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45화 〉 144화 도전! 길거리 음식 대배틀! (7)
* * *
봄비가내렸다.
물방울이바닥에부딪히는소리가점차선명해졌다.이윽고조그마한물웅덩이가고이고바람은전보다선선하게불기시작했다.
팟!
아서는미리준비해온우산을펼쳤다.옷이물에젖지않게 우산을 똑바로 치켜든다음주변을둘러봤다.근처에서여학생들이재잘거리는소리가들렸다.
“요리학교앞만걷고있어도페스티벌이너무기다려지는거있지.이번에는또어떤음식들이나올까?”
여학생은우산손잡이에두손을모으며행복한표정을지었다.
“엽기음식가판대가저번처럼중앙한가운데덩그러니있지않았으면좋겠는데···.”
다른여학생이미간을찌푸렸다.꿈틀꿈틀거리는벌레가꼬챙이에끼어져있는걸떠올린것이다.
“아!그거라면저번에항의가잔뜩들어와서구석진곳으로강제로옮길거래.아무리맛있는음식이어도보는데좀그런것들은제한을준다고들었어.”
“그래?!”
반색을표하는것을끝으로점점멀어져가는목소리.다른곳으로시선을돌리니이번에는다른무리가눈에들어왔다.
“마요네즈.”
“참치.”
“마요네즈.”
“참치참치.”
“치즈볼.”
“크흣.”
“크흐흐흣.”
미친놈들.
아니,요리사지망생들이었다.
그들의눈은거의뒤집힌상태였다.거무죽죽한얼굴빛을띠고몸은심히야위어있었다.근처에다가가기만해도음습한검은오오라가흘러나왔다.
‘스스로가무슨얘기를하는지도모르는상태가된건가.’
멀찍이바라보던아서가생각했다.저정도면망령과다를바없다고.
휴식은중요했다.특히나커다란일이다가왔을때는더욱중요해진다.결국위기에직면했을경우가장중요한건정신력이다.그리고그건평소에쌓아두었던휴식의질에비례했다.
‘미셸양은잘들어갔으려나.’
아서는저들과같은요리사지망생로라에대해걱정했다.누누이건강을챙기라고말을해놓았으나,어제는평소보다심상치않은기운을느낀탓이다.
로라가메뉴를개발하기만하면푸드페스티벌에대한준비는전부끝이났다.그이외의것은오르시니가의영애가전부처리한상황이었다.
‘특.별.히. 아서님에게만 저를칭찬할기회를드리도록하죠.자.어서.’
자신감을가지고고개를높이쳐들던오르시니가의영애가떠올랐다.재수없게팔짱을끼며코가하늘을찌르고있었다.
“...”
오만한오르시니영애의모습을머릿속에서흩트려버리고다시미셸양의모습을상기했다.
힘이제대로들어가있지않은눈빛.불안한듯떨리는목소리.가만히내버려두면위험한일을결심할사람처럼보였다.
불현듯다급한마음이샘솟는다.
아서는구두랑양말이젖는것을신경쓰지않고걸었다.찰박찰박물이튀어도아서의시선은정면만을바라보고있었다.
요리학교내로들어왔을무렵에는편의점에서산콜라를마셨다.이어서빠른걸음으로요리연구실을향해직진했다.
그렇게연구실바로앞에도착했을때다.
“미셸.먼저시작했습니까?”
문을열자기름냄새가코를찔러왔다.환기를계속해도남을수밖에없는고소한냄새다.
그밖에도다양한냄새들이섞여있었다.자주먹을수있는요리에서쉽게맡을수없는독특한냄새였다.
그런데.
우르릉!쾅쾅!
“히,히히···.”
번개가내리치는소리와동시에음산한웃음소리가들렸다.요리연구실은조명이전부켜있지않아서어두웠다.로라는딱요리만할수있도록요리테이블윗조명만켜고있었던것이다.
“드디어오셨군요···.조교님”
정상적인사람의몰골이아니었다.웃음을흘리다가갑자기희번득눈을떴다.서있는자세는불안정했다.동공은수축되어있었다.어디공포영화에나오는귀신같이보였다.
그나마다행인점이있었다면,눈에이채가어려있었다는점이다.분명무슨성과가있었던것이리라.
아서는미간을좁히며물었다.
“설마집으로돌아가지않고계속요리하고있던겁니까?”
“그게중요한게아니에요조교님!드디어제가요리를완성했어요!흐흐.곧바로드실수있게바로만들어보도록···.”
털썩.
“그전에좀주무시는게좋을것같습니다.”
수면마법.양들의요람.
아서는마법을사용한이후쓰러지는로라를받쳐안았다.스물스물피어오르는마력이로라를포근하게감싸안는다.
“···!”
순간로라가경악하는표정을지었다.그러나입도뻥긋하지못한채잠에빠져들었다.충혈됐던눈이스르르감기면서곧바로편안한미소를지어보이기까지한다.
