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44화 〉 143화 도전! 길거리 음식 대배틀! (6）
* * *
캠벨남작가의차남,제이슨캠밸이소식을듣자마자화들짝놀라자리에서일어났다.
“그러니까.미셸에게붙은놈뒤에오르시니영애님이계셨다고?”
소파에기대어느긋하게피자를먹고있던도중봉변에가까운말을들었다.
“그렇습니다.”
“그걸말이라고해!!!”
제이슨은쿠션을집어들어벽에확집어던졌다.쿠션은벽쪽에푹하는소리를내며부딪혔다.참으로하찮은분풀이였다.
“아니말이안되잖아.평민떨거지한테그런연줄이있을리도없고.요리밖에못해가지고자신의요리에대해설명해보라할때어버버거리던년인데무슨···!”
머리를쥐어뜯으며부정했다.혼란스러움이눈에가득차있었다.
“도련님.이제그만포기하시는게좋을것같습니다.”
그순간제이슨이여학생을확째려봤다.얼굴은 씨뻘겋게달아올라있었다.
하지만여학생은신경쓰지않았다.상담사로서차분히말을이어갔다.
“오르시니영애에게원한을사면서까지일하고싶어하는학생은얼마없을겁니다.”
“그럼전에줬던내돈다시돌려줘.돈만주면뭐든다해준다며!”
“그건오르시니영애님이없을때의얘기입니다.오르시니영애님이계신다면의뢰비용은기하급수적으로올라가겠죠.또한저는일이시작되기전에분명언급해드렸습니다.실패해도돈은전부돌려드릴수없다고.그러니딱절반만돌려드리겠습니다.”
“이런젠장!”
제이슨은거칠게욕설을내뱉었다.피자가놓여있는테이블을쿵내려찍고계속소리쳤다.
“이놈도저놈도전부쓰레기뿐이야!겨우애새끼하나 잡는 게뭐그리어렵다고!”
‘그럼네가하던가.’
상담해주던여학생은한심하게생각하며속으로비꼬았다.
‘이녀석은여기까지인가.’
상담사여학생은한동안로라미셸의감시해주는대가로제이슨에게서계속돈을받아내고있었다.허나이이상제이슨의일에관여한다면,오르시니영애하고연합이대립될가능성이생겨났다.
‘으으.’
여학생은알고있었다.오르시니영애의무서움을.과거에한번보았던그녀의악랄함은그녀의웃음소리만들어도피부에소름이끼쳤다.
‘아름다운얼굴속에 그런면모가있을줄은.’
“다른방법!다른방법은없나!”
제이슨은쉽사리포기하지않았다.부들부들떨며눈에불을켜고생각했다.뚱뚱한뇌도이때만큼은빠르게회전됐다.생각해내려는건결국나쁜일이었지만.
“···그럼이건어떻겠습니까.”
상담사여학생이의견을제시했다.더할나위없이은밀하고안전한방법이었다.
계속머리를굴리던건그녀역시마찬가지였다.제이슨으로부터뜯어먹을돈은아직많이남아있었으니까.
상담사여학생은애초에연합으로부터여러나쁜일들을의뢰받는업무를맡고있었다.온갖음습하고부조리한계획을떠올리는데까지 시간은 얼마걸리지않았다.오르시니영애에게들키지않는것도포함해서.
“케헤헥.그거정말끝내주는일이구만.좋아좋아!그래서비용은얼마지!”
모든얘기를들었을때제이슨의뒤룩뒤룩살찐얼굴이씰룩거렸다.보기만해도불쾌하고탐욕스러운얼굴이었다.미소에서는로라에대한질투가엿보였다.
“이일은얼마비싸지않겠네요.자세한건추후에다시연락드리죠.”
“좋아!이만가봐!”
상담사여학생은곧바로고개를꾸벅숙였다.토하고싶은기분에재빨리자리에서벗어났다.
*
“아서저번에부탁했던일은잘돼가니?”
새우필라프를크게한스푼떠서입에넣으려던아서에게엠마가물었다.엠마옆에는녹차를마시면서노곤노곤한표정을짓는미츠키가있었다.
아서는입에넣은필라프를전부씹어삼킨후물을마셨다.대답은그이후였다.
“···솔직하게말씀드리자면아직까지잘모르겠습니다.오랜준비가필요했었던일같은데너무늦게시작했던것같습니다.무엇보다저도,그리고미셸양도처음하는일이니곤란한부분이많네요.”
그나마다행인점은오르시니영애덕분에요리를제외한대부분의일이끝마쳐진 상태였다.
