼭이말을덧붙였다.

‘그래도애는착해.’

로라는요리와그것을먹어주는사람들을제외하고다른것들에관심을가지지않는여자아이다.대부분의요리천재들이이런류에속했지만,그녀는그천재들과다른부분이있었다.

바로다른사람의가르침에대한수용이빠르다는점이었다.자존감이없기에괜히고집부리는일이없었다.물론그것도올바른가르침이라는전재가깔려있어야했다.로라는그맛의지표를분간하지못하는멍청이도아니었고말이다.

만약요리에있어잘못된조언을밀어붙이거나,음식을폄하한다면극단적인행동이튀어나오는게다반사였다.

기본적으로는그런행동을했던사람과말을섞지않는게가장흔한경우라고들었다.더나아가면칼부림이튀어나오는것이라들었고.

요리와그것을먹는사람을제외하고관심을가지지않으니,자연스레누군가와경쟁하는일도사라졌다.

요리듀얼로치열하게싸우면서더좋은식재료,요리연구실,비밀레시피등요리사라면응당추구해야하는욕구들이로라에게는 없는 듯 했다.그것이요리학교의큰의의였는데도.

마치속세에서벗어난한량같은요리사였다.그녀에게있어요리란그저행복을전해다주는음식을만드는행위였다.

“흠···.”

하지만아서는이푸드페스티벌을조사해본결과,신출내기요리사지망생이라면긴장할수밖에없는치열한경쟁의장임을알수있었다.그리고로라를경계하는세력들이거미줄처럼복잡하게얽혀있다는것또한알수있었다.

유의미한성적을거두기에는쉽지않을것같은상황이었다.단순히뛰어난맛을만들어내는것보다훨씬많은것들이필요했다.

‘맛과매출,그리고독창성인가.’

절대로가볍게여겨서는안 될 엠마의부탁.

아서는다시한번최선을다해임하기로다짐했다.

*

“그러니까.내앞길을방해했던그년에게또누군가가붙었다고?”

뚱뚱한남학생이포도를한움큼집어먹었다.쿰척쿰척 하는소리가객실을가득채운다.

“네.헬멧을쓴이상한남성이그녀를찾아갔다고합니다.”

건너편에있던여학생은인상한번찌푸리지않고평이한어조로답했다.속으로는돼지새끼라고욕하고있었다.

“하.그년을찾아가는사람마다으름장을놓았었는데아직도찾아가는멍청한놈이있었을줄이야.그래서그놈은누구래.아주그냥입도뻥긋하지못하게겁을줘야정신을차리지.”

박수를짝치며말하는남학생.

“그건 아직저희도파악하지못한상황입니다.”

“뭐,한번그년을찾아간놈은또찾아가더라.사람을붙여서정체를알아내.돈은그만큼줄테니까.”

“알겠습니다.”

뚱뚱한남학생은 심드렁하게말하고선핸드폰을꺼내화면을바라봤다.화면에서는요리와전혀상관없는귀여운수인이나와게임방송을하고있었다.

여학생은자신의할일이끝나자곧바로발걸음을돌렸다.여학생의머릿속에서는이일로인해또얼마를벌게될까,하는돈생각밖에없었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