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46화 〉 145화 도전! 길거리 음식 대배틀! (8）
* * *
툭툭툭툭.
식칼로도마를두드리는소리가들렸다.로라가기계와같이일정한간격으로대파를송송썰어내는것이었다.옆에는미리만들어둔양념들과향신료들이모여있었다.
테이블한편에는튀김옷을묻혀놓은닭다리들이놓여있었다.
‘치킨으로정한건가.’
오직닭다리만을사용하는요리는세계에서그렇게많지않았다.하물며튀김으로폭이한정된다면딱떠오르는건치킨이었다.
그럼에도소스들만보면대체어떤치킨을만들지쉽게상상이가질않았다.
연한연두색소스와끈적해보이는노란색소스그리고보기만해도매워보이는붉은색소스.
‘대체뭘까.’
기다리면서유추해보는재미가있었다.
아서가입가를올리고있을때,로라가커다란튀김기를이용해닭다리들을튀기기시작했다.
삑!
튀겨지는과정을계속쳐다보지않는로라였다.타이머를누른채곧바로몸을돌린다.
‘밤을새워가며시간을계산해놓은건가.’
아서는요리하는로라의모습을묵묵히바라봤다.소스맛이궁금하기도하고,새벽에대체무엇을했는지궁금하기도했다.그러나지금이순간만큼은방해가되고싶지않았다.그저차분히기다리기로마음먹는다.
화르륵!
로라는웍에불을붙였다.눈동자에불길이비쳐보였다.이글이글거리는눈빛에서집중하는기색이역력히전해졌다.
헌데불을붙인웍은한개가아닌두개였다.그중하나의웍에미리송송썰어놓은파를넣고파기름을냈다.
“흐음.”
뒤이어파기름을낸웍에붉은소스를들이부었다.손잡이를움켜쥐고팔을휘둘러소스를볶는다.
호쾌한동작과함께커다란불길이일렁거렸다.코끝을간질이는매콤한냄새가연구실에가득채워졌다.
삐비빅!삑!
타이머는알람이전부울리기전에꺼졌다.물흐르듯이깔끔한동작이었다.단숨에튀김망을건져올리고탁탁기름을털어냈다.닭다리의3분의1정도를볶고있던웍에투하한다.
화르륵!
“와···.”
아서는감탄을터트렸다.
웍헤이.흔히불맛이라고불리는맛을내기위해로라가방금전보다더거침없이팔을흔들었다.
건장한사내도숙련되기까지오랜시간이필요한기술이었다.아서는로라가웍을능숙하게다루는것을보고눈을크게떴다.
‘미셸에게저런재주가···!’
이쯤되면어제까지와는전혀다른치킨임을알수있었다.단순히소스를입히는과정만으로도이목을집중시킬정도였다.
치킨과중식의조합.매콤한마라의냄새가연구실에너울거렸다.
“하나는끝났고···.”
하얀접시에매콤한마라치킨을올려놓으면서로라가중얼거렸다.아서의예상대로준비한치킨은하나가아니었던것이다.
조그마한여유도없이달궈진또하나의웍에버터를녹였다.연구실에남아있던마라냄새를고소한버터냄새가밀어냈다.
‘그런건가.’
아서는로라가다음에만드는치킨을보고고개를천천히끄덕였다.그녀가밤새준비한것이무엇인지알것같았다.
짧은시간이지나모든치킨이완성됐을때다.로라는잘닦아놓은하얀접시위에세가지치킨을담아내밀었다.
“드셔보세요조교님!”
힘차고밝은목소리였다.아서는빙긋웃으며고개를끄덕였다.
“알겠습니다.그럼바로먹어보도록하죠.”
아서의앞에놓여있는세가지치킨.붉은색과노란색그리고연두색의치킨이었다.
“일단빨간치킨먼저드셔주세요!”