제일중요한자리를선점하고가판대를설치하는 일도,어떤이벤트로사람들을끌어모을지도,모두그녀의계획대로 돼가고있었다.
재주좋은미친년.오르시니영애는사람부리는법의스페셜리스트라고말하는게적합하리라.
연관된일에필요한사람을구하는것부터지시를내리는것까지일사천리로진행됐다.더이상오르시니양이없는상황을생각하기 싫을정도다.
그녀가데이트라고말하면서그시간동안무엇을요구할지도생각하기싫었지만.
‘제일중요한건메인요리인데···.’
일주일이면뚝딱해치울것같았던요리개발은아직도머리를싸메는중이었다.
물론직접개입하면쉽게끝났을터다.
하지만아서는요리개발에있어조언과평가만건넬뿐,의견을내놓지않았다.제일중요한건학생의의견이 고스란히 담기는 것이라 생각했다.
날짜가바뀔수록점점조급해져갔다.마음은답답해지고가끔저도모르게다리를떨고있었다.마지막까지도저히답이나오지않았을경우에는대체어떻게해야할까,생각했다.
“아직도고민중이구나.”
생각하는와중에청량한목소리가머릿속에울려퍼졌다.
“···그렇죠.”
“응.그럼됐어.”
아서의대답에만족스러운미소를짓는엠마였다.
“네?”
아서는눈을동그랗게뜨며말을이었다.
“걱정돼서물어보신거아닌가요?”
엠마가고개를천천히저었다.
“아서나로라나현재최선을다하고있잖아.분명축제가시작되기전까지둘다잘해낼수있을거야.난그렇게믿고있어.너희들의요리가 너희들이 원하는맛에도달할거라고.”
조곤조곤말하는엠마의목소리에서맹목적인사랑이느껴졌다.
“그럴까요···?”
“물론이지.자신감을가져아서!”
천사같은미소를지으며아서를계속복돋아주었다.
“최선을다한다면모든게다끝났을때반드시무언가남는게있을거야.그게우수한성적이아닐지라도 말이야.무엇보다대회성적이 전부는아니잖아!”
“···그렇죠.뭐.”
“포기하지않으면길은계속되겠지.나는 학생들 스스로가 원하는 길에서 벗어나려고할때 방지해주는역할인거고.뭐,그래도역시가장좋은건노력한만큼결과로보상받는거지만.”
엠마가 티스푼으로 커피를 저었다. 말하면서도 계속 조심스러워 하고 있던 것이다. 아서는 진심을 다해 입을 열었다.
“말씀대로계속해볼게요.포기하지않고.”
“그래!그럼포기하지않는우리착한아서를위해오늘은내가계산해볼까.”
자그마한손이 영수증을들어올렸다.이어서눈깜짝할사이에계산대앞에서있었다.
“네?잠시만요엠마!”
아서가붙잡을새도없었다.얼타고있다가입을뻥긋댔을순간에는이미계산된후였다.
엠마가학생을올바른길로인도할때가장중요시하는건믿음을주는것이었다.
끝까지말을안듣는아이더라도,나쁜생각을잔뜩가지고길에서벗어나려는어긋난아이여도,언젠가는자신의믿음에보답해줄거라고생각했다.
그리고아서도엠마에게있어그런아이들중한명이었다.
계속믿음을가지고지켜봐주어야할아이.과거가그어떤아이보다짙은어둠으로깔려있는아이.그리고현재그누구보다소중히돌봐야하는아이였다.
*
“양념배율이잘못된것같습니다.고기와의합이조금의심이갈정도로요.”
“너무강한맛의후추를사용했습니다.향이쌔게들어가서기억에는강렬하게남겠으나씹어삼키기가고역입니다.엣취!아. 그래도맛은괜찮았습니다.”
“음.끝맛이살짝느끼한것같네요.감칠맛도좀부족하고.다른걸먹으면쉽게잊힐맛입니다. 그래도일리아지방에서만들어진올리브유를사용한건좋았습니다.좀느끼해도바삭함을더오래가게도와주니까요.그올리브유로다른것도한번시도해보죠.”
“맵습니다!너무나도맵습니다.설마고추를통째로넣은건가요?으으.잠시물좀마시겠습니다.”
“실수로오버쿡해버렸군요.아니라고요?”
“아! 안에튀김옷안에소스를집어넣기위해이렇게튀겼다고말씀하시는거죠?방식은재밌네요.너무튀긴나머지튀김옷이과자보다더딱딱하게만들어진걸제외하고요.그래도더정확한비율이있을지모르니다시한번해보고넘어가볼까요?”
“제발닭튀김에파인애플만은섞지말아주세요.”