“후.”
아서는한숨을내쉬었다.만약로라가깨달음을얻어서이것저것시도하는과정이었다면재우지않았을터다.
매너리즘에서벗어날수있는깨달음이란,사막에있는오아시스처럼꼭필요한것이니까.
아서는로라가잠에빠져든것을확인했다.굳어있던표정을풀며로라를따듯하게바라봤다.로라앞에서단호한태도를취하고있었으나,도와주던학생이성과를얻어낸건뿌듯한일이었다.
‘지금까지이렇게버티고있던건나를위해서인가.’
너저분한테이블한가운데준비되어있는요리세팅.입가에는침이흐른자국이있는걸로보아꾸벅꾸벅졸고있던게분명했다.
‘그러나깨달음으로이뤄낸요리를나에게처음으로맛보여주기위해기다리고있었던것이겠지.그녀에게있어자신의요리를먹어주는사람을바라보는게최고로행복한일이었으니까.’
딸칵.
아서는요리연구실구석에로라를조심히눕힌뒤환풍기를켰다.
‘기특해.’
텁텁했던기름의냄새가비에젖은흙냄새에섞여사라진다.어질러져있는테이블을깔끔하게정리한다음요리연구실밖으로잠시나왔다.
*
‘이꽃의향기는···.’
시간이흘러로라가비몽사몽한상태로눈을떴다.눈을막떠서그런가앞이흐릿하게보였다.
“일어나셨습니까.”
“핫!”
로라가헛바람을들이쉬며몸을벌떡일으켰다.이어서주변을둘러봤다.재료들을올려놓는테이블위에자신이누워있던것을깨달았다.도마위의생선처럼말이다.
향기의정체는아서의마법이었다.아서는느긋이넘기던책을덮었다.
“제가얼마정도잤나요?
“두세시간정도입니다.생각보다얼마안주무셨군요.”
아서는로라의눈을바라봤다.수면에빠지기전보다훨씬괜찮아보였다.적당한수면은최고의약이라는말이괜히있는게아니었다.
로라는아서가별말을하지않고자신을바라보고만있자안절부절거리며말을쏟아냈다.
“지금이러고있을시간없어요조교님.빨리요리개발을끝마치지않으면가판대를만드는것부터접객할사람을구하는것까지모두못하게될거예요.”
속사포와같은속도였다.얼마나숨이찼으면말을끝마쳤을때헐떡이기까지했다.아서는짐짓한숨을내쉬었다.
“···저번에제얘기,제대로들으신것맞습니까?”
“네?”
아서는이마에손을얹고고개를흔들었다.
“미셸양이요리만할수있게나머지는제가다알아서하겠다고말씀드리지않았습니까.”
“그렇지만조교님혼자서그걸다할수있을리없잖아요.”
로라는불안한표정을감추지못했다.아서는차분히말을이어나갔다.
“당연한얘기지만사람들을고용했습니다.미셸양이요리만할수있도록말이에요.혹시나해서물어보는건데,그것때문에무언가에쫓기듯이요리를하고있던겁니까?”
“그건아니고···.”
“그럼일단기숙사에가서씻고오시길바랍니다.옷도좀갈아입으시고.지금기름투성이셔서얼굴이번들번들거립니다.”
“그럼요리는.”
탁.
로라가말을하다말고입을벙긋댔다.아서가타협은일절없다는듯이테이블을내리쳤다.묵묵하게바라보면서.
결국먼저꼬리를내리는쪽은로라였다.
“네···.”
“밖에비가오니까제우산을가져가세요.절대로감기걸리시면안됩니다.”
로라는고개를나직이끄덕이며어깨에힘을쭉뺐다.이어서터덜터덜문밖으로걸음을옮겼다.
*
“이제요리해도되나요···?”
로라가혼이났던강아지처럼아서의눈치를보며물었다.오늘로서이질문만세번째였다.
한껏잔소리를듣기전이나,듣고나서나,로라가꺼내는말은변하지않았다.목소리와표정은많이변했지만.
“시작해도좋습니다.”
“고마워요!”
'뭐가 고맙다는 건지 원.'
쓴웃음을 짓는 아서. 로라는 한달음으로요리테이블앞에 이동했다.혈색은이미건강하게돌아와있었다.잠도잠이었지만아서가마법도사용하고죽을먹여가며건강을회복시킨덕분이었다.
“흐흥♬”
어제도,그리고그저께도,실컷요리를했으면서그렇게즐거울까.콧노래까지부르면서닭을손질했다.
아서는테이블에한손으로턱을괸채그모습을바라보았다.가만히보기만해도즐거운광경이었다.
비도점차그쳐가면서비구름사이로햇빛이내리쬤을때다.
“드셔보세요조교님!”
로라가아서의앞에요리를올려놓았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