로라의목소리에서어느때처럼불안함이나아쉬움이느껴지지않았다.이치킨이야말로자신이도달하고자한치킨의마지막형태라는것처럼.표정은후련해보이기까지했다.
바삭.
붉은치킨을베어무는아서.
“매워!!!”
눈을번쩍뜨며목청껏소리쳤다.혀에서불이뿜어져나왔다.눈가는젖어들고얼굴은새빨게졌다.
“그,그래도맛있네요!”
어설프게웃는아서의이마에는벌써땀이송골송골맺혀있었다.헥헥거리며손수건으로땀을톡톡닦아냈다.
뜨거운물안에몸을단번에집어넣었을때의화끈함이었다.강렬한매운맛에의해시선이뿌옇게흐려지며몸이바들바들떨렸다.
그럼에도손은멋대로치킨쪽으로이동했다.한번느껴버린중독성은주변눈치를보지않고게걸스럽게치킨을탐하게만들었다.
“끝맛으로는살짝새콤한맛이느껴지는데.”
바삭.
“라임이로군요!”
“맞아요!”
아서의말에로라가두손을모으며크게대답했다.아서는땀을뻘뻘흘리며정신없이말을늘어놓았다.
“이빨이닭껍질안쪽을찔러넣을때마다육즙이터져나와감칠맛이느껴집니다!먹어도먹어도계속먹고싶은매운맛이네요!혀가화끈화끈타오르며뺨이얼얼할지경인데새콤한맛때문에계속손이갑니다!”
거침없이말을토해내던아서가급하게물을들이켰다.말을다마치지도못할정도로매웠다.눈밑에는눈물이그렁그렁맺혀있었다.
그럼에도평가를그만두지않았다.계속허파를쥐어짜듯이입을열어피드백을계속했다.로라는눈을반짝이며아서의말을주워담았다.
“다음은무엇을먹을까요!”
평가가끝나자마자아서가다급하게외쳤다.쉽게매운맛이가시질않아얼굴은아직도울그락불그락했다.
“노란색치킨이에요조교님!”
로라의대답에아서가날카로운바람처럼닭다리를낚아챘다.
바삭.
“이건굉장히달군요!”
“꿀을묻힌치킨이거든요!”
“치즈가루를얹은버터의풍미.무엇보다메인으로쓰인이꿀이두드러지네요!평범한꿀보다살짝더농후한맛이도는게굉장히신기한맛이네요!”
아서는얼른정답을공개하라는듯이시선을닭다리에서로라쪽으로옮겼다.입으로는계속닭다리를베어문다.
먹으면먹을수록매운맛치킨에서느꼈던통증에가라앉았다.뜨거운열탕에있다가냉탕으로들어가며정화되는느낌이었다.
“정답은바로!”
로라가배시시웃은다음외쳤다.
“하얀꿀벌의꿀이에요!”
“제가아는그하얀꿀벌말입니까?!”
“네!”
“호오!”
아서가눈을크게뜨며숨을들이켰다.
꿀에는자극받은소화기관을진정시켜주는효과가있었다.또한부드러운단맛은통증을완화시켜주기도했다.로라는역시하나의접시에세가지치킨으로조화를맞춘것이었다.
‘하얀꿀벌의꿀이라.’
놀라운것은하얀꿀벌이북쪽서늘한지역에서서식하는몬스터라는점이다.크기는사람주먹만했으며난폭한성격탓에끊임없이토벌의뢰가들어오는몬스터다.
따로양봉장을만들지않아도하얀꿀벌을처치하면,그크기만큼이나어마어마하게많이모을수있는꿀이었다.
하지만이런깊은맛을가진꿀이어도세간의인식은좋지않았다.하얀꿀벌이몬스터라는게그이유다.
몬스터의부산물이라는부정적인이미지.건강에아무문제가없는게밝혀졌더라도,하얀꿀벌의흉악한외형이편견을가지게했다.결국하얀꿀벌의꿀은낮은가격으로굳혀졌다.
