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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의 제자-143화 (143/154)

〈 143화 〉 142화 ­ 도전! 길거리 음식 대배틀! (5)

* * *

주황빛노을이내려앉았던하늘은어느새남색빛으로뒤덮이기시작했다.하나둘씩켜지는불빛들.학원도시여도밤이되면현란한전광판들이깜박이는건여타도시들과똑같았다.

하루를끝내면서친구들과술을한잔마시려는이들.돌아가서수련과공부를계속하려는이들.이제야자신의일을시작하려는이들까지,다양한사람들이얽혀살아가는거리다.

난잡한번화가.

아서는학생들사이를가로지르며앞장서서걸었다.그뒤로는리체르카와그녀의메이드인밀레나가뒤따라왔다.

이목이집중됐다.오르시니가의영애탓이다.그녀의아름다움에의해사람들이 넋을 놓고바라본다.

“와···.나오르시니님이밤에돌아다니는거처음봐.진짜너무예쁘다.”

“요새안보이시긴했지.”

“빨리빨리카메라로찍어!”

리체르카는아침보다밤이더잘어울리는소녀였다.은은하게빛나는은발을바라보며학생들이속닥거렸다.

“흐음.”

모두의관심사인리체르카는시선들을전혀신경쓰지않았다.오직아서만을물끄러미바라봤다.지금자신을어디로데려갈지무척기대하는눈빛으로.

반면에옆에있는메이드는경계하는기색을감추지않았다.미심쩍은심정으로홀스터위에손을얹는다.

그렇게번잡한번화가한가운데를걸어그들이도착한곳은.

“많이드세요.제가사는겁니다.”

패스트푸드점이었다.아서는멋대로주문을한후2층창가쪽에앉았다.

“···아서님.굳이이런곳으로오셔야했나요?”

“그럼뭐,어디으슥한곳으로갈생각이었습니까?”

아서는어깨를으쓱였다.리체르카는아쉽다는듯이입맛을다시며말했다.

“저의차를탔으면훨씬분위기있는칵테일바로안내해드렸을텐데말이죠.”

“됐습니다.지금그럴시간도없고요.”

무심하게대꾸한아서는콜라를쭈욱들이켰다.목구멍에서기포가톡톡터져청량한탄산감이느껴졌다.

“캬···.이게얼마나그리웠는지.”

몸을부르르떨었다.달콤하고새콤한콜라의맛은요리연구실에서계속바라던맛이었다.정확한맛평가를위해레몬물만잔뜩마셨기때문이다.

“자자.부담갖지마시고얼른드세요.모처럼제가인심쓰는겁니다.”

아서는두손바닥을들어올려리체르카에게먹을것을권했다.

리체르카의앞에는커다란햄버거가놓여있었다.두툼한스테이크가패티로껴있고,토마토와치즈그리고통새우가들어가있는큼지막한버거였다.

한입을크게베어먹는순간,교양이고예절이고단번에박살날것같은햄버거였다.

“에휴.”

밀레나가노골적으로한숨을내쉬었다.아서를한심하다는눈빛으로쳐다봤다.고개를절레절레흔들어보이기까지했다.

“아서님은.”

헌데리체르카는콜라를마시는아서를보고눈을크게떴다.이어서붉은입술을달싹거린다.

“그런표정도지으실수있었군요.”

희미하게눈웃음을짓는리체르카.처음보는아서의일면을머릿속으로남기게된것만으로도,오늘만남은가치있는것이라생각했다.

“무슨소리인지잘모르겠네요.그나저나.”

아서가말을짧게끊었다.

순간묘한침묵이주변을맴돌았다.어느덧아서와리체르카가있는공간하고나머지공간의소리가차단되어있었다.아서가마법을구현한것이다.본론으로넘어가기위해.

“왜굳이방금전의일에끼어드신겁니까.”

낮은목소리와는반대되게눈에서는안광이번뜩였다.진실을캐묻기위한위협이었다.밀레나는그눈빛이자신을향한것이아님에도몸을흠칫떨었다.

“어머.”

정작기백에눌려야하는리체르카는능청스럽게대꾸했다.

“제가도와주지않았으면또한바탕하셨을거면서.고맙지는않으신가봐요?”