그렇게시간이금방흘러축제기간4일전까지찾아왔다.
“···조니?어쩌지.이제아무것도생각나지않아.”
“켁,케켁.케케켁.”
“뭐라고말좀해줘조니!”
로라의혼잣말은날이갈수록더심해져갔다.눈밑에는다크서클이진하게나있었다.그나마요리사 지망생이기에씻는건계속하는지겉은말끔했다.
“식용유야이제힘들다고?아니,아직할수있어.아직.아직많이남았어분명.”
손을멈춘지꽤되었을때다.
“이만정리하도록하죠.저는내일다시오도록하겠습니다.”
아서는미련을가지지않고요리를끝내자말했다.복잡한심경은사라지지않았다.
“···고생하셨습니다.”
아서가문을열자로라가고개를꾸벅숙였다.이어서멍한표정으로자리에털썩주저앉았다.아무리생각해도머릿속에더이상좋은발상이떠오르지않았다.
테이블위에각종조미료와소스들그리고다양한야채와과일들이한가득놓여있었다.테이블만을보면대체무슨요리를만들지모를정도로난잡한테이블이었다.
‘이대로는안되는걸까.’
실패는익숙했다.
수많은요리를시도해보면서못먹을만큼괴상한요리도잔뜩만들어봤다.
하지만그런실패가있었기에지금의자신이있었다.실패에서도계속배울건존재했다.
헌데지금이순간에는그런경험들이도움이되지않는것같았다.새롭고맛있는요리를만들어본경험은꽤자주있었으나,특정상황에맞는새로운요리를개발하는건많이경험해보지못한일이었다.
“...”
공허한마음이차올랐다.텅텅빈건머리뿐만이아닌것같았다.이내어깨에힘을빼고앞치마를벗었다.
‘어떠한방법이떠오르지않을때는잠시잊어버리는것도좋은방법이라생각합니다.아이디어란,문득떠오를때가더많으니까요.가볍게산책이라도하면서머리좀식혀보세요.그럼평소에는생각지도못한게불현듯찾아올수도있으니까.’
한순간,아서가넌지시꺼냈던얘기가떠올랐다.
“가볍게···가볍게···가볍게.”
로라는좀비처럼‘가볍게’라는단어를중얼거렸다.그리고홀린듯이요리연구실에서벗어났다.
넋을놓고요리학교밖까지나와걸어다녔다.사람들이많은길거리를흐느적거리며.주방코트를입은채여도사람들은눈길을주지않았다.푸드페스티벌이얼마안남은건모두가알고있는사실이었다.
“아···.”
한시간정도입을벌리고아무생각도하지않았다.‘가볍게’라는말보다는‘멍청하게’라는말이더어울릴것같은모양새였다.
그때였다.
게슴츠레한눈이초록불에딱맞춰멈춰선순간.
“아!”
드디어.드디어뭔가떠올랐다.
“아···아아?아!아!!!”
다양한생각들이둑이터지듯쏟아져나왔다.우연이었다.하지만로라는그우연을놓치지않기위해 최대한 발버둥쳤다.간절히.최선을다해.
차분하게마음을가라앉히고생각들을하나하나나열했다.이어서퍼즐조각을맞추듯이요리라는하나의개념으로합치려했다.
한접시위의요리.
감칠맛이강하고맛있는향이나는음식을원하는손님들.편리하게이동하면서먹을수있으면더할나위없이좋은음식.
튀김이라는형태로모든퍼즐이짜맞추어졌을때로라가크게외쳤다.
“이거야!”
신호에맞춰걸음을옮기던사람들이깜짝놀라로라를쳐다봤다.
“거기친구!불!빨간불!!!”
초록불이꺼지려하자크게외쳐주는친절한학생도있었다.
“네,네!!!”
로라는빨간불이꺼지기전에전력으로땅을박찼다.그리고쉬지않고계속달렸다.
어느덧숨이잘쉬어지지않고헥헥거렸을때는주방앞에와있었다.
“시작해볼까!”
벗어두었던주방모자를썼다.지저분하게놓여있던조미료와식재료같은것들을싹정리하고요리를시작했다.
아이디어를통한레시피는이미머릿속에자리잡고있었다.더정확한배율과시간만재면끝나는일이었다.축제에적합한것은물론맛도분명맛있을터였다.
닭고기를잡았을뿐인데기쁜마음이샘솟았다.이음식을먹게될학생들과아서조교님을생각했다.
“흐흥.”
콧노래를부르며요리하는로라.
주방에서 요리할 때만큼은 이미 훌륭한요리사였다.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