‘맛에있어식재료의가격은절대적인기준이아닙니다.’
아서가로라에게누차말했던말이다.로라는그것을놓치지않고고민한다음이런답을내놓았다.다양한맛을위해편견을버린것이다.
그결과로일반벌꿀보다훨씬싸고맛도좋은꿀을찾아내는데성공했다.
꿀과자만큼달콤한치킨.양독을음독으로잡아내는것마냥자극받았던위장에금세평화가찾아왔다.
마라치킨과꿀로만든치킨이서로손을마주잡고러브앤피스를외쳤다.
아서는흐뭇하게미소지으며어깨를으쓱였다.가르쳤던걸스펀지처럼받아들이는로라를보니뿌듯한마음이들어왔다.
아서는꿀치킨에도약간의조언을덧붙인다음다시입을열었다.
“마지막은이연두색치킨인가요.”
“네!어서드셔보세요!”
쿵!
갑자기로라가테이블을짚고얼굴을들이밀었다.아서가이초록색치킨을먹었을때의반응이제일궁금했기때문이다.
“핫!”
곧바로자신이무슨행동을했는지깨닫고헛바람을들이켰다.이어서고개를푹수그렸다.이내서서히눈만을살짝치켜뜨며아서가먹는걸조심히지켜봤다.
아서는개의치않고연두색치킨을베어물었다.
바사삭.
“와사비의알싸한매운맛에마요네즈의고소한맛을더했군요.”
연이어감탄을터트리는아서.
와사비와마요네즈를섞는건한때유행했던조합이었다.하지만로라는거기서끝내지않았다.어떻게해야앞선두가지의치킨에뒤지지않는마무리를장식할수있을까,고민한흔적이나왔다.
“오레가노와시금치까지더해서부드러운쓴맛이느껴집니다.시금치페스토라고하는게맞을까요.치킨이라하면사뭇느끼할것같다는이미지를없앤훌륭한치킨입니다.뒷맛이깔끔하여청량함마저느껴지는군요.마무리로먹기에도딱좋고요.그리고.”
아서는자신이느낀점을줄줄이늘여놓았다.로라는지금까지누군가에게이토록길게칭찬받은적이얼마없었기에몸을베베꼬았다.입에침이마르도록칭찬했을때는마음이벅차오르기까지했다.
“마지막으로결론을말씀드리겠습니다.”
이쯤되면나올말은하나밖에없었다.하지만로라는마지막까지긴장을놓치지않고침을꿀꺽삼켰다.
“제결론은.”
난데없이두손으로로라의손을마주잡는아서.로라는얼떨결에몸을움찔거렸다.
“당연히합격입니다!”
“만세!”
합격이라는말을듣자마자로라가아서의손을위아래로격하게흔들었다.지금까지참아왔던웃음을터트리기도했다.
아서는신난로라와같이손을마주흔들며의문을가졌다.
‘어떻게하루아침에이런발상이나오지?’
분명깊은수렁에빠진나머지헤어나오지못하고있던게어제의일이다.놀라운아이디어는커녕별의별이상한발상이나했었던로라였다.
헌데지금기뻐하는로라의모습을보니조금은알수있을것같았다.기뻐하는와중에도계속요리에대한생각을멈추지않고아서에게의견을내놓는다.
요리에대한강한집념.
자고일어나는걸제외하면요리에대한것과그것
을먹어주는사람에대한생각뿐인로라.그것이그녀에게있어가장강한재능이라말할수있으리라.
“그래서로라.치킨의이름은정하셨습니까?”
“네!”
“오.그럼바로이름을들어볼수있을까요?”
로라는일말의망설임도없이외쳤다.
“신호등치킨이에요!”
“안 됩니다!”
“네에!?”
아서가 단칼에 반대하자로라가깜짝놀랐다.
그 이유는이름에서곧장망할것같은낌새가물씬났기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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