고개를갸웃거렸다.윤기있는머리카락이조명을머금고흔들렸다.뻔뻔한태도.대놓고자신의일에대한칭찬을받으려는모양새였다.

“뉘에.감사합니다.”

아서는마지못해대답했다.우스꽝스러운표정을지어보이면서.

“후훗.”

리체르카는오히려그게좋다는듯이웃음을머금었다.

“아서님의솔직한답을듣게되는날이오다니.역시시간을내어찾아오길잘한것같네요.”

그리고요염한자태로보는사람으로하여금절로흥분되게만드는색기를흘렸다.흘끔흘끔리체르카를바라보던학생들이심장을부여잡으며몸을부르르떨었다.

“...”

방금전의일은실제로아서가주먹을사용하면쉽게일을해결될터였다.물론깊이관여해서끝까지해결하려면시간이 좀 걸리겠지만.

허나지금은그자그마한시간마저아껴야했다.요리연구실에처박힌채,신메뉴만을개발하는로라를대신해서해야할일이산처럼쌓여있었기때문이다.

현재찾아온오르시니가의영애도아무이유없이찾아온거라면머리에주먹을콱쥐어박을생각이었다.

“아서님은또재밌는일에얽혀계시는군요.”

“그다지재밌지는않습니다.”

“멀리서구경하는입장에서재밌다는말이에요.”

아니.이유가없더라도주먹을콱쥐어박을까고민했다.

“여하튼.”

아서는담담하게말했다.

“이쪽사정을다알고계신거라면제가지금굉장히바쁜것또한아시리라생각합니다.이러고있을시간조차소중하다는것을요.그러니최대한빨리얘기를끝내주시길바랍니다.”

여유있는어조임에도다급함이새어나왔다.리체르카는빙긋웃으며대답했다.

“일단아서님의고민거리중하나는제덕분에거의해결된걸아시나요?”

진지하게말하기시작한리체르카.사파이어같이푸른눈동자가빛을머금었다.

“그게대체무슨소리죠?”

아서는미간을좁히며반문했다.

“이번축제도중로라미셸에게들어올방해요소가현저히적어졌다는말이죠.다름아닌제가아서님의일에끼어들었으니까.”

“흠.”

“아무도도와주지않던로라미셸을갑자기누군가가나타나도와주고있었던사실은이미어느정도퍼져있었죠.그리고이번에제가그도와주던학생을지켜준것까지금세퍼질거고요.아서님의생각보다로라미셸의행보를주목하고있는학생은꽤많답니다.”

“아.”

리체르카의말에아서가탄성을자아냈다.확실히유명하고영향력있는누군가가뒤에있다는사실을알게되면섣불리방해하기힘들어질터였다.그영향력있는사람과마찰을빚고싶어하는사람은거의없을테니까.

리체르카는학생들사이에서굉장히유명한것과더불어한동안학원도시음지에서커다란영향력을자랑했었다.누군가가보면갑자기나타난자율학생보다오르시니영애가더믿음직한조력자인셈이다.

‘이번에는또왜끼어든걸까.’

하지만과거의일때문일까.감사하는마음보다 의심이먼저머릿속에자리잡았다.손가락을테이블에두들기며생각하던찰나에리체르카가계속말을걸었다.

“방금그애들은연합에속해있는애들이에요.”

“연합말입니까?”

리체르카는고개를살짝끄덕였다.

“기업연합이라고돈많은학생들이돈놀이하려고만든 조직이었는데,어느순간부터연합장과간부중기업가의자식이아닌학생들이섞이면서그냥연합이라고이름이바꾼애들이죠.”

“들어봤습니다.돈을좀많이밝히는애들이모여있는곳이라고.학원도시에서몰래사채업을하거나불법도박장을운영하거나.”

“정확해요.그래서그아이들중아무나한명을붙잡아도누가사주했는지알아낼수없었을거예요.행동하는애들은돈을벌기위해움직이는말단해결사나빚쟁이들이니까요.”

‘그래서애들수준이낮았던건가.’

아서는짧게고개를끄덕였다.과거에눈앞에있는당사자가납치작전을시도할때만해도어느정도실력있는애들을보냈었다.비교가불가능할정도였다.

쪼옥.

리체르카는잠시빨대를입에물었다.붉은입술사이로들어간빨대를통해콜라가쭈욱올라갔다.왼손으로옆머리를귀뒤로살짝넘기면서빨아들이는그모습은뭔가야릇했다.

멋쩍은나머지아서가헛기침을했다.리체르카는다시말을이었다.

“그렇다고다끝난건아닐거라 생각해요.직접적으로방해를해오는게어려워졌다는거지,간접적으로방해할방법은아직수도없이많으니까요.”

“쯧.”

아서는혀를짧게찼다.이곳학생들은부모와떨어져사는만큼지나치게성숙했다.다양한괴롭힘방식을가지고있는것부터말이다.

리체르카는희미한웃음을머금었다.

“그런의미에서이번에도제도움이필요하실것같은데.어떠신가요?”

“필요없습니다.”

생긋웃으면서리체르카가말을꺼내자아서가단칼에거절했다.저번은어처구니없이도움을받았다쳐도,지금은하나하나잘풀어나가면해결할수있을것만같았다.

절박하게바쁘기도하고, 지푸라기라도잡고싶은심정이 굴뚝같았지만,그게오르시니가의영애에게해당되지는않았다.불현듯접근해온것부터또무슨이상한꿍꿍이를가지고있을지몰랐으니까.

하지만.

“그래요?”

리체르카가고개를갸웃거렸다.아직자신의말이끝나지않았다는듯이.

“아서님은축제기간중좋은자리를선점하는방법과가판대를 제작하는방법까지자세히알고계신가요?”

“...”

듣기만해도머리가지끈거리는얘기였다.어깨에무거운추가올라간느낌이었다.

“그뿐만이아니죠.전기와물,그리고가스를어떻게공급받을지도생각해야하고,대량의식재료들을발주하는것도제대로알아야하죠.”

“.....”

어깨에놓였던추에 무게가 증가했다. 이제 숨이제대로쉬어지지않을정도였다.

“또한푸드페스티벌은같은시기에열리는뮤지페스티벌과굉장히밀접한관계가있어요.클래식이열리는공연장앞에서팝콘을팔수는없잖아요?어떤음식이냐에따라어느공연장근처에자리를잡는게좋겠다, 같은 것도 다 계산해야 하는 일이죠.”

“대량의식재료들을발주할때숙지해야하는조항들도굉장히많아요.아서님께서그걸다읽어보시려면한세월이걸릴거라생각하지만요.”

리체르카는시도때도없이입을놀렸다.처음에는잠자코듣고만있던아서가서서히입을벌렸다. 마지막에가서는얼굴이새파랗게질려있었다.

덜덜떠는아서.속이탔다.계속차가운콜라를마셔도개운해지지않았다.단번에쌓인책임감은가벼웠던기분을무겁게만들었다.

짝!

리체르카는얘기를끝마치면서박수를쳤다.

“어때요?제도움,필요할것같죠?”

리체르카가여유롭게웃으며말을건넸다.반이상넘어왔다고확신에찬목소리였다.

“···이번에는뭘바라십니까?”

아서는힘이빠진상태로적당히대꾸했다.리체르카가어처구니없는부탁을해오지는않겠거니생각하며말이다.

전부계획대로흘러가자리체르카는눈빛을빛냈다.

“음···.데이트?”

이미다생각해놓았으면서짧게고민하는모습을보여준다.

“하루면충분할것같은데.”

조심스레아서의눈치를힐끗살피며말을끝까지했다.

“축하합니다.오르시니양.당신은저에게등용되셨습니다.”

“아자!”

될대로되라는식으로말을툭내뱉는아서와작게구호를외치는리체르카.

“...”

밀레나는이상한사람들을보는눈으로아서와리체르카를훑어봤다.

“그럼사주신 건 잘먹을게요.”

얘기가전부끝났을무렵에는리체르카가햄버거를맛있게먹기시작했다.

아서는 어떤우스꽝스러운모습이나올까기대했다.핸드폰으로 찍어사진이라도남겨놓을까고민할정도였다.

“하...”

하지만아서는원했던것을볼수없었다.그날이후로햄버거도품위를갖춰서먹을수있는음식이라는걸깨달았을뿐이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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